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드라마 / 웰컴 투 소원리 / 26. 절대로 아니야

مشاركة

26. 절대로 아니야

مؤلف: 랑끗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8-02 15:19:56

방과 후. 

아침에 본용으로부터 옆집 관사 도어락 비밀번호를 전달받은 에스더가 그것을 인협에게 건네자마자 둘만의 작은 이사가 시작됐다. 

7월 초. 오랜만에 잠시 비가 쉬어가는 날이었다. 

그래봤자 옆집에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 후에 캐리어 하나를 달랑 바로 옆집으로 옮기는 거였지만 말이다. 

“진짜로 짐이 이게 다야?”

“응.”

에스더와 인협은 에스더의 집과 똑같이 생겼지만, 방향만 다른 집안을 둘러보았다. 

사람 사는 온기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관사 안은 휑했다. 

“이사 기념으로 자장면은 대접 못하지만, 짜파게리나 같이 끓여 먹을래?”

짐이 든 캐리어를 한구석 벽에 기대어놓은 인협의 제안에 에스더의 얼굴이 밝아졌다.

“좋지! 오늘 밥 차리기 귀찮았는데, 잘 됐다.”

“잘됐네. 소파에 앉아 있어.”

“좋아.”

에스더는 아직 물건 없이 텅 빈 집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인협은 능숙하게 움직여, 관사에 있던 냄비를 하나 꺼내서 그것을 씻었다. 

생각보다 어깨가 넓네. 

에스더의 눈이 인협의 뒷모습을 바쁘게 좇았다. 팔을 뻗을 때 은근히 보이는 근육. 생각보다 남자다운 몸의 선. 

그녀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지금. 

차라리 내 취향은 정렬 씨라고. 키도 크고 남자답고, 성격도 순하고. 

마른 안경잡이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에스더는 자기 최면을 걸며 잠시 스쳐 지나간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애를 썼다.

이상하게도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협의 뒷모습에 절로 흐뭇해지고 마는 것이었다. 

“뭐야.”

“뭐가?”

에스더의 나지막한 혼잣말에 짜파게리를 끓이던 인협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싱겁긴.”

피식 웃고서 돌아보는 인협의 모습의 잔상이 남아 에스더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한 번 더 응시했다. 

나, 드디어 정신이 어떻게 된 건가? 아니야,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정이 들었던 거지. 단지 그거뿐이야.

내가 저 인간을…. 절대로 아니야. 

에스더는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을 되뇌었다.

***

춘천 어느 대학병원. 

“순옥아.”

“여보.”

수술 회복실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온 순옥에게 대기실에 앉아 있던 철호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순옥은 파리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수술은 잘 됐대. 암이 잘 떼어져서 항암은 따로 안 해도 되고, 앞으로는 추적 검사만 열심히 하면 된대.”

“감사하네.”

철호의 말에 순옥이 힘없이 미소 지었다. 

다행이었다. 집으로 더 빨리 돌아갈 수 있어서. 

수술 전날 밤 했던 영상 통화에서 순옥과 철호가 보고 싶다며 울적해하던 주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하여튼 아주 큰 산 하나 잘 넘었네.”

“그러게.”

“이제 회복만 신경 써, 당신은.”

철호의 당부에 순옥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고마워요.”

“아후-.”

안도감 때문인지 철호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동안 가장 맘고생했을 순옥을 위해 슬픔을 내비치는 걸 참아온 그였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는 안타까움과 그녀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날마다 철호를 덮쳐왔다. 

“이 따뜻한 손을 다시는 못 잡을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참 걱정도 많아요, 당신.”

“원래 잃을 게 많은 사람이 두려움이 많은 법이야. 내가 가진 것 중에 당신은 가장 큰 거고.”

철호의 투덜거림에 순옥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모든 풍파에 강하고 우직해 집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모두 막아내는 방파제 같은 사람이 그녀만 관련되면 유독 물렁물렁해지고는 했다. 

그래서 순옥이 그를 더 사랑하게 된 거긴 했지만, 처음으로 크게 아파보니 철호가 적잖이 걱정되었다. 

그동안 너무 서로만 사랑하고 의지했나, 라는 의심이 고개를 절로 들 만큼. 

어느새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순옥의 침대는 그녀의 병실에 다다랐다. 

같은 방 환자와 보호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녀의 침대는 제자리를 찾았다. 

“감사합니다.”

철호의 인사에 상냥한 인사를 건넨 의료진은 빠르게 밖으로 향했다. 

