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 10주년 기념일, 내 남편 박효성이 100번째 새 애인을 끌어안은 채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 목에 걸린 우리의 정표를 자기 손으로 풀어서 애인의 목에 걸어주었다.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그 여자는 겁먹은 듯 내 예복 자락을 잡아당겼다. “언니, 효성 씨가 이 드레스를 이제는 내가 입었으면 좋겠대요.” 이건 10년 전 그 웨딩드레스를 고쳐 만든 드레스였다. 나는 오늘 일부러 이 드레스를 입었다. 박효성이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어리석게도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효성은 결혼기념일에 자기 아내의 옷을 사람들 앞에서 벗겨서 애인에게 입히려고 했다. 모두의 경멸 어린 시선 속에서, 나는 박효성에게 10년 만에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박효성, 우리 이혼해.”
View More윤성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서 막았다.“박효성.”나는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말했다.“뭘 믿고 나한테 재결합을 구걸하는데?”박효성의 눈에서 순간 빛이 반짝였다.“나...”“당신 세진그룹의 8,000억 은행 빚으로?”나는 박효성의 말을 끊었다.내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박효성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아니면 당신의 지난 10년간의 독선과 어리석음으로?”나는 한 걸음 다가섰다.시선이 박효성의 허세를 꿰뚫었다.“당신은 그날 그 술이, 우리 엄마가 내가 당신한테 시집가게 만들려고 당신에게 약을 먹인 거라고 생각했지?”“설마 그게 아니라는 거야?”박효성이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당연히 아니야!”내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10년 치의 분노가 실려 있었다.“당신 집안에서, 당신의 그 위선적인 아버지와 계산적인 어머니가 꾸민 일이야!”“그 사람들은 말 잘 듣고 다루기 쉬운 며느리가 필요했어! 임정은은 자아가 너무 강해서 마음에 안 들었지.”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바보같이 당신을 짝사랑했고, 어머니는 중병에 걸려서 병원비가 절실했어. 그야말로 완벽한 꼭두각시였지.”“그 술은 당신 집안의 집사가 직접 우리 엄마에게 건넨 거야. 마시면 당신이 나를 다시 보게 될 ‘좋은 술’이라고 속였지!”“우리 엄마는 그 말을 믿었어. 그저 내가 잘되기만을 바랐을 뿐이야!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당신을 해쳤다고, 당신과 임정은을 갈라놓았다고 자책하셨어!”“말도 안 돼... 그럴 리가...”박효성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박효성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부모님을 바라봤다.두 사람이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본 순간, 곧바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임정은의 교통사고!”나는 한 걸음씩 다가서며 말했다.“그건 우리 약혼 소식을 듣고 절망해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야! 당신 부모가 임정은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으려고, 강제로 해외로 보낸 거야!”“그 차는 당신 부모가 마련한 거
며칠 후, 민서그룹과 운해 아트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자선 경매 파티가 클라우드 호텔 최상층에서 열렸다.윤성민이 내게 차 문을 열어 주었다.나는 윤성민이 특별히 골라 준 별빛 블루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치맛자락에 박힌 크리스털이 별빛처럼 반짝였고, 윤성민의 짙은 남색 정장은 내 드레스와 잘 어울렸다.우리가 나란히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가자, 순식간에 연회장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성민 씨와 지윤 씨, 정말 천생연분이네요!”“요즘 지윤 아가씨 그림은 정말 구하기 힘들다니까요!”“듣자 하니 윤 회장님께서 이 예비 손자며느리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신다던데요...”윤성민은 나를 자기 옆에 두고 여유롭게 대응하면서, 대부분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막아 주었다.계단을 오를 때 윤성민이 허리를 숙여 우아하게 내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내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대학 때 네가 물감 엎질렀던 거 기억나?”나는 웃었다.“그걸 아직도 기억하네.”“너에 관한 건 전부 다 기억해.”윤성민이 내 손을 꼭 잡았다.“네가 박효성 때문에 나랑 크게 싸우면서 내가 사랑을 모른다고 했잖아. 그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박효성과 결혼했고.”“미안해.”나는 윤성민을 바라봤다.“그때는 내가...”“괜찮아.”윤성민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중요한 건 지금 네가 자유롭고,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야.”윤성민은 자연스럽게 내 숄을 여며 주며, 화제를 돌렸다.“긴장돼?”나는 치맛자락을 정리하며,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지금 여기 서 있는 건 완전히 새로운 소지윤이야. 긴장할 게 뭐가 있어.”“어머, 이게 누구야? 소지윤 아니야?”날카롭고 달콤한 여자 목소리가 갑자기 귀를 파고들었다.고개를 돌리자, 조금 놀랐다.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배가 나온 늙은 남자의 팔짱을 낀 이진아가 번쩍이는 스팽글 원피스를 입은 채, 엉덩이를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이진아의 목에는 거칠고 굵은 금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다이아 귀걸이가 요란하게 흔들렸다.하지만 얼굴
