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는 백발노인이 더 이상 한지훈을 자극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차라리 한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지훈에게 산 채로 고문당하며 죽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흥! 한지훈,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비무 중 생명을 해치는 것은 무맹의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여기는 무맹의 영역이며, 창릉은 무맹의 본원이다!”“옳고 그름은 아직 네놈이 평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구만리를 풀어주어라!”백발노인은 두 눈을 부릅뜨며 한지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동시에, 높은 단상에 있던 사람들은 백발노인의 등 뒤에서 감춰졌던 한 손이 이미 단검 두 자루를 꽉 쥐고 있음을 분명히 보았다.“구만리를 풀어주라고? 좋다!”한지훈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순식간에 발을 들어 구만리를 세게 걷어찼다!“쾅!”굉음과 함께 구만리의 몸은 짐짝처럼 날아올라 20미터 이상이나 멀어져 있던 단상 위로 떨어졌다.“쿵!”구만리의 몸이 단단히 단상에 떨어지며 먼지가 일었다.이때의 구만리는 온몸이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고, 입에서는 피 섞인 거품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의 몸이 격렬히 경련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 즉사했다.“허억!”단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이 차가운 숨을 삼켰다. 구만리, 구만리가 죽다니?!단 한 번의 기술로 한지훈에게 패배당했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한지훈에게 한 발로 차여 죽다니!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이해되지 않는 점은, 한지훈이 명백히 천성대진 속에 갇혀 있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한지훈! 네 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백발노인은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구만리를 잠시 훑어보더니, 눈빛에서 서릿발 같은 살기를 내뿜었다!이 노인의 실력은 결코 구만리와 맞먹을 수준이 아니었고, 평소라면 그가 구만리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설 일은 절대 없을 터였다.그러나 한지훈이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백발노인은 갑자기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동시에, 임비양이 갑자기 손을
백발노인의 단검이 한지훈의 목에 가까워지며 불과 한 치도 남지 않았을 때, 한지훈의 몸 앞에 갑작스럽게 금빛 광막이 나타났다!“뭐지?! 저... 저건 화산의...”창안백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섰고, 화산의 다른 고수들 몇 명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한지훈이 자신의 검에 맞아 죽을 거라고 확신했던 백발노인은 눈앞에 갑자기 솟아오른 금빛 광막을 보고 놀라며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이미 휘둘러버린 공격은 멈출 수가 없었다!바로 그 순간, 광막 안에서 하얀 빛의 섬광이 튀어나왔다!“으아악!”백발노인은 놀란 나머지 마치 돌처럼 굳어버렸고, 심지어 단검을 쥔 손도 떨리기 시작했다.“쉭!”그가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은 금빛 광막을 뚫고 들어갔고, 몸은 하얀 섬광과 충돌했다! “쾅!”폭음과 함께 백발노인의 몸은 거칠게 날아갔다!하지만 하얀 섬광은 멈추지 않고 백발노인을 날려버린 뒤, 땅에 있는 바위를 폭발시켜 깊이가 3미터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냈다.“푸헉!”백발노인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피를 한가득 뿜어냈다! 그 하얀 섬광은 바로 한지훈이 장도령과 싸우던 때 장도령이 모으지 못했던 천뢰였고, 한지훈은 단지 동방 오우에게서 깨달은 진법을 활용해 그 섬광들을 흡수한 것이었다. 방금 몸이 고정되던 순간, 한지훈은 위험을 감지했지만 다행히 인체의 자기장은 의지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발노인의 검은 한지훈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다!그 하얀 섬광이 나타나자 천지의 기운이 땅 위를 덮으며, 임비양의 정혼진도 효력을 잃게 되었다.한지훈은 몸이 잠시 정체된 것을 느꼈고, 곧 다시 움직임을 회복했다. “방금 누가 비침으로 나를 음해하려 했지? 당장 나와라!”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단상 위를 차갑게 바라보며 소리치자, 임비양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한지훈, 네가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은 것만도 다행인데, 또 강적을 만들겠다는 건가?”