철호는 순옥에게 덮인 이불을 더 꼼꼼히 덮어주었다. 

“여보.”

“응?”

분주하게 움직이는 철호를 순옥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돌아가면 여보도 여보 취미도 좀 즐기고 그래.”

“순옥이, 나 서운하게 왜 그래? 나는 당신 옆에 딱 달라붙을 예정이었는데.”

“왜?”

“당신 옆에만 딱 달라붙어서 음식 건강하게 챙겨 먹으라 잔소리하고, 일은 적당히 하라고 잔소리하고, 남 일은 좀 뒤로 두고 적당히 쉬어주라고 잔소리해야지. 당신 아프다고 들었던 순간부터 이전에는 그거 제대로 못 한 걸 매일매일 후회했어.”

“…….”

“행여나 내가 당신 밖에 없어서 걱정스러운 거면, 그런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당신이 억지로 떼어놓아도 나는 죽는 날까지 당신뿐일 거니까.”

철호의 고집에 순옥이 행복과 걱정이 뒤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거머리같이 당신 곁에만 딱 붙어있을 남편을 고른 건 당신이니까 책임져.”

철호의 진지한 말에 순옥은 푸스스, 웃고 말았다. 귀엽고도 안쓰러운 투정이었다. 

“이런 쭈글쭈글해진 아줌마, 뭐가 예쁘다고 그렇게 쪼르르 쫓아다녀?”

“내가 더 쭈글쭈글해. 심지어 나는 그을리기까지 해서 촌스럽기까지 해. 이런 못난이 같은 나랑 살아주는 당신이 더 고맙지.”

철호는 이내 순옥의 손을 꼭 잡았다. 아직 회복 중이라 그런지, 약간은 찬 기운이 도는 손이었다. 

철호는 반대편 손을 들어서 순옥의 이마부터 머리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기력을 몽땅 순옥에게 전해주어서 그녀의 회복을 돕고 싶었다.

“누가 보면 쭈글쭈글한 사람 둘이서 유난 떤다고 하겠어, 그치?”

“알 게 뭐야. 그런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못 해본 사람들이겠지.”

철호의 투덜거림에 순옥이 다시 한번 조용히 미소 지었다. 

“고마워.”

“응, 그러니까 내 걱정 사서 하지 말고 제발 당신만 생각해.”

“알겠어.”

애원에 가까운 철호의 부탁에 순옥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러게. 나도 어찌 됐든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뿐인걸. 

순옥은 자신을 살뜰히 살피는 철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

[나인협]

초록색 칠판에는 인협의 이름 석 자가 하얀색으로 적혀 있었다. 

그 앞에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 인협과 그 옆에 환한 표정으로 선 에스더가 서 있었다. 

“안녕, 얘들아. 앞으로 미술, 체육, 그리고 음악을 가르치게 된 나인협 선생님이라고 해.”

“와아아아-!!!”

작은 소원리, 그보다 더 작은 소원 초등학교에 뉴페이스의 등장이란. 

학교 앞에서 이전에 있던 일도 잊고서 아이들은 인협을 열과 성을 다해 환영했다. 

이게 바로 아이들다움인 것 같았다. 

인협은 한층 긴장이 풀린 얼굴로 교실 안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자그만 얼굴들을 둘러보았다. 

제각각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자, 그럼 선생님께 너희들도 한번 소개를 해볼래?”

“네?”

“선생님도 너희들을 잘 모르시잖아. 너희들도 자리에서 한 명씩 일어나서 소개를 하면 어떨까?”

에스더의 제안에 아이들이 수줍은 얼굴을 하고서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만 보았다.

“자, 우리 학교의 왕형아 문기훈부터!”

에스더의 부름에 사춘기 직전, 키가 쑥 크기 전에 통통한 얼굴을 한 기훈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기훈이라고 합니다. 5학년입니다.”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허스키하지만, 앳된 소년의 목소리였다. 나머지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기훈이 머쓱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다음은 희주가 해볼까?”

에스더의 부름에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희주가 주변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송희주라고 합니다. 저도 5학년이에요….”

작고 느릿한 음성. 희주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에 황급히 앉았다. 

“희주랑 희락이는 남매인데 옆마을인 가명리에서 매일 통학하고 있어요. 주변에 가까운 학교가 이곳뿐이거든요.”

에스더의 부연 설명에 희주가 수줍게 고개만 끄덕였다. 

“다음은?”

