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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스펙타클한 하루

Author: 랑끗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6 00:39:02
소원 초등학교의 교실 안.

퉁퉁 부은 눈에다가 세상 모든 것을 미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재형은 맨 뒷자리에서 나름의 시위를 하는 중이었다.

본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처음에는 상냥하게 타이르던 제환도 이내 포기해 버린 그였다.

어마어마한 똥고집으로 제환을 꺾은 재형은 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도 모두 무시한 채로 3교시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다음 시간은 음악 시간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들뜬 목소리로 나 선생님이라는 사람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지난번 수업 때 기타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불렀던 모양이었다.

시골 촌뜨기 아니랄까 봐. 촌스럽기는. 요즘 스마트 보드에다가 영상 틀어놓고 수업하지, 누가 노래 부르고 박수치면서 놀아.

재형은 팔짱을 낀 채로, 속으로 쉬는 시간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를 마음껏 무시했다. 이내 종이 치고 앞문이 열렸다.

“어?!”

학교에 울고불며 하는 상태로 끌려온 뒤로는 계속 반항하는 상태로 버티던 재형이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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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 투 소원리   41. 낙관 보다는 비관

    본용의 집 마당. “아니, 너 내 연락을 왜 이렇게 안 받아? 걱정돼서 찾아왔잖아.”보통은 정 씨가 심 씨의 집으로 찾아가거나, 심 씨가 불러내는 곳으로 늘 나가고는 하던 정 씨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행여나 재형에 관한 소문이 안 좋게 퍼져 나갈까 봐 심 씨의 연락을 못 본 척하고서 집에만 있던 정 씨였다.잔뜩 심통 난 심 씨의 표정을 본 정 씨는 곤란한 기색을 감추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심술맞은 심 씨의 눈 밖에 나봤자, 재형에 관해 좋은 말을 할 리가 없는 그녀였기 때문이었다.“아, 우리 둘째 성모 있잖아. 성모가 아들 재형이 좀 몇 달간 돌봐달라길래.” “그래서, 내 연락을 못 받아? 말이 안 되잖아. 재형이는 지금 학교 갔지?” “그렇긴 한데, 새 식구가 집에 들어오면 할 일이 워낙 많잖아, 언니….”정 씨의 파리한 얼굴을 흰자가 유독 많은 큰 눈으로 살핀 심 씨는 코웃음을 크게 쳤다.“어쭈? 그렇다고 내 연락도 다 씹고 집에만 있었다? 야, 너 의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 참, 손주를 아들이 버리고 간 건 아니고?” “뭐, 뭐라고?” “거짓말하는 거지, 너? 어제 네 손주 세상 떠나가라 통곡하는 소리 다 들었어. 내가 바보야? 이런 것도 눈치 못 채게?”“언니, 아무리 그래도 버리고 갔다는 표현은 좀….” “그리고, 너 자식들이 연락 끊은 거지? 바빠서 못 오기는 못 오길. 딱 봐도 네 심보 못 견뎌서 아들들이 연락 끊은 것 같더구먼.”가까운 사이였던 사람이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하던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를 난도질해 대는 심 씨를 보며 정 씨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정 씨는 순간 화도 났지만, 누굴 탓하리오. 다 본인이 쌓아 올린 업보나 다름없었다. 심 씨의 방식이 우악스럽고 교묘해서 싫었으나, 어찌 됐든 마을의 실세인 이장에게 붙어있으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에 심 씨에게 여태 붙어있던 정 씨였다.심 씨의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워듣다 보니, 정

  • 웰컴 투 소원리   40. 스펙타클한 하루

    소원 초등학교의 교실 안. 퉁퉁 부은 눈에다가 세상 모든 것을 미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재형은 맨 뒷자리에서 나름의 시위를 하는 중이었다. 본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처음에는 상냥하게 타이르던 제환도 이내 포기해 버린 그였다. 어마어마한 똥고집으로 제환을 꺾은 재형은 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도 모두 무시한 채로 3교시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다음 시간은 음악 시간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들뜬 목소리로 나 선생님이라는 사람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지난번 수업 때 기타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불렀던 모양이었다. 시골 촌뜨기 아니랄까 봐. 촌스럽기는. 요즘 스마트 보드에다가 영상 틀어놓고 수업하지, 누가 노래 부르고 박수치면서 놀아. 재형은 팔짱을 낀 채로, 속으로 쉬는 시간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를 마음껏 무시했다. 이내 종이 치고 앞문이 열렸다. “어?!”학교에 울고불며 하는 상태로 끌려온 뒤로는 계속 반항하는 상태로 버티던 재형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재형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채로 넋이 나간 재형을 본 모든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뭐야?” “왜 저래?”누가 뭐래도 재형의 시선은 인협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언젠가는 재형의 최악의 얼굴보다 훨씬 더 어두웠던 그의 얼굴에. 인협은 무표정한 채로 눈썹만 올려서 그런 재형을 쳐다보았다.“고재형, 맞지? 나는 교장선생님 손자라고 안 봐줘. 수업 시작했어, 앉아.”인협의 단호한 말에도 재형은 그대로 굳은 채로, 집게손가락으로 인협을 가리켰다.“나…. 나인협이다.” “야, 고재형! 선생님 이름을 그렇게 막 부르면 어떡해!”바로 앞자리에 앉은 맏형 기훈은 재형을 매우 걱정하며 그에게 속삭였다. 인협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재밌는 선생님이었지만, 동시에 소원 초등학교에서 가장 엄한 선생님이기도 했다.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교장선생님 집에서 지내다 보니, 내 이름이라도 미리 들었던 건가.인협은

