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作者: 라율

1화. 루틴의 시작

作者: 라율
last update 公開日: 2026-03-20 13:31:54

[이 연애는… 감정이 아니라 알고리즘으로 굴러갑니다.]

말은 시멘트인데 행동은 다정한 ISTJ 남자친구.

말은 빠르고, 판단도 빠른 ESTJ 여자친구.

둘은 서로에게 “뭐해?”를 묻지 않는다.

대신 기상–출근–업무–이동–취침.

하루를 ‘보고서’처럼 교환한다.

오차가 생기면 갈등도 생기고,

문장 끝의 물결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결정한다.

이 빈틈없는 알고리즘이…

과연 언제까지 완벽하게 굴러갈 수 있을까?

***

휴대폰 진동이 미세하게 손목을 스쳤다.

새벽의 찬 공기가 이불 끝자락을 파고드는 시간.

희수는 반사적으로 눈을 떠 화면을 확인했다.

익숙한 이름, ‘재원’.

그녀의 메시지 창에는 어김없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로그(Log)가 쌓여 있었다.

[기상] 06:12

[출근 준비할게] 06:13

[출근해서 일하는중] 07:30

정확하고 간결하다.

단 1분 1초의 오차도 없는, 칼 같은 메시지들.

이것이 바로 재원의 루틴이었다.

감정이나 여운 같은 건 없고 오직 ‘정보’만 전달하는 문장들.

가끔 물결(~)표 하나가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일탈이랄까.

“아—오늘도 잘 일어났군.”

희수의 입가에 피식,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이 규칙적인 데이터 값이, 오늘도 그가 ‘정상 작동’ 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치 습관처럼, 재원의 다음 루틴이 찍히기 전에 그녀의 메시지가 발송되었다.

[나도 이제 일어났어! 출근 준비할게!] 08:03

새벽 6시의 재원과는 다르게, 그녀의 메시지에는 활기찬 감탄사와 느낌표가 가득했다.

밝고,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

시니컬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긍정 에너지.

그게 바로 ESTJ 희수의 기본값(Default)이었다.

세안을 하고 머리를 질끈 묶은 뒤, 화장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집을 나섰다.

정류장에 도착해 휴대폰을 켠 희수는 자연스럽게 다음 보고를 전송했다.

[나 버스 기다리는 중~] 09:00

이건 둘 사이의 오랜 합의이자 굳건한 약속이었다.

✔ “뭐해?” 금지 (비효율적 질문)

✔ 서로의 위치 직접 묻기 금지 (보고된 정보로 추론 가능)

✔ 그러나 ‘장소 이동 = 즉각 보고’ (데이터 업데이트 필수)

대화는 짧지만, 정보 공유는 정확하고 투명해야 하는 관계.

팩트 기반의 재원과, 효율을 중시하는 희수에게 이 방식은 최적이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희수는 익숙한 길로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그 평범했던 ‘거기서’ 시작되었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몰아치는 일상.

청소, 예약 손님 응대, 재고 체크, 상담, 미용 준비…

시간은 물 흐르듯 삭제되었고, 희수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줄도 몰랐다.

그녀의 머릿속은 오직 일과 손님, ‘업무 효율’만으로 가득했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탁!’ 하고 강렬하게 진동했다.

평소처럼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재원의 점심 루틴.

[밥먹고 쉰다~] 12:30

안심하며 다음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희수의 심장이 얼음물에 담긴 듯 차갑게 식었다.

[버스를 3시간 동안 기다리나 보네.] 12:30

“…아.”

망했다.

재원이 점심시간에 폰을 확인했을 때, 희수의 마지막 보고는 오전 9시 ‘버스 기다리는 중’이었다.

ISTJ식 논리 계산은 단순했다.

9시 (버스 정류장) → 12시 (업데이트 없음) → 3시간 경과

= 결론: 아직도 버스 정류장.

설명 없이 ‘정보 공백’이 생기면, 재원은 그 공백을 그대로 ‘사실’로 확정해 버린다.

이건 명백한 희수의 ‘입력 오류’였다.

물론 아직도 버스 정류장일리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을 터, 이것은 정보 공백이 생겼으니 빨리 니 상태를 보고 하라는 재원식 표현이었다.

희수는 허겁지겁 답장을 날렸다.

[아냐!!!! 방금 봤어ㅠㅠㅠ 손님 많아서 연락을 못 했어 진짜ㅠㅠ]

10분 뒤.

재원의 말투가 떨어졌다.

[예예]

두 글자.

짧고 건조하며, 정확하게 ‘서운함’을 내포한 말투.

