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유료 회차의 시작이네요. 여태 함께해주신 분들께 가장 먼저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가능하시다면 함께해요!!
“뭐? 게, 뭐?”“게임이요, 할머니.”“그게 뭐야?”매미 소리가 소원리 하늘을 울리는 어느 여름날. 잠시 할머니 집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갔던 인협이 길로 나오던 중에 갑순과 복란을 마주쳤던 것이다. 그리고 인협은 갑순으로부터 취조를 당하는 중이었다. 인협이 프로 선수라는 소식은 들었으나, 아무래도 그가 어떠한 종목을 맡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인협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갑순의 주름진 얼굴에 더 깊은 물음표가 생겨났다.“그게….. 컴퓨터 아세요? 컴퓨터 안에서 하는 경기인데요.”“으음….”“리그 오브 카오스라는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게 5대5, 팀으로 경기하는 건데요.”“그렇구나.”“5대5로 대결하고 서로를 공격하면서 상대의 성을 무너뜨리면 이기는 게임이에요.”갑순의 얼굴에는 주름이 더 깊이 패였지만, 그녀는 최선을 다해 인협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아무튼 그렇게 이기면 스포츠 선수들처럼 상금도 받고, 팀에서 절 원해서 돈을 많이 주고서 데려가기도 하고요.”“쯧, 근데 보나 마나 돈은 네 엄마한테 다 털린 거지?”다른 누군가가 했다면 매우 무례하게 들렸을 질문이었으나, 상대는 갑순이었다. “네, 아주 다 털린 건 아닌데, 거의 다 털렸어요.”“어어? 그래도 남겨둔 돈은 좀 있나 보네.”“제가 번 것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돈이긴 해요.”“1퍼세? 뭐?”“백분의 일이요. 백 개 있었으면 그 중에 하나 남았어요.”“뭐어?”인협의 말에 갑순과 복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두 사람은 눈빛 교환을 하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세상 똑똑하게 생겨서는, 완전 헛똑똑이였네.”“네, 제가 그랬더라고요.”인협의 후회가 묻어나오는 말에 갑순은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제 속이 속이겠어. 가족들에게 평생을 다 바쳐 헌신한 뒤, 짐짝처럼 버려지는 건 갑순의 때에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부모는 모든 자식을 사랑한다던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라고, 갑순은 일찌감치 결론을 내린
평온한 소원리의 월요일 아침. 소원 초등학교 교실. “선생님! 서울은 어때요?”“서울에는 진짜로 지하철이 왕 많아요?”첫 교시 수업을 맡은 인협은 온갖 질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얘들아, 선생님은 질문을 하라고 한 게 아니라 준비물 꺼내라고 했는데.”“피이…. 좀 알려주세요! 우린 서울에 한 번도 못 가봤단 말이에요.”인협의 심드렁한 말에 토라진 아이 몇몇이 볼멘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잠시 멈칫한 인협이었다. 아아, 우리에게 당연한 게 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구나.읍내에서 차로 30분은 더 들어와야 있는 시골의 한 자락. 대체로 조부모님들과 사는 아이들에게 서울 구경의 기회라고는 없었을 것이다.“서울을 한 번도 안 가봤다고?”이 와중에 재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마치 외국인을 보는듯한 시선으로 서울을 못 가봤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구재형, 쉿. 조용.”평소에 잘난척하기 워낙 좋아하는 재형이라, 그의 말실수를 막기 위해서 인협이 엄한 표정을 지으며 재형에게 말했다. 그러자 입술을 한참 동안 씰룩이던 재형은 그의 말을 순순히 들었다. 그의 조부모도 못 말리는 재형을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건 인협뿐이었다. “서울 좋지. 선생님이 원래 뭐하던 사람인지 들어본 사람?”“어…. 무슨 선수라고 했었는데.”“맞아요. 메달도 따고 해서 되게 유명하다고 했어요.”기훈과 기정의 말에 인협이 씩 웃었다. 시골 아이들에게 핸드폰이란 아직 사치이기에,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는 좀 느린 편이었다. 아이들답게 들판을 뛰어다니고, 술래잡기나 하며 노는, 요새 보기 드문, 조금 이상하다고 할 수도 있는 아이들.“리그 오브 카오스 선수잖아. 그것도 한국 전체랭킹 2위라고.”재형은 이때를 기다려왔다는 듯이 잘난 척을 시작했다. 우쭐대며 턱을 치켜든 재형을 본 아이들은 ‘쟤 왜 저래?’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고맙다. 구재형. 리그 오브 카오스라는 게임의 프로 선수인데, 선생님이 이제 9월이 되면 선수 생활에 복귀
