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공동 대표이사실.
거대한 대리석 데스크 위에 수십 장의 회계 장부와 영문으로 작성된 송금 내역서들이 빼곡하게 펼쳐져 있었다."조세회피처인 케이맨 제도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만 총 세 곳입니다."
김 비서가 서류의 한 부분을 짚으며 긴장된 목소리로 보고했다.
"태성건설의 하도급 업체에서 자재비를 부풀려 청구한 뒤, 그 차액을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위장해 송금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스텔라 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 자본 추적망을 가동해 끝까지 쫓은 결과, 최종 수취인의 명의는 완벽하게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연우가 서류의 가장 마지막 장, 붉은색 마커로 표시된 서명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최종 수익자 : 차민재]
"총규모는요."
연우의 맑고 서늘한 목소리가 대표이사실을 울렸다.
"지난 4년간 빼돌린 비자금의 액수만 도합 3,200억 원입니
찰칵.권총의 해머가 뒤로 젖혀지는 소리가, 쑥대밭이 된 안가의 거실을 소름 끼치게 갈랐다.차태경의 커다란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제, 제발……! 제발!"빅터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태경의 구두코에 비비며 절규했다.조금 전까지 스텔라를 집어삼키겠다며 오만하게 짖어대던 월스트리트의 미친개는, 이제 바닥에 오줌을 지린 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한 마리 비참한 벌레에 불과했다."내 전 재산을 줄게! 스위스 비밀 계좌에 있는 돈까지 싹 다 넘길 테니까, 제발 내 목숨만은……!""닥쳐."태경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네놈의 그 더러운 돈 냄새가 내 아내의 성벽에 닿는 것조차 역겨우니까."태경이 총구를 빅터의 미간에 더욱 깊숙이 짓눌렀다.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감촉이 뼛속까지 파고들자, 빅터는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경련했다."잘 가라, 쥐새끼."태경의 손가락이 완벽한 살의를 담아 방아쇠를 당기려는 가장 끔찍한 찰나였다.또각, 또각.피비린내와 화약 연기가 진동하는 안가의 대리석 복도 너머로, 지독하게 이질적이고 우아한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태경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칫했다.이 난장판 속에서도 그는 단숨에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완벽하게 알아차린 것이다."거기까지만 해요, 태경 씨."안가의 부서진 철문 너머로,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한 자태를 뽐내는 서연우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블랙 트렌치코트를 어깨에 가볍게 걸친 그녀의 모습은, 이 끔찍한 살육의 현장과는 완벽하게 대조되
"적습이다!""전방에 무장 세력…… 크아악!"폭음과 함께 쏟아져 들어온 것은 무자비한 죽음의 비였다.타타타탕-!소음기조차 달지 않은 거친 실탄 사격이 안가의 거실을 벌집으로 만들었다.태경이 이끄는 스텔라의 특수팀과 그림자들이, 연막을 뚫고 들어와 빅터의 용병들을 자비 없이 도살하기 시작했다."쏴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총탄이 날아들 때마다 수천만 원짜리 명품 가구들이 찢겨 나가고,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산산조각 나며 핏물 위로 쏟아져 내렸다.자본의 전쟁에서 패배한 빅터의 은신처가, 그야말로 완벽한 쑥대밭으로 변해가는 순간이었다."힉, 히이익……!"빅터는 귀청을 찢는 총성과 비명 소리에 경악하며 바닥을 기었다.그의 눈앞에서, 자신을 지키려던 경호원들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가며 피보라를 일으켰다.그리고 그 자욱한 화약 연기와 피비린내를 뚫고.단 한 발의 총알도 닿지 않는 사신처럼, 완벽하게 구겨진 수트 차림의 차태경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차, 차태경……!"