그러자 낙로는 머리를 돌려 용칠을 한번 보고는, 이내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 날 뭘로 보고... 이런 잔꾀가 나한테 통할 줄 아는 거야?’ 오랫동안 한지훈의 오른팔로 일해온 용칠이, 한지훈의 이탈로 인해 갑자기 그를 배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 같았다. “용칠, 너 날 아주 만만하게 봤어. 국사인 내 앞에서 감히 이딴 수작을 부려? 아직도 좀 많이 배워야겠네!”낙로는 내심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용일, 너 이 건방진 놈. 네가 북양 왕인 한지훈이나, 혹시 뭐 강만용 같은 각로의 실력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낙로가 노발대발하자 이내 몇 명의 위수군들이 달려들어 용일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 뒤이어 낙로는 다시금 용칠을 힐끗힐끗 훑어보며 내심 또 다른 꿍꿍이를 하고 있었다. 한편 한지훈은 천자각에서 나오자마자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 가는 길에 웬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한지훈은 잠시 망설이고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지훈입니다.”“한 선생님, 큰일 났어요!”전화 너머로는 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알 수 없는 목소리에 한지훈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저는 강 회장님의 비서인 소진이라고 합니다. 강 회장님께서는 이미 3일 동안 회사에 나오지도 않으셨어요. 게다가, 집에 찾아갔는데도 회장님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어떡하죠!”비서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한지훈의 마음은 순간 덜컥 가라앉았다. ‘이럴 수가... 강우연이 실종됐다고? 내가 분명 사람을 시켜서 강우연을 지키도록 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이 급히 물었다. “한 선생님, 강 회장님께서는 이미 실종된 지 3일이나 다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전 강 회장님께서 임신 중이라 몸이 편찮으셔서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계약 업무차 회장님의 집에 들렀더니 이미
같은 시각, 강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옛 산간 도시.동방염은 눈앞에 묶인 강우연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와인 잔을 들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지 같은 년, 너만 아니었으면 내 팔도 부러지지 않았을 거다! 내 앞에서 뭔 고상한 척을 하는 거야!”동방염은 말을 하며 강우연의 얼굴에 그대로 와인을 들이부었다. “당신들은 강 대표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들은… 당신들이 한 말도 지키지 않는 겁니까?!”옆에 같이 묶여 있던 서은정이 쉰 목소리로 소리치자, 동방염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지? 솔직히 말해서, 저 여자만 죽는 게 아니라 너랑 네 가족들도 모두 죽임을 당할 거다!”“네년들을 모조리 죽여서 토막을 내버릴 테다!”동방염은 자신의 왼팔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흉측한 표정을 드러냈다.강우연은 눈을 꼭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자신이 서은정에게 속아 동방염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사흘 전, 서은정은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가 아픈 데다 본가가 강중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며 강우연에게 자신을 이산읍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쨌든 서은정은 회사를 설립한 이래로 줄곧 자신을 잘 따랐고, 두 사람은 자매처럼 사이가 매우 좋았기에 강우연은 별생각 없이 서은정의 안내에 따라 이산읍까지 차를 몰고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서은정의 가족이 아닌 동방염이었다! 동방염과 한 노인이 나타났을 때, 강우연은 비로소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강우연이 차를 돌리기도 전에 동방염의 옆에 있던 노인이 앞을 가로막았고, 동방염은 강제로 강우연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지금 강우연과 서은정을 가두고 있는 이 산채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마을 전체가 이미 동방염의 문하인 천검종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동방염의 스승이자, 천검종의 장교인 도청전인이었
이때, 서은정은 자신이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 대표님… 저… 저도 억지로 강요를 받은 겁니다, 저… 저를 탓하지 마세요…”서은정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강우연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난 항상 너를 자매처럼 생각해왔어! 그런데…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도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강우연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지훈이 혼자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이었다. 그 도청전인이라는 사람은 그녀가 이때까지 보았던 무인과는 사뭇 달랐다.그녀는 당시 자신이 막 시동을 걸려고 할 때, 그자가 손가락을 가리키자 차가 공중 부양을 했던 것을 똑똑히 느꼈다! 마치 눈앞에 벽이 있는 것처럼 차 문을 밀어도 열리지 않았고, 팔다리가 묶인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도청전인이라는 사람이 그녀에게 준 느낌은 매우 공포스러웠다! 이러한 느낌은 심지어 한지훈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은정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게도 해를 끼친 것이다! “강 대표님, 그들이 제 부모님을 납치하고 저를 협박한 거예요! 