“아, 가기 싫다.”인협은 에스더가 지내는 방 안 침대에 누운 채로 칭얼거렸다. 그런 그의 옆에 마주 누운 채로 바라보던 에스더는 피식 웃고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어여 가.”“싫은데….”인협은 오히려 에스더에게로 거리를 좁혀올 뿐이었다. “어쭈?”“아니, 좀 아깝잖아.”“도대체 뭐가 아까운 거지?”늦은 저녁 시간. 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인협은 이내 에스더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제 품 안에 꽉 가둬버렸다.“아, 나인협! 숨 막혀!”“이렇게 안고만 잘게.”“이거 놔라!”인협과 에스더의 실랑이는 계속되었다. 그러자, 이내 그의 등짝에 에스더의 매서운 손이 꽂혔다.짝! 그의 등짝에서 찰진 소리가 나며 인협은 에스더를 놓아주었다.“아으윽!”“그러게. 놓으라니까!”인협이 알싸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에스더는 재빠르게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너무해….”“은근슬쩍 이러는 네가 더 너무한데.”에스더의 반격에 인협은 입술을 내밀고 있다가 그대로 고개를 침대에 묻어버렸다. 팔짱을 끼고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스더는 그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잠시 표정을 풀었다.“많이 아파?”“쪽팔려.”“뭐가?”침대에 고개에 묻은 채로 고개를 저은 인협이 고개를 다시 번쩍 들었다.“깜짝이야.”“본능 하나 어쩌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이러고 있는 내가 쪽팔려서 그래.”“…….”인협의 솔직한 고백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뻔한 에스더였다. 그러나 재빠르게 표정 관리를 하고서 무표정을 유지했다.“뭐, 그럴 수 있지. 내가 워낙 매력적이니까.”“응.”어라, 웃자고 한 소린데. 에스더의 말에 인협은 더 울상이 되고 말았다. “네가 너무 매력적인 게 문제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멋있는 모습으로 기자회견에서 자기 이야기를 잘도 하더만. 화면 속에서는 그렇게 대단하고 커 보이던 사람이. 핸드폰 속 인협을 보며 에스더는 새삼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인협 선수 부모님 빚투 건은 어느 정도 이렇게 넘어가지는 것 같네요.”“아직도 여론이 반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 확 뒤집어줄 이슈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그러게요.”우겸과 변호사는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우겸은 잠시 생각에 깊이 잠긴 채로 앉아 있다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떴다.“인협 선수, 남동생이 있다고 했죠?”“네.”“그 동생을 한번 포섭해 볼까요? 그분이 목소리를 좀 내주면, 인협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양날의 검이죠. 만에 하나 남동생 측이 인협 선수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면 반대가 될 수도 있고요.”“아하…. 그러네요.”“숱한 케이스를 봐오며 느낀 건, 뭐든 저희가 생각하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겁니다.”“고로, 인협 선수 동생도 일반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네, 맞습니다.”“…….”변호사의 말에 우겸의 얼굴이 한결 진지해졌다. “너무 대놓고 접근하지 않고 적당히 떠볼 방법이 없으려나….”“글쎄요.”두 사람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 봉길 감독님을 한번 보내보죠.”“네? 곧 신생팀 감독을 맡게 되실 분이요?”우겸의 제안에 변호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 언론에 많이 노출도 안 되어서 적당히 인협 선수 지인인 것처럼 접근해서 떠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흐음….”“이 방법도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있긴 한데, 다른 방법보다는 좀 더 나을 거 같네요.”“그렇긴 하죠.”“그럼, 일단 이 방법으로 가볼게요.”우겸은 무언가 결심한 듯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정렬의 집 앞. 또다시 반찬을 들고 그곳을 찾은 지혜가 현관문에다가 노크를 하고 있었다. 초인종을 몇 번 눌렀음에도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똑똑똑.“계세요? 정결이 어머니-.”기탁의 아내 지혜의 두드림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정렬과 아이들이 그녀의 집에서 지내게 된 지는 벌써 두 주째. 며칠에 한 번씩
