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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천천히 함께 가보자

Author: 랑끗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2 14:05:45

작은 기자회견장.

그곳에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서 인협이 강대상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우겸이 인맥을 동원해 깔아준 판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케이비팀 소속이었던, 나인협 선수라고 합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직후에 이곳에 서는 걸 얼마나 꿈꿨던가. 인협은 제게 시선을 집중한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든 기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들은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얼굴로 인협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직접 그 증거들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우겸이 미리 공수해 두었던,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과 원티드 스폰서 측에서 주고받았던 문자 캡처본, 태우를 통해 만들어둔 녹취록, 그리고 정현과 모비팀 감독이 멱살을 잡고서 실랑이를 벌이던 장면까지. 그 외에도 자잘한 증거들은 더 많았다.

인협이 증거들을 공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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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 투 소원리   62. 천천히 함께 가보자

    작은 기자회견장. 그곳에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서 인협이 강대상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우겸이 인맥을 동원해 깔아준 판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케이비팀 소속이었던, 나인협 선수라고 합니다.”억울하게 누명을 쓴 직후에 이곳에 서는 걸 얼마나 꿈꿨던가. 인협은 제게 시선을 집중한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든 기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들은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얼굴로 인협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저는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직접 그 증거들을 보여드리려 합니다.”우겸이 미리 공수해 두었던,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과 원티드 스폰서 측에서 주고받았던 문자 캡처본, 태우를 통해 만들어둔 녹취록, 그리고 정현과 모비팀 감독이 멱살을 잡고서 실랑이를 벌이던 장면까지. 그 외에도 자잘한 증거들은 더 많았다.인협이 증거들을 공개할 때마다 기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네, 보시다시피 저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승부조작을 하는 이들로부터 배척받았었고요. 지속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인협이 차분하게 입장표명을 이어가자, 한 기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네, 말씀하세요.”“그렇다면, 왜 이렇게 뒤늦게서야 이 모든 입장을 밝히고 증거들을 밝히시는 건가요? 지금 반년이 좀 넘게 지난 거로 알고 있는데요.”“그건….”인협이 컨펌을 받기 위해 맨 앞자리에 앉은 우겸을 바라보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변호사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그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도 팀의 승부조작에 대해 심증만 있었을 뿐, 이렇다고 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정확히 어떤 협박이 있었죠?”찰칵찰칵. 시간이 지나며 좀 잦아들었던 플래시 세례가 다시 시작되었다. “일단 공식적으로 어떠한 발언이라도 하면 소송을 걸

  • 웰컴 투 소원리   61. 너 놀리는 재미에 산다니까

    “여기가 나인협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란 말이지.”모자를 푹 눌러쓴 기태는 경기도 어느 외곽에 위치한 식당 외관을 쭉 훑어보았다. 3층짜리 초대형 건물이었으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기태는 의아해하며 핸드폰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분명히 정현이 알려준 주소였다. “나 같으면 부모님 식당이나 집이라도 정리해서 소송이라도 제대로 걸었을 텐데. 미련한 놈….”기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현이 보내줬던 인협의 부모님에 대한 정보는 놀라웠다.족히 10억은 넘는 브랜드 아파트에,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이었다. 이 정도의 재력이 있는, 아니면 인협을 통해 부를 쌓았을 부모가 왜 인협이 궁지에 몰렸을 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해진 그였다.보나 마나, 그 고지식한 놈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했겠지.세상 물정 하나 모르던 인협은 이전부터 늘 기태의 심기를 거슬렀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실력은 좋고 성실해서 알려진 것도 싫었고, 미련할 정도로 올곧은 게 보기가 싫었다. 꼭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인협은 묵묵하고 우직했다. 기태와는 다르게. 약간의 괴롭힘에 인협이 흔들렸다면, 기태는 그를 비웃고는 적당한 때 관뒀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고하고 꼿꼿했던 인협의 모습은 기태의 승부욕을 건드리고 말았다.그의 올곧음은 굽은 기태에게 거슬리는 걸림돌이 되고야 말았으니까. 그래, 언제까지 그렇게 고고하게 굴 수 있나 보자. 그렇게 하면서 기태는 속으로 되뇌었다. 사실 승부조작으로 얻게 될 돈에도 솔깃했지만, 동시에 이런 나락으로 자빠뜨리면 잘난척하는 인협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 있을까 싶은 호기심도 컸다. 결과적으로 그 호기심은 기태를 잡아먹고 말았지만 말이다.“나인협 그 자식이 적당히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 왔을 텐데.”인협의 경우에 승부조작 이슈를 크게 키우지 않아 경찰에게까지 넘어가지는 않았었다. 수사가 진행되면 진실이 파헤쳐질 거라는 생각에 정현이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

