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부대와 공병부대? 미쳤나 봐! 어쩜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지!’놀라서 한쪽에 숨어있던 프런트 직원들 역시 경비들에게 둘러싸인 한지훈을 바라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저 사람 미쳤나 봐요! 자기가 뭐 대단한 인물이라고!”“정말 궁상맞아요! 저 사람 때문에 소미 언니 잘릴 뻔했잖아요!”“빨리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요. 아마 조회수 엄청나게 나올걸요?”어느새 보통 직원들도 몰려들어 웃음거리를 기다렸다.갑자기 인파 속에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로 방금 로비에 들어온 오관우와 강희연이다.“희연아, 저거 한지훈 아니야?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어?”오관우가 물었다.강희연은 오관우가 가리키는 곳을 힐끗 보더니 눈빛에 독기가 가득 올라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상갓집 개가 뭐 볼 게 있다고! 보나 마나 누구 건드렸나 보지! 저런 자식은 맞아 죽어도 싸! 빨리 반 부장 만나서 자재 협력에 관해 얘기나 나누자고.”오관우는 냉소를 짓더니 이내 몸을 돌려 접대 비서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같은 시각, 장 부장은 냉소를 짓더니 잔뜩 오버하며 물었다.“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방금 뭐라고? 장갑 부대와 공병 부대? 여기를 쓸어버린다고? 하하하! 다들 들었어? 어디서 이렇게 모자란 놈이 왔어?”‘웃겨 죽겠네! 아직도 이런 얼간이가 있다니. 허파에 바람만 잔뜩 찼네!’경비원들도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젓더니 진압봉을 휘두르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야,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십여 명의 경비원은 다시 한지훈을 에워쌌다.하지만!쿵쾅거리는 소리, ‘다다다’ 발걸음 소리가 밖에서 울려 퍼졌다!인파 속의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저것 봐! 저거… 진짜 장갑차 아니야?”“세상에! 진짜 장갑차야. 한 대… 여덟 대!”“백여 명의 군인이 삽을 들고 오고 있어!”순간,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이안 그룹의 유리 벽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이안 그룹 앞에는 여덟 대의 장갑차와
그 순간 장 부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예전에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위협적인 기세였다.이 사람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하지만 거만함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장 부장은 쉽게 백기를 들고 싶지 않았다.“그럴 리 없어! 이건 사기야! 다 가짜라고! 당신들 사기꾼이지? 군졸을 사칭하는 건 사형감이라고!”장 부장은 당황한 사람들에게 빽빽 소리지르며 해명하기 급급했다.한지훈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장 부장이라는 인간은 정말 매운 맛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절대 순순히 항복할 것 같지 않았다.“경비원! 뭘 멍하니 서 있어? 빨리 애들 소집해서 저것들 제압해! 다 사기꾼이라니까?”장 부장이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질렀지만 경비실 직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이때, 사람들 틈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례하긴! 장 부장 지금 뭐 하는 거야!”사람들 사이로 이한승 회장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현장으로 달려왔다.장재덕 부장은 이한승을 본 순간 구세주를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뛰어갔다.“이 회장님, 저 사기꾼들이 지금 군졸을 사칭하고 들어와서 우리 회사를 쓸어버리겠답니다!”짝!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한승이 손을 들어 장재덕의 뺨을 후려쳤다. 장재덕의 입가에서 비릿한 피가 흘러나왔다.“한 선생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이한승의 싸늘한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회장은 사람들의 의아한 눈빛을 뒤로한 채, 다급히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굽혔다.“한 선생,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들이 결례를 범했군요. 제가 다 처리할 테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경악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뒤돌아선 이한승은 분노한 눈빛으로 장재덕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은 지금 이 순간 부로 해고야! 앞으로 S시에서 그 어떤 회사도 당신을 고용하지 않을 거야!”“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 비밀을 누설한
“민학그룹과 강우연이 같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중간에 원자재 공급상이 필요해요. 대신 좀 알아봐 주시고 거래에 차질이 없게 준비해 놓으세요. 내가 시켰다는 건 비밀로 하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할 사람이 필요해요. ”한지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한승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와 협약을 맺은 원자재 공급회사가 있어요. 내일 사람을 시켜 계약서 준비해 놓으라고 할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사무실을 나섰다.그를 문앞까지 배웅한 이한승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밖으로 나온 오관우와 강희연이 이한승을 발견했다.“관우 씨, 저기 봐. 저 사람 이안그룹 이 회장 아니야?”강희연은 오관우의 팔을 꼭 붙잡고 흥분에 겨워 말했다.“그러네!”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한승을 바라보던 오관우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이 회장이 누구 배웅하나 본데? 그런데 저 차에 탄 사람… 한지훈 닮지 않았어?”그 말을 들은 강희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창을 바라보았다.“이상한 소리하지 마. 한지훈 그 인간이 뭔데 이 회장이 배웅까지 하겠어?”강희연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오관우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 젠장! 요즘은 누굴 봐도 한지훈 얼굴이 보여!”말을 마친 그는 강희연을 끌고 이한승에게 다가가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찬그룹의 오관우입니다. 여기 제 명함이요.”