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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봄가을
눈물 범벅이던 강우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저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정말 환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기마저 했다.

가장 절망스러운 순간, 5년 동안 수없이 그리워했던 그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이 상황을 인지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드디어... 드디어 왔네요. 드디어...”

한지훈은 품에 안긴 가냘픈 그녀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확연히 마른 몸이 그 동안의 고생을 말해 주는 듯했다.

강우연의 눈물과 핏방울을 닦아주던 한지훈의 눈동자는 그녀의 총상을 발견하고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

심장과 단 몇 센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정말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치솟았다.

“으악, 으흑흑...”

한편, 김태우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양예나의 등을 다시 꾹 밟았다.

비록 등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양예나는 감동의 미소와 함께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몇 미터나 되는 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강우연을 구하던 그 모습, 마치 영화속 멋진 남자주인공, 동화속 왕자님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와 동시에 양예나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설마... 저 남자가 고운이 아빠?’

“우연아, 드디어... 드디어 만났구나. 축하해. 이제 저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게...”

속삭이듯 이 말을 내뱉은 양예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스르륵 눈을 감았다.

“탕!”

김태우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 양예나의 두 다리를 관통했다.

“꺄아악!”

양예나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태우는 저 멀리 서로를 안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며 악을 썼다.

“당장 잡아! 저 자식들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오라고!”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우고 김태우와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타워 팰리스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눈에 들어온 강우연과 한지훈.

뭐 애틋한 커플이라도 되는 듯 서로를 꼭 안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눈꼴 사납게 느껴졌다.

“야, 너 뭐야! 누군데 갑자기 훼방을 놓고 난리야!”

기세등등하게 달려온 김태우가 바로 한지훈의 미간 사이에 총구를 겨누었다.

동시에 나무에 앉아있던 새들 역시 까악까악 불길한 울음소리와 함께 날아오르며 긴장감 넘치는 이 상황의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하지만 총구가 급소를 겨눈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지훈의 시선은 오직 피투성이인 강우연에게 꽂혀있었다.

지난 5년간, 복수에 미쳐 존재 조차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죄스러웠고 죄책감이 작은 가시처럼 그의 양심을 콕콕 찔러댔다.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벙긋거리던 한지훈이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우연아. 그 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아서 미안해...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우리 고운이 만나러 가는 거야.”

한지훈의 품에 안긴 강우연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너무 힘들다. 이대로 그냥 자고 싶어... 이렇게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안겨본 게 얼마만이더라... 지난 5년간,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시간이 그냥 멈췄으면 좋겠다... 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다음 순간, 공주님 안기로 강우연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 김태우가 다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지금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여 봐. 바로 쏠 거니까.”

김태우도 아예 바보는 아닌지라 지금 눈앞의 이 남자가 강우연이 지난 5년간 그토록 잊지 못했던 남자, 그 짜증 나는 계집애의 생부라는 것을 말이다.

꿈에서마저 부숴버리고 싶던 그 남자였는데... 실제로 만나면 죽여버리라 마음을 먹고 또 먹었었는데...

그 생각도 잠시, 한지훈이 고개를 돌린 순간, 그 서늘한 눈빛에 김태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저승의 염라대왕을 실제로 보면 저런 얼굴이지 않을까 싶은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것은 자신보다 훨씬 하등한 것을 내려다 보는 경멸이 가득 담긴 눈빛, 손가락에 힘 조금만 주면 바로 짓이길 수 있는 벌레를 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김태우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꼴에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덜덜 떨며 더듬거리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내가 누군지 알아? 금조그룹 김정필 회장이 우리 아버지야. 내... 내 털끝 하나 건드려 봐. 넌 물론이고 강우연, 그리고 너희 두 사람이 낳은 그 더러운 핏줄까지 전부 죽여버릴 거니까.”

온힘을 다해 이 말을 외친 김태우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가 힘이라도 풀리면 안 되지 싶어 발끝에 힘을 꽉 주었다.

‘왜... 왜 이렇게 겁이 나는 거지? 굳이 아버지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저 자식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어 봐. 지난 5년간, 연락 한 번 안 하고 잠수를 탔겠어? 쫄지 마, 김태우. 넌 금조그룹 유일한 후계자, 김태우야.’

한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흐릿해지는 정신을 겨우 부여잡은 강우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놔요. 어차피 우리 두 사람 다 여기서 나가는 건 불가능이에요. 지훈 씨라도 가서... 우리 고운이 지켜줘요. 진심으로 아빠 보고 싶어 했으니까..”

총상도 입었겠다. 부상을 입은 채 함께 도망치다 한지훈에게 짐이나 되느니 차라리 한지훈이라도 도망치게 두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한 말이었다.

‘지훈 씨라면... 우리 고운이 잘 키울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 하나쯤은... 그냥 죽어도...’

