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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두근두근

Penulis: 랑끗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3 03:14:26

음악 시간이 끝난 후 교무실. 에스더가 수업하는 시간이라 교무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너, 대학은 나온 거니?”

“네?”

“인협이 너, 대학은 나왔냐고.”

 

옆 책상에서 들려온 제환의 깐깐한 목소리에 인협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대꾸했다. 

서른 살 무렵의 제환이나, 마흔 살 무렵의 제환이나. 옹졸하고 짜증 나게 구는 건 여전했다. 

아니, 어쩌면 십 년이 지나는 동안 더 똘똘 뭉쳐 단단해지기까지 한 옹졸함은 더 답이 없어 보이게 만드는 듯했다. 

“대학 안 나왔는데요.”

거짓말이라고는 모르는 인협이었다. 그의 돌직구에 제환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근데 어떻게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칠 생각을 해?”

시골에만 살아서 순수해서 그렇다고 해야 할까.

약아빠지게 굴 줄 전혀 모르는 듯해보여 불쌍해 보이는 지경의 제환의 공격에 인협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황 선생님이랑 교장 선생님의 요청이 있어서 맡게 된 건데요.”

인협이 에스더를 언급하자마자 제환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 찰나의 변화를 잡아낸 인협이 한쪽 입꼬리만 올려서 웃었다. 

“황 선생님이야 맡은 과목 수가 너무 많아서 판단력이 흐려졌다지만…. 교장 선생님은 황 선생님이 설득해서 어쩔 수 없이 허락한 거야, 알아?”

“그럼, 황 선생님의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게 그전에 형님이 잘 좀 하시지, 그러셨어요.”

“뭐?”

“형님이 맡은 과목 수가 해봤자 네 개였고, 영어 선생님으로 임시로 와있는 황 선생님이 맡고 있던 과목 수가 여섯 개는 족히 됐다면서요? 그것도 필수 과목 위주로.”

인협의 대꾸에 제환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다크서클이 유독 짙어 보이는 탓에 오늘따라 제환은 더 심술궂은 뱀파이어 같았다. 

“게다가 형님은 뭐가 억울한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해봤자 아무도 안 살아서 오랫동안 비어 있던 관사 주시고, 형님의 월급에 훨씬 못 미치는 50만 원 다달이 받으면서 이 자리를 메꿀 건데요.”

“…….”

“겨우 몇 시간씩이긴 하지만, 주중 매일 출근인데 이 정도 돈이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조 선생님이 하던 일도 워낙 많았어서 그것도 어느 정도 커버할 거고요.”

“너, 형한테 말대꾸를 참 잘하는구나?”

별것 없는 어른일수록 나이를 따진다는 건, 짤막한 사회 경험을 통해 잘 터득한 인협이었다.

감독이었던 정현도, 케이비 팀 리더였던 기태도. 자신에 대해 내세울 것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나이를 강조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황 선생님을 네가 그렇게 잘 알아? 해봤자 몇 시간씩 깨작깨작 며칠 봤을 네가 황 선생님을 더 잘 알겠니, 주중에 매일매일 보고 점심도 같이 먹었을 내가 더 잘 알겠니?”

가지가지 하네, 진짜. 

미운 마흔의 진상의 표본을 제대로 보여주는 제환의 말에 인협은 다시 한번 한쪽 입꼬리만 올려서 웃었다. 

“근데, 정작 황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는 건 저인 거 같은데요.”

“뭐라고?”

“황 선생님을 그렇게 잘 알면, 황 선생님이 원하는 것도 잘 알아야 정상 아닌가?”

말을 마친 후 인협은 아닌가, 라는 말을 덧붙이고는 한 번 더 피식 웃었다. 

누가 봐도 제환은 에스더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에스더가 힘든 건 나 몰라라 하고서 자기 잇속 챙기기 바쁘면서 에스더랑 더 가깝다고 뻐기기는. 