뒤돌아서려던 이한승은 무뚝뚝한 얼굴로 오관우를 힐끗 쏘아보고는 명함을 받았다.“오찬그룹?”말을 마친 그는 명함을 비서에게 건네고는 가던 길을 갔다.반면 오관우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했다.“회장님, 조심히 들어가세요!”이한승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오관우는 싱글벙글하며 허리를 폈다.“희연아, 반 부장이랑 계약서를 쓰고 나오면서 이 회장까지 만나다니! 오늘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강희연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그런가 봐!”“가자! 지난번에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미친 사람 보는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좋다! 공급업체 다섯 곳과 계약하지 못하면 우연이는 그날로 회사를 사직하고 이번 프로젝트는 희연이에게 맡기겠다! 그리고 너 한지훈은 실패하는 즉시 우리 집에서 꺼져!”강준상은 분노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좋습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서경희와 강신은 조바심이 났다.“한지훈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게 무슨 미션인 줄 알고 덥석 받아? 이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우연이 본인도 수락하지 않았는데 네가 뭐라고 대답해!”흥분한 서경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강준상에게 말했다.“아버님, 저는 반대예요. 한지훈 이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우연이 입장을 대변해요!”“맞아요! 이 인간은 누나를 대변할 수 없어요!”강신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한지훈을 힘껏 노려보았다.강희연 일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들을 보며 웃었다.한지훈은 조용히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말했다.“나 한번만 믿어줘.”강우연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믿을게요.”어쩐 일인지 이 순간 그녀는 한지훈이 너무 믿음직했다. 얼마나 어려운 미션이든 한지훈의 말대로 될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강우연마저 고개를 끄덕이자 서경희는 뒷목을 잡으며 욕설을 퍼부었다.“강우연, 너 바보야? 너 왜 그렇게 멍청해? 저 자식이 뭐라고 이걸 덥석 받아? 이 자식이 뭘 할 수 있는데? 아이고… 머리야!”강신 역시 불쾌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 내일 무슨 수로 공급업체와 계약을 따내는지 두고 보겠어!”그렇게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자 술렁거리던 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회의실에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우연과 담담하게 웃고 있는 한지훈만 남았다.강우연은 여전히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지금 공급업체 사장님들을 만
"흥! 무능력해서 가문에서 쫓겨난 주제에 무슨 수로 위기를 해결하겠어? 계속 버티고 있어봐야 웃음거리만 될 뿐이지!""회장님, 지금 당장 강우연을 민학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합니다!"사람들은 너도나도 일어서서 강우연을 물어뜯었다.강우연 역시 긴장되고 두려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계속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한지훈이 빨리 도착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가자 그녀는 점차 희망을 잃어갔다.‘지훈 씨가 나한테 거짓말한 걸까?’서경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 내가 진작 뭐라고 했어? 한지훈 그 자식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내 말을 그렇게 안 듣더니! 이제 어떡할 거야? 그 자식은 나타나지도 않고 너만 여기서 사람들한테 비난 받고 있으니… 당장 그 자식이랑 이혼해. 내가 제대로 된 혼처 알아봐 줄 테니까."강신도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누나, 그냥 포기하고 둘이 짐 싸서 나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사람들의 압박에 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그들에게 사정했다."저는 지훈 씨 믿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잠자코 듣고 있던 강준상이 버럭 화를 냈다."그만! 지금부터 민학 프로젝트는 희연이가 담당한다. 희연아, 지체할 시간 없어. 무슨 수를 써서든 공급업체 다섯 곳을 찾아서 계약해."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내밀었다."이럴 줄 알고 제가 미리 준비했죠. 할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강준상은 흐뭇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주 좋아!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다른 임원들도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정말 잘됐네요! 희연이가 그룹을 살렸어요!""희연이가 업무 능력이 워낙 출중하긴 했죠. 실력도 없으면서 버티고 있는 누구보다는 훨씬 낫네요!""주제를 알면 진작 회사를 떠났어야지! 월급만 축내는 밥통도 아니고!"회의실에는
강준상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빨리! 빨리 마중을 나가야지!"강가의 친인척들과 고위 임원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데 바깥에서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근엄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5인의 거장이 각자 비서를 거느리고 회의실에 들어섰다.회의실에는 고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S시의 원자재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거물들이었다.자산만 다 합치면 10조를 훨씬 넘었고 강운그룹 같은 중소기업은 열 개도 더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강대한 부와 권력의 소유자, 강운그룹 회장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거물들이었다.더욱 그들을 긴장하게 만든 건 이들의 배후에 있는 이안그룹의 이 회장이었다. S시에서도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거물!이 다섯 명의 거장 역시 이한승을 등에 업고 지금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어떻게 다섯 분이 이 누추한 곳으로 함께 오셨습니까? 미리 알지 못해서 마중 나가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강준상은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고개를 바짝 숙였다. 