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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악마와의 달콤한 계약(1)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1 10:46:57

빗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된 마이바흐의 내부는 고요했다.

서울 도심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 안에는 묵직하고 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연우는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응시했다.

어깨에는 여전히 차태경의 온기가 남은 두툼한 슈트 재킷이 걸쳐져 있었다.

젖은 옷 때문에 체온이 떨어질 법도 했지만, 차 안을 가득 채운 태경의 압도적인 존재감 탓에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온도를 좀 더 높이도록."

맞은편 좌석에 앉은 태경이 운전석의 김 비서를 향해 낮게 지시했다.

곧바로 히터의 온풍이 짙어졌다.

연우는 시선을 돌려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태경과 눈을 맞췄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그녀의 차분한 질문에 태경의 시선이 연우의 젖은 머리카락에 머물렀다.

"당신이 쉴 곳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대답이었다.

납치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연우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세계 제일의 재벌 총수가 길거리로 쫓겨난 이혼녀를 상대로 하찮은 수작을 부릴 리는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 속에 담긴, 맹목적일 만큼 짙은 애착의 정체가 궁금할 뿐이었다.

미끄러지듯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한 마이바흐가 멈춰 섰다.

전용 엘리베이터는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최상층을 향해 솟구쳤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압도적인 규모의 펜트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유리창 너머로는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 도심의 야경이 발밑으로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연우를 비참하게 내몰았던 그 세상이, 지금은 한낱 체스판처럼 작게 보였다.

"회장님, 갈아입으실 옷과 따뜻한 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태경은 가볍게 턱을 까딱여 메이드를 물린 뒤, 연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내하겠습니다."

연우는 그의 손을 잡는 대신, 조용히 걸음을 옮겨 거실 중앙의 거대한 대리석 테이블 앞에 섰다.

"옷은 나중에 갈아입죠. 그전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부터 이해하고 싶은데요."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대리석 바닥을 적셨지만, 연우의 자태는 한 나라의 여왕처럼 꼿꼿하고 우아했다.

태경은 그런 연우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연우의 맞은편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당신은 오늘 강지훈과 이혼했습니다."

"……."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한 채, 불공정한 혼전 계약서를 빌미로 폭우 속에 쫓겨났죠."

태경의 입에서 나온 사실들은 너무나 정확했다.

연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내 뒷조사를 했군요."

"당신을 찾기 위해 안 해본 짓이 없습니다."

태경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오히려 그 지독한 집착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강지훈과 유아라. 그 두 사람이 오늘 호텔 스위트룸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태경이 테이블 위로 서류철 하나를 밀어 보냈다.

미끄러진 서류철이 연우의 손끝에 정확히 멈춰 섰다.

최고급 양피지로 만들어진 서류의 겉면에는 단정하고 묵직한 글씨체가 새겨져 있었다.

[혼인 계약서]

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차가운 실소가 새어 나왔다.

불과 한 시간 전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이제는 혼인 계약서라니.

"나의 구원자라고 했었죠."

연우가 서류철을 톡톡 두드리며 태경을 응시했다.

"그 구원의 대가가 계약 결혼입니까? 태성그룹 총수치고는 너무 진부한 보은 방식이네요."

"과거의 빚을 갚으려는 게 아닙니다."

태경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연우의 눈을 깊숙이 얽어맸다.

"내 아내가 되어주십시오, 서연우 씨."

"내가 왜 그래야 하죠?"

"당신이 원하는 모든 복수를, 내 손으로 완벽하게 이뤄드릴 테니까요."

태경의 목소리는 서늘했지만, 그 안에 담긴 확신은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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