빅터의 푸른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로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태경은 도망치는 적들을 향해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그는 그저 손에 들린 권총을 느릿하게 늘어뜨린 채, 바닥을 기어 도망치려는 빅터를 향해 뚜벅뚜벅 죽음의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가까이 오지 마! 쏘라고! 저 새끼 쏴!"빅터가 악을 쓰며 뒷걸음질을 쳤다.남은 용병들이 태경을 향해 총구를 겨누려는 찰나,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태경의 그림자들이 그들의 목을 꺾어버렸다.우드득, 털썩.빅터를 지키던 마지막 방어선마저 허무하게 바닥으로 고꾸라졌다."이런
태경이 덜덜 떨리는 커다란 두 손으로 연우의 뺨과 어깨, 팔을 미친 듯이 더듬으며 확인했다."나 괜찮아요. 도윤이도 한 번을 안 깨고 아주 푹 잤는걸요."연우가 찻잔을 내려놓고, 태경의 땀에 젖은 흑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하지만 당신 꼴은 말이 아니네요. 내가 쥐새끼들은 알아서 치울 테니까, 떼쓰지 말고 도장이나 찍어오라고 했을 텐데.""내 우주가 암살자들의 총구 앞에 노출됐는데, 그딴 장난감 같은 계약서가 눈에 들어올 리 없잖아!"태경이 연우의 허리를 으스러질 듯 꽉 끌어안으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하아, 하아……."태경은 연우의 따뜻한 체온과 향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그의 품에 완벽하게 안긴 연우의 심장 박동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하지만 그 극도의 안도감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마침내 참아왔던 가장 끔찍하고 거대한 분노가 해일처럼 밀어닥치기 시작했다.태경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침실 밖 핏자국이 낭자한 거실 바닥을 응시했다.자신의 성벽이 더럽혀졌다.자신이 목숨을 걸고 숭배하는 여왕을 향해, 가장 불결하고 역겨운 폭력이 감히 손을 뻗었다."빅터."태경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그 이름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섬뜩하고 차가웠다.스르륵.태경이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조금 전까지 연우의 온기를 갈구하며 떨리던 손끝은 이미 바위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다.그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에서 이성이라는 이름의 얇은 퓨즈가 완벽하게, 그리고 소리 없이 끊어져 내렸다."김 비서."태경의 목소리가 펜트하우스의 무거운 공기를 잔혹하게 갈랐다."그 똥개 새끼가 숨어있는 안가 좌표, 당장 내비게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 최고급 호텔의 프라이빗 회의실.유럽 전역의 물류망을 장악한 늙은 카르텔 수장들이, 깐깐한 얼굴로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을 검토하고 있었다."차태경 회장. 스텔라와 태성의 지분율을 1퍼센트만 더 양보한다면, 지금 당장 이 서류에 서명하겠소."유럽 물류 그룹의 대표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만년필을 치켜들었다.하지만 상석에 앉은 차태경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타협점도 존재하지 않았다."내 아내가 정한 가이드라인에서 단 0.1퍼센트의 수정도 없습니다."태경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회의실의 공기를 완벽하게 짓눌렀다."서명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 문 열고 나가십시오. 내일 아침이면 당신들 회사의 주식이 반 토막 나는 꼴을 구경하게 될 테니."카르텔 수장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며 헛기침을 내뱉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벌컥-!굳게 닫혀 있던 회의실 문이 열리며, 창백하게 질린 김 비서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회장님!"회의 중에는 절대 난입하지 않는 김 비서의 기행에, 태경의 서늘한 미간이 좁혀졌다.김 비서가 태경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귓가에 숨 가쁜 보고를 쏟아냈다."서울 펜트하우스에…… 중무장한 용병들이 침입했습니다."뚝.태경의 손에 들려 있던 최고급 만년필이 두 동강으로 부러지며 새카만 잉크가 테이블 위로 튀었다."타깃은, 서연우 대표님이십니다."그 보고가 끝남과 동시에, 회의실을 짓누르던 태경의 서늘한 위압감은 순식간에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끔찍한 살기로 변모했다.태경이 의자를 거칠게 박차고 일어났다."차 회장! 지금 뭐 하는 거요! 아직 서명도 끝나지 않았는데 어딜…&