하지만 한지훈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강우연을 더 꽉 끌어안았다.

“걱정하지 마. 고운이는 내가 이미 안전한 곳으로 옮겼어. 치료도 잘 받고 있으니까 곧 깨어날 거야.”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 정말이죠? 다행이다... 흑...”

“으아아악! 내가 죽여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야!”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의 팔이 홱 꺾이고 다음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방금 전까지 그의 손에 쥐고 있던 총은 어느새 한지훈의 손에 들려있었다.

“으아아악!”

놀라움 뒤에 느껴지는 건 바로 극심한 고통,

기괴하게 비틀어진 팔을 끌어안은 채 그대로 주저앉은 김태우가 부들부들 떨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왜? 날 죽이기라도 하려고? 우리 아빠가 금조그룹 회장이라고! 네가 감히 날 죽일 수 있겠어? 그... 그래. 돈, 돈 줄게. 그냥 곱게 보내주면 1억, 10억, 아니 100억도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하지만 총을 빼앗은 한지훈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그딴 짓을 저지르고도 살 수 있길 바랐어?”

“안 돼요... 안 돼. 저 사람 정말 금조그룹 회장 아들이라고요.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얼른 도망쳐요.”

지난 5년 동안 한지훈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걸 이뤄냈는지 알 리가 없는 강우연은 행여나 그가 이 자리에서 정말 사고라도 칠까 봐, 그래서 일이 더 커지게 될까 봐 걱정되는 마음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김태우의 경호원들 역시 비수와 곤봉을 꺼내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일단 도련님부터 엄호해!”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장정들을 바라보던 강우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매서운 기세로 뛰어오던 남자들은 한지훈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살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매서운 눈빛, 사냥감을 노려보는 살모사 같은 독기 어린 눈빛, 나름 싸움 좀 한다하는 이들이었기에 이 정도 기백은 아무나 함부로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차마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뭘 멍하니 서 있어! 저 자식... 당장 죽여버려! 저 자식 목 따는 사람한테 내가 1억, 아니 10억 줄게!”

한쪽 구석에 널부러진 김태우가 마지막 기운을 짜내 소리쳤다.

‘뭐? 10억?’

거금의 유혹에 경호원들 중 누군가가 먼저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선 한지훈의 킥에 맞은 남자는 퍽 하는 굉음과 함께 십여 미터를 나가떨어져 주차된 차량에 부딪혔다.

“으아아악!”

혼자서 공격해선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경호원들이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모두들 단 한 번의 공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엉금엉금 기어 먼 곳으로 대피한 김태우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 자식 뭐야. 뭐, 용병 이런 거야? 무슨 싸움을 저렇게 잘해!’

이 급박한 상황에서 김태우의 머리를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바로 이대로 있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다였다.

여전히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는 팔을 부여잡은 김태우가 비굴하게 일어서며 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탕!”

하지만 그를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던 한지훈이 쏜 총알은 정확히 그의 다리를 명중했다.

“으아아악! 너 뭐야! 가까이 오지 마! 저리 가! 저리 가라고!”

다리에서 줄줄 흐르는 피가 어느새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핏더미에 그대로 꼬꾸라진 김태우는 사신처럼 스르륵 다가오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기겁했다.

하지만 김태우의 비굴한 애원에도 한지훈의 마음은 점점 차갑게 굳어만 갔다.

‘김태우... 내가 널 어떻게 이대로 보낼 수 있겠어. 내 딸을 사지에 몬 것도 모자라 내 여자까지 죽일 뻔한 너를 어떻게...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이고 싶지만... 그러진 않을 거야. 이대로 죽는 건 너무 아쉽잖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뭔지 보여줄게. 넌 물론이고 네 가족들까지 너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질 거야...’

“안 돼! 안 돼요, 지훈 씨! 제발 진정 좀 해요.”

이때 강우연이 한지훈 앞을 막아섰다.

“저 사람 재벌집 아들이라고요. 금조그룹 회장이면 말 한 마디로 나랑 당신 우리 고운이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도 있어요. 제발... 제발 그냥 보내줘요. 나 더 이상 지훈 씨랑 우리 고운이 위험해지는 거 싫어요...”

하지만 강우연을 꼭 껴안은 한지훈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연아, 저 자식... 지금 내가 곱게 보내준다 해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날 믿어. 내 방식대로 깔끔하게 해결 할 테니까.”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비수를 주운 한지훈이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바닥을 기는 김태우의 뒤를 천천히 쫓았다.

터벅터벅.

한지훈의 발걸음 소리를 느낀 김태우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더 빨리 움직였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독 안에 든 쥐 신세일 뿐이었다.

그리고 곧 한지훈의 손에 들린 비수가 김태우의 사지를 관통했다.

