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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예예]의 의미

Author: 라율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20 13:43:19

2화. ‘예예’의 의미

아침.

희수는 세안하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어제 그 예예… 진짜 괜찮아진 거 맞겠지?’

근데 머리가 완전히 깨어나자, 그 두 글자가 다시 가슴팍에 툭 내려앉았다.

[예예]

그 남자의 말투 중에서도 핵폭탄 같은 단어.

몇년을 만나면서 간간히 느껴온 찜찜함.

안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같은 언어지만 재원이 쓰는 언어엔 분명 온도차가 존재 하기때문이다.

희수는 찜찜함을 털어내듯 씩씩하게 첫 보고를 보냈다.

[나 지금 일어났어! 출근 준비할게~] 07:00

몇년 째 똑같은 아침 보고 똑같은 내용 동일한 시간.

둘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지키는 매일의 루틴.

친구들을 말한다. 안지겹냐고 하지만 여기서 뭔가 달라지면 희수는 불안하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 하는 둘 만의 패턴이니까.

재원은 여전히 정확하게 돌아가는 시계처럼 답했다.

[출근해서 일하는중] 07:30

평소처럼. 아무 문제 없는 듯.

그래서 희수도 모른 척 넘어갔다.

[응~ 오늘도 출근 잘했네🙂 화이팅!] 08:30

…근데 마음속 그 가시가 계속 발끝을 톡톡 치고 있었다.

‘보고 누락… 그거 진짜 그냥 넘긴 거 맞아?’

그렇다. 어제의 버스정류장 사건... 이걸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건 재원의 마음이 변했다는 뜻일 수도 있어서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이건 희수의 머리가 보내는 경고장이었다.

이 연애는 감정이 아니라 공유 시스템으로 굴러간다는 걸 희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연락의 공백은 그냥 공백이 아니라 균열이다.

그래서 희수는 결국 결심했다.

—오늘, 이 찜찜함은 정리하고 넘어간다.

점심 무렵.

희수는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먼저 다가갔다.

[자기야! 어제 내가 일하느라 폰 늦게 봐서 진짜 미안해 ㅠㅠ] 10:10

[오늘 저녁 내가 디저트 카페 쏠게! 새로 생긴 데야!] 10:11

그냥 ‘그래~’ 정도 돌아오겠지 싶었다.

하지만 점심시간.

희수의 폰에 도착한 건 예상 밖의 한 줄.

[지난 거 아님? 그 얘길 왜 또 꺼내는데?] 12:30

“…하.”

맞다.

이 인간은 끝난 얘기 다시 꺼내는 걸 ‘쓸데없는 감정 노동’으로 취급한다.

이미 종료 → 다시 꺼내기 = 시스템 오류.

희수는 다급히 수습하려 했다.

[아니 그냥 내가 좀 마음에 불편해서… 그래도 진짜 미안했어 ㅠㅠ] 12:32

하지만 답장은 칼처럼 짧았다.

[예예] 12:32

[계속 불편하세요.] 12:33

[밥먹고 쉰다.] 12:33

“…또 예예…”

희수는 폰을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재원은 감정적 대화가 조금이라도 섞이면 무조건 예예를 날린다.

그건 짜증이나 무시라기보단, 그냥 ‘불편 → 시스템 종료’의 신호.

희수는 냅다 결론을 내렸다.

‘감정으로 가면 예예구나.’

그렇다면 테스트해야지.

희수는 최대한 ‘팩트만’ 담아서 문자를 보냈다.

[그럼 오늘 7시에 만나는 거 맞죠?] 12:35

5초 뒤.

[네에] 12:35

희수는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아~ 그렇지. 팩트에는 네에지.’

드디어 공식이 보였다. 짐작으로만 알던 공식을 확인한 순간이 이토록 후련 할 수 있을까?

그의 언어를 일부러 분석 한 것은 아니었다. 희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언어에 따른 변화를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서 무언과 확정되었다는 이 희열은 아는 사람만 안다.

희수는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예예] = 감정 불편 / 대화 종료 버튼

[네에] = 정보·시간·약속 확정 (안정권)

물결(~) = 희수 요청으로 생성된 ‘친절 모드’, 기분 좋을 때만 나옴

저 무성의하게 들리는 예예도,

그 남자 기준에서는 그냥 “감정 섞이지 말아라”라는 기능적 메시지였다.

그치만 예예가 나올 때 희수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재원의 언어를 해석하기로 한 순간부터 희수의 두뇌는 풀가동중이다.

누가보면 참 피곤하게 연애한다 하겠지만,

이게 희수의 사랑방식이다.

밤.

희수는 다시 메모장을 켜고 폴더에 기록을 더했다.

[폴더명: J❤️(웬수)]

예예 = 감정 섞이면 발동하는 방어

네에 = 팩트 확정

물결 = 기분 좋음

희수는 조용히 웃었다.

메모장에 자기 남자친구 분석하는 여자친구라니, 조금은 안타까운 연애스토리지만 희수는 만족한다.

이렇게 알아가면서 조련하는 것도 재미있잖아.

“이 연애는… 감정만으로는 못 굴러간다.”

“기계처럼, 분석해서 맞춰야지.”

그렇다 지금은 희수가 모든 걸 재원에게 맞춘 시스템 연애다. 아직은 희수가 재원을 많이 사랑하니까

재원에게 사랑을 확인 받기엔 아직은 너무 어려운 사이.

둘의 하루는 여전히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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