그런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나머지 사람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아부 섞인 웃음을 지었다.필두에 선 영진그룹 방 회장은 이들 중에서도 같은 업계 탑으로 꼽히는 재력가였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강준상을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강 회장님,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인사치레는 사양하겠습니다. 강운그룹에 강우연 씨가 누구시죠?"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준상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강우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강우연 역시 심장이 철렁해서 자신이 혹시 거장들에게 실수한 거라도 있는지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강우연, 부르잖아!"강희연은 강우연이 저들의 눈밖에 난 것이 분명하다고 고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불렀다.강우연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방 회장은 곧장 다가가서 지극히 공
“설마 한지훈이?”회의실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강준상 역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강우연에게 다가가 계약서를 빼앗아 들었다.“장하다, 장해! 이 다섯 업체가 우리 강운그룹에 원자재를 납품해 준다면 우리도 S시에서 한자리 당당히 차지할 수 있겠어! 수고했어, 우연아!”강우연은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다가 어제 한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저 사람들이 그의 지인이란 말인가?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아까 회장님들은 한지훈의 아버지뻘이었다.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지?서경희도 달려와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 약속 지키셔야죠? 우리 우연이가 납품 업체랑 계약까지 따냈으니 총 책임자는 여전히 우리 우연이한테 맡겨야죠.”강준상도 감동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우연아, 열심히 해봐. 할아버지는 널 믿는다!”반면 강희연 일가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성공이 눈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납품 업체가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망할 한지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분통이 터진 강희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떠받드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강우연은 겸손한 자세로 더 노력하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한편, 강운그룹을 나선 다섯 회장님들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지훈에게 곧장 다가갔다.그들은 한지훈의 뒤에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이한승을 보고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S시의 재벌 1위가 젊은 청년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니! 이 청년이 무슨 신분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비범한 인물인 건 확실했다.“이 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방 회장이 말했다.이한승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한지훈에게 말했다.“한 선생님이 원하신 대로 다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잘하셨어요.”말을 마친 그는 다섯 회장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이 회장님, 저분은 누굽니까?”궁금증을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우리 가문과 친하게 지내던 선배님들이야. 예전의 친분을 봐서 내 부탁을 들어주신 거지.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 잘될 거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지훈 씨.”한지훈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 삼계탕 다 끓은 것 같아. 가서 보고 올게.”잠시 후, 한지훈은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삼계탕을 식탁에 대령했다.“자, 밥 먹자.”고운이는 의자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삼계탕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고운이도 아빠가 해준 삼계탕 먹고 싶어.”강우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코기만 골라내서 고운이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렇게 일가족은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수저를 들었다.식사 중, 강우연이 잠시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오후에는 공장에 다녀와야겠어요. 파괴된 장비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 보고 필요한 부품들도 구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폭행당한 직원들 문안도 다녀와야겠어요. 고운이 좀 부탁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숟가락을 들고 쑥스럽게 웃었다.한지훈은 커다란 닭다리 하나를 뜯어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을 반짝 빛냈다. 사실은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와 같이 다니면 어딘가 안정감이 들었다.“그럼 고운이는 어쩌죠?”강우연의 질문에 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용일이 부르면 되지.”“고운아, 오후에는 용일 삼촌이랑 잠시 놀고 있을래?”그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좋아! 고운이는 용일 삼촌이 너무 좋아!”한고운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날 오후, 용일은 약속한 시간에 저택으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공장으로 갔다.난동사건으로 운영이 중단된 공장 상태는 처참했다.공장 직원들도 무서워서 도망간 인원이 태반이었다.강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공장 상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