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나!”노인은 손을 흔들고 허리를 굽힌 뒤 통나무집으로 걸어갔다. 한지훈은 노파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 후 용운과 함께 떠났다.“용왕님…”용운은 여전히 조금 내키지 않았다, 이 두 노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돌아가자, 곤륜허는 지금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구름 위로 우뚝 솟은 곤륜을 바라보며 이를 살짝 악물었다.방금 노인의 타격을 받아 한지훈은 체력이 거의 고갈되었고, 이런 종류의 무서운 실력은 세상에 놓이면 그야말로 무적의 강자였다! 그의 할아버지조차도 한지훈에게 그런 충격적인 감정을 준 적이 없었다.게다가 한지훈은 노인이 결코 최강이 아닌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으며, 거의 말을 하지 않은 그 노파의 실력을 예측할 수 없었다! 동시에 두 노인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온 비밀을 밝혀냈다. 아무도 다섯 용의 용심이 숨어 이는 곳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이 곤륜허에서 백골로 변해버린 것이다!“용왕님, 강중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차에 탄 용운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래, 강중으로 돌아간다!”한지훈은 차 안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았다.같은 시각, 강중의 공항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으며, 그들은 모두 강중 상업계의 거물들이었고 대부분이 제약 회사 사람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폭우를 무릅쓰고 공항에 서서 누군가를 맞이한 것은 강중에서 처음이었다. 긴 호송 행렬로 인해 강중에는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까지 했다!나한비는 사무실에서 매우 불안한 채로 있었고, 거의 모든 제약 회사들이 원효천을 맞으러 나갔기 때문이다. 그중 나씨 가문만이 부하조차도 보내지 않았고, 인사도 하지 않았다! 한지훈이 원효천에게 패배하거나 우연 그룹이 원씨 가문에 빼앗기면 나씨 가문은 앞으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셋째 삼촌, 아니면 저희… 사람을 보내서…”“뭘 보내? 사무실에 얌전히 앉아 있기나 하거라! 약왕파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도 움직이지 않는다!
“강중에 큰 인물이 온다고?” 한지훈은 차에 오른 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살짝 감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 “어...”그러자 나계홍은 잠시 망설이더니 난색을 띠며 말했다.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바로 원 씨 집안 가주인 원효천이 직접 강중에 온 것입니다!”“게다가 만약 원 씨 집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공항에 가서 맞이해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까지 하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원 씨 집안의 원수가 될 거라고... 그렇게 결국 강중의 상업계 중 대부분의 대표들이 직접 원효천을 맞이하러 갔어요!”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내 그는 고개를 돌려 나계홍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그나저나 넌 왜 가지 않은 거야?”그 순간, 나계홍의 표정이 약간 굳어지더니 그는 겨우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어... 저는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자신의 비위를 맞춰주려 노력하는 나계홍의 태도가 맘에 들기도 했다. “한 사장님, 제가 강중의 망성루에 간단하게 식사 자리를 준비했는데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강 회장님도 모셔올까요?”나계홍이 한지훈에게 떠보며 물었다. “됐어. 먼저 회사로 돌아가!”한지훈은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나계홍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어갔다. “한 사장님, 제가 보기에는 오늘 회사로 돌아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도 마침, 원 씨 집안 가주가 강중으로 돌아올 때거든요.” “게다가 원효천이 택한 호텔은 우연 그룹의 맞은편에 있습니다. 만약...”“됐다니까!”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결국 한지훈의 눈치를 살피던 나계홍은 기사를 향해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지훈의 뜻에 따라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한편 그 시각, 우연 그룹의 건물 아래에는 이미 고급 승용차가 가득했다. 나 씨 집안의 차량들은 그 주변에서 전혀 한 발자국도 나
나한비는 나계홍의 차가운 눈빛을 발견하고는, 미처 하려던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삼켜버렸다. 결국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어떤 일이든지 규칙은 지켜야지!”나계홍은 머리를 돌려 나한비를 한번 노려보고는 경고를 하였다.사실 그의 의도는, 이 사람들 중에서 진정한 강자는 한지훈이었기에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는 그 어떤 졸개들도 입을 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계홍은 너무나도 가벼운 나한비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이내 나한비가 물러나고 나서야 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말했다.“비켜!”한지훈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매우 위엄이 있었다.그러자 장지중과 그 중년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신이 바로 한지훈이야?”중산복의 남자는 기분 나쁜 눈빛으로 한지훈을 훑어보았다.하지만 한지훈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고 한 손을 짊어진 채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그 순간, 중산복 남자의 얼굴색이 갑자기 어둡게 가라앉았다.뜻밖에도 한지훈에게 무시를 당할 줄은 몰랐다.‘설마 나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거야?’ 들끓는 분노에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기 시작했다.심지어 나씨 집안 사람들은 아예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약 20~30명 무리의 대오가 재빨리 중산복 남자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한지훈! 너...”바로 그때, 중산복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몸을 돌려 한지훈을 불러 세우려 했지만 한지훈은 이미 우연 그룹 사무 청사로 들어간 상황이었다.그렇게 비바람 속에서 남자는 혼자 남게 되었다.“에이, 곽연, 됐어. 조금만 있으면 원 가주님이 도착하실 거야. 한지훈이 기세등등할 시간도 이젠 며칠 안 남았다고!”이때 한 중년 남자가 중산복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하지만 잔뜩 화가 난 중산복 남자는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위를 내려놓은지 3개월도 안 되어 한지훈이 강중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특별히
