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55

Author: 파란별1001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02:02:27
시우는 주하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

“자주 오자.”

“응.”

​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난 뒤에는 리조트 직원들이 백사장에 있는 연인과 가족에게 스파클라를 나눠 줬다. 주하도 하나를 받아 불을 붙였다.

치익-

주황빛과 붉은빛이 손끝에서 사방을 튀었다.

​

“이것 봐. 시우야.”

주하가 환하게 웃었다.

“엄청 예쁘지?”

“응.”

시우는 스파클라가 아니라 주하를 바라봤다.

“ 엄청 예뻐. 우리 주하.”

“어?!!”

주하의 눈이 커지자, 시우는가 환하게 웃었다.

​

“네가 예전에 이거 보면서 슈퍼노바나 뉴런의 전기신호 같다고 했거든.”

“뭐야? 정말 그랬을 것 같아. 지금도 그 생각이었거든.”

​​

불꽃이 거의 잦아들던 스파클라를 보며 밝게 웃어 보이던 주하의 손길이 멈추었다. 아른거리는 불빛의 잔상 너머, 시우의 선명한 미소 위로 오래전 기억 속 어떤 소년의 부드러운 미소가 가만히 포개어졌다.

​

아주 오래전.

검은 머리의 소년과 함께 있었다. 주하가 스파클라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145

    주하는 남아 있는 세포들이 담긴 플라스틱 튜브를 모두 꺼내 냉동고 앞 바닥에 둔 바구니 속 뜨거운 물이 담긴 비커에 떨어뜨렸다.​삐이-삐이-삐이-냉동고의 온도가 올라갔다는 알람음이 울었다.“어. 알았어. 금방 할게.”주하가 -70℃ 냉동고의 육중한 문을 닫았다. 시선이 바닥의 비커로 향했다. 뜨거운 물 위에 떠 있는 검지 두 마디 크기의 투명한 플라스틱 튜브 속에는 몇천개의 세포들이 있었다.​‘저 튜브 하나로도 2~3명에게는 주입할 수 있는 시키 바이러스가 있어.’약한 바이러스긴 하지만.얼어있던 세포들이 녹으면서 핏빛처럼 붉어졌다.​주하는 냉동고의 온도 표시가 다시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뒤 비커를 들고 세포 배양실로 향했다. ​6개월의 시간을 거쳐 겨우 어렵사리 만든 세포주였다. 하지만 더는 악용될 가능성을 지워야 했다. ​‘주라헬은 이걸로 시우를 협박하는 데 쓰겠지.’​클린벤치의 투명한 유리창을 부드럽게 밀어 올린 뒤, 석션기를 작동시켜 비커 안의 흐물거리게 녹아내린 세포들을 빨아들여 흔적도 없이 지워 버렸다.​사용했던 플라스틱 튜브와 뚜껑은 흰 폐기물 상자 안의 주황색 비닐에 넣고, 그 위로 다른 폐기물을 올렸다.​박스를 밀봉하고 폐기 날짜를 오늘도 적었다.​***실험을 정리하고, 오피스로 돌아와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안녕. 진아찌.”“어. 월요일에 봐.”연구동 밖으로 나오자, 유진욱이 차를 몰고 와 앞에 세웠다.“어? 아빠가 해?”“그동안 네 엄마가 고생했잖아.”“음… 불안한데.”주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아빠가 과연 지리를 알까? 하도 외국물만 드셔서요.”​주하는 농담을 던지며 뒷자리에 올라탔다.“아이코. 그래도 우리 딸 하나 집에 못 데려다줄까요.”“아빠! 진아가 고맙대. 과자 줬는데, 먹어볼래?”“아니, 몇 개 안 되는 걸 왜 나눠 줘.”“우리 진아는 그런 아이거든요. 네 개나. 엄마 아빠도 맛을 보시지요.”​주하는 조수석의 세나에게 과자 두 개를 건넸다. 과자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144