정렬의 여동생 유림이었다. 앞머리도 없이 헝클어진 단발머리를 하고 얼굴이 조금 그늘진 아이였다. 

유독 까만 눈동자가 불안한 듯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3학년 이유림입니다.”

안 그래도 작은 어깨는 잔뜩 앞으로 말려있었다. 그때 한 아이의 손이 번쩍 올라왔다. 

“어, 그럼 다음은 예담이가 해보자.”

기탁의 첫째, 예담이었다. 단정한 머리를 한 예담은 큰 눈을 반짝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부터 밝은 기운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묘하게 그 얼굴 위로 기탁이 보이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양예담입니다!”

또박또박하고 우렁찬 음성에 몇몇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랑스러워하는 예담의 눈길이 잠시 옆자리에 앉은 주아에게 닿았다. 

“다음은 제가 할래요!”

“어, 그래. 희락아.”

요령 없이 짧게 깎아 밤톨 같은 머리를 한 희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두 눈에는 힘이 가득해 보였다. 

“저는 송희락입니다! 2학년이고, 송희주 누나의 동생입니다!”

“보시다시피 희락이랑 예담이랑 엄청난 라이벌 관계랍니다.”

예담을 이기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희락을 본 에스더가 옆에 선 인협에게 살짝 귀띔해 주었다. 

그 갑작스러운 속삭임에 인협은 목뒤에 잔털이 모두 쭈뼛 서는 걸 느꼈다. 

희락이 힘차게 앉자마자 주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똑 단발머리에 똑 부러지게 생긴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박주아라고 합니다. 우리 엄마는 박유진입니다.”

주아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끝나고, 기훈의 동생 기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잔털 하나 없이 꽉 묶은, 총명해 보이는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문기정입니다. 문기훈 오빠 동생입니다.”

“자, 그럼 우리 정결이가 마지막이네?”

정렬의 막냇동생, 바가지머리를 한 정결이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났다. 

유림과 마찬가지로 정결의 고개를 살짝 숙여진 채로 두 눈은 바쁘게 주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정결입니다.”

“정결이도 1학년이에요. 자, 앞으로 이렇게 여덟명의 아이들과 함께하시게 될 거예요.”

말을 마친 에스더는 인협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오늘은 드디어 인협이 수업을 맡아서 진행하는 날. 

에스더가 인협이 가르치는 시간에 함께 들어와 한동안은 도와주기로 이야기가 된 터였다. 

그리고 언제 돌발행동을 할 줄 모르는 인협을 감시하려는 본용의 계책이기도 했다. 

“잘 부탁해, 아이들아.”

인협의 무뚝뚝한 인사에 모든 아이들의 표정에 설렘과 긴장이 가득해졌다. 

에스더는 교실 뒤편에 놓아둔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자, 지금은 음악 시간이야.”

어젯밤 이사 후. 인협이 봐야 하는 수업 자료를 넘겨주었을 때 그는 별다른 도움은 필요 없다고 장담했었다. 

그래서 그에게 전적으로 다 맡기기로 한 에스더였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직접 하는 경험을 통해 배워야만 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가볍게 노래를 부르며 시작해 볼까? 앞으로 음악 시간이 시작될 때마다 선생님이랑 이 노래를 부르고 시작할 거야.”

인협이 말을 마치고는 옆에서 기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언젠가 기타를 칠 수 있는 선생님이 있었던 시절 학교 예산으로 구매했다가 학교 창고에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기타였다. 

그걸 오늘 아침에 발견한 인협은 낡은 기타를 미리 조율해 두었다. 

“우와아-!”

처음 보는 기타의 자태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자, 선생님이 먼저 알려줄게. 한 줄씩 따라 해봐?”

어깨끈으로 기타를 맨 인협이 기타로 코드를 하나 치자마자 아이들은 단숨에 흥분상태가 되었다. 

어미 오리를 졸졸 쫓아다니는 새끼 오리처럼 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인협이 부르는 노랫말을 잘도 따라 불렀다. 

“목소리가 좋네.”

말할 때도 목소리가 퍽 듣기 좋은 중저음이라고 생각했던 인협의 목소리는 노래를 부를 때 조금 더 맑아지는 편이었다. 

흔들림 없이 잘 뻗어내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에스더는 어느새 턱을 괴고서 인협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집중을 했다. 

아이들은 아기 새처럼 그가 불러주는 노래를 제각각의 소리로 잘도 따라 불렀다.