“…오늘 완전 꼬였다.”

재원은 화를 내지 않는다.

서운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말투의 온도로만 감정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예예’는 명백한 ‘대화 종료’ 신호였다.

그 미묘한 온도 차이를 읽어내는 건 희수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복구’와 ‘유지’였으니까.

[나 일 하는 중이야~쉬다가 일해요 ^^; ]

오후 내내 정신없이 미용 작업에 몰두하던 희수의 휴대폰에는 재원의 루틴이 쌓였다.

[집도착] 15:40

[쉴게] 15:40

희수는 확인 즉시 답장을 보냈다.

[웅~ 쉬어여~ 퇴근할 때 연락할게🙂]

이후는 온전히 ‘재원만의 시간’. 

이 시간엔 어떤 메시지를 보내도 그는 답하지 않는다.

ISTJ 특유의 ‘혼자만의 회복 시간’이었다.

[이제 퇴근할게!] 19:08

[집 도착~ 씻고 누웠다!] 20:12

희수는 마지막 보고까지 마친 후, 폰을 내려놓았다.

잠들기 직전, 재원의 메시지가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나 잔다] 22:30

[내일보자] 22:30

평소와 같은 문장. 일정한 호흡.

희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다행이다. 그의 일정한 루틴이 도착했다는 것은 시스템이 복구 되었단 신호였다.

[나두 이제 잘게 자기야♡ 잘자~] 22:46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켠 희수는, 가장 위에 떠 있는 재원의 루틴을 확인했다.

[기상] 06:11

[출근 준비할게] 06:12

정확한 시간. 일정한 루틴.

어제의 일탈은 이미 그의 질서 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진 듯했다.

희수는 피로가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 오늘도—

루틴이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그 말은 곧,

둘의 관계도 다시 ‘안정권’에 진입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희수의 가슴에 남은 재원의 [예예] 계속 찜찜한 느낌을 희수는 그냥 넘길 순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오늘은 어떤 하루를 선사할까?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コメント (1)
goodnovel comment avatar
연경
잼나요^^ 다음회가기대되요
すべてのコメントを表示

最新チャプター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6화. 다들 왜 이래

    월요일 저녁이었다.재원이 미용실에 데리러 왔을 때 희수는 마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재원이 들어오자마자 희수 얼굴을 봤다. 평소랑 똑같았다. 그런데 희수가 청소를 하는 동안 재원이 핸드폰을 보다가 희수가 돌아보는 타이밍에 화면을 끄는 게 보였다.희수는 그냥 넘겼다. 기분 탓이겠지.그런데 수요일에도 그랬다. 재원이 뭔가를 보다가 희수가 옆에 오면 핸드폰을 뒤집어 놨다. 희수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멈췄다."자기야, 뭐 봐?""아무것도.""핸드폰 뒤집었잖아.""습관이야."희수는 재원을 봤다. 재원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어색했다. 저 남자가 뭔가를 숨길 때 저런 얼굴을 한다는 건 이제 알았다.금요일엔 더 이상했다. 재원이 오늘은 좀 늦겠다고, 볼일이 있다고 했다. 볼일이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희수는 그냥 알겠다고 했는데, 재원이 볼일이라고만 하고 더 설명을 안 하는 게 낯설었다. 이 남자가 요즘 먼저 말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번엔 먼저 말하지 않았다.희수는 혼자 미용실 마감을 하면서 생각했다. 뭔가 있긴 한데, 뭔지 모르겠다.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좋은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이상했다.재원이 뭔가를 숨길 때는 보통 이유가 있었다. 혜리 건으로 불안할 때도 달력을 보는 행동으로 나왔고, 희수 걱정될 때는 주변을 정찰하는 행동으로 나왔다. 그 남자가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이제 알았다. 근데 지금은 행동이 뭘 말하는 건지 읽히지 않았다.핸드폰을 숨기는 건 뭔가를 보고 있다는 거였다. 볼일이 있다는 건 어딘가를 다녀왔다는 거였다. 그게 연결되는 게 뭔지. 희수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더 지켜보기로 했다.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건 ESTJ 스타일이 아니었다. 데이터를 더 모아야 했다.---토요일 오전이었다.희수가 미용실에서 첫 손님을 보내고 잠깐 쉬고 있는데 동현한테서 문자가 왔다.'누님 잠깐 통화 가능해요?'희수는 전화를 걸었다."왜, 무슨 일이야?""누님, 저 요즘 이상한 것 같아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5화. 진짜?

