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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잔혹한 자비

Autor: 이클리프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8-15 00:09:10

며칠 뒤, 르세인은 그녀를 사교계로 복귀시키기 위한 작은 다과회를 열었다.

제국의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모인 자리였으나 공기는 여름의 온기 대신 서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그 중심에는 그림자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오직 눈빛만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르세인이 있었다.

르세인은 다과회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찻잔을 든 채 귀족들 사이에서 완벽하게 미소 짓는 엘라엔을 관찰했다.

“영애.”

낮고 서늘한 르세인의 목소리에 귀족들의 수다가 단숨에 끊겼다.

르세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엘라엔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이 뺨에 닿은 것을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다정한 손길이었으나 엘라엔은 맹수의 발톱이 목덜미를 스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지금 당신은 지나치게 경쾌하군. 꼭 내가 허락하지 않은 다른 동력을 얻은 것처럼.”

르세인은 엘라엔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발견한 오류를 나열했을 뿐이었다.

엘라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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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ntários (5)
goodnovel comment avatar
말캉몰캉
신경쓸필요도 없대 와우와우
goodnovel comment avatar
베이비팡팡
연결이 이렇게 된다고? 미쳤다증말 아 대박적
goodnovel comment avatar
골골골
르세인 미쳐버리겠다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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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레즈나의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후덥지근한 저녁 바람이 살갗을 스칠 무렵, 르세인은 엘라엔을 위해 제국에서 가장 화려한 여름 궁전의 연회를 개최했다.그건 겉으로는 국상의 해제와 황태자비가 될 엘라엔의 사교계 복귀를 축하하는 자리였으나 실상은 르세인이 준비한 가장 잔혹한 처형대였다.엘라엔은 거울 앞에 서서 르세인이 하사한 진홍색 드레스를 입었다. 평소라면 혐오스러웠을 색깔이 오늘따라 유독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르세인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러나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보여준 적 없던 가장 찬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녀는 믿고 있었다. 오늘 밤 연회가 끝나면, 카시안이 준비한 마차를 타고 이 금빛 새장을 영원히 떠날 수 있으리라고.품 안에는 카시안이 준 나무 새가 숨겨져 있었다. 엘라엔은 그 새의 날개를 매만지며 자유를 향한 갈망을 삼켜낸 뒤 연회장으로 발을 들였다.“영애, 오늘 그대의 미소는 마치….”“…….”“모든 것을 포기한 자가 짓는 마지막 광기 같군.”연회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르세인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길은 여느 때보다 차가웠고, 녹색 눈동자는 무서울 정도로 투명했다.“황태자 전하, 드디어 전하의 논리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이제야 제 자리가 어디인지 알 것 같거든요.”엘라엔은 르세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르세인은 입가에 비릿한 호선을 그리며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연회가 절정에 달하고 귀족들의 환호성이 쏟아질 때 르세인은 엘라엔을 조용히 테라스로 이끌었다.문이 닫히고, 르세인의 기사들이 앞을 가로막고 서며, 커튼이 쳐질 때까지도 엘라엔은 다가올 파국을 예상하지 못했다.달빛 아래 르세인의 금발은 서늘하게 빛났고 그 아래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는 은제 쟁반 하나가 놓여 있었다.“영애, 그대가 소중히 여기는 그 안식처의 무게를 재 보려는데.”르세인은 바델에게 손을 내밀었고, 곧 엘라엔이 그토록 소중히 품었던 나무 새를 꺼내들었다.엘라엔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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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협적인 소유의 설계자   107. 모두가 입을 다물어야

    아르젠트 궁의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들어온 레일리와 네르사의 안색은 죽은 이의 것처럼 창백했다.르세인은 펜을 놓지 않은 채 서류 위의 시선을 슬쩍 들어 그녀들을 훑었다.그의 예리한 감각은 그녀들이 풍겨오는 향수 냄새 뒤에 숨겨진 지독한 공포와 패배감을 단번에 읽어냈다.“귀걸이는.”르세인의 건조한 음성에 레일리는 어깨를 움찍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마레즈나에서 엘라엔의 기세에 짓눌렸던 자존심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제 주인의 서슬 퍼런 눈빛 아래에서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였다.“예, 전하…. 영애의 귓가에 직접… 하지만 영애께서 전하의 뜻을 오해하고 계신 듯하여…….”“오해?”르세인이 비로소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댄 채 떨고 있는 레일리를 향해 턱을 까딱였다.“그녀가 뭐라 하던가.”“그, 그게……. 저희를 전하의 시종이라 칭하며 감히 전하의 유희 거리가 정비의 자리를 넘보지 말라고……. 전하께서 저희를 보내신 건 본인의 고결함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라며 소모품이라고 저희를 모욕했습니다…!”레일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르세인의 동정심을 자극하려 했으나 그건 치명적인 오판이었다.르세인의 입가에는 되레 미소가 번져들고 있었다.“시종? 소모품이라?”르세인은 네르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네르사는 레일리보다 더 영리했기에 고개를 더 깊게 숙이며 침묵했다.르세인으 그녀들의 비겁함과 엘라엔의 오만을 머릿속 저울 위에 올려두었다.“틀린 말은 아니지. 너희는 내 피로를 덜어주는 도구일 뿐이고, 그녀는 내 제국의 절반을 책임질 주인이니. 그녀가 너희를 난도질한 건 자신의 영토에 들어온 잡초를 솎아낸 것뿐이겠지.”르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말 진심을 다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모두가 당황했으나 특히 바델이 경악한 눈으로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엘라엔, 대단하군. 그 서늘한 자존심이 내 발치에서 꺾일 때, 비로소 나는 완벽한 승리를 맛보게 될 거야.’르세인

