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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Author: 도도화
하도원이 어색하게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정말 듣고 싶어?”

“네. 불편하면 말 안 해도 돼요.”

임서율은 하도원의 마음을 존중했다. 특히 집안 얘기라는 게 대체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엮여 있기 마련이니까.

하도원은 몸을 등받이에 기대고 손가락을 느슨하게 움직였다.

“난 집안에서 미운오리 새끼였지. 꼭대기에 설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인데, 누군들 자기 자식이 그 자리에 앉길 바라지 않겠어.”

“근데 문제는 다른 애들은 다 나보다 못했어. 그러니 친척들이 날 눈엣가시처럼 여겼지. 아버지는 원래 내 조카한테 기대를 걸었는데, 걔는 회사 경영에 영 소질이 없었어.”

“결국은 내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그렇다고 날 당당히 내세우진 못하고.”

임서율은 순간 무언가 중요한 단서를 잡은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때 하도원의 눈빛에 처음으로 복잡하고 서글픈 기색이 담겼다. 그는 입꼬리를 비틀며 조롱하듯 말했다.

“난 사생아야.”

임서율은 입을 크게 벌렸다가 혹여 소리를 낼까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도원은 그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임서율은 자신이 지나치게 놀란 나머지 그에게 괜히 상처를 준 건 아닌가 싶어, 황급히 손을 내리고 애써 태연한 척했다.

“미안해요. 방금은 내가 좀 과했어요.”

“괜찮아.”

그는 담담했다. 마치 오래전에 이미 체념해 버린 듯한 태도였다.

곱씹어 보니 당연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그가 얼마나 많은 수군거림과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을까.

임서율은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임유나가 돌아온 뒤 그녀 역시 사람들 앞에서 조롱과 험담을 수없이 들었으니까. 심지어 임유나가 겪은 불행을 그녀 탓으로 돌리며 재앙덩어리라 부르는 이들까지 있었다.

“유나는 임씨 집안의 진짜 딸이야. 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누렸으니 이제는 평생 갚아야지.”

그런 비난은 오랜 세월 따라다녔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하도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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