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심지우는 더욱 조용해졌다.예전에 박추연이 그녀를 돌볼 땐 가끔 대화를 나누곤 했지만 이제는 말수가 점점 더 줄어들었다.가끔은 깨어 있으면서도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거나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듯 파도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박추연과 명기현은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챘다.박추연은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써 이야기를 꺼내 보았지만 심지우는 마음이 딴 데 있는 듯 대답이 엉뚱하기 일쑤였다.명기현은 자신이 감춰온 일 때문에 그녀 마음속의 신뢰와 안전감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는 그녀와 대화를 시도
명기현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박추연은 심지우가 말이 없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지우 언니, 왜 그러세요?”“괜찮아.”심지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이 섬에 외지 사람들이 자주 와?”“거의 없어요.”박추연이 대답했다.“우리 섬은 외딴곳이라 오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그 말을 들은 심지우는 더 묻지 않았다.“조금 피곤하네. 방으로 데려다줄래?”“네.”박추연은 심지우를 부축해 방으로 돌아왔다.침대에 몸을 누인 심지우는 눈을 감았다.박추연은 그녀가 정말 피곤한 줄 알고 이불을 덮어 준 뒤, 살짝 문을 닫고
명기현은 금어도에서 한 도민을 데려와 심지우의 일상생활을 돌보게 했다.그녀는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처녀로 이름은 박추연이었다.가을에 태어났다고 해서 아버지가 가을 ‘추’ 자를 넣어 ‘추연’이라고 지은 것이다.금어도에 머문 지 이틀이 더 지나자 심지우의 몸은 거의 회복되었다.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 있으니 답답해진 그녀는 바깥을 좀 걸어보고 싶어졌다.박추연은 심지우가 눈이 보이지 않는 걸 알기에 돌볼 때마다 세심했다.심지우가 바깥에 나가고 싶다고 하자 박추연은 흔쾌히 그녀를 부축해 집 앞 모래사장으로 산책을 나섰다.때는
“미안해, 나도 도와줄 수 없어.”송해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부엌에서는 온주원이 요리하고 있었다.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는 가스레인지 앞에서 그는 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운성의 낮 기온은 이십 도가 훌쩍 넘었지만 아침과 저녁은 쌀쌀했다.송해인은 문가에 기대어 두 팔을 끌어안고 분주히 움직이는 온주원의 등을 바라보았다.남자에게는 조리대가 조금 낮아, 채소를 씻고 써는 동작이 허리에 꽤 무리가 가는 모양이었다.송해인은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방금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수상한
사흘 후, 운성 사서 옛 마을의 운여 민박.각종 푸른 식물과 꽃들이 가득 심어진 마당에서 연이가 혀를 내밀고 엎드려 있었고 윤영은 왼손에 어린이 화장 세트, 오른손에 작은 퍼프를 들고 그럴듯한 자세로 연이에게 화장을 해 주고 있었다.영준은 혼자 옆의 나무 의자에 앉아 머리를 숙인 채 집중해서 큐브를 돌리고 있었다.부엌에서는 밥 짓는 향이 은은히 풍겨왔다.안에서는 온주원이 요리하고 있었다.그때 송해인이 마당의 문을 밀고 들어오더니 다시 몸을 돌려 문을 닫고 걸어 잠갔다.그 소리를 들은 영준은 고개를 들었고 송해인은 다가와
그것은 추궁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강연미는 손을 들어 그의 재킷을 벗겨주고는 옷걸이에 걸었다.“지우 언니는 제게 은인이에요. 지강 씨, 언니가 당신 때문에 죽게 되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제가 화내는 건 두렵지 않아요?”남자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하지만 내 뱃속에는 지강 씨의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당연히 무섭죠. 하지만 지강 씨, 전 당신이 후회할까 봐 더 두려워요. 지우 언니는 겉보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