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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Penulis: 홍피코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9 15:32:32

“발표는 언제쯤 생각합니까?”

재하의 목소리에 서인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두 달 뒤요.”

“이유는?”

“지금 바로 터뜨리면 우진이 한성을 버렸다는 확인 사살이 되잖아요. 적어도 채권단 협상 끝날 때까진 기다리고 싶어요.”

재하는 잠시 계산하듯 눈을 내리깔았다.

“두 달.”

“길어요?”

“아뇨.”

“그 정도면 맞춰드리죠.”

결정은 여전히 빨랐다. 이쯤 되니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그동안은 여기 있을게요.”

재하가 눈을 들었다.

“여기?”

“네. 갑자기 본가나 호텔로 옮기면 기자들이 먼저 눈치챌 테니까.”

한성그룹이 휘청이는 시점이었다. 그 와중에 한성의 장녀가 남편과 살던 집을 나왔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어떤 기사가 붙을지는 뻔했다.

경영 위기.

사위인 권재하의 지원 거절.

그리고 이혼.

사람들은 가장 자극적인 순서대로 이야기를 엮을 것이다. 굳이 먹잇감을 하나 더 던져줄 필요는 없었다.

“그러세요.”

“공식 일정도 예정된 건 그대로 참석하고요.”

“네.”

“양가에도 당분간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그 말에 재하가 잠시 서인을 바라봤다.

“장인어른도?”

“네.”

“이혼하자고 한 건 압니까?”

“아뇨.”

“알면 난리 나겠는데.”

“그러니까 모르셔야죠.”

서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버지가 지금 이혼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보지 않아도 알았다. 당장 우진에 사과하라고 할 것이고, 어떻게든 결혼을 붙들라고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딸의 자존심쯤은 기꺼이 담보로 내놓을 사람이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한성이 망하면 망했지, 그 대가로 이 결혼을 붙잡을 생각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재하가 말했다.

“그럼 정리하면.”

서인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법적인 절차는 바로 시작하고.”

“네.”

“발표는 두 달 뒤.”

“네.”

“그전까지 밖에서는 지금처럼 지내요.”

“그러죠.”

“예정된 공식 일정도 그대로 참석하고.”

“네.”

“집에서는 각자.”

그 말에 재하가 서인을 힐끗 봤다.

“원래도 각자 지냈으면서.”

서인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웃었다.

“그렇긴 하네요.”

재하도 피식 웃었다.

이혼 얘기를 꺼낸 지 얼마나 됐다고 웃음까지 나왔다. 

재산 문제는 더 간단했다. 애초에 두 사람 사이에는 혼전계약서가 있었다.

결혼 전에 소유했던 재산은 각자의 것으로 남고, 결혼 기간 발생한 자산 역시 명의에 따라 귀속됐다. 양가의 지분과 계열사 관련 권리도 재산 분할 대상에서 빠졌다. 헤어질 경우를 가정한 조항까지 이미 빼곡했다.

결혼할 때만 해도 어디까지 대비하려고 이러나 싶었는데, 막상 헤어지려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집은요?”

재하가 물었다.

“재하 씨 명의잖아요.”

“그래도 삼 년 살았는데.”

“제 건 따로 알아보면 돼요.”

“알겠습니다.”

끝.

서인은 조금 허탈해졌다.

삼 년을 살았다. 같은 주소지에 이름을 올렸고, 수없이 많은 사진에서 서로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막상 끝내려고 보니 정리할 것이 별로 없었다.

아이도, 공동으로 가진 재산도 없었다. 서로에게 받아야 할 사과도, 끝내 확인해야 할 마음도 없었다.

발표는 두 달 뒤. 그전까지는 밖에서 지금처럼 부부로 지내다가, 때가 되면 서인이 이 집을 나가면 그만이었다.

삼 년짜리 결혼을 정리하는 데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럼 됐죠?”

“그런 것 같습니다.”

“내일 세경에서 서류 보내드릴 거예요.”

“확인하죠.”

“네.”

서인은 침대 위에 걸쳐 있던 시트를 걷어내고 바닥에 떨어진 가운을 주워 맨몸 위에 걸쳤다. 이제 씻고 자면 됐다.

가운의 끈을 느슨하게 묶으며 욕실을 향해 몇 걸음 옮겼을 때였다.

“한서인 씨.”

뒤에서 재하가 불렀다.

서인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자, 재하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채였다.

“네?”

“하나 빠졌는데.”

“뭐가요?”

재하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가운을 걸친 서인에게 느릿하게 머물렀다.

“두 달 동안 같이 살 거라면서요.”

“네.”

“밖에서는 부부고.”

“그렇죠.”

“집에서는 각자.”

“네.”

서인은 잠시 기다렸다.

“그래서요?”

“그러면.”

그가 물었다.

“섹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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