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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잔물결
몸에 붙는 요가복은 솔지의 매끄러운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성숙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곱게 휜 눈썹과 또렷한 눈, 단정한 콧날 아래에는 붉고 촉촉한 입술이 자리했다.

솔지는 만날 때마다 더 대담해졌다.

예겸 앞에서 느끼던 두려움과 불안은 진작에 사라진 듯했다.

예겸에게 다가와 유혹하려는 여자는 많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솔지가 처음이었다.

아름답고 배짱도 대단했다. 낯가림이나 부끄러움도... 충분히 없었다.

계획에 잘 맞는 상대였다.

예겸이 솔지의 허리 뒤쪽을 꽉 눌렀다. 솔지의 몸이 다시 예겸 쪽으로 기울었다.

“느낌이 없었다면 내 잘못이네.”

어둡고 깊으면서 웃음기가 어린 눈길을 마주하자, 솔지의 심장은 제멋대로 뛰었다.

시선이 아래로 움직이면서 예겸의 입술에 닿았다.

얇은 입술을 가진 남자는 냉정하고 마음도 없다고들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예겸은 솔지에게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위세도 빌렸고 남자도 가졌다.

예겸이라면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전무님, 여자친구 있어요?”

솔지는 용기를 내어 예겸의 목젖에 손을 뻗었다.

검지로 가볍게 건드렸다.

예겸의 목젖이 움직였다. 예겸은 얌전히 있지 않는 솔지의 손을 붙잡았다.

“왜? 내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

나지막한 목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솔지의 손은 여전히 예겸의 목젖에 붙어 있었다.

예겸이 말할 때마다 손바닥 아래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니요.”

솔지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진지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전무님한테 여자친구가 있으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옳지 않으니까요.”

“하.”

예겸은 솔지의 손을 떼어 손가락을 잡았다. 뜻을 담아 말했다.

“이제 와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는 좀 늦지 않았어?”

“잘못을 계속 반복하지는 않았잖아요.”

솔지가 듣기로 하예겸은 만난 여자가 많았고, 헤어진 뒤에도 상대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여자친구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바람둥이가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않는 이유는 마음을 붙들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가슴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솔지가 감히 그런 거짓말을 한 것도 예겸이 여자에게 옹졸하게 굴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예겸의 눈에 웃음이 번졌다.

“생각보다 분별력이 있네.”

솔지는 예겸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서 끌린다는 뜻이었다.

이성이 서로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외모이고, 성격은 그다음이었다.

“전무님은 지금 요가를 배우고 싶으세요, 다른 걸 하고 싶으세요?”

솔지는 예겸이 대담하게 구는 모습을 더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예겸의 눈에 웃음이 깊어졌다. 손바닥이 스치는 곳마다 솔지의 피부가 긴장했다.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자 마음도 덩달아 조여들었다.

넓은 집이 마치 밀폐된 공간처럼 변했다. 충분히 넓은데도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예겸의 손가락이 상의 밑단을 걸어 올렸다.

솔지의 호흡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억지로 태연한 척하는 모습을 예겸은 재미있어했다.

어떤 상황에 몰려야 이 억지 평정심이 완전히 무너질지 궁금했다.

“요가는 싫어.”

어른 사이의 욕망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이미 처음을 겪었기에, 솔지는 두 번째는 두렵지 않았다.

솔지의 손가락도 예겸의 허리춤에 닿았다.

“그래요.”

솔지의 대담함은 예겸의 예상을 또 한 번 넘어섰다.

예겸은 손을 눌러 잡고 거칠게 침을 삼켰다. 검은 눈동자에는 솔지를 향한 갈망이 가득했다.

이 밀당에서 자신이 우위에 올랐다는 걸 솔지도 알 수 있었다.

말갛고 아름다운 얼굴을 들어 올리자 촉촉한 눈이 부드럽게 빛났다.

“전무님...”

예겸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솔지의 손이 멈췄다. 숨을 죽인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예겸이 입꼬리를 올렸다.

“왜 멈춰?”

솔지에게도 지켜야 할 정도는 있었다.