    “그거 나에게 몇 개만 넘겨라. 그 값으로 주연을 보내게.”“안돼!! 윤진아!!”​주하의 절규를 뒤로 하고, 연화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외투에 숨겨 온 손바닥만 한 소형 TNT 장치 몇 개를 꺼내 안전장치를 풀고, 진아의 손에 넘겼다. 겨우 움직이는 손가락 하나로도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마치 처음부터 진아를 위해 가져온 것처럼.“어차피 나가지도 못해…. 그러니까 내 소원 성취하게…눈 감아 줘. 다음에 만나면,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다면, 그땐 진짜 친구 되자. 바보 주하.”연화는 주저앉으려는 주하를 이끌고 나왔다. 복도에서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맞은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연화가 주하를 끌어 등 뒤에 있던 방으로 몸을 숨겼다.​또각또각.마더와는 다른 구두 소리였다.​“호랑이가 없으니, 개나 여우나 다 왕 노릇이네.”진아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진짜 어이없어.” ​주하와 연화가 가까이 있다는 걸 들키지 않게 하려는 듯, 진아는 일부러 주연을 자극했다.​ “그런다고 네가 가주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구두 굽이 진아쪽으로 거칠게 달려갔다. “저년이!!! 너 오늘 죽었어.”주연은 두 사람이 근처에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자백제도 소용없으니 진짜 죽었어!!”얼마 후,쾅!!폭발음 소리가 들렸다. ​폭발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연화와 주하는 서둘러 자신들이 들어온 길로 빠져나왔다.“얼마나, 얼마나!!! 더 그렇게…!”울분이 터져 나오자 주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도구로 써야 끝나는데!!! ”백연화가 입술을 깨문 채 묵묵히 그녀를 안아 줬다. “그렇게도 살려고 했는데. 왜 ….”​***​주하에게는 생생하게 겪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진아에게는 아직 모르는 미래였다. 어쩌면 겪지 않아도 될 미래.​목숨을 버리기로 했던 진아의 모습을 주하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놓쳐버린 온기가 너무 아쉬웠는지, 지금 품 안의 따뜻한 온기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143

    “치이, 잘생긴 건 인정하네. 크크큭”“주하야, 능력도 중요해. 그리고 너를 아끼는 것도.”“그래도 리안은 오빠야. 가족이지.”​아직 아드리안의 이름도 꺼내지 않았는데 주하가 먼저 선을 그었다. 진욱은 그저 마른세수했다.​“하아, 진짜….”시우가 등장한 뒤로 오래전부터 설계한 계획들이 조금씩 어긋나는 기분이었다.​“네가 안 온다고 하니 리안이 들어온다는데?”“어?!”“오면 다시 상담하자고. 주기적으로 리안과 만나봐.”“아빠, 리안 오빠는 내 주치의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뭐, 상관없지.”​진욱은 속내를 감춘 채 창밖으로 지나가는 건물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의 불안이 조금은 가셨다. 시작은 다들 그렇게 하니까.​***주하가 다니는 설화 대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진욱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동물적 감각으로 유리창 너머에서 자신들을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한쪽 입꼬리가 아주 얇게 올라갔다.어이가 없네. 이렇게 지켜본다고?그래서 다행인 건가.주화병원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세나가 연구동 앞에 차를 잠깐 세우자, 뒷좌석에 있던 주하가 내리려 했다. 진욱의 걱정 어린 한마디가 나왔다.​“짐은 빨리 챙기고.”“어. 노트북만 챙겨올 거야.”“이것도 가져다줘.”진욱은 공항에서 산 평범한 과자 상자를 내밀었다.무심한 척 건네며 덧붙였다.​“네가 병원에 있는 동안, 고생했을 테니….”“…어. 아빠 고마워. 챙겨줘서.”“네 친구인걸.”주하는 상자를 잠깐 내려다보다 품에 끌어안고 연구동으로 걸어갔다.​칩 이식을 받은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연구동 문을 통과하는 주하에게는 4년 만에 돌아온 이곳이었다. 그저 발걸음이 가벼웠다. ​진심으로 이곳이 그리웠다.​오피스에 들어서자 윤진아가 보였다. 살아있는 진아였다.​살아있는 진아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오랜만에 반갑게 이름을 불렀다.​“윤진아!!”주하는 성큼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자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142