  • 위협적인 소유의 설계자   106. 진짜 귀족의 무게

    르세인의 명령은 즉각적인 파동이 되어 마레즈나의 고요를 깨부수었다. 황태자의 정부인 레일리와 네르사가 공식적인 하사품 전달의 명목으로 공작저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마레즈나의 위계질서는 르세인이 설계한 기이한 뒤틀림 속으로 침잠했다.공작 부인 이사벨라는 르세인이 보낸 이 불청객들의 방문 의도를 즉각 간파했다.그녀에게 둘은 엘라엔의 고결한 콧대를 꺾어버릴 가장 천박하고도 효율적인 도구였다.마레즈나의 응접실. 장미 향이 감도는 공기 속으로 네르사가 가져온 사파이어 귀걸이가 서늘한 빛을 뽐내며 탁자 위에 놓였다.이사벨라는 부채를 접으며 르세인의 정부들을 향해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황태자 전하께서 이토록 세심하게 장신구까지 챙겨주시다니. 마레즈나의 영광이군요. 특히나 전하의 측근인 두 사람이 직접 오니 내 딸도 본인의 위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겠죠.”이사벨라의 교묘한 부추김에 레일리가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 그녀는 르세인의 침소에서 얻은 오만함을 과시하듯, 응접실의 화려한 장식들을 교만하게 훑었다.“공작 부인. 전하께서는 영애께서 무질서하게 피어있는 것을 몹시 우려하고 계십니다. 이 사파이어는 전하의 눈과 같으니 영애의 귓가에서 한시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엄히 명하셨지요.”잠시 후, 예법 선생의 안내에 따라 엘라엔이 응접실로 들어섰다.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품은 레일리나 네르사 같은 이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압도적인 기운이 있었다.르세인이 이들을 보낸 것은 엘라엔에게 너의 경쟁자는 이 정도 수준이라는 모욕을 주기 위함이었으나 역설적으로 엘라엔이 선 자리는 그들과의 격차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뿐이었다.“엘라엔, 전하의 총애를 받는 두 사람이 귀한 발걸음을 했으니 예의를 갖추거라.”이사벨라의 앙칼진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하지만 엘라엔은 레일리와 네르사의 바로 앞, 상석에 아주 느릿하고 우아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인사는커녕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레일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감히 황태자의 침

  • 위협적인 소유의 설계자   105. 사냥꾼의 여유

    테르시아 사저의 지하, 습한 냉기가 감도는 밀실에 희미한 촛불 하나가 켜졌다.지상에서는 르세인의 기사단이 철통같은 감시망을 유지하며 테르시아의 유령이 밖으로 나오는지 감시하고 있었지만 발밑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태동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카시안은 탁자 위에 놓인 카르노스 왕국의 낡은 인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그때, 벽면의 책장이 소리 없이 밀려나며 검은 복면을 쓴 사내 둘이 나타났다. 그들은 카시안을 보자마자 무릎을 굽혔다.“경을 뵙습니다.”카시안의 푸른 눈동자가 촛불에 일렁이며 서늘한 안광을 뿜어냈다.르세인 앞에서 비굴하게 무릎을 꿇던 그 나약한 남자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카르노스의 국경 수비대가 제국 서부의 용병단으로 위장해 잠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실인가.”“예, 경. 르세인이 서부 철광산 복구에 눈이 멀어 검문 절차를 간소화한 틈을 탔습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효율이라는 논리가 제 발등을 찍을 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를 것입니다.”카시안은 탁자 위의 지도를 손가락으로 훑었다.르세인이 제국을 천하제일의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정비하고 있는 혈맥들이 자신의 시선 아래서는 끊어내야 할 급소들로 보였다.“르세인은 지금 엘라엔을 마레즈나에 가둬두고, 자신은 제국을 제패할 꿈을 꾸고 있다. 우리는 그가 가장 신뢰하는 제국의 철강을 안에서부터 부서트릴 것이다.”“경, 라안느 영애께서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르세인은 의심이 많은 자입니다.”“아니, 르세인은 의심보다 오만이 더 큰 자다. 그는 엘라엔이 자신을 증오할지언정 감히 자신을 기만할 리는 없다고 믿지. 그에게 엘라엔은 정복해야 할 영토이지, 대등한 적이 아니니까. 그 오점이 르세인의 눈을 멀게 할 것이다.”밀사들은 카시안에게 카르노스 왕국에서 보낸 비밀 서신을 건넸다. 그건 제국 북부의 목재 유통권을 교란하고 황실 창고의 화약 배합률을 조작하라는 명령이었다.르세인이 완벽한 무기를 제련하고 있다고 믿는 동안, 카시안은 그 무기들이 발사되는 순간 폭발하여 주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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