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도우미는 멍하니 서 있다가 놀란 기색으로 방을 나섰다.딸이 실종된 이후로 강미진은 햇빛을 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스스로 햇볕을 쬐겠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무슨 일이에요?”하선호와 하희민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사모님께서 햇볕을 쬐고 계셔서요.”도우미가 말했다.“제가 가리려 했는데 사모님께서 못 하게 하셨어요.”순간 하선호와 하희민 역시 멍해졌다.하선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강미진은 의사에게 이렇게 협조적인 적이 없었다. 어제 여승운의 말을 들은 것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약 30분이 더 지난 후에야 방문이 열렸다.하선호와 하희민은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온채아는 많은 환자와 대화해 보았기에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 “대표님, 들어가서 살펴보세요.”“종이와 펜이 있나요? 사모님께 식단을 위한 처방을 써 드려야 해서요.”“네. 이쪽으로 오시죠.”하희민은 곧바로 온채아를 데리고 아래층 서재로 향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온채아는 책상 앞에 앉아 종이와 펜을 집어 들고 강미진의 맥을 짚었던 결과를 신중하게 고려하며 식단 처방을 술술 써 내려갔다.강미진의 몸은 단순히 다리의 문제만이 아니었다.전반적으로도 매우 허약했고 하루빨리 일어서기 위해서는 몸 전체가 함께 움직여줘야 했다.온채아가 글을 쓰고 있는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곧 도우미 한 명이 활짝 열린 방문을 노크하며 달려왔다. “도련님, 밖에 사람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며 억지로 들어오려고 합니다.”평소 늘 침착하던 하희민이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듯이 물었다. “억지로 들어오려 한다고요?”하씨 가문에 억지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아무래도 보통 인물이 아닌 것 같은데요.”도우미는 온채아를 보며 말했다. “온 선생님을 찾는다고 합니다.”그 말을 듣고 글을 쓰던 온채아의 손이 잠시 멈췄다. 성씨 가문의 사람들이 이렇게 다급하게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숨기고 자리에
하희민이 눈썹을 살짝 올리며 온채아에게 설명했다. “어머니께서 어제 온 선생님을 보시고는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온채아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사모님을 뵙고 참 친근하게 느껴졌어요.”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있었지만 재벌 귀족 특유의 거만한 태도는 없었다. 말은 많지 않아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친화력이 느껴졌다.하희민은 온채아가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여겼고 그녀를 안내하며 말했다. “어머니, 온 선생님 오셨어요.”온채아가 거실로 걸어갔다. “하 대표님, 사모님.”강미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옅게 미소 지었다. “온 선생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온채아는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할까요?”강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강미진의 동의를 얻고 온채아는 하희민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방은 몇 층인가요?”하희민이 대답했다. “2층입니다.”하선호는 강미진이 탄 휠체어를 밀며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방에 도착하여 하선호가 강미진을 안아 침대에 눕히자 온채아가 입을 열었다. “이제 침을 놓을 건데요. 두 분은 잠시 나가 계셔 주시겠어요?”비록 다리를 치료하는 것이지만 침술은 자극해야 할 혈 자리가 복잡하여 다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에도 침을 놓아야 했기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하지만 하씨 가문이 온채아를 완전히 믿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덧붙였다.“여성 도우미 한 분이 들어와서 간호해 주셔도 됩니다.”“괜찮아요.”강미진은 하선호와 하희민에게 눈짓했다. “두 분 다 나가세요.”해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하선호는 온채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부탁했다. “잘 부탁드립니다.”온채아는 하선호와 강미진 부부간의 애정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염려 마세요.”그들이 나가자 온채아는 바로 침을 놓지 않고 먼저 강미진의 몸을 움직여