  • 웰컴 투 소원리   39. 뭘 잘못하기는 한 거지?

    “내일이면 드디어 퇴원을 하네.”청천벽력 같던 암 진단에 과연 이번 여름은 잘 넘길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순옥이 미소 띤 얼굴로 말하자, 투박한 손을 열심히 움직여 사과껍질을 까던 철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시간이 참 빨라, 그렇지?” “그러니까….”순옥은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않은 수술 부위 쪽에다가 손을 갖다 댔다. “이제 추적검사만 남았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 집에 돌아가서 관리 잘하면서 살아보자.” “그래요.”철호의 응원에 순옥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6인실에 있느라 방을 같이 쓰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살뜰히 챙겨주는 의료진과 정이 어느 정도 들었지만, 동시에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다. “어서 돌아가자. 그리고 편하게 발 뻗고 우리 침대에서 자자고.” “그러게. 당신이 불편한 간이침대에서 자느라 고생 많았어.” “그간 고생은 당신이 더 했지. 원래 환자 본인이 제일 힘든 거야.”철호의 말에 순옥은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에 미소를 지었다. “소원리 사람들 소식 듣고는 모두 병문안 온다고 난리를 쳐댔었는데, 사실 내가 당신 몰래 다 막았어.” “그런 것 같았어.”“당신, 주변 사람들한테 워낙 약한 모습 보이는 거 안 좋아하니까.”철호의 배려에 감동한 순옥은 그의 허벅지 위에 손을 살짝 올렸다. 철호는 이내 다 깎은 사과 한 점을 이쑤시개로 집어서 순옥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눈앞에 안 보여도 이리 모두를 신경 쓰는데, 눈앞에 보이기라도 하면 또 그 사람들 배려하느라 당신은 못 챙겼겠지. 이런 상황에서만큼은 나 당신이 그러는 거 못 보겠더라고.” “그랬을 거야. 덕분에 회복 잘했네. 고마워.”순옥은 철호의 말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장 30년이 넘는 결혼생활 끝에 그녀를 그녀보다 잘 아는 철호였다. “내가 당신의 예쁜 얼굴에 버금가는 예쁜 마음씨에 반해서 내가 쫓아다닌 거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어.”철호

  • 웰컴 투 소원리   38. 조용한 선함

    “어때? 인협이랑은 잘 이야기해 봤어?”해가 진 늦은 저녁 시간. 갑순이 대뜸 영애의 집에 복란과 함께 쳐들어왔다. “어르신, 이러시면 저는 무섭습니다. 내일 아침에 물으셔도 될 텐데요.” “내일 새벽에 출근하고 해 떨어지고 퇴근할 거잖아. 오늘이나 내일이나 같은 시간에 찾아오게 생겼구먼.“막무가내로 구는 갑순의 말에 소리를 내어서 웃음을 터뜨린 영애는 순순히 갑순과 복란을 집안으로 인도했다. “어? 할머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기훈과 기정이 편한 내복 차림으로 놀다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애가 태욱에게 눈짓하자, 태욱이 거실 소파에서 일어났다.“얘들아, 고모부가 책 좀 읽어줄까?” “네!“ ”그럼 방안으로 같이 들어가자!“ ”와아아!!“태욱의 제안에 신이 난 어린이들은 단숨에 복도를 향해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문을 닫자, 거실에는 정적이 흘렀다.”인협이 때문에 오신 거죠?“ ”말해 뭐 해. 뭐라든? 그 녀석,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었어?”갑순의 퉁명스러운 어투에 묻어나오는 애정에 영애는 또다시 웃고 말았다.“참, 이렇게 애정이 많으신데 말투만 좀 부드럽게 해봐요 아주머니. 그래야 상대가 어떤 애정을 받는지 알지.”“됐어. 나이를 먹더니 잔소리가 늘었다, 영애야?” “그럼요, 저도 이제 인생 후반부에 다다랐는데요. 잔소리 좀 할 줄 알게 됐죠.“ “허이고, 참. 시간 없어. 빨리 본론부터 알려줘.”갑순의 재촉에 영애는 미소 띤 얼굴로 팔짱을 꼈다.“인협이,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 부러지고 야무진 아이예요. 상처가 많아서 그렇지, 요새 애들 같지 않게 속도 깊고요.” “그래서? 땅은 바로 받겠대?” “아뇨, 땅 명의는 아무나 열람할 수 있다고 하니까 나중에 돈이 필요해지면 현금화해서 천천히 받겠대요.” “그 야무진 녀석. 다행이다, 다행이야.” “지난번에 부용이가 찾아왔을 때, 인협이를 보고 갔다고 하셨죠?” “그래, 걔네가 학교로 갈 일이 그거 아니면 뭐가 있었겠어.” “…….