하지만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맞은편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저 덤덤한 표정을 한 채 주차된 차로 향했다. 바로 그때, 원효천은 다소 경멸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힐끗 보았다.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그룹에서 왔대?”원효천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원 선생님, 저 사람들은 전부 나 씨 그룹의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오늘 원 선생께서 직접 강중에 이렇게 오신 날, 나 씨 집안은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인사도 하지 않았고요.” 장지중은 이때다 싶어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 말했다. “뭐라고?”뜻밖에도 나 씨 집안이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원효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흥! 한지훈, 네가 감히 나랑 대립하려 하다니!”원효천의 굵은 목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사방 몇 리 안에서도 똑똑히 들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지훈은 여전히 원효천을 전혀 상대하지도 않고 강우연을 도와 차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태연하게 웃고 떠들며 차 안으로 올라탔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효천을 한 번도 흘겨보지 않았다. 심지어 나 씨 집안사람들조차도 맞은편에 있는 이들을 아예 투명 인간 취급했다. 뒤이어 차는 곧바로 망성루 방향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무시를 당해본 원효천의 안색은 순식간에 보기 흉해졌다. 게다가 끊임없이 비만 주룩주룩 내리던 하늘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덮쳤다. 쾅쾅! 이때,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소리에 원효천 뒤에 서있던 상업계 거물들은 다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찬가지로 앞줄 조수석에 앉아있던 나계홍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효천의 몸에 비 한 방울도 닿지 않는 놀라운 장면을 바로 보아냈다. 하지만 한지훈한테서는 이런 능력을 전혀 보아내지 못했다. 설마 자신이 라인을 잘못 탄 건 아닐까 생각에,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한지훈 또한 백미러로 놀라운 이
“가능하면 대부분의 업무는 아래의 부하 직원한테 맡겨도 돼. 직접 부담할 필요는 없어.”강우연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전국적으로 수출하는 약품의 각종 규격은 모두 우연 그룹이 심사해야 하는 상황에 이것은 절대 보통 업무량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 감히 그 어떤 사장도 마음 놓고 놀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과도한 업무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일반 직원들조차도 여러 직책을 겸해야 했다. “에휴, 그렇게 쉬운 게 어디 있어요. 하마터면 저희 회사 경비원까지 동원할 뻔했어요!”강우연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럼 증원해!”한지훈은 담담하게 직원 증원을 제안했다. 우연 그룹의 현재 업무량으로 볼 때 그 일손은 턱 없이도 부족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의약을 잘 아는 사람은 너무 적어요. 심지어 저희 회사의 일부 최고 인재들은 이미 각 의약 기업에 스카우트까지 되었고요. 증원한다고 해도 단지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만 모집할 수밖에 없어요. 난감한 상황이죠...”강우연은 현재의 상황에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강 회장님, 저희 회사에는 오히려 회장님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만약 회장님께서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인재들을 우연 그룹에 파견시킬 수도 있습니다!”나계홍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끼어들며 말하다. 하지만 강우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 씨 그룹도 큰 회사라 일손도 넉넉하지 않을 텐데.” “괜찮습니다. 강 회장님을 도와줄 수 있는 거만으로도 저희는 영광입니다!” 나계홍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몇 분간의 설득 끝에, 강우연도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계홍은 어차피 한지훈과 한 배에 올라탔으니 이제 모든 것은 하늘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령 나중에 나 씨 집안이 정말 강중의 각 세력으로부터 배척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꽤나 진심 어린 나계홍의 표정을 보아낸 한지훈은 그를 계속하여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생각보다 괜
마침 망성루 입구에 서있던 귀빈들은 손에 장검을 든 채 살기등등하게 한지훈에게로 돌진하는 곽연을 발견하고는 급히 유리문 뒤로 피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나 씨 집안사람들도 잇달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반인들이었기에, 곽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석처럼 얇은 연검은 그의 손에 잡히게 되자 말이 안 되게도 강철처럼 단단하게 변해버렸다. 얼핏 봐도 곽연은 절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연아, 계단 조심해!” 한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망성루의 계단을 바라보며 강우연을 일깨워 주었다. 강우연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한지훈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한 줄기 검기가 겹겹이 물결을 일으키며 한지훈을 덮쳤다. 마침 옆에 서 있던 나한비는, 얼굴에 튀는 물을 맞게 되고는 매우 아파했다. 그 검이 한지훈의 등을 찌르려는 순간, 나계홍은 급히 한지훈의 뒤로 한걸음 내디디여 그를 막았다. “꺼져! 죽을래!”그러자 곽연은 나계홍에게 노호하였다. 그가 이미 던진 검은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었다. 