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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Author: 락희
주율천의 말투는 아주 차분하면서도 단호함이 느껴졌다.

정다슬은 주율천을 높이 평가했다.

‘남자답군.’

만약 성유준이 집안과 인연을 끊을 수 있다면 온채아 뱃속의 아이는 친아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온채아는 정다슬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주씨 가문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아 참지 못하고 한마디 끼어들었다.

“인연을 끊든 뭘 하든 제발 저랑은 엮지 말아 주세요.”

그녀는 주율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저를 위해 어떤 것도 해줄 필요 없다고요. 어머니께도 분명히 말씀해 주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쾅 소리와 함께 집 문을 닫았다.

정다슬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심서정 일만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무슨 말이야?”

온채아는 목이 말라 카운터로 걸어가 시원한 물 한 잔을 따랐다.

막 물을 마시려는데 문밖에서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곧바로 조용해졌다.

정다슬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서야 말을 이어받았다.

“심서정 일만 없었다면 애도 괜찮았을 거야.”

적어도 집안에 원수가 있는 성유준보다는 나았다.

온채아는 컵에 담긴 물을 거의 다 마시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변호사이니 세상에 만약이란 건 결코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잖아.”

시간도 되돌릴 수 없다.

사람은 일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발적이든, 수동적이든, 어쨌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는 없다.

정다슬도 한숨을 쉬었다.

“그냥 한 번 상상해 본 거지.”

“딩동!”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온채아는 문을 열어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

그녀 역시 주율천과 더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온채아는 컵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있는 주율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니는 가셨어요?”

“응.”

주율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

“놀랐지? 내가 어머니께 분명히 말씀드렸어.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그는 민은하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온채아는 주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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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슬 역시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인데 소원희가 저지른 못된 짓들 때문에 억지로 갈라설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정다슬의 말에 온채아도 잠시 침묵에 빠졌다.성유준은 부정하지 않았다. 발표회장에서도 부정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것만으론 큰 의미가 없었다. 기껏해야 아직 온채아에게 질리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었다.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은 이미 열광의 도가니였다.“한 명은 훌륭한 대표님이고 한 명은 연구 개발 천재라니. 세기의 커플 아니냐고!”“다른 블로거 제보 보니까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래! 성유준도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온채아도 고아라는데 완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이 아니야?”“너네 발견했어? 성유준이 키도 크고 다리도 긴데 사진마다 온채아가 항상 반 발짝 앞서 걷고 있어!”“디테일 미쳤다. 나 오늘부터 두 사람 응원할 거야!”“...”온채아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훑어보며 가슴속에 하나의 의문을 품었다.‘사진들이 대체 어떻게 유출된 거지?’상식적으로 성유준의 사생활 행적은 매우 은밀했고 평소 인터넷에 그의 사생활 사진이 올라오는 법은 결코 없었다. 어떤 파파라치가 겁 없이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리겠는가.온채아의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박시훈.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데다 대놓고 그녀와 성유준을 겨냥하고 나타난 사람. 게다가 그는 온채아에게 규칙이나 상도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인터넷의 소동은 아마 박시훈의 소행일 가능성이 컸다.온채아가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전 문밖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정다슬이 무슨 일인지 보러 가려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정다슬은 문을 열고 밖의 상황을 확인하더니 온채아에게 행운을 빈다는 눈빛을 보내고 물러났다.전애인과 전남편이 또 맞닥뜨리다니. 정말 짜릿한 상황이었다.온채아는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문 앞에 서 있는 주율천이 아니라 복도 엘리트 홀에서 사람들에게 짐 옮기는 것을 지시하고 있는 성유준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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