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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Author: 홍피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4 14:54:32

재하는 침대 옆에 서 있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많이 놀랐어요?”

“네.”

서인은 그를 올려다봤다. 평소라면 사무실에 있을 시간이었고, 오늘도 일정이 적지 않을 터였다.

“재하 씨, 바쁘지 않아요?”

“바쁘죠.”

“그런데 여기 있어도 돼요?”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서인은 더 묻지 않았다. 재하가 수액 줄을 한번 살펴보더니 물었다.

“검사 결과는요. 나왔어요?”

“아직 전부는 안나왔어요. 근데 지금까지는 별문제 없대요. 과로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하셨고.”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는 거네요.”

“그렇긴 한데…….”

“담당의 오면 다시 얘기하죠.”

마침 병실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하가 비서에게 물었다.

“쓰러졌을 때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자료를 가지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상무님이 책상 옆에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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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전 금욕주의   119화

    한성은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다. 한정호가 직접 나선 협상 끝에 은행과 채권단의 단기 유예 협의가 진전됐고, 일부 협력업체와도 지급 일정이 조율됐다. 중단됐던 현장 중 한 곳은 작업을 재개했다. 물론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음 달 만기와 아직 들어오지 않은 매각 대금이 남아 있었고, 공사대금 가압류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어느 한쪽에서라도 약속한 일정이 어긋나면 상황은 다시 나빠질 수 있었다. 서인은 보고서 마지막 장을 확인하고 덮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사흘째였다. 출근을 재개한 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야근할 이유가 없었다. 책상 위 시계는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재하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모처럼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인은 오후 여섯 시가 조금 넘어 한성 본사를 나섰다. 지난 며칠 동안 사무실에 남아 있던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시간에 회사를 나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조금 달랐다. 집에 도착했을 때 재하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현관에서 구두를 벗던 서인은 거실 바닥에 낯선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리야?” 바닥에 털 뭉치가 섞인 토사물이 있었다. 서인은 가방을 내려놓고 거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소파 옆에도 하나, 복도 쪽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서리야. 어디 있어?” 이름을 부르자 소파 아래에서 서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인은 쪼그려 앉아 서리를 살폈다. 서리는 평소처럼 다가와 그녀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어디 아파? 왜 이렇게 토했어.” 서리는 대답 대신 꼬리를 세우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서인은 뒤따라가 사료 그릇을 확인했다. 아침에 채워둔 사료가 제법 줄어 있었고, 물도 마신 흔적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인은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서리가 여러 군데 토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평소처럼 움직이고 사료도 먹었다는 말을 덧붙이자, 병원에서는 상태를 살펴보되 구토

  • 이혼 전 금욕주의   118화

    재하는 침대 옆에 서 있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많이 놀랐어요?” “네.” 서인은 그를 올려다봤다. 평소라면 사무실에 있을 시간이었고, 오늘도 일정이 적지 않을 터였다. “재하 씨, 바쁘지 않아요?” “바쁘죠.” “그런데 여기 있어도 돼요?”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서인은 더 묻지 않았다. 재하가 수액 줄을 한번 살펴보더니 물었다. “검사 결과는요. 나왔어요?” “아직 전부는 안나왔어요. 근데 지금까지는 별문제 없대요. 과로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하셨고.”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는 거네요.” “그렇긴 한데…….” “담당의 오면 다시 얘기하죠.” 마침 병실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하가 비서에게 물었다. “쓰러졌을 때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자료를 가지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상무님이 책상 옆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바로 119에 신고했고요. 구급대원분들이 오셨을 때는 의식이 돌아오셨습니다.” “다친 곳은 없었습니까?” “그건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챙기겠습니다.” “네, 대표님. 상무님, 필요한 일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고마워요.” 비서가 나간 뒤 재하는 재킷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담당의가 병실에 들어온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의사는 현재까지 나온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혈압과 심전도 등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실신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추가 검사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최근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잠도 부족하셨다고요.” “네. 일이 좀 많아서요.” “그런 상황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다른 원인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하니까 오늘은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서인이 물었다. “꼭 입원해야