임비양의 말투는 단호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한지훈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금빛 벽이 백발노인을 날려버린 것처럼 보일 것이다.그러나 한지훈 자신은 알고 있었다. 하얀 섬광을 방출하는 순간, 그의 온몸의 기운이 거의 소진되었음을 말이다. 지금 그는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온 힘을 쥐어짜 내고 있었다!“한지훈! 지금 뭘 하는 거지?! 무맹의 비무는 규율이 존재한다! 상대가 비무에 응하지 않으면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단해룡이 손가락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차갑게 소리를 질렀다.“내가 함부로 행동한다고? 당신은 함부로 행동하는 게 뭔지 모르나 보군!”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의 발걸음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무맹의 규율을 깨트린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러자 단해룡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화산, 항산, 천산의 사람들도 뒤따라 일어났다!분명 한지훈이 반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면 모두가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단해룡, 임비양, 이천릉! 당신들은 모두 명성이 자자하고 도의의 화신이라고 스스로 자부해왔는데, 당신들이 이렇게 비열할 줄이야!”“거리의 깡패들보다도 못한 짓을 하는군! 너희 같은 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정말 수치스럽다!”대장로는 손가락으로 단해룡 등 사람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지금 다수로 한 명을 이겨 먹겠다는 심보란 말인가?”한지훈은 차갑게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지금 한지훈은 이미 체력이 바닥났지만, 마지막 순간일수록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이는 그가 수백 번의 혈투를 통해 얻은 경험이었다. 자신이 지쳐갈 때 적도 분명 힘들 것이고, 자신이 두려움을 느낄 때 적 또한 두려워하고 있다!“치직... 치직...”공기 중에 작은 전기가 떠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이는 주변의 자기장이 변했기 때문이다.공기 중에는 강력한 압박이 가득했지만 이 압박은 하늘의 위압감도, 한지훈 자신의 기운도 아니었다. 이는 단순히 자기장의 변화가 땅속의 자극에 의해 연쇄적인 영향을
구해 달라고?어떻게 구한단 말인가?단해룡은 공기 중에서 뚜렷이 느껴지는 전류, 아니 정확히는 자기장의 흐름을 분명히 감지하고 있었다!한지훈의 이 일격이 발휘된다면, 하늘과 땅을 뒤엎는 위세로 무엇이든 파괴할 것이다.심지어 단해룡조차 마음 한구석에 확신이 없었다.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한지훈은 그조차 건드릴 수 없는 신예였다는 것을!원래 그는 이 싸움에 얽히지 않고 은거할 수도 있었고, 계속해서 수련에 전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너희가 나를 절망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싶다면, 오늘 여기 있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이 순간, 한지훈은 이미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명산? 무맹?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국왕과 백성마저도 잡초처럼 여기는 이 사회의 해충들이 하루라도 더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마치 공기를 낭비하는 짓과 다를 바 없었다!한지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 하얀 빛이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뻗어 나갔고, 그는 주먹을 들어 올려 강렬하게 내질렀다.“치직!”방금 전까지만 해도 머리카락 굵기였던 전류가 순간적으로 물통만큼 굵어졌고, 창릉산 전체가 끊임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마치 규모 10의 대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겁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땅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큰일 났다! 청령산이 무너지고 있어!”“제발 살려줘! 난 아직 젊다고!”“맹주님, 한지훈을 놓아주십시오! 저희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순식간에 울부짖는 소리와 구해 달라는 목소리가 뒤섞여 끊이지 않았다.그때, 물통만큼 굵은 전기가 백발노인의 몸을 직격했다.“치익!”백발노인은 순식간에로 숯덩이로 변했고, 미풍에 의해 흩날리며 산과 숲의 거름으로 사라졌다.“천하가 뒤집히리라!”한지훈의 이마에 핏줄이 솟아오르며, 주먹을 휘두르는 동시에 강렬한 하얀 빛이 손에서 퍼져 나왔다.이는 그의 체내 자기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결과였다!곧 거대한 에너지의 빛줄기가 형성되며, 마치 하늘로 통하는 탑처럼 단해룡 등이 서 있는 단상을 향해 무
