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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3 15:05:15

보미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열정적인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맺었다.

그 순간, 송석규는 보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언뜻 스치고 지나간,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꺼이 뛰어드는 굶주린 포식자의 섬광을.

그 섬광은 너무나도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그는 이내 자신의 착각이려니 하고 넘겨버렸다.

"좋습니다. 한보미 씨. 내일부터 당신도 우리 팀원입니다. 환영합니다."

송석규가 손을 내밀자, 보미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었지만, 악력은 생각보다 야무졌다.

그 짧은 접촉에서, 송석규는 정체 모를 미열이 손바닥을 통해 스며드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날 오후, 사내 벤처팀의 첫 공식 회의가 열렸다.

임시 사무실로 배정된 좁은 회의실에 다섯 명의 팀원이 둘러앉았다.

송석규는 팀원들을 한 명씩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성공은 회사의 생존이고, 실패는 곧 죽음입니다. 압박감도, 스트레스도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우리 모두에게 다시없을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김영준은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고, 윤채은은 긴장된 얼굴로 침을 삼켰다.

이승현만이 지루하다는 듯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그때, 보미의 시선이 조용히 팀원들을 향했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이미 차가운 분석이 시작되고 있었다.

'송석규 팀장… 마흔다섯. 모든 책임을 짊어진 고독한 리더.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짓눌려 어딘가 기댈 곳을 찾고 있을 거야. 저런 타입일수록,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완벽하게 길들여야 할 상대.'

그녀의 시선이 김영준에게로 옮겨갔다.

'김영준 과장. 서른여덟. 성실하고 능력 있지만, 언제나 2인자. 인정 욕구가 강하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군. 약간의 칭찬과 보상만으로도 쉽게 조종할 수 있겠어. 충성스러운 사냥개로 만들기에 딱 좋지.'

다음은 윤채은이었다. 보미는 그녀를 보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윤채은 과장. 서른다섯. 순수하고, 착하고… 외로워 보이네.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타입. 경계심이 없어서 다가가기 쉽겠어.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면 재미있을지도.'

마지막으로 이승현. 보미는 그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신과 같은 부류를 알아본 자의 본능적인 혐오감이었다.

'이승현 대리. 스물아홉. 눈빛에 욕망과 시기심이 가득하군.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타입. 길들이기보다는… 적절히 이용하다가 걸림돌이 되면 가차 없이 제거해야 할 존재.'

분석은 순식간에 끝났다. 이제 사냥감을 정하고, 덫을 놓을 차례였다.

보미는 다시 순진무구한 신입사원의 얼굴로 돌아와, 송석규를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첫날의 업무는 폭풍처럼 몰아쳤다. 아무래도 프로젝트 처음부터 모든 걸 시작해야하다보니 손이 많이 가고 양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고, 팀원들은 하나둘씩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했다.

하지만 송석규는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들과 이제 막 첫발을 뗀 프로젝트의 막막함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김영준이 남아서 돕겠다고 했지만, 그는 먼저 들어가 쉬라며 등을 떠밀었다.

텅 빈 사무실에 혼자 남자, 그제야 송석규는 굳어있던 어깨를 주무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는 언제나 강한 리더여야만 했다. 약한 모습을 보여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팀장님."

그때, 등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퇴근한 줄 알았던 한보미가 따뜻한 커피를 들고 서 있었다.

"아직 안 갔습니까?"

"네. 첫날이라 정리할 것도 있고… 팀장님께서 계속 혼자 계시는 게 마음에 걸려서요."

보미는 그의 책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뒤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딱딱하게 굳은 어깨 위로 자신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올렸다.

"아, 한보미 씨! 지금 뭐 하는…!"

송석규가 당황해서 몸을 피하려 했지만, 보미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그의 목덜미 뒤쪽의 경혈을 꾹 눌렀다. 찌릿한 쾌감과 함께 온몸의 긴장이 순간적으로 풀리는 느낌에, 그의 저항이 무뎌졌다.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으세요. 이러다 쓰러지시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진심 어린 걱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은 단순한 안마가 아니었다.

귓바퀴를 간지럽히는 나긋하고 끈적한 속삭임과 함께, 보미는 의자 등받이 너머로 상체를 바짝 숙였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얇은 블라우스 너머로 석규의 등에 미세하게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녀의 작은 두 손은 셔츠 너머로 전해지는 석규의 체온을 음미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지손가락이 그의 딱딱하게 굳은 승모근을 강하게 압박하며 깊은 곳의 피로를 풀어주는가 싶더니, 석규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른한 한숨이 새어 나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압박하던 힘이 스르륵 풀리며, 이내 나머지 네 손가락이 와이셔츠 깃의 단추가 풀린 틈새를 파고들 듯 미끄러지며 그의 도드라진 쇄골과 가슴 윗부분을 은근하게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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