만약 이 검이 나계홍을 덮치게 된다면, 그의 몸은 바로 두 동강 날게 뻔했다. 그러나 곽연이 죽이려는 사람은 나계홍이 아니라 오직 한지훈뿐이었다. “땅!”바로 그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줄기의 차가운 억새가 공중에서 반짝반짝 떨어졌다. 죽음을 직감한 나계홍은 눈을 살짝 감고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일단 검이 그의 몸에 닿게 된다면 그는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계홍은 내심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지훈이 절대 자기가 이렇게 허무히 죽는 것을 가만히 보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나 씨 집안의 앞날을 위해 희생하는 건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게 되자, 모든 나 씨 가족들은 참담한 마음에 동시에 눈을 감았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 순간, 그는 자신의 앞가슴의 살갗이 터지게 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가슴에 난 큰 구멍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게 내 심장이라고?’ “한...”곽연은 말을 반쯤 내뱉기도 전에 갑자기 눈앞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큰비 속에 쓰러지게 된 곽연의 시체를 본 곽 씨 집안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크게 놀랐다. 그제야 한지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전에는 줄곧 한지훈이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크게 후회하게 됐다. ‘한 손으로 숨통을 조여버릴 수 있는 괴물은, 회피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많은 사람들은 내심 크게 놀란 한편, 저도 모르게 한지훈이 원효천에게 대한 태도를 다시금 연상하게 되었다. 설마... 그중에서도 나한비는 역시나 나 씨 그룹의 사업을 물려받을 가장 유력한 젊은 상속자답게, 머릿속에 이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눈치 빠르게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한 선생님, 강 회장님, 어서 오세요!” 전부터 나계홍이 한지훈에게 인생을 걸었을 때, 줄곧 불쾌한 기색을 보였던 나한비의 태도는 아예 180도로 바뀌게 됐다. 그는 주동적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을 도와 문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뒤에서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던 졸개들까지 한쪽으로 밀쳐내며 아부를 하였다. 그로 인해 빗물이 자신의 몸을 젖게 되어도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한지훈 같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한지훈은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이내 강우연과 팔짱을 낀 채 망성루로 들어갔다. 뒤이어 나 씨 집안사람들도 황급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에게 대해 험담을 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도 나계홍의 안목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한 선생님, 여기... 이쪽으로 오세요!”어느새 나계홍의 얼굴색은 백지장처럼 창백
원효천의 말을 듣고 난 한진욱은 그제야 크게 안심했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들은 모두 똑똑히 보아냈다. 원효천이 당당하게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아예 무시하고 바로 차에 올라타 떠나버렸다는 것을. 그 말은 즉, 한지훈은 정면승부할 용기가 없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히 상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이젠 마음가짐을 잘해야 합니다. 원 가주님께서 이렇게 흔쾌히 저희를 도와주려고 한 이상, 저희 또한 굳게 마음먹고 우연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끝내야 합니다!”이때 무리 속에서 한 40대 중년 남자가 일어서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적지 않은 의약 회사 대표들은 하나같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모두들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한지훈은 이제 더 이상 북양 왕도 아닙니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권력도 없고 병권도 없기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할 겁니다. 오직 죽음의 길밖에 없다고요!”옆에 앉아있던 원상용도 이 틈을 타 한마디 덧붙였다. ‘한지훈이 이젠 북양 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 소식은 아직 강중에까진 전해지지 않았었다. 설사 용경에 전해졌다 하더라도 진실에 대해 아는 사람은 상위층 사람들뿐이었다. 사실 이 일에 대해 국왕은 철저히 비밀로 하라고 명령했었다. 일단 한지훈이 옷을 벗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게 되면 용국 변경의 각 나라들은 또 움직이려고 수를 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 가주님, 그게 사실입니까? 한지훈이 이젠 일반 서민이라고요?”여전히 의심 가득하던 상업계 거물들은 일제히 물었다. 그들의 질문에 원상용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원효천을 한 번 흘깃 보았다. 원효천 또한 더 이상 숨길 의사가 없어 보이자 그제야 그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지훈은 용경에서 국왕과 갈등이 생긴 후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떠났고, 그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던 국왕도 이젠 포기한 겁니다. 즉 그는 스스로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육천릉은 한지훈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자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어젯밤에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서둘러 사진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사진은 다소 멀리서 촬영된 탓에 꽤 흐릿했지만, 천생서문에 기록된 묘사와는 놀랍도록 잘 들어맞았다.여섯 장의 꽃잎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고, 꽃술 한가운데엔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가 있어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보통 사람의 수명이 이십 년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일성 병왕의 전력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했다.