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연우의 투명한 눈동자에 낯설고도 오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평생을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복수하기 위해 날을 세우며 살아왔던 인생이었다.자신의 몸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아직 그 어떤 거대한 M&A 건보다 비현실적이고 낯설게만 느껴졌다.그때였다.
벌컥-!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차태경이 뛰어 들어왔다."태경 씨?"
연우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항상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던 흑발은 땀에 젖어 흐트러져 있었고, 단정하던 셔츠는 구겨진 채 엉망이었다.무엇보다 연우를 놀라게 한 것은, 단 한 번도 흔들림을 허락하지 않던 그 맹수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태경이 침대를 향해 천천히, 마치 꿈속을 걷는 사람처럼 다가왔다.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helli
"도윤이가 무엇을 쥐든, 저들은 평생 내 아들의 발밑에 엎드려 자본의 찌꺼기나 주워 먹어야 할 운명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테니까요.""당신은 정말, 단 한 순간도 그 폭군 같은 성질을 숨기지 못하네요."연우가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와 태경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그녀의 붉은 입술에 나른하고 매혹적인 눈웃음이 걸려 있었다."그래서, 당신의 그 완벽한 후계자님은 오늘 무엇을 먼저 집어 들 것 같나요?""당연히 내가 올린 태성그룹 양도 증서죠."태경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하며, 품에 안긴 도윤의 뺨에 입을 맞췄다."이 녀석의 핏속에는 차태경의 맹수 같은 지배욕이 흐르고 있습니다. 자본이라는 수단보다는, 세상을 직접 통제하고 짓밟을 수 있는 물리적인 권력의 상징을 쥐는 게 본능에 맞을 겁니다.""글쎄요. 내 눈엔 우리 아들 안목이 그렇게 투박해 보이지 않는데요."연우가 도윤의 앙증맞은 나비넥타이를 반듯하게 고쳐 매주며 가볍게 반박했다."세련되고 반짝이는 스텔라의 블랙카드를 쥐고, 그 위에 군림하는 우아한 지배자가 될 거예요. 두고 보죠, 내 말이 맞는지."글로벌 제국을 이끄는 두 지배자가, 또다시 아들 문제 앞에서 유치하기 짝이 없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그 살벌하고도 달콤한 신경전 속에서, 마침내 태경이 도윤을 조심스럽게 안아 단상의 붉은 카펫 위로 내려놓았다."자, 도윤아."태경이 한쪽 무릎을 꿇고 도윤과 시선을 맞추며 아주 다정하게 속삭였다."저기 상 위에 있는 것들이 모두 네가 다스려야 할 세상이다. 네 마음에 가장 드는 걸 하나 집어 보렴.""우으! 뺘아!"카펫 위에 선 도윤이 아빠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짧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활짝 웃었다.
"아아…….""세상에……."빛의 폭포를 뚫고 걸어 들어오는 세 사람의 모습에, 연회장 곳곳에서 숨을 헐떡이는 탄성과 경악이 터져 나왔다.밤하늘의 별을 통째로 쏟아부은 듯한 눈부신 드레스를 입고, 얼음장처럼 차갑고도 고결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연우.그녀의 곁에서 칠흑 같은 수트를 입고 맹수 같은 살기를 뿜어내며 주위를 압도하는 차태경.그리고 그의 단단한 팔에 안긴 채, 수백 명의 낯선 시선과 쏟아지는 조명 앞에서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당당하게 연회장을 구경하는 작은 꼬마 신사, 도윤."저, 저들이 바로 세상을 지배하는 부부…….""아기 좀 보십시오. 차태경 회장의 서늘한 카리스마와 서연우 대표의 오만한 여유를 완벽하게 빼다 박았습니다. 고작 1살짜리 핏덩이에게서 저런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다니……."거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홀린 듯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짝짝짝짝-!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시작된 박수 소리가, 이내 연회장이 떠나갈 듯한 우레와 같은 환호와 기립 박수로 변해갔다.빅터 사태 이후, 자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텔라의 눈치를 보며 기어 다니던 자들.