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고마워. 만나게 해줘서.”
숨을 한 번 삼켰다.
“ 정말 고마워.”
“그것도 가능한 게 형이 눈감아 주거든.”주하가 고개를 갸웃했다.“현무가는 감정을 다 절제한다고 들었는데 맞아요?”“보통은. 그래서 차가운 파충류 같다고 하지.”“풋, 현진 언니는 안 그렇던데.”주하는 즐거운 듯 웃었다. 현성은 순간 속으로 뜨끔했다. “…우리 누나는 귀찮음이 더 많은 편이라.”“아닌데.”주하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말려 올라갔다.뒷짐을 진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며 그녀가 속삭였다.“현진 언니도, 시우도 엄~청 따뜻한데. 귀여운데.”현성은 못 들을 소리라도 들은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주하씨?”현성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네?”“…그 두사람이 제가 아는 두 사람 맞죠?”그 뒤로도 현성은 시우와 현진 이야기를 이것저것 꺼냈다. 자신이 모르는 시우와 현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은 현무가를 많이 아끼는구나.그래서였어.시우가 이 사람에게 가문을 맡긴 거구나.현역에 있는 그 많은 직계 중에서 현성을 콕 찍어서.***병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 주하의 시선에 익숙한 검붉은 머리카락이 들어왔다.“…!”느려진 주하의 걸음이 멎었다.‘저 표정도….’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똑같잖아.현성도 그 남자를 보자마자 긴장하며 곧바로 주하 앞을 막아섰다.“괜찮아요.”주하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니까.”“…알기는 알지만 좋은 쪽이 아니잖아.”현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봤다. “그렇죠.”주하는 현성의 옆으로 한 발 나섰다.“그치만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미워?”현성이 당연하다는 듯 세렌을 경계했다.“당연히 경계해야지. 저 새끼는 주작가잖아.”목소리가 낮아졌다. 널 데려가면?”“안 데려가.”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그 말에 현성은 미간을 좁히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러려고 온 게 아니니까.”주하는 세렌을 아련하게 바라봤다.“생각보다 빨리 왔네.”“……!”주세렌의 얼굴이 굳자, 주하는 얕
직계 중에서 유하다는 평을 듣는 현진이었다. 평소에는 지키는 쪽에 더 능했지만, 그녀의 아버지 현무열의 후계로 준비 중이었기에 가문의 임무에도 좀처럼 직접 나서지 않았다.다만, 화가 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현시우만큼이나 잔인해지기도 했다. 이번 일에서는 현진이 스스로 둥지에 들어와 마음껏 날뛰고 있었다.
그럼, 청룡?그렇기엔 가문이 사라졌-.아.일부러 그랬구나.그렇다고 해도 겨울배아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주작가 내부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해.’
“선을 넘지 마.”주연의 어깨가 움찔했다.“다음은 없어.”주라헬이 눈을 가늘게 떴다.“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을 털었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주하는 여전히 굳어 있는 시우의 손을 잡아 안으로 이끌었다.“나도 진짜 예상 밖이었어.”“…….”“그런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올 줄은 몰랐거든.”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시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네 곁에…염치없지만, 네 곁에 있고 싶어.”시우의 눈이 흔들렸다. 입술까지 미세하게 떨리자, 그는 턱에 힘을 줬다.“네 곁에서 숨 쉬고 살고 싶어.”“…….”“주라헬에게서…너를 지키고 싶어. 그리고,”주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움을 조금 눌렀다.이번에는 조금 더 활짝 웃었다.“주라헬에게 담아온 복수가 완성하는 날까지도.”시우의 얼굴을 감싼 두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네가 함께 했으면 좋겠어.”시우는 대답 대신 주하를 품에 깊이 끌어안았다. 곧 입술을 맞닿았다. 거침없이 그녀의 입술을 깊게 머금고, 열린 입술 사이로 파고들었다.진득한 열망과 오래 참아 온 갈증을 전부 쏟아붓는 것처럼 그녀의 입안을 마음껏 헤집었다.가까스로 아쉬운 입술이 떨어졌다. 시우는 주하의 이마를 맞댄 채 다정하게 속삭였다.“물론.”“…….”“언제든지.”시우의 팔이 조금 더 단단하게 주하를 끌어안았다.“얼마든지.”이마를 떼어내고, 부드럽게 휘어진 눈매로 주하를 바라봤다.“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주하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그리고 다음 생에서도.”그 말에 주하의 눈이 커지며 눈동자가 흔들렸다.“영원히 같이 있어 줘. 어디에도 가지 말고.”주하의 얼굴에도 맑은 웃음이 번졌다.“나…그래도 돼?”“응. 당연한걸.”“하지만…하지만 말이야.”“넌, 유주하잖아.”주하의 두 팔이 그를 더 깊이 끌어안았다.“시우야……그럴게.”눈을 감은 채 환하게 웃으며 속삭였다.“네 곁에 있을게.”서로를 향해 단단한 마음을 확인하자, 살짝 스친 숨결조차 아쉬웠다. 시우가 계속 자신에게만 시간을 쓸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이제는 보내 줘야 했다.“ 일하러 가야 하는 거 아냐?”주하의 물음에 시우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주하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아쉬운 듯 지분거렸다. 손끝으로 주하의 약한 등허리를 살살 긁었다.“으읏…! 간지러워.”“가기 싫은데.”“그래도 네가 없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