  • 웰컴 투 소원리   37. 울보네, 나인협

    춘천의 대학병원 앞 정원. “우리 유진이랑 주아는 잘 있으려나?”링거대를 끌며 철호와 천천히 정원을 거닐던 순옥이 무성한 나무들을 둘러보며 철호에게 물었다. 그녀의 팔짱을 끼고서 걷던 철호는 그녀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온종일 옆에서 고생하는 나는 안 보여?” “아이, 당연히 알지.” “일단 눈앞의 나랑 당신만 생각해. 뭐 하러 잘 살고 있는 애들 걱정을 해?” “아니, 잠깐씩 집을 비운 적은 있어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유진이랑 주아만 있는 건 처음이잖아.” “으이그, 자식 걱정은 눈 감을 때에야 끝난다더니. 30이 넘은 딸아이를 뭘 그리 걱정해. 걱정하지 마, 당신이 유진이 아주 번듯하고 예쁜 어른으로 잘 키워냈고, 그렇게 잘 큰 유진이가 예쁜 주아를 잘 돌보고 있을 거야. 야무지게.”철호의 잔소리에도 완전히 걱정을 놓지 못한 순옥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같은 나라에 있어도 이리 오랫동안 볼 수가 없다니.“주아 데리고 병문안이라도 오라고 해? 왜, 당신이 주아랑 유진이가 먼 길 오는 건 또 싫다며.” “응.” “아휴, 어젯밤에도 영상 통화 해놓고 참 걱정도 많아요.” “몸이 아프니까 되려 더 걱정돼. 평소에는 괜찮겠거니, 했던 일들도 걱정거리가 되고.”순옥의 힘없는 음성에 철호는 그녀를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예쁜 아주머니. 걱정 그만하세요. 오늘 회진 때 의사 선생님이 이 정도 속도면 다음 주에 퇴원하고 통원 치료만 받으면 된다고 하셨잖아.” “응.” “그러니까, 다음 주에 퇴원하는 거에만 집중해. 돌아가면 귀찮을 만큼 애들 볼 수 있으니까.” “응.” “당신도 참. 육아가 체질인 사람인가 봐. 누구는 황혼에 하는 손주 육아가 그렇게 힘에 부치고 귀찮다던데. 손주도 모자라서 소원 초등학교 아이들도 늘 마음에 품고 살고. 다 큰 딸내미도 마음속에 끌어안고 놓아주지를 않고.” “……”이어진 철호의 잔소리에 순옥은 그저 조용히 웃고 말았다.“그러게, 육아가 체질인가 봐. 세상 모든

  • 웰컴 투 소원리   36. 약해 보여도 괜찮아

    “미혼모…..”봉길은 넋이 나간 채로 운전하다 말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유진의 충격선언 이후로 어떤 말을 하고 나온 지도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일단은 명함이라도 카운터에 두고 나왔다. 하도 횡설수설하다가 나온 탓에 제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딱히 기억도 나지 않았다. “후-.”유진은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매우 강단이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봉길을 더 설레게 만들어버렸다. 외유내강. 유진은 완벽한 그의 이상형이었다. “애기….”화목하게 사는 부모님을 보며 막연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었다. 하지만 내가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아이까지 품을 그릇이 될까? “뭔 생각하는 거야. 정신 차려라, 조봉길.”봉길은 빨간불에 차가 정차한 틈을 타서 머리를 아주 세게 흔들어댔다. 카페에서 봤던 여자에 관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이제 떠나왔으니까 점점 더 잊힐 거야. 아주 잠깐 본 분이잖아. 잠깐 외모에만 혹한 거라고.”봉길은 핸들을 꽉 쥔 채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되뇌었다. ***영애가 모는 차가 소원 초등학교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이미 저녁 시간이 된 탓에 초등학교 교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평소에는 카페 마감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오는 편인 그녀였으나,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퇴근했다. “아, 맞다. 그날 인협이한테 못 들렀네.”부용이 소원리를 찾았던 날. 인협에게 바로 땅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려던 차에 카페 일이 너무 바빠져서 그날은 그에게 말을 못 한 영애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뭐 대단한 것도 없는 이야기인데.”무언가 결심한 듯, 영애는 차를 교문 앞에다가 붙였다. 차 안에서 닫힌 교문만 바라보던 영애는 핸드폰을 꺼내 인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협이도 이제 알만한 나이가 됐으니까. [여보세요?] “인협아, 나 영애 이모야.” [아, 네. 안녕하세요]소문으로 들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공손하네.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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