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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알보
하이솔이 서슬 퍼런 눈으로 온세아를 쏘아붙였다.

“무슨 사고라도 쳤어?”

대표가 부임하자마자 온세아를 부를 거라고는 온세아 본인은 물론 직속 상관인 하이솔을 포함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온세아가 억울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고 불안함에 심장이 바짝 조여들었다. 피하려 하면 할수록 자꾸만 엮이는 것 같았다.

하이솔이 경고를 날렸다.

“사고를 쳤으면 세아 씨가 알아서 책임져. 괜히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그는 심미란의 사람이었다. 온세아가 하이솔의 밑에서 일한 지난 2년 동안 심미란의 사주를 받아 온세아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오늘 대표가 오자마자 직급을 건너뛰고 온세아를 불렀다는 건 그녀가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 확신했다.

만약 그녀가 벌이라도 받게 된다면 오히려 심미란에게 보고하기에도 좋았다. 심미란으로부터 어떻게든 온세아가 잘못을 저지르게 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지난 2년간 온세아는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잘못을 덮어씌우려던 참이었는데 뜻밖에도 대표가 불렀다. 그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잘못이 크면 클수록 심미란이 더 만족할 터. 다만 그전에 온세아 때문에 하이솔에게 불똥이 튀는 건 확실히 차단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과장님.”

온세아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그녀가 나가려던 그때 하이솔이 그녀를 덥석 잡더니 귓가에 대고 협박했다.

“대표님 앞에서 헛소리했다간 앞으로 내 밑에서 편하게 못 살 줄 알아.”

온세아가 조롱 섞인 눈길로 하이솔을 훑어보았다.

‘누가 들으면 지난 2년간 편히 산 줄 알겠네. 심미란의 사주를 받고 날 압박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했잖아. 지금 제 발 저려서 이러는 거지? 내가 대표님한테 고자질이라도 할까 봐 가기 전에 경고하는 거라는 거 다 알아. 그런데 걱정하지 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걸 확인하려고 가는 거니까. 너 같은 하찮은 인간은 안중에도 없다고.’

그녀는 눈을 흘기고는 하이솔의 손을 뿌리치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대표 전용 구역인 맨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이 회사에서 2년을 일했지만 12층 위로는 발을 들여본 적이 없었다.

비서가 온세아를 대표실 문 앞으로 안내한 뒤 노크했다.

“들어와.”

안에서 남자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세아가 숨을 크게 내뱉자 앞머리가 가볍게 날렸다가 가라앉았다. 감정을 추스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대표실이 차가운 블랙과 화이트 톤으로 꾸며져 있었고 딱딱한 라인이 주인의 냉철한 성격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녀가 들어갔을 때 훤칠한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낯이 익었다.

온세아의 존재를 잊었는지 그녀가 들어온 뒤에도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려선 안 되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진료실 침대 위에서 그가 진찰하던 그 순간들...

‘세상에나.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스스로를 자책하던 그때 날카롭고 깊은 시선이 그녀의 몸을 훑는 게 느껴졌다.

온세아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남자가 어느샌가 고개를 들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단 한 번의 눈맞춤이었지만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고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날 보고 많이 놀랐나 봐?”

권태혁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서늘했다. 전처럼 예의 바르게 굴지 않았고 상사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긴장한 탓에 온세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고 목소리도 심하게 떨렸다.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서 저도 모르게 넋을 잃었습니다.”

권태혁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 말은 나한테 반했단 뜻인가?”

“말단 직원인 제가 어찌 감히 대표님께 딴마음을 품겠어요. 그저 존경하는 마음뿐입니다.”

겁에 질린 온세아가 다급히 해명했다.

눈앞의 남자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풍겼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 같았다.

한참의 침묵 끝에 권태혁이 입을 열었다.

“몸은 좀 어때?”

온세아는 다시 한번 멍해졌다. 권태혁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질문은 그날 진료실에서 그녀를 진찰했던 남자가 본인임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조금... 나아졌어요...”

온세아가 얼굴이 시뻘게진 채 어색하게 대답했다. 차마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권태혁이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세아 씨 그 병 쉽게 나을 병이 아니야.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그 말에 온세아가 움찔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설마 그 욕구가 생길 때마다 해결해주겠다는 뜻인가?’

온세아가 괜한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권태혁을 만난 순간부터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사무실에 단둘이 있는 지금 이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욕망이 강렬하게 치솟았다.

‘망했다. 병이 또 도지려나 봐.’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용건이 없으시면 이만 내려가서 업무를 보겠습니다.”

온세아가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권태혁의 앞에서 더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이 상황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그 생각에 그녀는 서둘러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

뒤에서 권태혁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세아가 걸음을 멈추고 초조하게 물었다.

“다른 지시 사항이라도 있으신가요?”

온세아를 쳐다보는 권태혁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를 지녀 비율이 완벽했다. 검은색 양복바지 아래로 뻗은 다리가 길고 곧았다. 정말 흠잡을 데 없는 외모였다.

‘이런 남자랑 잠자리하면 어떤 기분일까?’

온세아가 혼자만의 상상에 빠졌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몸이 점점 달아올랐다. 권태혁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권태혁이 어느새 다가와 온세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대표님이랑 하고 싶어요...”

하마터면 본심을 내뱉을 뻔했다가 간신히 말을 돌렸다.

“일을요. 대표님 옆에서 일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뜻이었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권태혁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다. 그에게서 풍기는 진한 남성적인 향기가 온세아를 에워싸자 머리가 다 어지러웠다.

그의 남성적인 향기에 온세아는 더욱 더 갈망했다. 결국 욕망에 눈이 멀어 판단력이 흐려졌다. 하마터면 속마음을 다 말해버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권태혁이 온세아를 빤히 내려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온세아가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졸였다. 조금 전 감히 권태혁의 몸을 탐냈던 마음을 들켰을까 봐 겁이 났다.

‘화가 많이 났겠지?’

당장 온세아를 해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

“마침 비서가 필요했는데. 내일부터 내 비서로 일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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