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 제908화 직접 만드신 건가요?

Share

제908화 직접 만드신 건가요?

Author: 손라떼
하연은 상혁의 시선 때문에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원신민이 분위기를 풀어주며 말했다.

“최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건가요?”

하연이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냄새를 맡았어요. 삼계탕이군요.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죠.”

원신민은 말을 마치고 음식을 상혁 앞으로 가져갔다.

“대표님, 한번 드셔보실래요?”

하연이 제지할 틈도 없이 음식이 상혁 앞에 놓였다. 삼계탕뿐만 아니라 갈치구이, 갈비찜, 그리고 채소 요리까지 나왔다.

음식은 훌륭해 보였고, 맛도 좋았다.

상혁은 잠시 음식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그가 거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상혁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이모가 그러셨는데, 당신이 며칠 동안 제대로 식사하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위를 위해서라도 한 번 맛보시라고요.”

상혁의 시선은 하연에게 있었다.

“그날 밤, 내가 너에게 모든 걸 분명히 말했잖아.”

하연은 미소를 지으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게 식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녀는 두 손으로 은젓가락을 건넸다.

상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한 입 맛보았다.

하연의 마음은 불안했다. 상혁은 스스로 요리를 잘하고,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어때요?”

상혁은 음식을 삼키고 나서 담담하게 말했다.

“부씨 가문의 요리사들은 실수가 없었지. 늘 훌륭하지.”

하연의 웃음은 그 말에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어색하게 말했다.

“이건 내가 만든 건데요.”

상혁은 휴지를 꺼내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요리 안 한 지 얼마나 됐지? 한씨 가문에서 마지막으로 요리한 게 벌써 2년 전일 텐데. 그동안 주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긴 해?”

비꼬는 말이었지만, 하연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게 바로 상혁이 여전히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나도 재능이 있잖아요. 기억력이 좋거든요.”

“네가 만든 음식이라면 주방 쓰레기통에 던져져 있었겠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09화 저와 하연은 이미 헤어졌어요

    “제가 이미 문서에서 언급했듯이, 이 사업은 규정에 맞지 않아요.” “근데 상혁아, 남준이가 예전에 네가 지금 앉아 있는 그 자리에 있었을 때는 어떻게 했던 거야?” 이 말을 듣자, 상혁은 펜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그럼 삼촌이 남준에게 직접 물어보셔야겠네요.” 부건국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곧바로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고, 지금 고경수가 몰락하고, 우리 그룹의 권력이 나눠지는 불안정한 시기잖아. 정규인은 동남아시아 지사의 지사장인데, 네가 정규인의 사업을 철회하면 언젠가 너에게 불만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하연은 옆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이익이 적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상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일반 사업가는 이익에 집착하고, 조금이라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사업가는 이해관계에 얽매이며, 진짜 훌륭한 사업가는 시장과 자본을 다룹니다. 삼촌,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 DL그룹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이해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상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더군다나 정규인은 이미 저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어요, 안 그런가요?” 그는 정규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건국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등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자만하면 안 돼. DL그룹 안에는 아직도 너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네가 긴장을 풀어야 할 때는 풀면서 부하들에게 적당한 이익을 주는 게 나쁠 건 없어.” “그럼 삼촌은요?” 상혁이 그를 끊으며 물었다. “뭐?” “삼촌도 저를 지켜보고 계신 건가요?”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지만, 그 말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부건국은 그 순간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가족이잖니. 그럴 리가 있겠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네가 아직 기틀이 약하다는 거야. 네 부모님 문제도 그렇고, 네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10화 지금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