하늘에는 갑자기 높이가 수백 장에 달하는 금빛 장벽이 나타났다!“쾅!”거대한 빛줄기는 금빛 장벽에 충돌하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빛줄기가 사라지자, 창릉산의 진동도 멈추었고, 공기 중의 무거운 압박감 역시 한순간에 사라졌다.모든 것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방금 그 빛줄기가 단상에 떨어졌다면, 단해룡과 그 일행뿐 아니라 창릉산 전체가 평지로 변했을 것이다!빛줄기가 금빛 장벽에 부딪힌 순간, 수백 미터 떨어진 작은 산봉우리 하나가 바로 폭발하여 깊은 흙구덩이가 되었다.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단해룡조차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오직 창안백만이 기뻐하는 얼굴로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푸른 도포를 입고, 한 손을 등 뒤로 짊어진 중년 사내가 산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고 있었다.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이처럼 대단한 수를 펼쳤으니 화산 진종의 수장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위세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흥, 한지훈, 네놈이 참으로 건방지구나!”중년 사내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겨 제단 위로 올라왔고, 매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직시했다.이 시각, 한지훈은 체력을 극도로 소모한 상태였다.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는 마치 수천 근이나 되는 무게처럼 느껴졌다.그는 눈앞의 중년 사내를 보며 절망감이 몰려왔다.“이건… 큰일이군!”한지훈은 이를 악물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온 힘을 다해 간신히 몸을 똑바로 세웠다.“한지훈, 네놈이 이 경지까지 이를 줄이야! 정말로 뜻밖이구나!”중년 사내는 뒷짐을 진 채, 눈빛에 약간의 감탄을 담아 한지훈을 쳐다보았다.그러나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서 일어설 뿐, 입을 열지는 못했다. 입을 열어 한마디라도 하면 숨이 막힐까 두려웠고, 그때가 되면 그의 체력이 견디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허회원 사부님이시다!”몇몇 화산 진종의 제자들이 기쁨에 넘쳐 소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 만약 이 천성대진이 없었다면, 네놈을 죽이는 건 가축을 죽이는 것만도 못했을 것이다!”한지훈은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허회원은 깊은 시선으로 한지훈을 한참 동안 응시했고, 등 뒤에 감춰진 손은 단단히 주먹을 쥐고 있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건방진 녀석, 나를 가축처럼 죽이겠다니?! 그래, 한지훈 네놈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점은 인정하마. 수많은 강적 앞에서도 이렇게 침착하다니 말이다.”“하지만 침착함은 전장에서 익힌 노련함을 보여줄 뿐, 실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네가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정말 우습구나!”이 말을 한 허회원은 몸을 돌려 단해룡을 향해 말했다.“단 맹주, 천성대진을 철수시키시오. 오늘 내가 이 오만한 북양왕과 제대로 겨뤄봐야겠소!”“허억!”그러자 단해룡은 숨을 들이마시며 경악했다.“허 선배님, 이건... 이건 아무래도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의 실력은...”“뭐라고?!”허회원이 눈을 부릅뜨며 살벌한 기운을 뿜어냈다. “허 선배님,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제 말은 저자가... 저자가 맹수와도 같은 자이니, 그를 감옥에서 풀어주면 우리를 해칠 위험이 크다는 뜻이었습니다!”단해룡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실제로 오대 명산의 각 수좌들 중 천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천신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고, 공약에 따라 몇몇 명산에도 천신계 강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천신계 강자들은 세속에 간섭할 수 없었고, 천신계는 단지 장식에 불과했으니 그들 스스로도 실력을 숨기는 것이 나았다. 따라서 같은 경지에서는 한지훈이 이미 정점에 오른 사실을 단해룡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천성대진을 철수시킨다면 누가 한지훈을 가둘 수 있겠는가? 그가 전력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누가 잠당 할 수 있는가?! 게다가 만약 허회원이 한지훈을 막지 못한다면, 결과는 매우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더는 말이
