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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알보
온세아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의 공허함과 마음의 충격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행히 다음 날 아침 출근은 늦지 않았다.

온세아가 하품하며 회사에 들어선 그때 오늘따라 회사의 분위기가 왠지 이상했다.

“오늘 대표님이 새로 부임하신대...”

친구 이채린이 중대한 소식을 전했다.

알고 보니 신임 대표가 오는 날이었다. 어쩐지 온세아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여직원들이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더라니,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세아야, 왜 아직도 화장 안 고쳐?”

온세아가 그 소식을 듣고도 가만히 있자 이채린이 급히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화장이 너무 옅어. 내가 예쁘게 해줄게.”

그러자 온세아가 황급히 피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대표님이 새로 오시는데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나 할 일이 태산이야.”

대학교 졸업 후 심미란이 온세아를 이 회사에 보냈다. 입으로는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녀가 온주 그룹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속셈이었다.

온주 그룹은 나중에 오빠 온석원과 언니 온아정에게 물려줄 것이다. 친어머니인 성해연에게조차 미움받는 딸은 온주 그룹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

온세아가 어릴 적부터 학업 성적이 늘 상위권이었고 오빠나 언니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했지만 예쁨을 받지 못했다. 졸업하자마자 심미란이 그녀를 온주 그룹의 문밖으로 내쳤다.

그녀의 친어머니도 그녀를 위해 나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겪었던 터라 온세아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심미란이 온세아가 잘나가는 걸 싫어하고 성해연도 그녀를 위해 나서주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2년간 이 회사에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직원으로 묵묵히 일했다.

싸우지도, 경쟁하지도 않았고 오빠나 언니와의 이해관계 충돌을 최대한 피했다. 승진이나 월급 인상도 바라지 않았기에 새 대표가 오든 말든 온세아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채린이 온세아를 자리에 앉히면서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이 새로 오신다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어떡해? 너 사람 맞아? 지금 회사 직원 모두가 잘 보이겠다고 꾸미고 난리야. 첫눈에 대표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네가 아무리 미모가 타고났다고 해도 이렇게 손 놓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내가 알아봤는데 신임 대표님이 젊고 잘생겼대. 우리를 힘들게 하진 않을 거야...”

온세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럼 너나 예쁘게 화장해. 난 정말 괜찮아. 할 일이 너무 많아.”

이채린이 온세아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대표님의 눈에 들지 못한다면 너라도 들면 좋잖아. 내가 보니까 직장에서 지지 않으려면 뛰어난 능력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정신 외에도 든든한 배경이 있어야 해. 만약 새로 오시는 대표님이 우리를 눈여겨봐 주시면 앞으로 회사에서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괴롭히지 못할 거야.”

오전 10시, 회사 1층 로비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들 공손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입구를 보면서 대표가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이채린이 사람들 틈에서 겨우 온세아를 맨 앞줄로 끌어냈다.

“너무 앞으로 나온 거 아니야?”

온세아가 뒤로 물러서려던 그때 대표가 도착했다.

십여 대의 경호 차량이 늘어선 가운데 최고급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사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양복 차림의 남자가 내렸다. 훤칠한 키에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모습이 왕을 방불케 했다.

남자가 수십 명의 경호원들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그 위세가 당당하고 패기가 넘쳤다.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에 압도되었다.

온세아 역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봤다. 시선이 남자에게 닿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

온세아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로 부임한 대표가 그날 병원에서 날 진찰했던 그 남자 의사라니. 말도 안 돼. 저 사람 의사 아니야?’

그녀는 순간 헛것을 본 줄 알고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남자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온세아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권태혁이 온세아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가까운 거리에서 본 거라 그녀가 잘못 볼 리 없었다.

칼로 깎아낸 듯한 완벽한 얼굴, 바로 어젯밤 온세아가 상상했던 남자의 얼굴이었다.

‘정말 그 사람이야.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온세아는 머리가 윙 했다.

권태혁의 시선이 그녀에게 2초도 채 머물지 않고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온세아를 아예 모르는 것처럼 차갑게 외면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던 온세아는 마음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재빨리 손으로 자신을 세게 꼬집었다.

‘아파. 이거 꿈이 아니야. 아니면 이런 가능성도 있어. 오늘 새로 온 대표랑 그날 봤던 의사가 얼굴은 똑같지만 다른 사람일 수도 있잖아.’

온세아가 요행을 바라며 생각했다.

옆에 있던 친구 이채린이 놀란 얼굴로 온세아를 잡아당겼다.

“온세아, 너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야?”

온세아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뭐?”

이채린의 눈이 다 반짝거렸다.

“방금 대표님이 네 앞에서 잠시 멈췄잖아. 혹시 너한테 반한 거 아니야?”

“말도 안 돼. 네가 잘못 봤어.”

그러고는 진정하려고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세수했다.

이채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잘못 봤나?’

...

온세아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동료들이 신임 대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거 들었어요? 대표님 어머님이 남제 병원 병원장이시고 아버님이 뉴스에 나왔던 사령관이시래요. 어릴 적부터 군인 관사에서 자랐고 나중에는 해외 유학 가서 의학이랑 금융학 복수 학위까지 땄대요. 원래는 어머니의 병원을 물려받는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우리 회사로 왔는지...”

온세아가 동료들의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료들이 말한 남제 병원이 바로 그녀가 얼마 전 진료받았던 병원이었다.

알고 보니 신임 대표의 어머니가 그 병원의 병원장이었고 그 역시 의학을 전공했다.

‘망했어. 망했어.’

모든 증거가 그가 바로 온세아를 진료했던 남자 의사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걱정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

그날 진료를 마친 후 온세아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가 온세아가 다니는 회사로 왔다. 그것도 대표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는 사장이었고 온세아는 눈에 띄지 않는 말단 직원이었다. 하여 만날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온세아가 스스로를 안심시키자마자 과장 하이솔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에게 말했다.

“세아 씨, 대표님께서 사무실로 좀 오래.”

그 말에 온세아가 움찔했다. 사무실의 동료들이 놀란 눈으로 일제히 그녀를 쳐다봤다.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에 온세아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어떡해? 결국 피할 수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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