전화 너머에서는 실제로 너무 화가 나서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말았다.소원희는 식탁을 요란하게 내리치며 이를 악물었다. “유준이가 축하 파티 하나 열어줬다고 벌써 개발에 성공한 줄 아나 봐?”“감히 내 전화까지 안 받아?”오늘 아침 일찍 소원희는 온채아가 이미 주율천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온채아가 소원희를 속였다.소원희는 너무 화가 나서 즉시 용씨 가문에 연락했고 오늘 정오에 당장 온채아를 용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과 만나게 해서 서둘러 시집보내려고 했다.그런데 온채아는 성탁수의 전화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소원희가 직접 건 전화마저도 수신 거부를 한 것이다.‘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온 거지?’성탁수 역시 온채아가 왜 갑자기 이렇게 대담해졌는지 의아해하며 조심스럽게 짐작했다.“혹시 큰 도련님이 뒤에서 봐주고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유준이가 봐준다고?”소원희는 코웃음을 쳤다. “온채아는 이혼했어! 유준이가 예전에도 버렸는데 지금 이혼한 여자에게 얼마나 잘해줄 것 같아?”소원희는 단지 온채아에게 결혼을 주선해 주려는 것뿐이었다. 온채아의 목숨을 뺏으려는 것도 아니었다.성탁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제가 다시 전화해 볼게요.”“하지 마!”소원희의 눈빛은 섬뜩했다. “어디 있는지나 알아봐.”정오 전에 사람만 찾으면 이 결혼은 기정사실이 될 터였다.온채아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자마자 하희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저와 가족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어요.”하희민이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 “오늘 혹시 어머니를 치료해 주실 시간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정말로 성유준이 말했던 것과 비슷했다. 하씨 가문이 빠르게 온채아를 찾았다.온채아는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지금 바로 갈 수 있어요.”“정말 잘됐네요.”“그럼 제가 위치를 보내드릴게요. 아니면 모시러 갈 사람을 보낼까요?”말투에서부터 존중이 느껴졌고 조금의 오만함도 없었다.“괜찮아요.”온채아는 웃으며 거절했고 그가 보낸 위치를 확인했다
온채아는 덤덤한 표정으로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을 아예 끊어버리고 아무렇게나 옆에 내려놓았다.그녀는 정다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리 먹어.”“전화 안 받으면...”정다슬은 과거 성씨 가문이 어떻게 온채아를 괴롭혔는지 알기에 조금 불안했다. “앙심을 품고 화를 내지 않을까?”사실 처음에 온채아는 할머니 댁으로 돌아간 후 저항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소원희는 온채아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듯 온채아가 저항할수록 점점 더 강력하고 강압적으로 변했다.온채아는 정다슬을 바라보며 두유를 더 따라주었다. 그녀의 눈빛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은 함부로 못 할 거야.”“왜? 축하 파티를 열긴 했지만 약이 아직 출시된 건 아니잖아.” 정다슬이 의아해했다.온채아의 휴대폰이 다시 미친 듯이 울려댔다.한 통, 또 한 통. 마치 온채아가 받지 않으면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처럼.“나 곧 나가야 해. 하씨 가문에.”온채하는 전화를 모두 거부하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정다슬과 하지훈의 과거를 떠올리며 잠깐 주저했지만 결국 모두 털어놓았다.“하지훈 씨의 어머니 다리를 치료하러 가야 해.”정다슬은 깜짝 놀랐다. “네가 지훈 씨 어머니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정다슬이 기억하기로 대학 시절 하지훈과 사귈 때부터 하지훈 어머니는 이미 장애가 있었다. 이런 오래된 지병은 고치기 쉽지 않다.“고칠 수 있어.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리고...”온채아는 뭔가 망설이는 듯했다.정다슬과 하지훈의 짧은 연애는 집안의 반대로 끝나버렸다.그런데 이제 온채아가 하씨 가문과 얽히게 되다니...이쯤 되자 정다슬은 온채아의 성씨 가문을 향한 태도가 왜 변하기 시작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온채아가 강미진의 병을 치료하러 가는데 성씨 가문이 감히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것은 공개적으로 하씨 가문과 원한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게다가 온채아가 강미진의 다리를 치료할 때쯤이면 약물은 분명 출시되었을 것이다.그때는 하씨 가문의 지원이 없더라