묘한 불협화음으로 어우러졌음에도 아이들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생각보다 인협은 아이들 앞에서 잘 웃고, 안정적이었다. 

게다가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을 다루는 데 꽤 능숙했다. 

무던한 무표정함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이 상냥한 여자 선생님들과는 또 다르게 아이들을 잘 붙들어 주는 것 같았다. 

젊은 남자 선생님을 처음 보는 탓인지, 아니면 기타를 처음 보는 탓인지.

인협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은 그의 가르침에 유독 잘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에스더는 어느새 미소를 띤 얼굴로 편안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랑끗

감사합니다!

| 2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웰컴 투 소원리   66. 당연하고 맞는 말

    “뭐? 게, 뭐?”“게임이요, 할머니.”“그게 뭐야?”매미 소리가 소원리 하늘을 울리는 어느 여름날. 잠시 할머니 집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갔던 인협이 길로 나오던 중에 갑순과 복란을 마주쳤던 것이다. 그리고 인협은 갑순으로부터 취조를 당하는 중이었다. 인협이 프로 선수라는 소식은 들었으나, 아무래도 그가 어떠한 종목을 맡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인협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갑순의 주름진 얼굴에 더 깊은 물음표가 생겨났다.“그게….. 컴퓨터 아세요? 컴퓨터 안에서 하는 경기인데요.”“으음….”“리그 오브 카오스라는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게 5대5, 팀으로 경기하는 건데요.”“그렇구나.”“5대5로 대결하고 서로를 공격하면서 상대의 성을 무너뜨리면 이기는 게임이에요.”갑순의 얼굴에는 주름이 더 깊이 패였지만, 그녀는 최선을 다해 인협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아무튼 그렇게 이기면 스포츠 선수들처럼 상금도 받고, 팀에서 절 원해서 돈을 많이 주고서 데려가기도 하고요.”“쯧, 근데 보나 마나 돈은 네 엄마한테 다 털린 거지?”다른 누군가가 했다면 매우 무례하게 들렸을 질문이었으나, 상대는 갑순이었다. “네, 아주 다 털린 건 아닌데, 거의 다 털렸어요.”“어어? 그래도 남겨둔 돈은 좀 있나 보네.”“제가 번 것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돈이긴 해요.”“1퍼세? 뭐?”“백분의 일이요. 백 개 있었으면 그 중에 하나 남았어요.”“뭐어?”인협의 말에 갑순과 복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두 사람은 눈빛 교환을 하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세상 똑똑하게 생겨서는, 완전 헛똑똑이였네.”“네, 제가 그랬더라고요.”인협의 후회가 묻어나오는 말에 갑순은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제 속이 속이겠어. 가족들에게 평생을 다 바쳐 헌신한 뒤, 짐짝처럼 버려지는 건 갑순의 때에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부모는 모든 자식을 사랑한다던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라고, 갑순은 일찌감치 결론을 내린

  • 웰컴 투 소원리   65. 그깟 돈이 뭐라고

    평온한 소원리의 월요일 아침. 소원 초등학교 교실. “선생님! 서울은 어때요?”“서울에는 진짜로 지하철이 왕 많아요?”첫 교시 수업을 맡은 인협은 온갖 질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얘들아, 선생님은 질문을 하라고 한 게 아니라 준비물 꺼내라고 했는데.”“피이…. 좀 알려주세요! 우린 서울에 한 번도 못 가봤단 말이에요.”인협의 심드렁한 말에 토라진 아이 몇몇이 볼멘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잠시 멈칫한 인협이었다. 아아, 우리에게 당연한 게 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구나.읍내에서 차로 30분은 더 들어와야 있는 시골의 한 자락. 대체로 조부모님들과 사는 아이들에게 서울 구경의 기회라고는 없었을 것이다.“서울을 한 번도 안 가봤다고?”이 와중에 재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마치 외국인을 보는듯한 시선으로 서울을 못 가봤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구재형, 쉿. 조용.”평소에 잘난척하기 워낙 좋아하는 재형이라, 그의 말실수를 막기 위해서 인협이 엄한 표정을 지으며 재형에게 말했다. 그러자 입술을 한참 동안 씰룩이던 재형은 그의 말을 순순히 들었다. 그의 조부모도 못 말리는 재형을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건 인협뿐이었다. “서울 좋지. 선생님이 원래 뭐하던 사람인지 들어본 사람?”“어…. 무슨 선수라고 했었는데.”“맞아요. 메달도 따고 해서 되게 유명하다고 했어요.”기훈과 기정의 말에 인협이 씩 웃었다. 시골 아이들에게 핸드폰이란 아직 사치이기에,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는 좀 느린 편이었다. 아이들답게 들판을 뛰어다니고, 술래잡기나 하며 노는, 요새 보기 드문, 조금 이상하다고 할 수도 있는 아이들.“리그 오브 카오스 선수잖아. 그것도 한국 전체랭킹 2위라고.”재형은 이때를 기다려왔다는 듯이 잘난 척을 시작했다. 우쭐대며 턱을 치켜든 재형을 본 아이들은 ‘쟤 왜 저래?’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고맙다. 구재형. 리그 오브 카오스라는 게임의 프로 선수인데, 선생님이 이제 9월이 되면 선수 생활에 복귀