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무도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성장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어떤 종문들은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약까지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무인으로 구성된 특수 군대를 조직하여 국력을 강화하고자 했다.용국 또한 이런 군대를 조직하였지만, 현재는 어느 국가도 감히 용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따라서 용국의 군대는 주로 무력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자소화라는 이 기이한 꽃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한지훈은 예전에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을 보다가, 참가자가 이 자소화를 독초로 착각하고 꺾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던지!영기가 되살아난 지금, 이와 같은 신기한 꽃과 약초는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특히 외국과는 달리, 용국의 오대 명산에서는 자소화의 효과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그 때문에 대량산은 단시간 내에 수많은 종문에 의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육천릉이 보낸 자들도 멀리서 겨우 이 한 장의 흐릿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였다.“보아하니, 이 자소화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겠군.”한지훈
수년 후.산성시의 옥기 상점 안, 장발의 사내가 한 쌍의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소년은 얼굴에 앳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모두 본받을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소녀는 더욱이 품새 하나하나에 눈에 띄는 기세와 무형의 위압이 서려 있었다.“여보, 애들 좀 쉬게 하지 그래요? 조금 있다가 도청도 불러서 다 같이 캠핑 가요, 어때요?”강우연은 캠핑에 쓸 텐트와 조리 도구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한지훈은 줄곧 이곳에 은거하며, 한편으로는 천생서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큰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도 제법 많은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지만, 한지훈이 정한 세계의 판도를 감히 뒤흔드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국 상임이사 자리는 바로 용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의 운영 방식조차 모두 용국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다.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용국 내부조차도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한지훈은 아직 대세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역시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는 그저 이 옥기 상점의 사장일 뿐이었고, 강우연은 그저 옥기 상점의 사모였다.비록 나씨 집안에서 종종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문안하며, 집안 후손들을 수련시키러 보내곤 했지만, 모두 한지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신룡전의 삼대 용존 역시 지금은 모두 이성 천신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작 한지훈 자신은 아직도 일성 준천신계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한지훈이 돌파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신계에 진입한 후 그는 이 경지에 들어선 자에게는 경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상위 경지를 거슬
한편, 오륙 무도학원의 진법루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빛기둥이 솟아올랐다!그 찬란한 빛기둥은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마침내, 진법루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지면 위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나타났다.그 심연 아래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광막이 아른거리며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냈다!이제서야 오대 명산의 고위 무인들도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영기가 이미 고갈되어 그 강대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기의 회복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이 순간, 지표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예전엔 무릎 높이밖에 자라지 않던 목초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를 훌쩍 넘겼으며, 야생 동물들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커진 모습이었다!한 오륙 사냥꾼이 산속에서 몸무게 40킬로그램, 길이 1미터에 달하는 토끼를 사냥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륙의 어민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보도는 또다시 전 세계인의 신경을 자극했다!한때 드문드문했던 숲은 하룻밤 사이에 무성해졌으며, 사막에도 대규모의 오아시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여러 명산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채, 산봉우리들이 치솟으며 기존보다 몇 배나 웅장해졌다!이제 전 세계적으로 무공 수련 열풍이 일었다.특히 용국에서는 무종들이 세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이전과 다른 점은, 무종들이 이제 더는 조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용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무도 재판소가 설립되었고, 이 재판소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무인들을 심판하기 위한 기관이었다!영기의 귀환과 함께, 그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무적천이 갑자기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과 융합되지 못하고 있던 흑룡의 심장이, 이 순간 묘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