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강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옛 산간 도시.동방염은 눈앞에 묶인 강우연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와인 잔을 들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지 같은 년, 너만 아니었으면 내 팔도 부러지지 않았을 거다! 내 앞에서 뭔 고상한 척을 하는 거야!”동방염은 말을 하며 강우연의 얼굴에 그대로 와인을 들이부었다. “당신들은 강 대표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들은… 당신들이 한 말도 지키지 않는 겁니까?!”옆에 같이 묶여 있던 서은정이 쉰 목소리로 소리치자, 동방염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지? 솔직히 말해서, 저 여자만 죽는 게 아니라 너랑 네 가족들도 모두 죽임을 당할 거다!”“네년들을 모조리 죽여서 토막을 내버릴 테다!”동방염은 자신의 왼팔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흉측한 표정을 드러냈다.강우연은 눈을 꼭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자신이 서은정에게 속아 동방염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사흘 전, 서은정은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가 아픈 데다 본가가 강중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며 강우연에게 자신을 이산읍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쨌든 서은정은 회사를 설립한 이래로 줄곧 자신을 잘 따랐고, 두 사람은 자매처럼 사이가 매우 좋았기에 강우연은 별생각 없이 서은정의 안내에 따라 이산읍까지 차를 몰고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서은정의 가족이 아닌 동방염이었다! 동방염과 한 노인이 나타났을 때, 강우연은 비로소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강우연이 차를 돌리기도 전에 동방염의 옆에 있던 노인이 앞을 가로막았고, 동방염은 강제로 강우연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지금 강우연과 서은정을 가두고 있는 이 산채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마을 전체가 이미 동방염의 문하인 천검종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동방염의 스승이자, 천검종의 장교인 도청전인이었
이때, 서은정은 자신이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 대표님… 저… 저도 억지로 강요를 받은 겁니다, 저… 저를 탓하지 마세요…”서은정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강우연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난 항상 너를 자매처럼 생각해왔어! 그런데…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도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강우연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지훈이 혼자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이었다. 그 도청전인이라는 사람은 그녀가 이때까지 보았던 무인과는 사뭇 달랐다.그녀는 당시 자신이 막 시동을 걸려고 할 때, 그자가 손가락을 가리키자 차가 공중 부양을 했던 것을 똑똑히 느꼈다! 마치 눈앞에 벽이 있는 것처럼 차 문을 밀어도 열리지 않았고, 팔다리가 묶인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도청전인이라는 사람이 그녀에게 준 느낌은 매우 공포스러웠다! 이러한 느낌은 심지어 한지훈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은정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게도 해를 끼친 것이다! “강 대표님, 그들이 제 부모님을 납치하고 저를 협박한 거예요! 저는… 저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서은정이 서럽게 울며 말했고, 강우연과 서은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동방염은 그제야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는 두 젊은 여자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고, 사형을 따라 통나무집에서 나와 안뜰로 들어갔다.이때, 도청전인은 안뜰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가 발자국 소리를 듣고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두 눈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했고, 담담하지만 매우 위엄이 있었다.“사부님!”동방염은 도청전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래, 앞으로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걸 기억하거라. 여자 하나 때문에 팔을 잃은 것이 음탕한 생활의 해악을 잘 보여주지 않았느냐!”“오늘 밤, 너와 몇몇 사형들은 반드시 경계를 강화하도록 하라. 예상대로라면 오늘 밤 그 원수가 찾아올 것이다!”도청전인은 말을 한 뒤, 다시
“그렇다!”한지훈은 곧바로 나무문을 열고 안뜰을 들여다보았다.그곳에는 순백의 도포를 입고, 두 가닥의 긴 눈썹이 늘어져 있는 노인이 있었다. 은색 머리에 각진 얼굴, 그윽한 눈빛의 남자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맑고 빛났다! 외형만 놓고 보면 노인의 경지는 매우 범상치 않았다. “내 제자의 팔을 다치게 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보았나?”도청전인의 입술이 살짝 열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의 옷차림을 보니 도를 닦는 사람인 것 같은데, 당신 제자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아시오? 내가 그자의 팔을 부러뜨린 것은 그에게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고, 그가 한 행동을 생각하면 그는 죽어도 마땅하오!”한지훈은 느긋하게 안뜰로 들어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노인을 바라보았다. 도청전인도 한지훈을 번쩍이는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천왕계 강자로서 노인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생김새로 미루어 볼 때 한지훈은 기껏해야 스물여섯 일곱 살의 나이인데 이토록 무서운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이는 무종에서 전례 없는 실력자였다! 