인협은 가소로울 지경의 공격에 큰 웃음을 터뜨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눌렀다. 

“아, 그리고 제가 대학은 안 나왔지만, 아이들은 오늘 했던 음악 수업이 최고였대요. 이전에 했던 수업들은 맨날 교과서만 봐서 지루했다나, 뭐라나.”

얇은 미성이라고 주장하는 내시 같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에 늘 칭찬만 받아왔던 제환은 제가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굳게 믿고서 살아왔다. 

그러나 막상 음악적 지식은 전혀 없었기에 그는 조 선생이 치료를 위해 쉬게 된 후로는 교과서만 따라서 아이들을 겨우 가르쳤을 뿐이었다. 

“뭐?”

“생각보다 가르치는 데에 제가 재능이 있나 봐요.”

결정타를 날린 인협은 다시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책상 위에 펼쳐둔 책으로 눈을 돌렸다. 

얼굴이 붉어진 제환이 씩씩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교무실에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적잖은 쾌감을 느낀 인협은 책상 커버 밑에 숨어서 조용히 웃었다. 

이제 앞으로 나도 에스더를 매일매일 볼 거고, 밥도 같이 먹으면 그만이지. 

제환의 하찮은 도발을 떠올린 인협은 비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제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내에 시내에 나가서 그녀와 밥이라도 한번 먹어야겠다고 다짐한 그였다. 

그때 짤막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교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화를 못 이긴 제환은 곧장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버렸고, 교대를 하기 위해 교무실로 들어온 에스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인협을 바라보았다.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인협은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 

“고 선생님 왜 저래?”

“몰라요, 오늘따라 집에 우환이 좀 있나 봐.”

인협의 태연한 대꾸에 에스더는 제환이 사라진 쪽을 힐끗 돌아보고는 인협의 옆 책상에 털썩 앉았다. 

“고 선생님이랑 너무 깊이 엮이지 말아요.”

“알아. 내가 어렸을 때 형도 소원리에 있었어.”

“아하, 쉽지 않았겠네.”

“쉽지 않았지. 근데, 이번에 보니까 그때보다 대하기 더 어려워진 거 같네.”

“그래?”

보통 흥분하지 않는 그였다. 

그런데 에스더와 더 친하다고 으스대던 제환의 말을 들었던 순간, 그는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유치하게도. 

에스더는 이제 다음 수업 준비에 집중하고 있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 외에는 조용한 교무실 안. 덩달아 수업 준비에 집중하던 인협의 눈이 잠시 에스더 쪽으로 향했다. 

동그란 이마와 잘 어우러지는, 낮지도 높지도 않게 오똑 솟은 콧대. 작고 갸름한 얼굴에는 적당한 볼살이 남아 있었다. 

두근두근-. 

그 모습을 찬찬히 보던 인협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고 순간 당황한 그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서 수업 계획서를 읽기 시작했다. 

뭐지? 아까 전 제환의 도발에 짜증이 났던 순간이 떠올라서일까? 

인협은 머릿속 의문을 안고서 수업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책상 위에 떠오르는 에스더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 애를 쓰며.

***

긴 장마에 갑순과 복란이 오랜만에 밭일을 하던 중. 멀리서부터 들려온 차 소리에 밭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어? 저거는 누구네 차래?”

회색 고급 세단이 인협이 살던 낡은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본용이가 지난번에 인협이는 오늘부터 학교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그러게.”

“설마, 부용이네 부부인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람은 담장 너머로 사라져 버린 차를 바라보았다. 

폐가나 다름없는 김 씨네를 찾을 사람은 그들의 외동딸인 부용의 가족 아니면 없을 터였다.

담장 너머로 집 쪽을 기웃거리는 머리 두 개가 보여서 갑순과 복란은 그쪽을 주시했다. 

집을 살펴보던 두 사람은 이내 담장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밭에 나와 있는 갑순과 복란을 발견했다. 

”아주머니!”

반가움 가득한 부용의 목소리에 갑순의 눈이 커졌다. 