    부건국도 상혁이 자신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뭐라고? 최씨 가문의 지원이 필요 없다는 게 정말 진심일까? 상혁 이 녀석, 정말 DL그룹 전체를 자기 손에 넣을 생각인 걸까?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상혁의 계획 속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란 말인가? 상혁은 우리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이네!!’“상혁아, 젊은 사람이 야망을 가지는 건 좋다. 하지만 너무 자만하지는 말아라. DL그룹의 이사회에 남아 있는 7명의 이사는 절대로 쉽게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아니다.” 부건국은 이 말을 남기고 화가 난 듯 등을 돌려 나가버렸다. 원신민은 부건국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다가, 방 안으로 돌아서서 한 번 더 눈을 돌렸다. 밝은 조명 아래, 분위기는 여전히 팽팽했다. 하연은 상혁을 등진 채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상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상혁 씨.” 그는 입술을 꾹 다물고 짧게 대답했다. “응.” 하연은 여전히 그를 등진 채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DL그룹과 부씨 가문이 지금 위기에 처한 건 사실이에요. 당신은 또 나를 보호하려고, 나를 이 일에서 빼려는 거죠? 예전처럼... 그렇죠?” 그녀의 말은 상혁에게 뜻밖이었다. 예전의 하연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미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갔을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차분하게 반응하는 하연을 보며 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최하연...” “나도 이제는 다 이해해요. 외부적으로는 우리가 헤어진 것처럼 보이는 게 나와 당신을 모두 지키는 방법이죠. 상업적인 전략인 거,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연이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 얼굴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솔직히 인정할게요, 내 요리 실력이 예전 같지 않네요. 다음엔 더 잘 만들어서 다시 해줄게요.” 상혁은 하연의 얼굴에서 미세한 슬픔을 발견했지만, 하연은 그것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11화 내 기회는 내가 만드는 거야

    다음 날. 부씨 가문 전 가족은 산으로 올라가 조상을 기리기 위해 긴 행렬을 이루었다. 차량이 10미터 간격으로 줄지어 서서 장관을 이뤘다. 부상혁과 부동건의 차는 맨 앞에 있었고, 하연은 조진숙과 같은 차에 탔다. 산 정상에 있는 저택에 도착했을 때, 조진숙은 바쁜 일로 먼저 자리를 떴고, 가정부에게 하연을 부축하라고 지시했다. 하연의 걸음은 느려서 자연스럽게 대열의 맨 뒤로 처졌다. “물 한 잔 마시고 싶어요.” 하연이 가정부에게 말했다. 가정부가 물을 가지러 가려는 순간, 누군가의 팔이 가로막으며 물병이 하연 앞에 나타났다. “내가 대신 도와줄게.” 부남준이었다. 그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느릿느릿 걸으며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다. 하연은 물을 받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냥 목마르게 있을래.” “지금 산에 올라가고 있는데, 묘지까지 5킬로미터 남았어. 아주머니가 물을 가지러 돌아갔다가 오려면 30분이 걸릴 텐데, 정말로 목마르게 있을 거야?” 남준은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하연의 성격을 꿰뚫었다. 하연은 눈을 감으며 상황을 잠시 고민한 후, 결국 물을 받아들였다. 상업적인 이익을 중요시하는 자신의 성격이 싫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준이 조용히 가정부에게 물러가라고 눈짓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직접 하연의 팔을 잡고 부축하며 앞을 향해 걸었다. “그 사람이 너에게 무심한데, 너는 왜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거야? 최씨 가문의 딸이 이 정도밖에 안 되냐?” 하연은 물을 다 마시고 나서 기세가 오른 듯 말했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꺼져.” 남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 나보고 꺼지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부상혁한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남준은 언제나 이간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하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려 했다. “너는 왜 맨 뒤에 걷고 있어?” “피곤해서.” “대접받지 못하니까 그런 거겠지.” 남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12화 이게 무슨 짓이야?

    누군가가 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묘지 주변에 이내 듬성듬성 박수 소하연 울려 퍼졌다. 묘지 앞에서 이런 선언을 한다는 것은 남준의 차남의 지위를 진정으로 인정한 것과 같았다. 부동건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남준아, 앞으로 나와라.” 남준은 그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상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형님, 우리 다시 만나네요.” 남준은 모자를 벗고 상혁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적절한 미소를 지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속에는 경악, 놀라움, 그리고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20년이 넘도록 남준은 부씨 가문에 정식으로 입적되지 않았는데, 오늘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갑자기 정식으로 받아들여지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상혁이 오늘 공식적으로 부씨 가문의 주인이 되었지만, 남준의 복귀는 부씨 가문의 구조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하연은 남준과 나란히 서 있다가 그가 떠나자마자 몸의 균형을 잃고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등에서 한기가 느껴지며,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상혁만을 주시했다. 상혁은 바람 속에서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표정은 변함없이 평온해 보였고, 심지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남준아, 축하한다.” “형님께서도 축하드립니다.” 남준은 상혁에게 향을 건네며 말했다. “우리 두 형제가 드디어 함께 조상님께 한 번 향을 올릴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니, 하늘에 계신 조상님들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부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당당한 자세로 의기양양하게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네가 너희 어머니와 고생하며 계획한 끝에 이루어진 일이구나.” 두 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무슨 계략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분명 형님을 충심으로 보좌하며 부씨 가문이 순탄히 나아가도록 힘쓸 것입니다.” 세 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13화 그 사람을 돕고 싶어요