박효성은 포기하지 않았다.박효성의 ‘회유’는 지겨운 소동이나 다름없었다.처음에는 매일 아트센터로 배달되는 거대한 꽃다발이었다.장미가 프런트를 가득 채웠고, 카드에는 박효성의 휘갈겨 쓴 서명과 뒤늦은 사과들이 적혀 있었다.[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기회를 줘.][그 웨딩드레스 다 수선했어. 돌아와서 봐.][위가 너무 아파. 네가 사 준 약이 없으니... 못 버티겠어.]나는 카드조차 뜯지 않고, 그대로 치워 달라고 했다.그다음부터 박효성은 계속 전화를 걸었다.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를 받으면, 항상 박효성의 불안을 억누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얘기 좀...]그러면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했다.나중에는 아예 아트센터 입구에서 기다렸다.비싼 스포츠카가 길가에 서 있었고, 박효성은 차 문에 기댄 채 서 있었다.얼굴은 초췌했고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손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를 들고 있었다.“지윤아!”박효성이 몇 걸음 뛰어와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경매장에서 특별히 사 왔어. 예전에 네가 제일 좋아했던 시리즈...”박효성이 급히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값비싼 블루 다이아 장신구 세트가 햇빛 아래에서 반짝였다.나는 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박효성을 바라봤다.눈빛에는 아무런 파문도 없었고, 약간의 짜증만이 있을 뿐이었다.“박효성.”나는 냉랭하게 말했다.“당신 꽃은 버렸어. 전화는 차단했고. 이제 내 길 막지 마.”박효성의 얼굴에 떠올랐던 조급함이 난처함으로 바뀌었다.“내가 옛날에 나쁜 놈이었던 거 알아! 나...”“알면 됐어.”나는 박효성의 말을 끊고, 그가 들고 있는 장신구 상자를 훑어봤다.“그런 것들은 당신의 이진아에게나 줘. 그 여자는 아주 좋아할 테니까.”이진아 이야기가 나오자, 박효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 여자랑은 끝났어!”박효성이 다급하게 해명했다.“아이는... 처리할 거야! 약혼도 무효야! 너만 돌아오면 돼!”“처리해?”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은 역시
운해 아트센터의 조명이 그림 하나하나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계속 별빛 디자인에 작품을 납품해 왔다.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정식으로 전속 작가 제안을 받고서야 별빛의 뒤에 윤성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윤성민은 나를 뮤즈로 여겼다.대학 시절에는 금융 제국의 후계자라는 신분을 숨긴 채 내 화실에서 조교로 일하기도 했다.우리는 밤새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함께 보티첼리의 작품을 모사하기도 했다.“축하해.”윤성민이 샴페인 잔을 내 손에 건네면서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해냈구나.”나는 샴페인을 받고 윤성민의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고개를 들어 내가 ‘열반’이라 이름 붙인 대형 유화를 올려다봤다.화폭 속에서 불새 한 마리가 족쇄에서 벗어나, 불꽃 같은 날개로 어둠을 가르며 자유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성민 씨, 지윤 씨의 작품은 정말 놀랍습니다.”한 유명 평론가가 진심으로 감탄했다.윤성민의 입가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나를 바라보는 윤성민의 시선은 깊고, 거리낌 없는 감탄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다.“소지윤 씨는 언제나 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요.”윤성민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그가 입을 열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다만 예전에는 누군가가 소지윤 씨의 눈을 가리고 있었을 뿐이죠.”누구를 말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나는 윤성민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올해의 가장 획기적인 작가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엄마, 보이세요?’나는 마음속으로 가볍게 말했다.‘나 해냈어요.’내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을 때, 객석에서 갑자기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전시장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경비원들이 옆으로 밀려났다.“지윤아!”쉰 목소리가 박수와 플래시 터지는 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다.박효성이었다.주변의 하객과 기자들이 순간 조용해졌다.놀라움과 호기심을 가득 담은 수많은 시선들이 우리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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