  • 웰컴 투 소원리   60. 좋네요 사랑이라는 게

    “알아가기로한지 하루 만에 이렇게 막 쫓아와서 죄송한데요.”“미안해요.”“뭐가 미안한데요?”성난 유진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인협은 야속하게도 에스더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며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렇게 봉길은 인협의 집에 홀로 남겨지게 된 것이었다. “일단 뭐든 미안해요. 유진 씨를 화나게 해서.”앞서 넙죽 엎드리는 봉길을 보며 유진은 팔짱을 꼈다.“뭘 잘못했는지 알고 사과를 해야지 다음에 또 똑같은 짓을 안 하겠죠?”“어….”희대의 난제. 사랑하는 사람이 던지는 당신이 지금 뭘 잘못한 거 같아요? 라는 질문이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알려줘요.”“어제 더위를 그렇게 심하게 먹었던 사람이 오늘 야외에서 축구를 해요?”유진의 타박에 봉길의 눈이 커졌다. “날 걱정해서….”“그래요. 걱정이 되어서요. 오늘 서울 올라갈 거라면서요.”뿔난 유진의 표정에 잔뜩 긴장했던 봉길은 크게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날 걱정해서 유진 씨가 이렇게 달려온 거라고요?”“……….”환해진 봉길의 얼굴이 얄미웠으나,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걱정 끼치는 일 없도록 할게요.”봉길의 깔끔한 사과에 유진은 마음이 확 풀어지는 걸 느꼈다. 남자 앞에서 제 성격이 유순하거나, 상냥한 편은 아니라는 걸 유진은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봉길은 과거의 남자들처럼 쩔쩔매거나 어쩔 줄 몰라 하지 않고, 그렇다고 자존심을 세우며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다. 물론 유진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유진이 화가 난 이유를 듣고는 봉길은 군말 없이 사과하고 앞으로 바뀔 것을 약속했다. ‘너는 여자애가 왜 이렇게 드세?’주아의 친부는 언젠가 이렇게 물었었다. 그리고 유진은 어느 정도 이러한 부분이 자신의 일부임을 믿고 살아왔었다. 봉길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의 말끔한 사과에 단숨에 화가 풀린 그녀였다.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간단하게 화를 푸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던 그녀였다. “…….”“왜요? 내가 또 뭐 잘못했어

  • 웰컴 투 소원리   59. 예뻐 뭐가 됐든

    인협의 집. 씻고 나온 봉길이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다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인협을 발견했다. “그래서 인협 선수는요.”“네?”“인협 선수는 황 선생님이랑 어떻게 된 거예요?”봉길의 질문에 인협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게, 어쩌다가. 첫 만남은 최악이었다. 모난 자신 때문에 모든 게 오해로 시작된 관계였다. 그러다가 가장 큰 전환점은 장마로 인해 물이 많이 샜을 때였다. 모든 걸 포기하려던 때. 에스더는 그의 손을 붙들어주었다. 그가 놓으려고 해도 절대로 못 놓도록 꼭 붙들며. 그렇게 에스더가 반강제로 끌어올려 주었기에 지금의 삶이 있었다.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고, 미래를 꿈꾸게 되는 삶. 오늘을 죽지 못해 사느라 그저 견디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내일을 생각하고 기대하게 되는 삶을 에스더가 선물해 주었다.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꿀팁 좀 알려주세요. 저도 유진 씨랑 잘 되고 싶은데….”“글쎄요. 저한테 배울 게 없을 텐데. 특히 연애는요.”“어찌 됐든 지금 성공했잖아요.”“사실 저는 진짜 비겁하고 별로인 사람이었는데 에스더가 구제해 준거나 다름없죠.”구제라. 봉길은 유진과의 관계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네, 나같이 쑥맥이고 내세울 게 크게 없는 사람을 유진 씨가 구제해 준 거나 다름없네. “그냥, 유진 씨가 저를 내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납작 엎드려 살아야겠네요.”“맞아요. 그것뿐이죠, 사실. 진짜 별로였던 내 안에 있던, 나도 모르는 무언가를 봐줬던 여자니까요. 엄청 소중하죠.”“와….”불과 반년 전까지 보아왔던 인협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에 봉길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가시를 잔뜩 세우고 경계하던 인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 보였다. 지금은 그저 말랑말랑한 슬라임 같은 존재 같을 뿐. 황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신 걸까. 사랑의 힘이란 무엇인가. 이 어마어마한 현상에 진지한 고찰까지 하게 된 봉길이었다. “내가 인협