그들은 자신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진짜 지배자들이 누구인지,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실감하고 있었다.연우는 그 쏟아지는 맹목적인 찬사와 스포트라이트의 한가운데를 여유로운 걸음으로 가로질렀다.그녀의 투명한 눈동자는 수백 명의 거물들을 마치 자신의 체스판 위 말들을 내려다보듯 무미건조하게 훑어내렸다.태경 역시 자신들을 향해 허리를 굽히는 자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그의 온 신경은 오직 자신의 곁을 걷는 아름다운 아내와, 품에 안긴 완벽한 아들에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요새처럼 자리 잡은 태성그룹 소유의 프라이빗 아일랜드.오늘 이곳의 하늘과 바다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최고급 이동 수단들이 뿜어내는 육중한 엔진 소리로 쉴 틈 없이 진동하고 있었다.두두두두두-!눈부신 햇살을 가르며 수십 대의 전용 헬기들이 섬의 헬리패드에 릴레이처럼 내려앉았다.선착장 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축구장만 한 크기의 초대형 호화 슈퍼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하며, 레드카펫 위로 진귀한 손님들을 토해내고 있었다."보안 검색대 통과 절차를 다시 한번 철저히 확인해! 개미 새끼 한 마리라도 초대장 없이 섬에 발을 들이는 순간, 너희들 모가지가 날아갈 줄 알아라!"섬의 입구에서 스텔라의 특수 경호팀과 태성의 보안 요원들이 살벌한 눈빛으로 통제선을 구축하고 있었다."오, 맙소사. 내가 살다 살다 영국 왕실의 로열패밀리와 한 배를 타고 오게 될 줄은 몰랐소."요트에서 내린 유럽 물류 카르텔의 수장이,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혀를 내둘렀다.그의 곁을 걷던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사 CEO 역시,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단순한 아기 생일 파티가 아닙니다. 글로벌 1위 제국의 권력 지형이 어떻게 재편되었는지, 전 세계의 억만장자들이 두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를 조아리러 온 대관식이나 다름없죠.""서연우 대표가 축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다들 현물 선물을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더군요.""내 뒤에 따라오는 저 장갑차 보입니까? 루브르 박물관에서 비밀리에 공수해 온 조각상입니다. 이 정도는 바쳐야 눈길이라도 한 번 주실 텐데……."세상을 쥐락펴락하는 거물들이, 고작 1살짜리 아기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것을 영광으로 여기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그들은 자신들이
연우의 그 완벽하고도 얄미운 팩트 폭격에, 태경의 단단한 턱관절이 꿈틀거렸다.글로벌 빌런들을 잔혹하게 찢어발기며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러왔던 두 지배자가, 지금 아들 돌잡이 상에 무엇을 올릴지를 두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당신의 자본이 내 제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인정합니다."태경이 연우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 그녀의 얇은 허리를 확 끌어당겨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하지만 돈이라는 건 결국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일 뿐. 세상을 통제하는 직접적인 힘은 태성그룹의 인프라에서 나옵니다. 도윤이는 마땅히 그 지휘봉을 먼저 쥐어야 합니다.""아니요, 핏줄은 못 속인다고 도윤이는 분명히 반짝이고 세련된 내 카드를 먼저 집을 거예요. 두꺼운 종이 뭉치 따위엔 관심도 없을걸요?""그건 식장에 상을 차려보면 알 일이죠. 도윤이는 태성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내 아들이기도 하니까."두 사람의 숨결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물러섬 없는 시선이 허공에서 맹렬하게 부딪혔다.밖에서는 적들의 숨통을 서늘하게 끊어버리는 가장 완벽한 포식자들이건만, 아들 문제 앞에서는 그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팔불출 엄마 아빠일 뿐이었다."회, 회장님…… 대표님……."