    동현이 자료 출력하러 복사실에 갔다가 혜리랑 마주쳤다. 혜리도 뭔가를 출력하고 있었다. 둘이 좁은 복사실에서 어색하게 섰다.혜리가 먼저 말했다."오늘 저녁 뭐 먹어요?"동현이 잠깐 혜리를 봤다."왜요.""그냥요. 저 오늘 회식도 없고 혼자 먹어야 해서.""저도 혼자인데요.""그럼 같이 먹어요."동현은 잠깐 멈췄다. 혜리가 태연하게 출력물을 챙기며 말했다."부담 갖지 말고요. 그냥 밥이에요.""...그냥 밥이요.""네. 혼자 먹기 싫어서요."동현은 출력물을 챙기며 대답했다."알겠어요."복사실을 나오면서 동현은 생각했다. 그냥 밥이라고 했다. 그냥 밥이면 그냥 밥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심장이 괜히 한 번 내려앉는 건지 몰랐다. 동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냥 밥이다. 그냥 밥.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를 켜면서 동현은 또 생각했다. 혜리가 혼자 먹기 싫다고 했다. 그게 동현한테 한 말이었다. 다른 사람한테 한 말이 아니라. 팀에 동현 말고도 사람이 있는데, 왜 동현한테 물어본 건지.동현은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생각하지 말자. 그냥 밥이다.근데 퇴근 시간이 됐을 때 동현은 자연스럽게 혜리 자리 쪽을 봤다. 혜리도 일어서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갈게요?"혜리가 물었다. 동현이 대답했다."네."둘이 어쩌다 보니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동현은 정면을 봤고 혜리도 정면을 봤다. 1층에 내려서도 같은 방향이었다. 동현이 먼저 말했다."어디 먹을 거예요?""이동현 씨가 골라요.""왜 제가요.""선배잖아요."동현이 기가 막힌 얼굴로 혜리를 봤다. 혜리는 태연하게 걸었다. 동현은 결국 고깃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냥 밥이니까. 뭐든 상관없으니까.---회사 근처 고깃집이었다.둘이 마주 앉아서 고기를 구웠다. 동현이 고기를 뒤집으면서 혜리를 흘끗 봤다. 혜리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야,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지 마요.""왜요.""같이 먹자고 해놓고 핸드폰 보면 혼자 먹는 거랑 뭐가 달라요."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4화. 처가? 방문 D-6

    희수가 미용실 마감을 끝내고 나왔을 때 재원이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희수가 옆을 들여다봤다. 메모장이었다. 항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희수가 멈춰 서서 읽었다.[처가 방문 준비 목록]1. 선물 — 과일 세트 vs 홍삼 vs 와인 (아버님 취향 확인 필요)2. 복장 — 캐주얼 vs 세미 포멀 (너무 격식차리면 부담, 너무 편하면 실례)3. 대화 주제 — 아버님 취미, 직업, 관심사 파악4. 도착 시간 — 약속 시간 10분 전 vs 정각 (일찍 오면 부담줄 수 있음)희수는 그 메모를 보며 잠깐 굳었다. 그러다가 웃음이 터졌다."자기야, 이게 뭐야.""처가 방문 준비.""D-6라고 써놨어?""일요일에 가는 거잖아.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D-6 맞아."희수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참았다. 재원이 진지한 얼굴로 핸드폰을 봤다."아버님 취미가 뭐야?""등산."재원이 메모장에 뭔가를 추가했다. 희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남자가 처가 방문을 프로젝트처럼 준비하고 있었다. 항목별로 정리하고, 변수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거였다. 재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엄마가 좋아하는 거 있어?""글쎄, 별로 내색을 안 해서.""드라마는 봐?""봐.""어떤 거.""왜 그걸 알아야 해.""대화 소재."희수는 웃으며 재원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 재원이 핸드폰을 뒤로 뺐다."아직 못 다 적었어."희수는 포기하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저 리스트가 일요일까지 몇 항목이 될지 궁금했다.수요일에 재원이 또 물어봤다."아버님이 드라마 봐?""아니, 뉴스.""어느 채널.""왜 그걸 알아야 해.""대화 소재."목요일엔 또 물어봤다."어머님이 싫어하는 음식 있어?""고수.""식당 예약할 때 참고할게."희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식당도 예약해?""점심 드시고 가야 하면 근처 좋은 데 알아봐뒀어."희수는 말을 잃었다. 이 남자, 밥집까지 알아봤다. D-6에 시작한 프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3화. 합격, 방문, 그리고 또 투닥