  • 웰컴 투 소원리   58. 일장춘몽

    “아휴, 나 선생님. 고마워요. 아시다시피 저희가 손님을 맞을 상황도 아니고….”인협, 봉길, 그리고 에스더를 배웅하던 순옥의 곤란한 눈빛이 거실 소파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서 앉은 철호와 그의 앞에 매서운 표정을 짓고 선 유진에게로 잠시 향했다. 그 시선의 끝을 따라간 인협은 그녀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있었다.”네, 당연하죠. 선생님도 수술하고 회복하고 계신 중인데요.“”고마워요, 이해해 줘서.””그럼,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학교에서 만나요.“”네, 감사합니다.”현관문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닫힌 후. 세 사람은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소원 초등학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봉길의 얼굴은 아직 창백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력은 회복한 듯해 보였다.“차는 내일 찾으러 와요. 조 선생님 남편분, 내일 일찌감치 철물점으로 출근하실 테니까요.”“네….”봉길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순옥의 집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렇게 네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철호가 집으로 들어와 그 광경을 보고 말았다. 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알아차린 철호가 노발대발했고, 덩달아 유진이 봉길을 변호하며 철호와 실랑이를 하게 된 탓에 세 사람은 집에서 걸음을 서둘러 나온 것이었다.봉길은 오늘 일단 인협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하룻밤 묵어본 후, 몸이 회복되면 다음 날인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었다. “아무래도…. 다시 돌아가는 게 맞을까요?”“아니요. 주아 어머님께 맡기기로 해요.”마치 사나운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를 보고 선 것만 같았던 광경을 떠올린 인협이 발길을 돌리려는 봉길을 막았다.“얻어맞아도 내가 얻어맞는 게 맞는데….“”왜요?“”내가 유진 씨를 쫓아다니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오-.”선하고 강단은 있어서 나서야 할 때는 늘 굳건한 편이었지만, 평소에는 굉장히 유순해 보이는 봉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한 여자를 쫓아다니다니. “역시…. 겉모습만 봐서는 연애할

  • 웰컴 투 소원리   57. 왜 더 좋아지지?

    버스 정류장 앞. 서로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한 봉길과 유진이었다.“그럼, 우리 카페로 가요. 거기에 차가 주차되어 있거든요. 제가 유진 씨 집까지 태워다줄게요.”“아, 버스 타고 들어가도 돼요. 항상 출퇴근할 때마다 타는 버스거든요.”“제가 이렇게 헤어지기 아쉬워서 그래요.”“……..”“근데, 유진 씨는 보나 마나 아이 스케줄도 있을 거니까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요.”봉길의 배려에 감동한 유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가요. 가는 길에라도 유진 씨 좀 보게.”“그래요, 그럼.”원래도 독립적인 성격이었으나 주아를 가진 걸 알고 주아의 친부에게 버림받을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유진은 부모님을 제외한 누군가에게 절대 기대지 않겠노라고 결심했었다. 그래서 주변 도움의 손길을 이를 악물고 거절하고서 홀로 모든 걸 해내 왔던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봉길은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온 유진의 마음을 자꾸만 말랑하게 만들었다. 유진이 기대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이 유진이 필요하다는 걸 먼저 알려주는 그라서 가능한 건지도 몰랐다. 봉길은 먼저 자신이 더 취약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매일매일 참았어요. 여기까지 달려오는 거.”“왜 그렇게 참았어요?”“유진 씨 입장에서는 무서울 수도 있을 거 아니에요. 먼저 명함을 받고서도 연락 안 하기로 결정했는데, 내가 바로 카페에 불쑥 나타나면.”그랬을 수도. 봉길과 함께 걷던 유진은 의심 많은 제 성격에 충분히 그랬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가 워낙 겁쟁이라서요. 100퍼센트의 확신이 없으면 잘 못 움직이는 스타일이거든요. 리스크나 실패를 워낙 싫어해서.”“…….”“미안해요. 사실 내 인생에서 상상할 수 없는 용기를 낸 건데도 많이 늦었죠?”마음이 참 예쁜 사람이라는 게 어찌 이리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묻어나오는지. 봉길의 말에 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아….”순간 걸음을 늦추며 비틀거린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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