“부용아!”

갑순의 인사에 부용과 주성이 그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부용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였다. 

“그래, 누가 아들내미를 저런 폐가 같은 집에 그냥 내버려둬?”

“이제야 알게 됐나 보지. 인협이가 여기에 와있다는 걸.”

갑순과 복란은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점점 더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아주머니! 혹시 인협이가 저 집에 살고 있나요?”

“어, 장마 전까지는 살다가 물이 하도 새서 학교에서 지냈대.”

갑순의 대답에 부용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네?”

“그러다가 학교에 일손이 좀 부족해져서 몇 시간씩 근무하고 관사를 하나 받은 모양이더라고. 집을 살만해질 정도로 수리할 때까지는 거기에 있을 모양이야.”

갑순의 설명에 부용과 주성이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그래요? 영애는요?”

“영애는 카페에 있겠지. 걔는 또 왜? 또 땅 얘기하려고?”

“아니요, 그냥. 소원리에 와있다니까 안부가 궁금해서 그러죠.”

갑순의 다그침에 부용은 적당히 말끝을 얼버무렸다. 그런 부용을 혀를 끌끌차며 보는 갑순이었다. 

“저 코딱지만 한 땅이랑 다 쓰러져가는 집을 이 동네에서 가장 알아주는 부자인 영애가 탐냈을 리가 있겠니?”

“그런 게 아니라요….”

“그런 게 아니면! 그 땅 네 아들 손에서 뺏어서 또 뭐라도 해 먹으려고 그래?”

“아주머니! 왜 저만 보면 뭐라고 하세요.”

“네가 사업 때문에 난리만 안쳤어도 소원리 땅 중 3분의 1이 아직 너희 손에 있었을 거야.”

옆집 김 씨 부부와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갑순은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었다. 

부용과 주성의 사업이 위태로울 때마다 그들은 김 씨 부부에게 손을 벌렸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약한 김 씨 부부는 밭을 팔아서 그들을 도와주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들은 도움을 주는 걸 멈췄고 그때 두 사람의 사업이 망하며 큰 빚을 지게 된 것이었다.

그때 부용은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제 아들들을 부모님 손에 맡기고 도망을 가버렸다. 

빚쟁이들에게 쫓기지 않도록 숨어 다니기 위함이었으나, 결국 80대가 다 됐던 김 씨 부부에게 아이들 양육을 기한 없이 전적으로 부탁한 거나 다름없었다. 

“아주머니, 저희 집안 이야기예요. 엄마랑 저랑 알아서 해결한 부분이고요.”

“알아서 잘 해결된 문제 가지고 사람이 그렇게 골머리를 앓아?”

“아주머니-.”

“너, 이번에 인협이가 걱정되어서 내려온 게 아니구나?”

갑순의 질문에 부용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주머니, 너무하세요. 제가 여기까지 아들 보러 오지, 왜 왔겠어요?”

부용은 기분이 상한 채로 몸을 홱 돌려서 제 갈 길을 갔다. 

“아들한테 그러면 안 돼! 아이들도 다 안다! 아무리 말을 번지르르하게 해도 그 속에 든 걸 다 안다고!”

갑순의 잔소리에도 부용과 주성은 대꾸도 안 한 채로 걸어갔다. 

“저 집은 또 무슨 일이래?”

“쯧쯧, 부모라는 게 저리 못되어 먹어서는. 저러니 인협이가 온 세상에 뿔이 나있을만하다.”

“…….”

 

갑순의 답에 복란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서 학교 쪽으로 향하는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

“네? 부용이가요?”

카페에서 일하던 영애는 전화를 받고는 홀 뒤편 룸에서 장부를 확인하다 말고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너 어딨느냐고 묻더라. 그 기집애가 네가 그리울 리는 없고 보나 마나 김 씨네 땅 이야기겠지]

“일단 알겠어요. 카페로도 찾아올 수도 있겠네요.”