    밥을 먹고 나서 희수가 화장실에 간 사이였다.희수 아빠는 동현이랑 혜리한테 말을 걸고 있었고, 재원은 희수 엄마 옆에 남겨졌다. 재원은 물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정면을 봤다. 희수 엄마도 정면을 봤다.잠깐 침묵이 흘렀다.희수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직장은 언제부터야.""입사한 지 칠 년 됐습니다.""희수랑은 언제부터야.""다시 만난 건 올해입니다.""다시?"재원이 잠깐 멈췄다. 희수가 부모님한테 얼마나 말해뒀는지 몰랐다. 근데 숨길 이유도 없었다."전에 만난 적 있었습니다. 제 쪽에서 잘못한 게 있어서 헤어졌고, 올해 다시 시작했습니다."희수 엄마가 재원을 봤다."잘못한 거 알아?""네.""고쳤어?""고치려고 하고 있습니다."희수 엄마가 잠깐 재원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희수가 집에 잘 안 와. 연락도 뜸하고. 걱정된다."재원은 그 말의 무게를 알았다. 무뚝뚝한 사람이 저 말을 꺼냈다는 건, 진짜 하고 싶은 말이라는 뜻이었다."제가 챙기겠습니다."희수 엄마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재원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희수가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으며 엄마랑 재원을 번갈아 봤다."둘이 무슨 얘기 했어?""별로 없어." 희수 엄마가 툭 대꾸했다.재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희수는 그 둘을 보며 뭔가를 눈치챈 것 같았지만 더 묻지 않았다.희수 아빠가 재원 어깨를 탁 쳤다."재원 씨, 우리 희수 잘 부탁해요. 이 녀석이 속은 여린데 겉으로 티를 안 내거든.""아빠.""사실이잖아. 재원 씨는 알아?"재원이 희수를 봤다가 아빠를 봤다."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희수 아빠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기를 집었다. 희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희수 엄마는 물을 마시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아무 말 없이도 꽤 많은 걸 담고 있었다. 나쁘지 않다는 뜻 같기도 했고,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 같기도 했다. 희수는 엄마 눈빛 해석이 원래 어려웠는데, 오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2화. 혼돈의 밥상

    희수는 뒤통수를 긁으며 유리창 너머를 봤다. 골목 입구에 서 있는 그 여성이 아직 거기 있었고, 희수는 한숨을 한 번 쉬고 나서야 입을 뗐다."저 사람... 우리 엄마야."재원이 굳었다."...뭐?""우리 엄마. 내가 집에 잘 안 가니까 몰래 보러 온 것 같아."재원이 잠깐 아무 말이 없었다. 희수는 그 얼굴을 살폈다. 황당하다는 게 얼굴에 써 있었고, 그러면서도 뭔가를 빠르게 정리하는 것 같기도 했다. ISTJ 특유의 상황 파악 모드였다."며칠째 저기 있었던 거야?""...아마도.""그럼 내가 며칠 동안 정찰한 미행범이 어머님이었던 거야."희수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재원은 진지한 얼굴로 그 말을 했는데, 그 진지함이 더 웃겼다."...응."재원이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넥타이를 고쳐 매며 일어섰다. 희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남자, 황당한 상황에서도 넥타이부터 고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준비 동작이었다."나가자.""...지금?""그냥 두면 더 거기 서 계실 거잖아."희수는 앞치마를 벗으며 웃음을 참았다. 재원이 넥타이를 고쳐 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희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남자 진짜 대단하다.---희수가 미용실 문을 열고 나가자 골목 입구의 여성이 멈칫했다.오십대 중반, 장바구니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서 있는 여자. 딸이 나오는 걸 보자 표정이 잠깐 흔들렸다가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엄마, 여기서 뭐 해?""...길 지나가다가."희수는 어이가 없어서 잠깐 멈췄다. 마치 희수가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말하는 엄마를 보며, 이 무뚝뚝함이 어릴 때부터 봐온 거라는 게 새삼 실감났다. 보고 싶었는데 말 못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며칠째 여기 서 있었던 거였다."며칠째 여기 있었지?""...아니야.""엄마.""그냥 지나가다가 본 거야."희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엄마랑 이 주제로 대화하면 끝이 없었다.그때 저 멀리서 인기척이 났다. 전봇대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1화. 미행범 색출 작전