    남준은 다른 차에서 내리며 당당한 모습으로 하연의 시선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다가왔다. “최하연 씨, 남을 몰래 엿듣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좋은 습관은 아닌데.” 하연의 속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찼고, 남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일부러 그랬지? 오늘 같은 날을 골라서, 그 사람을 일부러 자극하려고.” 남준은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바퀴벌레다!” 하연은 깜짝 놀라 벌떡 뛰어올랐다. “어디?” 발을 제대로 디디지 못한 하연은 그대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고,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너...!” 남준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웃으며, 마치 세상에서 가장 웃긴 장면을 본 듯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오후가 되어, 하연은 부씨 가문 본가에서 일찍 떠났다. 집에 도착하니 최하민이 이미 돌아와 있었다. 하연이 급하게 들어오는 것을 본 하민은 상황을 대충 짐작한 듯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네가 부씨 가문 본가에 갔다고 하시던데, 어떻게 됐어? 성과가 있었어?” 하연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말했다. “부남준이 부씨 가문으로 정식으로 돌아왔어요. 이제부터 사람들은 부씨 가문에 장남뿐만 아니라 차남도 있다고 이야기하게 될 거예요.” 하연이 직접 목격한 일이었고, 외부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였다. 하민은 이 말을 듣고 놀란 듯 물었다. “부남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사생아는 외부에서 흠으로 여겨질 텐데, 왜 동건 삼촌은 부남준을 굳이 부씨 가문으로 돌아오게 했을까요? 일부러 큰아들에게 압박을 주려는 걸까요?” 하연은 화가 나서 물을 세 잔이나 마셨다. 지금까지 남준의 존재는 외부에서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떳떳하게 정식 신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동건 삼촌도 역시 균형의 중요성을 잘 아시는군.” 하민은 다리를 꼬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오빠, 그게 무슨 뜻이에요?” “두 아들이 모두 이렇게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14화 제가 최선을 해보려고요

    역시 사업가는 말솜씨가 뛰어났다. 주슬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는 순간 하연과 눈이 마주쳤는데,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하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연도 가볍게 답례했다. 그제야 설도진은 상황을 파악한 듯 급히 하연의 방으로 들어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원래는 시간 맞춰 최 사장님을 뵈어야 했는데, 중간에 주 대표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렇게 늦었습니다...” 정태훈이 한쪽에서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설 사장님, 이건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분명 DS그룹에서 먼저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하연이 손을 들어 정태훈의 말을 가로막았다. “설 사장님, 저도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죠. 남산 그 땅에 대해서...” “이미 ZT그룹이 매입했습니다.” 하연이 눈을 들어 설도진을 쳐다보자, 그의 눈에 담긴 강렬한 시선에 설도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설 사장님, 저희와 이미 의향서를 작성했지 않습니까?” “알고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땅의 원래 소유권은 ZT그룹에 있었습니다. 제가 잠시 그 땅을 소유하고 있었을 뿐인데, 이제 ZT그룹에서 다시 가져가겠다고 하니 거절할 수 없었죠.” 설 사장은 술 냄새를 풍기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ZT그룹은 저에게 큰 은혜를 준 곳이기도 해서요.” 의향서 위반에 따른 위약금은 ZT그룹이 지불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연은 상황을 이해하고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다시 협상할 여지는 없는 건가요?” “계약은 이미 체결된 상태입니다. 최 사장님께서 정말 그 땅이 필요하시다면, 주 대표님과 직접 협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슬기.’하연은 눈을 감았다. “제가 일부러 땅을 빼앗으려던 건 아닙니다. 그 땅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제 친척 회사에서 그 땅을 원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방 안에서 두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슬기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저번에 서여은이 취소했던 보도에서 나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15화 러브레터