딸깍.연우의 손끝에서 붉은색 패닉룸 버튼이 눌림과 동시에, 침실 바닥에서 육중한 티타늄 합금 패널이 솟구쳐 올랐다."이런 미친! 패닉룸이다!"용병 대장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방아쇠를 당겼다.타타타탕-!소음기를 단 총구에서 불을 뿜은 총알들이 티타늄 패널에 명중했지만, 흠집 하나 내지 못한 채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연우와 아기 도윤의 모습은 이미 완벽한 금속의 성벽 너머로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C4 가져와! 당장 저 문을 폭파해!"용병들이 다급하게 가방을 뒤지며 폭약을 꺼내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위이잉-!EMP로 완벽하게 차단되었던 펜트하우스의 전력이,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순식간에 복구되었다.비상용 독립 발전기가 돌아가며 수십 개의 눈부신 전술 조명이 마스터 침실과 거실을 향해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아악! 눈부셔……!"완벽한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용병들이 야간 투시경을 집어 던지며 괴로움에 비명을 질렀다.그리고 그 눈을 뜰 수 없는 백색광 너머로, 서늘하고도 거대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쥐새끼들이 아주 제 발로 무덤을 파고 기어들어 왔군."용병 대장이 핏발 선 눈을 억지로 뜨며 고개를 돌렸다.펜트하우스의 복도 양끝과 천장의 숨겨진 통로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흑색 전술복을 입은 사내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단순한 사설 경호원이 아니었다.연우가 스텔라 인베스트먼트의 막대한 자본으로 직접 육성하고 미리 배치해 둔, 글로벌 최정예 특수 경호팀이었다."전원 사살해! 길을 뚫어라!"용병 대장이 악에 받쳐 소리쳤지만, 그의 명령은 채 끝을 맺기도 전에 무참히 짓밟혔다.퍼어억-!가장 앞에 서 있던 스텔라 팀장의 군화 발이
"차태경은 이미 두 시간 전에 출국했다. 집 지키는 사냥개가 목줄을 풀고 나간 상태지. 아주 가벼운 산책이 될 거다.""저항하는 자는 사살해도 좋습니까.""경호원 놈들은 죽여도 상관없다. 하지만 타깃인 서연우는 반드시 생포해라. 털끝 하나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용주의 최우선 명령이다."용병들이 서늘한 살기를 뿜어내며 펜트하우스의 거대한 마호가니 문 앞까지 다가섰다.지지직-!용병 중 한 명이 문에 부착된 메인 보안 패널에 강력한 EMP(전자기 펄스) 발생기를 부착했다.퍼엉-!작은 파열음과 함께 펜트하우스 전체를 통제하던 중앙 서버가 다운되었다.순식간에 화려했던 펜트하우스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사방이 완벽한 암흑으로 뒤덮였다.스마트 글라스로 덮여 있던 통유리창의 방탄 기능이 해제되고, 요새처럼 굳게 닫혀 있던 마호가니 문이 힘없이 열렸다."전력 차단 완료. 진입한다."수십 명의 용병들이 독거미처럼 펜트하우스 내부로 스며들었다.야간 투시경 너머로 보이는 넓은 거실은 텅 비어 있었다.그들의 발걸음은 훈련받은 맹수처럼 단 한 치의 소음도 만들어내지 않고, 곧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마스터 침실을 향해 좁혀지고 있었다.동일한 시각, 완벽한 어둠에 잠긴 마스터 침실."응앵……."갑자기 꺼진 조명과 서늘해진 공기에, 실크 요람 안에서 잠들어 있던 도윤이 작게 뒤척이며 칭얼거렸다."쉬이. 괜찮아, 도윤아."어둠 속에서 아주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연우였다.그녀는 EMP가 터지고 전력이 차단되는 그 소름 끼치는 순간에도, 단 한 번의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연우는 최고급 캐시미어 블랭킷으로 도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조심스럽게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