  • 웰컴 투 소원리   64. 나는 그냥 널 사랑해

    “아, 가기 싫다.”인협은 에스더가 지내는 방 안 침대에 누운 채로 칭얼거렸다. 그런 그의 옆에 마주 누운 채로 바라보던 에스더는 피식 웃고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어여 가.”“싫은데….”인협은 오히려 에스더에게로 거리를 좁혀올 뿐이었다. “어쭈?”“아니, 좀 아깝잖아.”“도대체 뭐가 아까운 거지?”늦은 저녁 시간. 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인협은 이내 에스더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제 품 안에 꽉 가둬버렸다.“아, 나인협! 숨 막혀!”“이렇게 안고만 잘게.”“이거 놔라!”인협과 에스더의 실랑이는 계속되었다. 그러자, 이내 그의 등짝에 에스더의 매서운 손이 꽂혔다.짝! 그의 등짝에서 찰진 소리가 나며 인협은 에스더를 놓아주었다.“아으윽!”“그러게. 놓으라니까!”인협이 알싸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에스더는 재빠르게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너무해….”“은근슬쩍 이러는 네가 더 너무한데.”에스더의 반격에 인협은 입술을 내밀고 있다가 그대로 고개를 침대에 묻어버렸다. 팔짱을 끼고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스더는 그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잠시 표정을 풀었다.“많이 아파?”“쪽팔려.”“뭐가?”침대에 고개에 묻은 채로 고개를 저은 인협이 고개를 다시 번쩍 들었다.“깜짝이야.”“본능 하나 어쩌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이러고 있는 내가 쪽팔려서 그래.”“…….”인협의 솔직한 고백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뻔한 에스더였다. 그러나 재빠르게 표정 관리를 하고서 무표정을 유지했다.“뭐, 그럴 수 있지. 내가 워낙 매력적이니까.”“응.”어라, 웃자고 한 소린데. 에스더의 말에 인협은 더 울상이 되고 말았다. “네가 너무 매력적인 게 문제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멋있는 모습으로 기자회견에서 자기 이야기를 잘도 하더만. 화면 속에서는 그렇게 대단하고 커 보이던 사람이. 핸드폰 속 인협을 보며 에스더는 새삼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 웰컴 투 소원리   63. 사랑 방식

    “인협 선수 부모님 빚투 건은 어느 정도 이렇게 넘어가지는 것 같네요.”“아직도 여론이 반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 확 뒤집어줄 이슈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그러게요.”우겸과 변호사는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우겸은 잠시 생각에 깊이 잠긴 채로 앉아 있다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떴다.“인협 선수, 남동생이 있다고 했죠?”“네.”“그 동생을 한번 포섭해 볼까요? 그분이 목소리를 좀 내주면, 인협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양날의 검이죠. 만에 하나 남동생 측이 인협 선수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면 반대가 될 수도 있고요.”“아하…. 그러네요.”“숱한 케이스를 봐오며 느낀 건, 뭐든 저희가 생각하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겁니다.”“고로, 인협 선수 동생도 일반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네, 맞습니다.”“…….”변호사의 말에 우겸의 얼굴이 한결 진지해졌다. “너무 대놓고 접근하지 않고 적당히 떠볼 방법이 없으려나….”“글쎄요.”두 사람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 봉길 감독님을 한번 보내보죠.”“네? 곧 신생팀 감독을 맡게 되실 분이요?”우겸의 제안에 변호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 언론에 많이 노출도 안 되어서 적당히 인협 선수 지인인 것처럼 접근해서 떠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흐음….”“이 방법도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있긴 한데, 다른 방법보다는 좀 더 나을 거 같네요.”“그렇긴 하죠.”“그럼, 일단 이 방법으로 가볼게요.”우겸은 무언가 결심한 듯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정렬의 집 앞. 또다시 반찬을 들고 그곳을 찾은 지혜가 현관문에다가 노크를 하고 있었다. 초인종을 몇 번 눌렀음에도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똑똑똑.“계세요? 정결이 어머니-.”기탁의 아내 지혜의 두드림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정렬과 아이들이 그녀의 집에서 지내게 된 지는 벌써 두 주째. 며칠에 한 번씩