  • 이혼 전 금욕주의   117화

    서인은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몇 초쯤 지나서야 자신이 재하의 침실에서 잠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재하가 일어난 지 꽤 됐는지 이불도 정리되어 있었다.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니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지만 출근 준비에는 지장이 없었다.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잤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서인은 침대에서 내려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재하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태블릿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던 그가 서인을 발견하고 화면을 껐다. “일어났어요?” “네.” “좀 더 쉬지 그래요.” “출근해야죠.” 서인은 맞은편에 앉았다. 식탁에는 토스트와 과일,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서인은 입맛이 없어 토스트만 집어 들었다. “오늘도 늦겠네요.” “아마요. 은행 쪽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고, 건설 쪽도 아직 정리가 안 돼서.”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인은 토스트를 반쯤 먹다가 내려놓았다. “그게 다예요?” “아침엔 원래 많이 안 먹잖아요.” “어제도 제대로 못 챙겨 먹었을 거 아니에요.” “점심은 잘 챙겨 먹을게요.” 재하는 더 권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함께 현관을 나섰다. “서인 씨.” “네?” “데려다줄까요?” “괜찮아요. 기사님 와 계세요.” 재하는 서인이 차에 오르기 전 한마디 덧붙였다. “무리하지 마요.” “그럴게요.” 서인은 평소처럼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한성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서인은 전날 채권단 회의에서 추가로 요구받은 자료부터 검토했다. 은행에서는 아직 대출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한성건설의 일부 현장은 공사가 재개됐지만 다른 현장에서는 협력업체와의 협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전날 급하게 제출했던 자금 계획에서도 수정할 부분이 발견돼 재무팀이 아침부터 다시 자료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오전 회의가 끝나자 주거래은행에서 건설 계열사의

  • 이혼 전 금욕주의   116화

    서인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들러 찬물로 손을 씻었다. 거울 속 얼굴이 평소보다 창백했다. 밤새 회사에 있었으니 당연했다. 화장을 고치려고 파우치를 꺼냈다가 다시 가방에 넣었다. 지금 와서 화장을 조금 고친다고 피곤한 얼굴까지 감출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상무님, 채권단 측 참석자들 도착했습니다.” “네. 바로 갈게요.” 서인은 손을 닦고 화장실을 나왔다. 회의실에는 주거래은행을 비롯한 주요 채권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성 측에서는 한정호 회장과 재무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서인은 전날 밤부터 여러 번 수정한 자료를 앞에 놓았다. 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에 가압류 결정까지 났는데, 어제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본사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까?” “건설 계열사에서 보고를 누락했습니다. 현재 전체 현장의 미지급 내역을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른 계열사에서도 같은 일이 없다고 어떻게 확신합니까?” 서인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실제로 다른 계열사에도 같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은행 측 관계자가 자료를 덮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조건대로 대출을 연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한정호가 입을 열었다. “어렵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한성하고 거래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금 와서 전부 회수하겠다는 겁니까?” “회장님, 저희도 내부 심사 절차가 있습니다.” “그 절차라는 거, 지금까지는 없었습니까?” 한정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인이 자료를 앞으로 밀었다. “이번 주 만기 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인은 가압류된 공사대금 30억 원을 제외하고, 대출 연장이 지연되는 경우까지 반영한 수정 자금 계획을 설명했다. 주거래은행 담당자가 자료의 한 부분을 짚었다. “이 부족분은 어떻게 충당하실 계획입니까?” “계열사별 가용 자금과 회수 예정 채권을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단기 조달이 가능한 금융기관과도 협의 중이고요.” “아직 확