갑순의 적나라한 표현에 영애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네, 감사해요. 네-.”

핸드폰을 내린 영애는 착잡한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랑끗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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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기자회견장. 그곳에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서 인협이 강대상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우겸이 인맥을 동원해 깔아준 판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케이비팀 소속이었던, 나인협 선수라고 합니다.”억울하게 누명을 쓴 직후에 이곳에 서는 걸 얼마나 꿈꿨던가. 인협은 제게 시선을 집중한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든 기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들은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얼굴로 인협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저는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직접 그 증거들을 보여드리려 합니다.”우겸이 미리 공수해 두었던,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과 원티드 스폰서 측에서 주고받았던 문자 캡처본, 태우를 통해 만들어둔 녹취록, 그리고 정현과 모비팀 감독이 멱살을 잡고서 실랑이를 벌이던 장면까지. 그 외에도 자잘한 증거들은 더 많았다.인협이 증거들을 공개할 때마다 기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네, 보시다시피 저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승부조작을 하는 이들로부터 배척받았었고요. 지속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인협이 차분하게 입장표명을 이어가자, 한 기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네, 말씀하세요.”“그렇다면, 왜 이렇게 뒤늦게서야 이 모든 입장을 밝히고 증거들을 밝히시는 건가요? 지금 반년이 좀 넘게 지난 거로 알고 있는데요.”“그건….”인협이 컨펌을 받기 위해 맨 앞자리에 앉은 우겸을 바라보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변호사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그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도 팀의 승부조작에 대해 심증만 있었을 뿐, 이렇다고 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정확히 어떤 협박이 있었죠?”찰칵찰칵. 시간이 지나며 좀 잦아들었던 플래시 세례가 다시 시작되었다. “일단 공식적으로 어떠한 발언이라도 하면 소송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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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나인협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란 말이지.”모자를 푹 눌러쓴 기태는 경기도 어느 외곽에 위치한 식당 외관을 쭉 훑어보았다. 3층짜리 초대형 건물이었으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기태는 의아해하며 핸드폰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분명히 정현이 알려준 주소였다. “나 같으면 부모님 식당이나 집이라도 정리해서 소송이라도 제대로 걸었을 텐데. 미련한 놈….”기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현이 보내줬던 인협의 부모님에 대한 정보는 놀라웠다.족히 10억은 넘는 브랜드 아파트에,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이었다. 이 정도의 재력이 있는, 아니면 인협을 통해 부를 쌓았을 부모가 왜 인협이 궁지에 몰렸을 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해진 그였다.보나 마나, 그 고지식한 놈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했겠지.세상 물정 하나 모르던 인협은 이전부터 늘 기태의 심기를 거슬렀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실력은 좋고 성실해서 알려진 것도 싫었고, 미련할 정도로 올곧은 게 보기가 싫었다. 꼭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인협은 묵묵하고 우직했다. 기태와는 다르게. 약간의 괴롭힘에 인협이 흔들렸다면, 기태는 그를 비웃고는 적당한 때 관뒀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고하고 꼿꼿했던 인협의 모습은 기태의 승부욕을 건드리고 말았다.그의 올곧음은 굽은 기태에게 거슬리는 걸림돌이 되고야 말았으니까. 그래, 언제까지 그렇게 고고하게 굴 수 있나 보자. 그렇게 하면서 기태는 속으로 되뇌었다. 사실 승부조작으로 얻게 될 돈에도 솔깃했지만, 동시에 이런 나락으로 자빠뜨리면 잘난척하는 인협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 있을까 싶은 호기심도 컸다. 결과적으로 그 호기심은 기태를 잡아먹고 말았지만 말이다.“나인협 그 자식이 적당히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 왔을 텐데.”인협의 경우에 승부조작 이슈를 크게 키우지 않아 경찰에게까지 넘어가지는 않았었다. 수사가 진행되면 진실이 파헤쳐질 거라는 생각에 정현이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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