“으아아악! 야, 너 미쳤어.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뭔데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 이러고도 네가 무사히 살 수 있을 것 같아. 너뿐만 아니라 네 여자, 네 딸까지 전부 죽을 거야.”

김태우의 귀신 같은 처참한 울부짖음이 건물을 가득 채웠다.

한편, 차마 이 처참한 광경을 지켜볼 수 없었던 강우연은 두 눈을 막은 채 다급하게 외쳤다.

“지훈 씨, 얼른 가요. 금조그룹 사람들이 들이닥치면 그땐 정말 끝이에요. 제발, 어서요!”

가녀린 팔로 자신의 등을 미는 강우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지훈은 왠지 기분이 묘해졌다.

‘금조그룹? 그딴 그룹 따위 트럭째로 덤벼도 두렵지 않지만 우연이한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윽...”

그때, 갑작스레 힘을 주어서인지 강우연이 비명소리를 흘리며 뒤로 넘어갔다.

“우연아, 괜찮아?”

허둥지둥 그녀의 허리를 잡은 한지훈의 질문에 강우연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

“얼른 가. 제발... 우리 고운이 아빠까지 잃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저 멀리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강우연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우리 조카를 이렇게 만들고 어딜 가!”

타워 팰리스 앞에 수많은 차들이 멈춰서더니 족히 백 명은 되어 보이는 남자들이 차례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검은 코트에 시가 담배를 입에 문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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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큰 사건을 앞드고 있어서일까? S시 전체에 기이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그리고 잠시 후, 송호문의 사무실.그의 앞에는 김정학의 세 숙부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묘한 분위기의 정적 끝에 세 사람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송 청장, 며칠 뒤에 우리 가문에서 아주 성대한 행사를 열 예정이네. 장소는 여기 지도에 그려진 범위, 참여 인원은 약 2000명쯤 될 것 같아. 송 청장 애들이 괜히 이 근처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행여나 우리 가문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들린다 해도 행사가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했으면 좋겠네. 괜히 안 좋은 일에 휘말릴까 봐 걱정돼서 그래. 우리 송 청장,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너무나 무례하고 건방진 요구에 송호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김해준 이사장님! 이곳은 S시 경찰청입니다. 이사장님 집 안방이 아니라고요. 이사장님 말씀이 정말 통하실 것 같습니까? 경찰청 청장을 이렇게 협박하고도 정말 무사할 거라 생각해요? 그쪽 집안과 관련된 그 추잡한 일들 제가 정말 탈탈 털어볼까요?”송호문의 가슴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재벌가 사람들에겐 대통령마저도 청와대를 잠깐 스쳐가는 손님일 뿐이라지만 공권력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렇게 대놓고 협박할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하지만 그의 분노에도 세 사람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하, 송 청장, 그래. 자네가 우리 가문이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거 우리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조카가 동원구 군단장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자네가 주장하는 우리 가문의 범죄들, 아직 혐의에 불과하지.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잡은 거 없을 텐데... 우리도 어디까지나 좋은 마음에서 자네를 만나러 온 거란 걸 알아줬음 좋겠네. 우리 송 청장 다칠까 봐 진심으로 걱정되는 마음에서 말이야.”말을 마친 김해준 일행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혼자 남겨진 송호문은 한참을 씩씩대다 결국 찻잔을 바닥에 내팽개쳤다.“미쳤어!

  • 용왕사위   제13화

    문앞을 막은 직원들이 바로 허리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서고 그 사이로 지팡이를 든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백발이 무성하고 거동도 편치 않은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죽지 않은 날카로운 시선이 남자가 한때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는지 그대로 말해 주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바로 고개를 숙였을 그 눈빛도 전장에서 진정한 죽음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꼈던 한지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기에 태연하게 그를 맞이했다.한편, 혐오 가득한 시선으로 강우연을 훑어보던 강준상이야말로 한지훈을 마주한 순간 움찔하고만다.‘저 청년... 어떻게 저런 눈을 가지고 있지? 마지 사신 같아. 아니, 맹수 같은가... 어찌 보면 세상 풍파 다 겪은 노인 같은 눈이기도 하군.’강준상, 50년째 강운그룹 회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존재, 강운그룹을 삼류 중소기업에서 지금의 대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했다.“할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우연이 글쎄 남자랑 같이 집에 돌아왔다니까요. 게다가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할아버지더러 직접 마중까지 나오라고 하는 건지...”강준상을 부축해 함께 나온 강희연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강희연, 강우연의 사촌언니인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동생을 싫어하게 된 걸까?이 모든 감정의 시작은 바로 질투였다.딸이라곤 강우연, 강희연 둘 밖에 없는 집안이었지만 강희연이 아무리 노력해도 할아버지 강준상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손녀는 바로 강우연이었다. 먹고 입는 것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건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도 강준상은 항상 강우연을 대동했으니까.5년 전, 결혼도 하지 않은 강우연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집안에서 쫓겨난 뒤에야 강희연은 그 자리를 대신해 강준상의 곁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그래서 강희연은 강우연이 증오스러웠고 다시 나타난 그녀의 존재가 너무나 불안했다.이제 겨우 익숙해진 이 모든 것들을 전부 빼앗아가는 건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한편, 강준상은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 용왕사위   제14화