    “다행이네. 네게 줄 것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라도 네가 내 곁에 있다면 기쁜걸.”​“넌….넌, 변함없이 날 사랑했어. 날 위해 뭐든지 하는…그런 사람이잖아. 변함없이 날 기다려준…. 그러니까. 사과하지 마.”“사랑해. 유주하.”“…시간을 줘. 말…할게.”“응. 기다릴게.”​시우가 따뜻한 입술로 주하의 볼에 맺힌 눈물이 지워졌다. 그가 포근하게 웃자, 주하도 그제야 따라 웃었다. ​확실한 건, 주하가 미래를 알고 있는 것.그 미래 속에 주라헬에게 제 목숨을 빼앗겼다는 것.무엇보다 ‘시작이 달랐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시우는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 피 맛이 번졌지만, 주하가 두려운 일을 겪었다는 생각에 더 괴로웠다.***시우가 주하의 손을 잡고 다시 원래 병실로 내려왔다. 병실에서는 정리를 마무리하던 유진욱이 주하를 보고 반겼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시우를 보자 곧 경계심이 치밀었다.​“주하야, 어디 갔다 온 거야?!”딸아이의 젖은 눈가를 발견한 유진욱은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울었어?!!”​그의 시선이 주하 옆의 시우에게 향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화가 났다.저 녀석 때문에 주라헬이 주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어떻게 주라헬에게서 지웠는데.어떤 희생으로 우리가 주하를 지켰는데!!주하는 그런 생각을 알 리 없는 얼굴로 가볍게 말했다. “먼지가 들어가서 그랬어.”“유주하 너!”“왜 죄 없는 시우를 노려보고 그래!”​주하의 목소리에 투정이 묻어났다.얼마나 나에겐 귀한 사람인데.그러면서도 다시 눈물이 날 것처럼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유진욱은 어이가 없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만 해도 긴장하던 주하가 시우와는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수장이 다가갈 때는 그리 선을 긋더니.진욱은 천천히 다가가 주하의 눈가를 닦아주었다.​“아이코, 먼지가 또 들어간 모양이네.”그러면서 시우를 노려보자, 그는 얕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하긴 내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141

    “그건 내가 너에게 알려준 적이 없거든. 아직은….”​주하가 저도 모르게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현무 가의 가주들은 대대로 또 다른 이름이 있어. 그 이름 안에는 비기가 있어서 함부로 말을 하지 않지. 특히….”​시우는 여전히 떨고 있는 주하의 뺨에 손길이 닿았다.“연인에게만큼은.”​시우의 평온한 말과 다르게 주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왜?!”“그 이름을 알려 준다는 건.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는 말이거든.”​순식간에 주하의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 차올랐다.​“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그 이름을 아는 연인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거라.”간신히 잡고 있던 눈물이 기어이 떨어져 나와 옆으로 흘러 내려갔다.​‘그럼…넌!! 그때부터 나를 두고 가려고 한 거야??!!!’​그때의 시우에 향한 야속한 원망이 치밀어 올랐다.왜! 우리를 두고 가는 그런 결정을 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보통은 평생을 모르고 지내.”시우의 손끝이 주하의 눈물을 살며시 닦았다.​“시련을 이긴 후계자에게 축복의 의미로 선대 가주가 알려주거든. 그 이름은 몇 대 동안 발휘된 적이 없어.”시우는 주하의 손을 맞잡았다.​“그런데 네가…. 네가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길래.”​그가 주하의 손등에 제 입술을 붙였다. ​주하는 숨겨왔던 가장 큰 비밀을 들킨 기분이었다. 놀란 표정을 숨기려 그를 노려보며 일부러 차갑게 말을 꺼냈다.​“네가 잘못 들은 거라면?”“그 이름을 잘못 들었더라.”​여전히 경계하는 주하를 보며 시우가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만 현무가 가주인 내 앞에서는 그저 흘러나온 말로 넘길 수 없거든.”​그의 눈빛은 다정하게 휘어졌지만, 주하의 귓가에는 제 죽음과 숨겨온 가문의 비기를 어찌 알았는지 서늘하게 추궁하고 원망하는 속삭임으로 들렸다.“…….” 주하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우의 손에 잡힌 제 손을 빼냈다. 그리고 제 위에 있는 시우를 두 손을 밀쳤다.하지만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140

    시우가 주하의 혀를 제 혀와 깊이 얽으며 달콤한 타액을 삼켰다.​질척하게 얽혀들던 혀가 아쉽게 떨어지자,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투명한 타액선이 길게 늘어지다 툭 하고 끊어졌다.​시우가 그녀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대고 조용히 웃었다.​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