이때 허회원은 뒷짐을 진 채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한지훈 앞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단상 위의 사람들도 일제히 일어나 허회원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했다.심지어 평소에 오만하기로 유명한 임비양조차 허회원에게 깊이 허리를 굽혔다.사실 방금 허회원은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 착각을 심어주었다.그것은 바로 한지훈이 그의 앞에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심지어 허회원 자신마저도 그런 착각에 빠져 있었다!방금 그는 한지훈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손쉽게 막아냈기 때문이었고, 이는 무공에 대한 이해와 진법 운용에서 그와 한지훈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음을 의미하는 듯했다.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그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방금까지 한지훈은 천성대진에 갇혀 있었으며, 그의 전력을 발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천성대진에 의해 그의 힘이 억제되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힘의 10분의 1조차 발휘하지 못했다.따라서 허회원이 한지훈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한지훈이 억압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허 선배가 계신 이상, 오늘 너는 반드시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임비양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사실, 이들은 애초에 화산이 허회원 같은 중량급 인물을 파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리고 허회원이 등장한 순간, 오늘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고, 많은 이들이 한지훈을 향해 비웃음을 지었다.특히 동방소와 원상용은 더욱 한지훈을 향해 냉소를 지어 보였다. 비록 한씨 가문이 한때 용경의 제일 가문이었고, 용국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었으나, 한지훈은 아직 너무 젊었다.더군다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한씨 가문과 떨어져 자랐기에 용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명산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들의 수많은 비법과 수단 덕분이었다.단해룡과 허회원이 같은 경지라 할지라도, 단해룡 두 명이 붙어도 허회원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한지훈은 이제
이 장면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감탄을 터뜨렸다.그것은 화산의 8대 절기 중 하나, 포광검영이었다!사실 그것은 단순한 햇빛이 아니라 검광이었고, 진법의 환영 효과로 인해 사람들은 그것을 평범한 햇빛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빛에 직접 노출된 자만이 그것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아무리 강력한 방어를 해도, 빛을 막을 수 없는 법. 그러나 막지 않는다면, 그 검광은 실제 보검보다도 열 배는 더 날카로웠다.한지훈은 잠시 방심한 사이, 검광의 한 줄기에 몸을 찔리고 말았다. "쉭!"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몸에는 백여 개의 가는 혈흔이 생겨났으며, 각각의 상처는 뼈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한지훈, 어떠냐? 죽기 전에 우리 화산의 8대 절기 중 하나를 보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영광이지 않느냐? 하하하!"창안백은 한지훈이 부상을 입은 것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단상 위에 있던 다른 이들도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대장로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이 무도한 무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러나 허회원 앞에서는 대장로조차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며, 두 사람의 지위는 너무나도 차이가 컸다.대장로는 고사하고 무종 전체도 그의 안중에 없을 것이며, 게다가 이곳은 무맹의 홈그라운드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보았느냐? 스승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려 한 것은 네 재능을 아껴서이지, 결코 내가 너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다!""네놈을 죽이는 데에 이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지!"허회원은 손에 든 검을 가볍게 흔들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하아, 오늘 한지훈이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구나.""흥, 한지훈이 굴복할 리 없지. 북양왕이라는 자존심이 있는데, 나라도 체면 때문에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을 거야!""구만리를 쉽게 제압했다고 해도, 명산의 진정한 강자들 앞에서는 아직 한참 멀었군 그래!"군중 속에서 몇몇 나이 든 문주들이 수군거리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