예겸이 한 걸음씩 다가오자, 물러날 곳이 없어진 솔지는 소파 위에 주저앉았다.

예겸이 이 집에서까지 선을 넘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어머니의 집이니 아무리 예겸이라도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솔지의 판단은 틀린 듯했다.

예겸에게는 포기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공기에는 들끓는 욕망과 억눌린 긴장, 참아 내는 숨결이 뒤섞였다. 누가 먼저 물러날지 겨루는 듯했다.

솔지는 긴장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맞섰다.

남자는 분위기를 망치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함께 놀 줄 아는 여자를 좋아했다.

예겸은 솔지가 굽히지 않는 태도를 분명 마음에 들어 했다.

예겸은 흔들리는 기색을 감춘 솔지를 바라보며 억지로 태연한 척하는 모습을 즐겼다.

“계속해.”

예겸이 솔지를 부추겼다.

사람은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 더 잘하고 싶어진다. 상대가 기대한 만큼 해내려고 애쓰게 된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두 사람의 줄다리기에서 솔지는 지지 않았고 예겸도 이기지 못했다.

어느 한쪽도 밀리지 않을 만큼 팽팽했다.

한 사람은 건드리는 걸 좋아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장난에 맞춰 줬다.

한 사람이 원하면 다른 사람이 내줬다.

감정이 없어도, 오랜 확인을 거치지 않아도 정신의 결이 꼭 맞는 두 사람 같았다.

예겸의 말대로 두 사람은 잘 맞았다.

특히 어머니의 집이라는 장소에서도 솔지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예겸의 고약한 장난에 장단을 맞추면서 체면과 부끄러움을 한쪽에 내던졌다.

이런 모습은 솔지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본질적으로 예겸과 같은 부류라는 뜻 아닐까?

솔지의 몸이 팽팽하게 굳어졌다.

지난번에는 술에 취해 아무 감각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정신이 지나치게 또렷했다. 예겸 어머니의 집, 거실 소파, 마주한 두 사람. 장소와 마음가짐이 모든 감각을 몇 배로 예민하게 만들었다.

자극과 긴장, 불안,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막막함이 뒤엉켰다.

솔지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 침을 삼켰지만 손은 멈춰 있었다.

요가 수업을 하러 왔다가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됐는지 몰랐다.

예겸은 솔지의 목에 짧게 입을 맞췄을 뿐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끝내 지나치게 방종하지는 않았다.

예겸의 시선이 쇄골 아래 문신으로 내려갔다.

“진짜 내 여자가 되고 싶어?”

솔지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되었다. 농담의 기색이 전혀 없는 예겸의 눈을 꼼짝하지 않고 바라봤다.

예겸도 솔지를 응시했다.

“싫다고 하지는 마. 네가 원한다는 거 아니까.”

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떠보는 말인지 다른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숨어서 만나는 그런 여자예요?”

“‘미라주’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네가 내 여자라는 걸 아는데 어떻게 숨어서 만나? 네가 바라던 대로 내 여자라는 자리를 진짜로 만들고 싶지 않아?”

예겸의 눈에는 웃음이 배어 있었다.

솔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영리한 예겸이 솔지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지금 솔지가 오랫동안 남몰래 예겸을 사랑했다는 말은 지나치게 뻔하고, 예겸의 힘을 빌려 돈을 벌려는 마음이 진짜였다.

다만 예겸이 그 뜻을 받아 줄 줄은 몰랐다.

“내가 뭘 해 드리면 돼요?”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 아무 이유 없이 잘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호의가 있다면 반드시 목적도 있었다.

예겸이 한쪽 눈썹을 세우며 말했다.

“네가 마음에 들었어.”

솔지의 숨이 가빠졌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예쁘고 몸이 부드러워. 너와 자는 동안 아주 즐거웠어.”

예겸은 사실대로 말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여자는 많았지만, 예겸이 이성을 잃게 만든 사람은 오로지 솔지 하나뿐이었다.

중요한 건 정말로 즐거웠다는 사실이었다.

“네 몸이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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