    김정호는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교진산의 부하들에 의해 쫓겨났다.전화 한 통에 교진산이 이토록 이상해지다니…… 김정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이마에 식은땀이 나기까지 했다.그는 그 전화 한 통이 한지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김정호는 인맥이 꽤 있는 편이라 이미 한지훈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구체적인 정보는 아예 찾을 수가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정호가 이곳에 온 이유다.“가자! 빨리 데려다줘!”심상치 않은 기운에 김정호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꼈고 빨리 자신의 형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김씨 가문이 상대하기에도 한지훈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그런데, 김정호가 도로에 진입했을 때 주위에 4대 녹색 지프차가 나타나 거칠게 그들을 막아섰다.끼익!급정거로 인한 괴성이 온 거리에 울려 퍼졌고 김정호의 자동차는 지면에 긴 검은색 타이어 자국을 남겼으며 타이어에서는 흰 연기나 뿜어져 나왔다.“무슨 일이야?”뒷좌석에 앉아있던 김정호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는지 소리쳤다.앞좌석 부하가 내려서 상황을 살피려는 찰나, 차 문은 밖에서 벌컥 열렸다.검은색 중산복을 입은 특수요원들이 직접 차량 통제에 나섰다.몇몇은 총을 김정호의 머리통에 겨누더니 차갑게 말했다.“김정호! 당신은 지금부터 외부와 아무런 연락도 할 수 없어! 압류되었다고!”김정호는 너무 화가 나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아주 제멋대로네? 죽고 싶어 환장했어?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는 거야? 나 김정호야! S시 김씨 가문이라고, 내가! 누가 시켰는지 당장 말해! 어디 낯짝이나 보자!”“나야!”갑자기 사람들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한민학이 뒷짐을 지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자기 군복과 모자를 고쳐 쓰더니 말했다.“김정호, 오랜만이야! 별일 없지?”“뭐 하자는 겁니까? 나한테 감히 뭐 하는 짓이냔 말입니다!”김정호의 얼굴빛은 잿빛이 되어버렸다. 한민학이 S시 총사령관이고 본인보다 상급자인 건 엄연한 사실이

  • 용왕사위   제15화

    “도착했습니다!”여느 때처럼 용좌에 앉은 김정필의 주먹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털썩!용오가 온몸이 피투성이인 김태우를 바닥에 털썩 내려놓았다.그 충격에 튀어오른 빗물이 김태우의 온몸 가득 뒤덮인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으아아악, 아버지. 저...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자식들... 좀 죽여주세요! 저... 이제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어느새 피로 물든 빗물 위에 누운 김태우가 저 멀리 거실 쪽에서 보이는 그림자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퍽!”하지만 한지훈은 그 아우성마저 듣기 싫다는 듯 김태우의 등을 거세게 걷어찼다.“야! 한지훈! 너 진짜 죽고 싶어? 여긴 이제 우리 집이야. 우리 구역이라고!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네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아버지가 그 유명한 김정필이야. 네 사지를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아, 아니지. 강우연 그 계집애, 네 마지막 숨을 붙여두고 네 앞에서 강우연 그 계집애를 더럽혀주겠어. 그리고 그 더러운 핏줄도... 내가 진작 죽어버렸어야 했는데!”이제 정말 집으로 왔다는 안도감에서인지 그 동안 정말 금방이라도 죽을 듯 축 늘어져있던 사람이 미친 듯이 날뛰며 온갖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의 등을 밟은 한지훈의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콰직.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으아아악! 아파! 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이대론 정말 가슴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태우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그리고 한지훈 역시 용좌에 앉은 김정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한지훈이라고 했나? 그래. 그 패기 하나는 인정해 주지. 감히 8명만 데리고 우리 집에를 쳐들어와? 꼭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하루살이 같은 꼴이구나. 정확히 3분 주마. 내 아들 풀어줘. 그리고 바짝 엎드려서 우리에게 용서를 빌어라. 그렇게만 한다면 네 가족들만은 용서해 주마.”김정식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저택에서 메아리가 되어 울리고 또 울렸다.하지만 한지훈의 입가에는 도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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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815화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 용왕사위   제2814화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 용왕사위   제2813화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 용왕사위   제2812화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 용왕사위   제2811화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 용왕사위   제2810화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 용왕사위   제2809화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 용왕사위   제2808화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 용왕사위   제2807화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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