  • 웰컴 투 소원리   62. 천천히 함께 가보자

    작은 기자회견장. 그곳에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서 인협이 강대상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우겸이 인맥을 동원해 깔아준 판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케이비팀 소속이었던, 나인협 선수라고 합니다.”억울하게 누명을 쓴 직후에 이곳에 서는 걸 얼마나 꿈꿨던가. 인협은 제게 시선을 집중한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든 기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들은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얼굴로 인협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저는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직접 그 증거들을 보여드리려 합니다.”우겸이 미리 공수해 두었던,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과 원티드 스폰서 측에서 주고받았던 문자 캡처본, 태우를 통해 만들어둔 녹취록, 그리고 정현과 모비팀 감독이 멱살을 잡고서 실랑이를 벌이던 장면까지. 그 외에도 자잘한 증거들은 더 많았다.인협이 증거들을 공개할 때마다 기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네, 보시다시피 저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승부조작을 하는 이들로부터 배척받았었고요. 지속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인협이 차분하게 입장표명을 이어가자, 한 기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네, 말씀하세요.”“그렇다면, 왜 이렇게 뒤늦게서야 이 모든 입장을 밝히고 증거들을 밝히시는 건가요? 지금 반년이 좀 넘게 지난 거로 알고 있는데요.”“그건….”인협이 컨펌을 받기 위해 맨 앞자리에 앉은 우겸을 바라보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변호사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그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도 팀의 승부조작에 대해 심증만 있었을 뿐, 이렇다고 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정확히 어떤 협박이 있었죠?”찰칵찰칵. 시간이 지나며 좀 잦아들었던 플래시 세례가 다시 시작되었다. “일단 공식적으로 어떠한 발언이라도 하면 소송을 걸

  • 웰컴 투 소원리   61. 너 놀리는 재미에 산다니까

    “여기가 나인협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란 말이지.”모자를 푹 눌러쓴 기태는 경기도 어느 외곽에 위치한 식당 외관을 쭉 훑어보았다. 3층짜리 초대형 건물이었으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기태는 의아해하며 핸드폰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분명히 정현이 알려준 주소였다. “나 같으면 부모님 식당이나 집이라도 정리해서 소송이라도 제대로 걸었을 텐데. 미련한 놈….”기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현이 보내줬던 인협의 부모님에 대한 정보는 놀라웠다.족히 10억은 넘는 브랜드 아파트에,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이었다. 이 정도의 재력이 있는, 아니면 인협을 통해 부를 쌓았을 부모가 왜 인협이 궁지에 몰렸을 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해진 그였다.보나 마나, 그 고지식한 놈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했겠지.세상 물정 하나 모르던 인협은 이전부터 늘 기태의 심기를 거슬렀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실력은 좋고 성실해서 알려진 것도 싫었고, 미련할 정도로 올곧은 게 보기가 싫었다. 꼭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인협은 묵묵하고 우직했다. 기태와는 다르게. 약간의 괴롭힘에 인협이 흔들렸다면, 기태는 그를 비웃고는 적당한 때 관뒀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고하고 꼿꼿했던 인협의 모습은 기태의 승부욕을 건드리고 말았다.그의 올곧음은 굽은 기태에게 거슬리는 걸림돌이 되고야 말았으니까. 그래, 언제까지 그렇게 고고하게 굴 수 있나 보자. 그렇게 하면서 기태는 속으로 되뇌었다. 사실 승부조작으로 얻게 될 돈에도 솔깃했지만, 동시에 이런 나락으로 자빠뜨리면 잘난척하는 인협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 있을까 싶은 호기심도 컸다. 결과적으로 그 호기심은 기태를 잡아먹고 말았지만 말이다.“나인협 그 자식이 적당히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 왔을 텐데.”인협의 경우에 승부조작 이슈를 크게 키우지 않아 경찰에게까지 넘어가지는 않았었다. 수사가 진행되면 진실이 파헤쳐질 거라는 생각에 정현이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