온채아는 감히 입을 벌리지 못했다. 혹시라도 흐느끼는 소리가 함께 새어 나와 성유준이 주도권을 쥐었다고 느낄까 봐 두려웠다.온채아가 협조하려 들지 않자 성유준도 서두르지 않았다. 뜨거운 입맞춤이 그녀의 목덜미에 떨어졌고 인내심을 갖고 피부를 조금씩 비비며 애무했다.온채아는 발가락까지 힘주어 웅크렸고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빠져드는 것은 오직 그녀뿐인 것 같았다.온채아는 이 일에서 굳이 승패를 다투고 싶지는 않았기에 막 항복하려는데 갑자기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온채아는 이런 물건과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런 식은 처음이었다.온채아는 본능적으로 뿌리치려고 했지만 성유준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성유준의 가죽 벨트와 슬랙스 그리고 온채아의 스타킹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모든 것이 적나라한 분위기를 드러냈다.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온채아는 마치 망망대해의 돛단배가 된 것만 같았다. 스스로 항해할 수 없고 오직 파도의 이끌림에 순종해야만 했다. 자신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즐기고 있는 듯했다.온채아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정신이 혼미해질 때 귓가에 입 맞추던 성유준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전기가 흐르는 듯이 그녀의 귓바퀴를 따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온채아도 마침내 한숨 돌렸다.그녀는 갑자기 승부욕이 솟아올라 손을 놓지 않고 고개를 들고 성유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좋았어?”“...”성유준이 어찌 그녀의 이런 유혹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목덜미에 핏줄이 솟아오르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 맞추며 무심하게 말했다. “응. 아주 좋았어.”뻔뻔하게!온채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또다시 기세에 밀렸다.그녀는 벽에 걸린 시계를 흘긋 보았다. 새벽 2시.머릿속에 불쑥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고강도 운동이 이렇게까지 효
하선호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찌푸렸다.하희민이 천천히 다가와 강미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나지막이 달랬다. “제가 방금 형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온채아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성씨 가문에서 자랐대요. 아마 막내는 아닐 거예요. 온채아 선생님이 마음에 드신다면 제가 나중에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 옆에 자주 와서 같이 있어 주라고 할게요. 어때요?”강미진은 눈물을 멈췄다.“정말?”하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진짜예요.”축하 파티가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온채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강태무는 시간이 늦었다며 온채아에게 말했다. “다슬이는 술을 마시고 차에 있으니 다슬이랑 먼저 들어가. 내가 선생님을 모셔다드릴게.”“그래.”아래층으로 내려온 온채아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들과 헤어졌다.온채아의 차는 호텔 야외 주차장에 있었고 강태무의 차는 지하 주차장에 있었다.온채아가 차 문 앞으로 다가가 막 문을 열려는 순간 아까 비상 통로에서 성유준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늘씬한 몸매에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으며 셔츠 제일 위 단추 두 개가 자연스레 풀어 헤쳐져 있어 전체적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검소한 느낌을 풍겼다.그가 비상 통로에서 했던 말이 불쑥 온채아의 머릿속을 스쳤다. 온채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서둘러 운전해서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막 안전벨트를 매자마자 성유준이 조수석 창문을 두드렸다. 온채아는 못 들은 척하려고 했지만 옆에서 곯아떨어져 자고 있던 정다슬이 갑자기 눈을 반쯤 뜨더니 차창을 내렸다. 그녀는 차 밖에 서 있는 남자를 확인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성유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다슬 씨도 계셨네요?”“저는 빠져도 돼요.”정다슬의 머릿속은 온통 성유준이 온채아의 남자 친구라는 생각뿐이었기에 후다닥 차에서 내려 조수석 자리를 내주었다.뒷좌석에 앉은 후 온채아에게 윙크까지 했다.‘봤지, 나 눈치 빠른 거.’성유준도 사양할 생각 없이 허리를 숙여 조수석으로 들어왔다.집 앞에 도착하자 정다슬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