작은 기자회견장. 그곳에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서 인협이 강대상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우겸이 인맥을 동원해 깔아준 판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케이비팀 소속이었던, 나인협 선수라고 합니다.”억울하게 누명을 쓴 직후에 이곳에 서는 걸 얼마나 꿈꿨던가. 인협은 제게 시선을 집중한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든 기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들은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얼굴로 인협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저는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직접 그 증거들을 보여드리려 합니다.”우겸이 미리 공수해 두었던, 케이비팀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과 원티드 스폰서 측에서 주고받았던 문자 캡처본, 태우를 통해 만들어둔 녹취록, 그리고 정현과 모비팀 감독이 멱살을 잡고서 실랑이를 벌이던 장면까지. 그 외에도 자잘한 증거들은 더 많았다.인협이 증거들을 공개할 때마다 기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네, 보시다시피 저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승부조작을 하는 이들로부터 배척받았었고요. 지속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인협이 차분하게 입장표명을 이어가자, 한 기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네, 말씀하세요.”“그렇다면, 왜 이렇게 뒤늦게서야 이 모든 입장을 밝히고 증거들을 밝히시는 건가요? 지금 반년이 좀 넘게 지난 거로 알고 있는데요.”“그건….”인협이 컨펌을 받기 위해 맨 앞자리에 앉은 우겸을 바라보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변호사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그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도 팀의 승부조작에 대해 심증만 있었을 뿐, 이렇다고 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정확히 어떤 협박이 있었죠?”찰칵찰칵. 시간이 지나며 좀 잦아들었던 플래시 세례가 다시 시작되었다. “일단 공식적으로 어떠한 발언이라도 하면 소송을 걸
“여기가 나인협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란 말이지.”모자를 푹 눌러쓴 기태는 경기도 어느 외곽에 위치한 식당 외관을 쭉 훑어보았다. 3층짜리 초대형 건물이었으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기태는 의아해하며 핸드폰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분명히 정현이 알려준 주소였다. “나 같으면 부모님 식당이나 집이라도 정리해서 소송이라도 제대로 걸었을 텐데. 미련한 놈….”기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현이 보내줬던 인협의 부모님에 대한 정보는 놀라웠다.족히 10억은 넘는 브랜드 아파트에,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이었다. 이 정도의 재력이 있는, 아니면 인협을 통해 부를 쌓았을 부모가 왜 인협이 궁지에 몰렸을 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해진 그였다.보나 마나, 그 고지식한 놈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했겠지.세상 물정 하나 모르던 인협은 이전부터 늘 기태의 심기를 거슬렀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실력은 좋고 성실해서 알려진 것도 싫었고, 미련할 정도로 올곧은 게 보기가 싫었다. 꼭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인협은 묵묵하고 우직했다. 기태와는 다르게. 약간의 괴롭힘에 인협이 흔들렸다면, 기태는 그를 비웃고는 적당한 때 관뒀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고하고 꼿꼿했던 인협의 모습은 기태의 승부욕을 건드리고 말았다.그의 올곧음은 굽은 기태에게 거슬리는 걸림돌이 되고야 말았으니까. 그래, 언제까지 그렇게 고고하게 굴 수 있나 보자. 그렇게 하면서 기태는 속으로 되뇌었다. 사실 승부조작으로 얻게 될 돈에도 솔깃했지만, 동시에 이런 나락으로 자빠뜨리면 잘난척하는 인협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 있을까 싶은 호기심도 컸다. 결과적으로 그 호기심은 기태를 잡아먹고 말았지만 말이다.“나인협 그 자식이 적당히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 왔을 텐데.”인협의 경우에 승부조작 이슈를 크게 키우지 않아 경찰에게까지 넘어가지는 않았었다. 수사가 진행되면 진실이 파헤쳐질 거라는 생각에 정현이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