저는… 저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서은정이 서럽게 울며 말했고, 강우연과 서은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동방염은 그제야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는 두 젊은 여자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고, 사형을 따라 통나무집에서 나와 안뜰로 들어갔다.이때, 도청전인은 안뜰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가 발자국 소리를 듣고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두 눈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했고, 담담하지만 매우 위엄이 있었다.“사부님!”동방염은 도청전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래, 앞으로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걸 기억하거라. 여자 하나 때문에 팔을 잃은 것이 음탕한 생활의 해악을 잘 보여주지 않았느냐!”“오늘 밤, 너와 몇몇 사형들은 반드시 경계를 강화하도록 하라. 예상대로라면 오늘 밤 그 원수가 찾아올 것이다!”도청전인은 말을 한 뒤, 다시
“그렇다!”한지훈은 곧바로 나무문을 열고 안뜰을 들여다보았다.그곳에는 순백의 도포를 입고, 두 가닥의 긴 눈썹이 늘어져 있는 노인이 있었다. 은색 머리에 각진 얼굴, 그윽한 눈빛의 남자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맑고 빛났다! 외형만 놓고 보면 노인의 경지는 매우 범상치 않았다. “내 제자의 팔을 다치게 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보았나?”도청전인의 입술이 살짝 열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의 옷차림을 보니 도를 닦는 사람인 것 같은데, 당신 제자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아시오? 내가 그자의 팔을 부러뜨린 것은 그에게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고, 그가 한 행동을 생각하면 그는 죽어도 마땅하오!”한지훈은 느긋하게 안뜰로 들어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노인을 바라보았다. 도청전인도 한지훈을 번쩍이는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천왕계 강자로서 노인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생김새로 미루어 볼 때 한지훈은 기껏해야 스물여섯 일곱 살의 나이인데 이토록 무서운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이는 무종에서 전례 없는 실력자였다! 도청전인은 60세의 나이에 육성 사령관 경지를 돌파한 뒤 일성 준천왕의 실력에 도달했고, 90세가 되어서야 사성 천급 천왕계에 도달했다! 그런데 한지훈은 지금 고작 몇 살인가?! 만약 시간이 더해진다면 한지훈은 마흔 살이 되기도 전에 현재 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도청전인의 마음은 조금 흔들렸다.만약 한지훈을 천검종 문하에 두면, 천검종이 무신종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 승부욕이 강하고 무자비하게 싸우는 것은 잘못이 아닐세. 나도 젊었을 때가 있었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나. 난 확실히 도를 닦는 사람이고, 천검종은 도교이니 자네 부인이 비록 이곳으로 초대되었지만 능욕을 당하는 일은 없었네!”도청전인은 고의로 선심 쓰듯 한지훈에게 말했다. 그 의미는 비록 자신이 그의 아내를 납치했지만, 자신의 제자가 그녀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 이상도
“네 이놈!”휙!도청전인이 갑자기 눈을 떴고, 밤하늘은 마치 천둥번개가 치는 듯했다. 그의 두 눈동자는 사리를 구분할 줄 모르는 후배를 노려보며 말했다. “한지훈, 내가 네놈보다 열 배, 심지어 백 배나 더 강한 고수들을 수없이 죽였다는 것을 알고 이러는 것이냐?!”한지훈은 도청전인의 말에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보다 열 배 백 배나 강한 고수들이라고?! 반보 삼성 현급 천왕계 강자보다 열 배나 강한 고수라니?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자를 정말 이길 수 있을까?!“어르신, 어째서 그들이 나보다 열 배, 백 배나 더 강할 거라고 단언할 수 있소?”한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네놈의 나이에 얼마나 큰 실력이 있을 수 있겠느냐?! 무도의 심오함을 네놈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어! 나는 세 번의 공격만으로도 네놈의 두 팔과 머리를 베어버릴 수 있다!!”도청전인은 한없이 당당하게 말했고, 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어르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의 허풍은 정말 천하제일인 것만은 알 수 있겠군요!”“건방진 것!”도청전인은 벌떡 일어나 천천히 등 뒤의 보검을 뽑아 들었다. 휙! 산채에 범접할 수 없는 광기가 폭발하며, 반경 수백 미터 이내의 숲이 끊임없이 흔들리며 모래와 바위가 허공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차가운 달빛을 마주한 그 장검은 무수한 한기를 내뿜었고, 심지어 장검에서는 희미하게 울부짖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세인가! 상대방이 사대 천급 천왕인 만큼 한지훈도 감히 방심하지 않았다. 한지훈 또한 이미 반보 삼성 지급 천왕계 강자였지만, 지금까지 싸워온 상대방과의 격차는 반쪽 경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도청전인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오른 강자였다! “오늘 내가 네놈에게 천검종의 절학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겠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도청전인의 형체가 순식간에 한지훈 쪽으로 달려들었다.그 속도는 매우 빨랐고, 도청전인의 제자