도청전인은 60세의 나이에 육성 사령관 경지를 돌파한 뒤 일성 준천왕의 실력에 도달했고, 90세가 되어서야 사성 천급 천왕계에 도달했다! 그런데 한지훈은 지금 고작 몇 살인가?! 만약 시간이 더해진다면 한지훈은 마흔 살이 되기도 전에 현재 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도청전인의 마음은 조금 흔들렸다.만약 한지훈을 천검종 문하에 두면, 천검종이 무신종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 승부욕이 강하고 무자비하게 싸우는 것은 잘못이 아닐세. 나도 젊었을 때가 있었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나. 난 확실히 도를 닦는 사람이고, 천검종은 도교이니 자네 부인이 비록 이곳으로 초대되었지만 능욕을 당하는 일은 없었네!”도청전인은 고의로 선심 쓰듯 한지훈에게 말했다. 그 의미는 비록 자신이 그의 아내를 납치했지만, 자신의 제자가 그녀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 이상도
“네 이놈!”휙!도청전인이 갑자기 눈을 떴고, 밤하늘은 마치 천둥번개가 치는 듯했다. 그의 두 눈동자는 사리를 구분할 줄 모르는 후배를 노려보며 말했다. “한지훈, 내가 네놈보다 열 배, 심지어 백 배나 더 강한 고수들을 수없이 죽였다는 것을 알고 이러는 것이냐?!”한지훈은 도청전인의 말에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보다 열 배 백 배나 강한 고수들이라고?! 반보 삼성 현급 천왕계 강자보다 열 배나 강한 고수라니?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자를 정말 이길 수 있을까?!“어르신, 어째서 그들이 나보다 열 배, 백 배나 더 강할 거라고 단언할 수 있소?”한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네놈의 나이에 얼마나 큰 실력이 있을 수 있겠느냐?! 무도의 심오함을 네놈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어! 나는 세 번의 공격만으로도 네놈의 두 팔과 머리를 베어버릴 수 있다!!”도청전인은 한없이 당당하게 말했고, 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어르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의 허풍은 정말 천하제일인 것만은 알 수 있겠군요!”“건방진 것!”도청전인은 벌떡 일어나 천천히 등 뒤의 보검을 뽑아 들었다. 휙! 산채에 범접할 수 없는 광기가 폭발하며, 반경 수백 미터 이내의 숲이 끊임없이 흔들리며 모래와 바위가 허공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차가운 달빛을 마주한 그 장검은 무수한 한기를 내뿜었고, 심지어 장검에서는 희미하게 울부짖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세인가! 상대방이 사대 천급 천왕인 만큼 한지훈도 감히 방심하지 않았다. 한지훈 또한 이미 반보 삼성 지급 천왕계 강자였지만, 지금까지 싸워온 상대방과의 격차는 반쪽 경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도청전인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오른 강자였다! “오늘 내가 네놈에게 천검종의 절학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겠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도청전인의 형체가 순식간에 한지훈 쪽으로 달려들었다.그 속도는 매우 빨랐고, 도청전인의 제자
한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결투를 벌이고 싶다면, 기꺼이!”말을 마친 한지훈도 오릉군 가시를 꺼내 들었다. 도청전인의 제자 몇 명과, 동방염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차례로 통나무집에서 걸어 나와 도청전인을 응원했다. “사부님, 저 자식을 죽여주십시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이 감히 사부님에게 그런 말을 하니, 저 자식을 죽이지 않으면 한을 풀 수 없을 겁니다!”동방염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한지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청전인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네놈의 운명을 받아들여라!”말을 마치자, 도청전인은 소리를 크게 지른 뒤 만 개의 검기가 빗발치듯 한지훈을 덮었다! 검기가 떨어지는 순간, 한지훈의 마음이 동요되었다. 이 검영은 실제가 아닌, 주변 기류를 사용하려는 또 다른 수단이었다. 한지훈은 공기나 허공의 힘으로 공기 벽을 형성하고, 자신의 앞에 방어 장벽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런 종류의 힘을 이런 식으로 제어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수만 개의 허공의 힘으로 이루어진 검기가 실제와 같다면 그 힘은 얼마나 강하겠는가! 다만 이 검기가 떨어지는 순간, 한지훈에게 약간의 허점을 보였다. 이 검기들은 함께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순서가 있었고, 이는 도청전인의 수준에서도 이렇게 강력한 힘을 제어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다만, 이 검기가 떨어지는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무수한 검기에 뚫려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할 수 있었다! 거의 공기로 이루어진 이 검영은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한지훈도 오릉군 가시로 맞서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오릉군 가시가 공기에 의해 형성된 검영에 관통당하고 말았고, 한지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이대로 계속하면 운이 좋아 도망쳐도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기에 도청전인의 2차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흥, 이 수법은
