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어민경은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두꺼운 분홍색 패딩을 입고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발에는 캐릭터 털 슬리퍼 그대로였다.마을 곳곳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불꽃놀이 소리조차 지금 그녀의 북처럼 뛰는 심장 소리를 덮을 수 없었다.손에 꼭 쥔 휴대폰은 아직 통화 중이었다.그녀는 집마다 새어 나오는 불빛 사이를 지나, 큰 나무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백 미터 남짓한 골목, 어민경은 평생 수없이 걸어온 길이었지만, 오늘만큼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골목을 빠져나오면 마을 순환도로가 나왔다.가로등 불빛이 어민경의
어민경은 할 말을 잃었다.‘얼굴만 안 때리면 원칙 있는 건가...’“그래도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어쨌든 민경 씨는 우리 회장님이 직접 연줄 써서 부탁한 케이스잖아요. 길해경 선생님도 회장님 체면을 봐서 민경 씨한테 조금은 너그러우실 거예요.”은가람의 위로를 들은 어민경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랬으면 좋겠네요...”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서야 어민경은 깨달았다.자기들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걸.길해경 선생은 누구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어민경은 첫날부터 매를 맞았다.짝! 짝!회초리가 손바닥을 때릴 때마다 소리가 힘
그 말을 듣고 변영준은 차갑게 웃었다.“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연애 바보라고 하는 거야. 억울할 것도 없지.”심윤영은 그를 흘겨봤다.‘왜 갑자기 나까지 공격인데!’“야, 변영준! 난 지금 너 걱정해주는 거야! 친동생으로서 네가 입만 고집스럽게 놀리다가 인연 놓칠까 봐 걱정된다고!”“난 내가 뭘 하는지 알아.”변영준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어민경한테 호감 있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 호감이 아직 사랑까지 간 건 아니야. 그리고 지금 어민경한테 가장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의 가치를 찾는 거야. 연애는... 아직 어리잖아
임예빈은 변영준 몫으로 포장해둔 음식 상자들을 두 봉지에 나눠 담아 현관으로 가져와 건넸다.“변영준 씨, 이건 냉장 보관해도 이틀밖에 안 가요. 이번엔 양이 좀 많아서 다 못 드시면 냉동 보관하세요!”“알겠습니다.”변영준은 포장 상자를 받아 들고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말했다.“고마워요. 손님도 계시니 방해 안 하고 가보겠습니다.”“네.”변영준은 어민경을 한 번 바라봤다.하지만 어민경은 이미 심윤영의 옆에 앉아 그녀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를 완전히 뒷전으로 밀어두었다.심윤영은 어민경을 보다가 다시 문밖의
심윤영은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잡아보며 말했다.“원래도 몸집이 작은데 더 마르니까 영양실조처럼 보이네. 안성 가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몸 관리 잘해야 해. 앞으로 점점 더 바빠질 텐데 몸이 안 따라주면 안 되잖아.”“윤영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잘 챙길게요. 고마워요. 우리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언니는 저를 진짜 여동생처럼 아껴주시잖아요. 아주 감동적이에요.”“나도 네 또래 여동생이 있거든. 아마 그래서 네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그리고 네 사정도 참 여러 생각이 들게 하고. 그렇다고 네가 불쌍해서 동정한
심윤영은 어이가 없었다.“정말 비열하게 구네!”“나는 그냥 양아버지를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변영준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한 번 휘저었다.“간다.”“야! 변영준,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나 온송현한테 엄청 원망 들을 거야! 걔 아직도 어민경 복귀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그저께 어민경이 은하랑 계약했다고 알려줬더니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아? 오빠? 변영준, 듣고 있는 거야?”심윤영의 말에 돌아온 건 변영준의 한정판 마이바흐 배기음뿐이었다.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던 심윤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좋아하면서
송해인은 표유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고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송해인이 물었다.그러자 표유진은 담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송해인 씨, 농담이 심하네요. 난 줄곧 항성에서 살았고 웬만해서는 사람들과 잘 교류하지 않는데, 내가 송해인 씨를 어디서 봤겠어요?”말 속에 섞인 비아냥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송해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네요.”“착각도 유분수지. 당신 같은 근본도 없는 잡종이 감히 우리 엄마에게 비빌
그 말을 들은 온수호와 배지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버님, 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배지원이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편찮으셔서 정신이 없으신 건 아니죠? 우리 주원이 그 아가씨랑 결혼한 지 이제 얼마 안 됐잖아요. 저희보고 빨리 와서 결혼식에 대해 의논하자고 재촉하실 땐 언제고, 왜 이제 와서 이혼하라고 말씀하세요?”“직접 물어봐.”온정한은 온주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잘난 효자 놈이 우리한테 얼마나 큰 일을 숨겼는지 물어보란 말이야! 다 컸다고 제멋대로 구는데,
마당 한편에 세워진 7인승 SUV 뒷좌석 문이 열렸다.함명우는 차에서 내려 위우진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았다.“이틀 동안 고생 많았어요.”위우진은 그를 쓱 훑어보더니 대꾸했다.“나 애 삼촌이야. 그런 남부끄러운 소리는 집어치워.”그 말에 함명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살짝 미소 지었다.위우진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지난 5개월 동안 혼자 엄마, 아빠 노릇 하느라 고생 많았지?”함명우가 멍해진 순간, 위우진이 목소리를 낮춰 덧붙였다.“민정이도 좋아질 거야. 우리 삶도 다 제자리를 찾을 거고.”함명우는 고개를
놀이공원의 회전목마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사방은 텅 빈 채 사람 한 명 없었고 오직 외국어로 된 동요 한 곡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송해인은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리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났다.그녀는 가슴을 움켜쥔 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방 안은 어두컴컴했다.송해인은 고개를 숙인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호흡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다시 침대에 누웠다.그리고 천장에 달린 크리스털 조명을 빤히 바라보며 눈을 깜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