  • 이혼 전 금욕주의   115화

    “상무님, 급하게 확인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서인은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무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에요?” “한성건설 쪽에 가압류가 들어왔습니다. 조금 전에 기사까지 나왔고요.” 서인은 노트북을 열었다. 경제면 상단에 한성그룹의 이름이 걸려 있었다. [단독] 한성건설 하도급대금 미지급…공사대금채권 가압류에 부도설 확산 한성건설이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해당 업체가 한성건설이 발주처에서 받을 공사대금채권에 신청한 가압류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현장에서도 대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증언까지 실려 있었다. “가압류 결정이 언제 났어요?” “지난주 금요일입니다.” “그런데 왜 이제 보고해요?” “건설 쪽에서 협력업체와 협의 중이라며 보고를 미뤘답니다.” 서인은 기사를 끝까지 읽었다. “가압류 대상 채권부터 확인하세요. 지급 기한이 지난 미지급금도 현장별로 전부 정리하고요. 건설 대표님하고 재무·법무 담당자들 열 시까지 회의실로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상무님, 회장실에서 올라오시랍니다.” “열 시에 긴급회의 잡았어요. 자료 준비해 주세요.” 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한정호는 회장실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가압류가 들어올 때까지 대체 뭘 하고 있었어! 그런 걸 보고라고 올린 거야, 지금?” 서인이 들어서자 한정호는 손짓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됐어. 당장 본사로 들어와!” 전화를 끊은 한정호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가압류까지 들어왔는데, 그걸 이제야 보고했다는 게 말이 돼?” “저도 방금 보고받았어요. 열 시에 건설 대표 들어오기로 했고요.” “은행에서도 전화가 왔어. 기사에 나온 게 사실이냐고.” 한정호가 책상을 내리쳤다. “그놈들은 회사가 망할 때까지 입 다물고 있을 작정이었대냐?” “다른 현장도 같은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우선 전체 미지급금부터 파악할게요.” “문제가

  • 이혼 전 금욕주의   114화

    서인은 재하를 바라보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왜요?” “갑자기 식사를 하자고 하시니까요. 어떤 일 때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재하가 웃었다. “회의 관련해서 후속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침 식사 시간이기도 하고요.” “아, 그러세요?” “곤란하십니까?” 서인은 결국 웃었다. “아뇨. 좋아요. 가죠.” 재하가 먼저 회의실 문을 열었다. 서인은 가방을 챙겨 그의 뒤를 따랐다. 우진 본사 밖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서인은 재하와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어디 가는데요?” “최고급 접대 코스로 모시겠습니다.” “기대할게요.” 십 분쯤 걸어 도착한 곳은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의 작은 돈가스집이었다. 오래된 간판 아래로 점심을 먹는 손님들이 보였고, 유리문에는 손으로 쓴 영업시간 안내가 붙어 있었다. 서인은 간판을 올려다보다 재하를 돌아봤다. “여기요?” “네.” “최고급 접대 코스라면서요.” “맞는데요.” 재하가 문을 열어주자 서인은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근처 회사원들로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안쪽에 남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재하 씨가 이런 데도 오는구나.” “왜요?” “그냥요. 조금 의외라서.” “직원들이 맛집이라고 추천해 줬어요.” 메뉴판에는 돈가스와 치즈 돈가스, 생선가스 정도가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기본 돈가스를 주문했다. 잠시 후 수프가 나오고, 이어 큼직한 접시에 돈가스와 밥, 양배추 샐러드가 담겨 나왔다. 서인은 돈가스를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었다. 바삭한 튀김옷 아래로 고기가 부드럽게 씹혔다. 재하가 돈가스를 자르며 말했다. “전에 여기서 먹으면서 서인 씨 생각이 났어요.” 서인이 고개를 들었다. “왜요?” “입맛에 맞을 것 같아서.” 서인은 돈가스를 한 조각 더 잘라 먹었다. “제 입맛을 잘 아시네요.” 재하가 웃었다.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서인이 오전 회의 이야기를 꺼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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