    희수와 재원이 미용실 근처 카페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재원이 희수 손을 잡고 걷는 평범한 오후였다. 하늘이 맑고 거리는 한산했다. 별일 없는 주말이었다.그런데 희수는 걸으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시선이었다. 어딘가에서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희수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훑었다. 카페 앞 벤치에 앉은 노인, 편의점에서 나오는 아주머니, 자전거 타는 아이들. 딱히 이상한 사람은 없었다.희수는 그냥 넘겼다. 기분 탓이겠지.근데 며칠이 지나도 그 느낌이 계속됐다. 미용실 마감할 때도, 재원이랑 저녁 먹으러 갈 때도. 희수는 결국 재원한테 말했다."있잖아, 요즘 누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재원이 멈췄다."언제부터.""한 일주일 됐나? 확실하지 않은데 자꾸 그래."재원의 표정이 굳었다. 희수는 그 표정을 보며 살짝 후회했다. 말했다가 재원이 과도하게 반응할 것 같았다."기분 탓일 수도 있어. 혜리 씨 때문에 예민해진 건지도 몰라.""아니야. 확인해볼게."재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희수는 잠깐 재원을 봤다. 저 눈빛 한번 켜지면 멈추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업무 모드가 켜졌다. 미행범 색출 프로젝트 시작이었다.희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거 좀 크게 말했나.재원이 이미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희수 옆에 서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훑는 눈빛이었다. 평소에 보고서 검토하던 그 집중력이 지금 동네 골목을 향하고 있었다. 희수는 그 옆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 남자한테 뭔가 말하면 반드시 행동으로 나온다는 걸 알면서도 왜 말했지.근데 사실 말하고 나서 좀 홀가분하기도 했다. 혼자 며칠 동안 찜찜하게 안고 있었는데, 말하고 나니까 덜했다. 재원이 알면 알아서 뭔가 하겠지. 그리고 재원이 하면 뭔가 나올 거라는 것도 알았다.문제는 그 뭔가가 얼마나 진지하게 나올 거냐였는데.---그날부터 재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퇴근하면서 미용실 주변을 빙 돌았다. 자연스럽게 걷는 척하면서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희수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01화. 가고 싶으면 가

    금요일 저녁이었다.재원이 희수를 집 앞에 데려다주고 나서 차에서 내렸다. 평소처럼 현관 앞까지 배웅하며 걸었다. 희수는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돌아섰다."자기야, 나 할 말 있어."재원이 멈췄다."뭔데.""내일 시윤 씨 공연 가도 돼?"돌려말하지 않았다. 희수답게 직구였다. 재원은 잠깐 희수를 봤다. 희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건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었다. 알리는 거였다. 그리고 재원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고 싶다는 것도 있었다.재원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희수는 기다렸다. 서두르지 않았다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00화. 말하지 못한 것들

    재원은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아니, 정확히는 감정보다 데이터에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희수가 표정 관리를 잘하는 편이라 웬만해선 티가 나지 않았는데, 요 며칠은 달랐다.퇴근하러 미용실에 들어서면 희수가 핸드폰을 뒤집어 놓는 게 보였다. 한 번은 그냥 넘겼다. 두 번째도 그냥 넘겼다. 그런데 세 번이 되니까 패턴이 보였다. 재원이 들어오기 직전에 뭔가를 보다가 급히 화면을 끄는 것 같은 동작이었다.재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물어보고 싶었지만, 희수한테 한 소리 들은 게 얼마 되지 않았다. 확인하는 거랑 챙기는 게 다르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99화. 뜻밖의 앨범

    그 주말은 조용히 지나갔다.재원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말이 많아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 조심스러워졌다. 희수 일정을 물어볼 때도 예전처럼 달력을 먼저 보는 게 아니라 희수 얼굴을 먼저 봤고, 미용실에 들어올 때도 문을 열자마자 "다 끝났어?" 하고 먼저 물었다.작은 차이였는데, 희수한테는 크게 느껴졌다.일요일 저녁, 재원이 치킨을 사들고 왔다."갑자기 왜?""그냥. 먹고 싶었어.""자기가 치킨을 그냥 먹고 싶어?""왜. 안 되냐."희수는 웃으며 문을 열어줬다.재원은 치킨 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희수를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97화. 논리적인 남자의 비논리적인 요청

    퇴근 후 희수 미용실 앞에 재원의 차가 섰다. 희수가 가방을 들고 나오자 재원이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저녁이었고, 차 안에는 라디오가 낮게 깔려 있었다.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원이 입을 열었다."희수야, 부탁이 하나 있는데.""응, 뭔데?""네이버 예약 알림 나한테도 공유해줄 수 있어?"희수는 잠깐 재원을 봤다. 예약 알림이라는 단어가 귀에 걸렸는데, 재원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정면을 보고 있었다."예약 알림을? 왜?""네가 몇 시에 끝나는지 알아야 데리러 가는 시간 조정이 되잖아.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