한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결투를 벌이고 싶다면, 기꺼이!”말을 마친 한지훈도 오릉군 가시를 꺼내 들었다. 도청전인의 제자 몇 명과, 동방염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차례로 통나무집에서 걸어 나와 도청전인을 응원했다. “사부님, 저 자식을 죽여주십시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이 감히 사부님에게 그런 말을 하니, 저 자식을 죽이지 않으면 한을 풀 수 없을 겁니다!”동방염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한지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청전인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네놈의 운명을 받아들여라!”말을 마치자, 도청전인은 소리를 크게 지른 뒤 만 개의 검기가 빗발치듯 한지훈을 덮었다! 검기가 떨어지는 순간, 한지훈의 마음이 동요되었다. 이 검영은 실제가 아닌, 주변 기류를 사용하려는 또 다른 수단이었다. 한지훈은 공기나 허공의 힘으로 공기 벽을 형성하고, 자신의 앞에 방어 장벽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런 종류의 힘을 이런 식으로 제어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수만 개의 허공의 힘으로 이루어진 검기가 실제와 같다면 그 힘은 얼마나 강하겠는가! 다만 이 검기가 떨어지는 순간, 한지훈에게 약간의 허점을 보였다. 이 검기들은 함께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순서가 있었고, 이는 도청전인의 수준에서도 이렇게 강력한 힘을 제어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다만, 이 검기가 떨어지는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무수한 검기에 뚫려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할 수 있었다! 거의 공기로 이루어진 이 검영은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한지훈도 오릉군 가시로 맞서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오릉군 가시가 공기에 의해 형성된 검영에 관통당하고 말았고, 한지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이대로 계속하면 운이 좋아 도망쳐도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기에 도청전인의 2차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흥, 이 수법은
도청전인은 한지훈의 말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는 그의 성명 절기인데, 한지훈의 눈에는 그저 서커스단의 묘기로 보이는 것이란 말인가?! “한지훈, 네놈이 그렇게 우쭐댈 수 있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거다!”도청전인은 손에 든 보검을 흔들며 소리쳤고, 순식간에 수만 개의 검의 그림자가 다른 각도에서 한지훈을 향해 몰려왔다.한지훈도 동시에 분노에 찬 포효를 내뱉었다. “와라!!”바로 그 순간, 한지훈은 이미 뚫을 수 없는 검망에서 한 줄기 생존의 기회를 보았다. 다른 사람이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손을 쓰기도 전에 이미 겁에 질려 죽었을 것이다.다행히 천생서문에는 이런 검망살수에 대항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고, 다만 도청전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을 뿐이다. 이는 일종의 탈출 수단이었고, 매번 떨어지는 지점은 북두칠성의 현위와 일치했다! 이전에 한지훈의 탈출에 대한 이해는 강적을 만났을 때 어쩔 수 없이 도망치는 일종의 수법에 불과했다.그런 이 빽빽한 검망 속에서 한지훈은 순간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한지훈의 속도가 정확하고, 시간 계산 또한 정확하다면 도청전인의 검망은 두려울 것이 없다. 한지훈은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한 발짝 내디뎠고, 뒤에서는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셀 수 없이 많은 검의 그림자가 한지훈의 뒤 1인치도 안 되는 거리에 떨어졌고, 수많은 모래와 돌이 허공에서 소용돌이쳤다. 이 광경을 본 도청전인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사실 그의 검망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면 확실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작 몇 살인가? 그가 어떻게 풍부한 전투 경험이 있을 수 있단 말이지?! 평범한 사람들은 반드시 끊임없이 후퇴할 게 뻔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후퇴할수록 그 함정에 더 많이 걸려들게 될 것이고, 결국 지쳐 검망에 빠져 죽게 된다! 어려움에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에만 생
동방염의 포효에 충격에 빠진 도청전인은 즉시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의 놀라움을 진정시킨 후, 한지훈을 무심코 바라보며 말했다.“한지훈, 네놈의 실력이 훌륭한 건 인정한다! 내 검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용국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야!”“하지만 네놈이 운이 좋은 것도 여기까지다!”도청전인은 말을 하면서 다시 손에 든 검을 들어 올렸다.그 순간, 그를 둘러싼 수 킬로미터 반경의 공기가 텅 빈 것 같았고, 한지훈 앞의 허공마저도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것 같았다. 동시에 허공 속에서 무수한 기운이 순식간에 한곳에 모여들었고, 도청전인 뒤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검영이 나타났다! 검영의 검신은 수십 장 높이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늘에는 끊임없이 천둥 구름이 모여들었고,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검영을 바라보더니 간신히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검을 응축해 그림자를 만들다니, 역시 사성 천급 천왕계만이 가질 수 있는 실력이군! 역시 훌륭하오!”사실 이 검영은 방금 전 그 검망과는 완전히 달랐고, 살인적인 기운이 천지를 뒤덮었다!그 검은 천검처럼 허공에 높이 매달려 있었고, 마치 모든 것을 모조리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한지훈, 이 검의 위력을 아는가? 그대는 내 칼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네!”도청전인은 말을 하는 사이에,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 검영은 마치 천검처럼 하늘에서 떨어졌고,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란 나무 몇 그루도 동시에 잘려 나갔다! 엄청난 압박이 순식간에 한지훈을 향해 밀려왔다. “좋다. 피할 수 없으니 끝까지 겨뤄보자!”한지훈은 도청전인의 모습을 본떠 손을 흔들며 오릉군 가시를 들었다. “휙!”허공에 떠 있는 무수한 오릉군 가시가 동시에 나타났고, 도청전인은 이를 보자 넋을 잃고 말았다! 이게 뭐지?!이것은 자신의 성명 절기가 아닌가?! 한지훈이 한 번만 보고도 따라 할 수 있다고??!도청전인은 그 순간 한지훈의 천부적인 재능을 시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