도청전인은 한지훈의 말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는 그의 성명 절기인데, 한지훈의 눈에는 그저 서커스단의 묘기로 보이는 것이란 말인가?! “한지훈, 네놈이 그렇게 우쭐댈 수 있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거다!”도청전인은 손에 든 보검을 흔들며 소리쳤고, 순식간에 수만 개의 검의 그림자가 다른 각도에서 한지훈을 향해 몰려왔다.한지훈도 동시에 분노에 찬 포효를 내뱉었다. “와라!!”바로 그 순간, 한지훈은 이미 뚫을 수 없는 검망에서 한 줄기 생존의 기회를 보았다. 다른 사람이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손을 쓰기도 전에 이미 겁에 질려 죽었을 것이다.다행히 천생서문에는 이런 검망살수에 대항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고, 다만 도청전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을 뿐이다. 이는 일종의 탈출 수단이었고, 매번 떨어지는 지점은 북두칠성의 현위와 일치했다! 이전에 한지훈의 탈출에 대한 이해는 강적을 만났을 때 어쩔 수 없이 도망치는 일종의 수법에 불과했다.그런 이 빽빽한 검망 속에서 한지훈은 순간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한지훈의 속도가 정확하고, 시간 계산 또한 정확하다면 도청전인의 검망은 두려울 것이 없다. 한지훈은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한 발짝 내디뎠고, 뒤에서는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셀 수 없이 많은 검의 그림자가 한지훈의 뒤 1인치도 안 되는 거리에 떨어졌고, 수많은 모래와 돌이 허공에서 소용돌이쳤다. 이 광경을 본 도청전인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사실 그의 검망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면 확실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작 몇 살인가? 그가 어떻게 풍부한 전투 경험이 있을 수 있단 말이지?! 평범한 사람들은 반드시 끊임없이 후퇴할 게 뻔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후퇴할수록 그 함정에 더 많이 걸려들게 될 것이고, 결국 지쳐 검망에 빠져 죽게 된다! 어려움에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에만 생
동방염의 포효에 충격에 빠진 도청전인은 즉시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의 놀라움을 진정시킨 후, 한지훈을 무심코 바라보며 말했다.“한지훈, 네놈의 실력이 훌륭한 건 인정한다! 내 검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용국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야!”“하지만 네놈이 운이 좋은 것도 여기까지다!”도청전인은 말을 하면서 다시 손에 든 검을 들어 올렸다.그 순간, 그를 둘러싼 수 킬로미터 반경의 공기가 텅 빈 것 같았고, 한지훈 앞의 허공마저도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것 같았다. 동시에 허공 속에서 무수한 기운이 순식간에 한곳에 모여들었고, 도청전인 뒤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검영이 나타났다! 검영의 검신은 수십 장 높이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늘에는 끊임없이 천둥 구름이 모여들었고,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검영을 바라보더니 간신히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검을 응축해 그림자를 만들다니, 역시 사성 천급 천왕계만이 가질 수 있는 실력이군! 역시 훌륭하오!”사실 이 검영은 방금 전 그 검망과는 완전히 달랐고, 살인적인 기운이 천지를 뒤덮었다!그 검은 천검처럼 허공에 높이 매달려 있었고, 마치 모든 것을 모조리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한지훈, 이 검의 위력을 아는가? 그대는 내 칼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네!”도청전인은 말을 하는 사이에,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 검영은 마치 천검처럼 하늘에서 떨어졌고,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란 나무 몇 그루도 동시에 잘려 나갔다! 엄청난 압박이 순식간에 한지훈을 향해 밀려왔다. “좋다. 피할 수 없으니 끝까지 겨뤄보자!”한지훈은 도청전인의 모습을 본떠 손을 흔들며 오릉군 가시를 들었다. “휙!”허공에 떠 있는 무수한 오릉군 가시가 동시에 나타났고, 도청전인은 이를 보자 넋을 잃고 말았다! 이게 뭐지?!이것은 자신의 성명 절기가 아닌가?! 한지훈이 한 번만 보고도 따라 할 수 있다고??!도청전인은 그 순간 한지훈의 천부적인 재능을 시
만약 이 검을 피하지 못하면, 한지훈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날 것이다! 한지훈은 서둘러 정신을 차려 오릉군 가시를 조종했고, 거대한 검이 휘두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청전인은 연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한지훈의 이해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결국 너무 어렸기에 이 검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것이다. 설령 무적천이라고 할지라도, 이 검은 절대 받아낼 수 없다! “하하, 이번에 한지훈은 반드시 죽게 되겠군! 사부님의 이 검이 한때 무적천을 달아나게 했지 않았는가! 무신종의 종주조차도 피한 살수를 저놈이 무슨 수로 받아내겠어?!”도청전인의 제자 중 한 명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의 눈에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한지훈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흥, 혼자 힘으로 감히 우리 무종에게 대항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지! 어찌 무종 중에 유능한 사람이 많다는 걸 모르는 건가?!”또 다른 도청전인의 제자도 비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지훈이 운이 좋아 죽지 않는다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 검에 의해 중상을 입은 후, 그들 중 아무나 중상을 입은 한지훈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며, 오늘 한지훈이 이곳을 살아서 떠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무술의 규칙과 규율은 모두 약자를 위한 것인데, 천검종의 사람들이 이를 따를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대답은 '아니오'였다! 강자는 어떤 규칙도 무시하고 약자를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법! 이것이 무종의 규칙과 법칙이다! 도청전인의 몇몇 제자들이 의론이 분분할 때, 한지훈은 이미 자신의 손에 있는 오릉군 가시를 들고 도청전인의 검을 마주했다! 그 작은 은빛이 거대한 검과 부딪치면서, 마치 산이 무너지고 산이 갈라지는 듯해 이산읍 주민들조차 땅이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진이 난 줄 알고 한밤중에 놀라 집에서 뛰쳐나왔다. 산채 주위의 숲이 하나둘씩 뿌리째 뽑힌 것을 볼 수 있었고, 숲속의 짐승들은 흩어져 달아났다. 금방이라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