그때, 두 사람의 끈적하고도 살벌한 신경전 사이로 김 비서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두 분 다 돌잡이 상에 올리시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상은 넓으니까요.""…….""……."김 비서의 조심스러운 중재에, 태경과 연우는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리고 이내, 두 사람의 입가에 완벽하게 똑같은 오만한 미소가 번져 올랐다."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태성 펜트하우스의 넓은 거실.평소라면 최고급 미술품이나 서류들이 놓여 있어야 할 거대한 대리석 테이블 위에, 오늘은 형형색색의 기묘한 물건들이 한가득 올려져 있었다."회장님, 대표님. 전통적인 돌잡이 상에 올라가는 기본 품목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김 비서가 테이블 한쪽을 가리키며 깍듯하게 보고했다."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명주실, 학자를 상징하는 붓과 벼루, 재물을 뜻하는 엽전, 그리고 용맹함을 의미하는 활과 화살입니다."하지만 그 소박하고 정겨운 물건들을 내려다보는 두 지배자의 시선은, 마치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보는 것마냥 차갑고 무미건조했다."치워."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차태경이었다.그는 팔짱을 낀 채, 명주실 타래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명령했다."내 아들의 무병장수는 저딴 싸구려 실오라기가 아니라, 태성그룹이 보유한 전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 연구소가 책임진다. 저런 비위생적인 먼지 덩어리를 감히 도윤이 손에 쥐여줄 생각인가?""아, 아뇨! 그건 그저 상징적인 의미일 뿐……."김 비서가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변명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연우의 나른하고 서늘한 목소리가 그의 숨통을 조였다."붓과 벼루도 빼요."연우가 테이블 위의 벼루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내며 매혹적인 조소를 흘렸다."내 아들은 골방에 틀어박혀 붓을 쥐고 학문을 닦을 필요가 없어요. 돈을 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학자 수천 명이 알아서 내 아들의 머리가 되어줄 텐데, 굳이 왜 저런 고루한 걸 쥐어야 하죠?""그, 그렇다면 엽전과 활은…….""요즘 세상에 엽전으로 살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습니까. 갖다 버려.""활은 위험하잖아요. 우리 도윤이
"수조 원의 돈다발 앞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나의 여왕님. 당신의 그 오만함이 나는 미치도록 좋습니다.""내 자본이 저들의 돈을 다 합친 것보다 거대한데, 굳이 아쉬울 게 있나요."연우가 뒤로 고개를 젖혀 태경의 단단한 어깨에 기대며 나른하게 웃었다.평화롭고도 완벽한, 지배자 부부만의 달콤한 오후였다.하지만 여왕의 그 단호한 '축의금 수납 거부' 선언은, 다음 날 전 세계의 억만장자들에게 끔찍한 대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며칠 뒤, 태성 펜트하우스."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김 비서가 터질 듯한 태블릿 PC를 부여잡고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그의 얼굴은 며칠 전보다 훨씬 더 수척해져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무슨 일이죠? 혹시 내 경고를 무시하고 감히 돈 봉투를 들이민 얼간이가 있나요?"연우가 소파에서 느릿하게 차를 마시며 건조하게 물었다."차라리 돈 봉투가 나을 지경입니다! 돈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선언하시니, 이 글로벌 거물들이 전부 미쳐버린 게 틀림없습니다!"김 비서가 태블릿의 화면을 연우의 눈앞에 다급하게 내밀었다."돈이 안 되면 현물로라도 성의를 바치겠다며, 지금 각국의 부호들이 앞다투어 기상천외한 선물들을 싸 들고 돌잔치 당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연우의 시선이 태블릿 화면을 훑어 내려갔다.그리고 그녀의 완벽했던 평정심에 아주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영국 로스차일드 가문, 100캐럿짜리 천연 블루 다이아몬드로 세공한 아기 딸랑이?"연우가 미간을 좁히며 헛웃음을 흘렸다."프랑스 루이 가문은 19세기 르누아르의 진품 명화 세 점. 중동의 아사드 왕세자는…… 두바이에 있는 인공 섬 하나를 도윤이의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