    하연은 와인잔을 들고 조용히 일어났다. 슬기의 잔과 건배할 때, 살짝 아래로 내려 의도적으로 두 센티미터 낮게 맞추었다. 그런 작은 움직임에도 하연의 속내가 담겨 있는 듯했다.“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네요.” 하연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슬기는 긴장한 듯 표정을 굳혔다. 조금 전 하연의 태도는 부드러웠지만,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꼈다.식당을 나선 하연은 빠르게 걸었고, 정태훈은 바로 뒤를 따랐다. “정말 그 땅을 포기하는 건가요? 우리에게 더 나은 선택지가 있나요? B시에서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라고 계속 재촉하고 있어요.” 하연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곁눈질로 문 앞에 멈춰 있는 아스톤 마틴을 보았다. 부상혁의 차였다. 그 남자의 뒷모습은 이미 골목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순간마저도 찰나처럼 지나갔다.“F국은 내가 잘 아는 곳이야. 대학 때 친했던 동창이 있는데, 지금도 토지 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어.”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차에 타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상혁이 들어간 것이 슬기를 만나기 위한 건지 아닌지 하연은 알 수 없으며, 또한 자신에게 승산이 없을까 봐 두려웠다.3층, 상혁은 회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부하의 보고를 들었다. “최 사장님이 주 대표님의 거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상혁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사람들은 다 왔나?” “예, 이사회 이사 세 분이 안에 계십니다.” 상혁이 문을 열려고 할 때, 부하가 상혁을 막고 한마디 덧붙였다. “정규인 사장님도 안에 계십니다.” 정규인은 사업이 철회된 후 F국에 머물면서 상혁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남준이 부씨 가문으로 돌아온 건 상혁에게 큰 충격이었다. 아직까지 상혁도 여전히 남준이 얼마나 많은 지지 세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심지어 부건국은 이미 부남준의 편에 섰을 가능성이 컸다....다음 날, 하연은 서여은 도움으로 대학 동창인 조승원과 만날 수 있었다. 하연과 승원의 대화는 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916화 저는 한명준이라고 합니다

    남자의 시선이 하연을 향해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 시선에는 전혀 놀람이 없었고, 그는 곧바로 일어나 승원과 악수를 했다. “존! 내가 누구를 데려왔는지 봐. 너 이 친구를 기억하니?” 승원은 자랑스럽게 하연을 소개했다. “당시 우리 대학교에서 유명했던 여신이야. 재능과 아름다움이 뛰어나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없네.” 이현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모든 걸 공개했다. 하연의 몸은 순간적으로 굳었다. “맞아, 내가 당시 너한테 러브레터를 부탁했잖아. 오늘 직접 확인했어. 하연이는 그 편지를 못 받았다고 하더군.” 그의 시선은 하연에게 고정되었다. “난 그 편지를 전달하지 않았어.” “뭐?” 승원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때 우리 대학의 모든 남학생이 최하연 씨에게 마음을 품었어.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 이현은 바로 당시의 진실을 밝혔다.하연은 이현의 눈을 피하며 입술을 다물었다.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저랑 아는 사이였나요?” 이현은 큰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저는 한명준이라고 합니다. 대학 시절 최하연 씨가 다녔던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고, 최하연 씨의 아름다움을 본 적이 있죠.” 이현은 이제 자신의 본래 신분, 한명준이라는 이름을 이미 인정했다. 이 사실은 B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알려진 일이었다. 하연은 그의 손을 잡지 않고, 비웃으며 말했다. “바람둥이인가 보군요. 기억에 남지 않네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승원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존이 바람둥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존은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고,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악을 벌하고 정의를 세우는 정직한 경찰이었지.” 승원은 장난스럽게 이현의 팔꿈치를 치며 말했다. “다 너 때문이야. 그때 내가 러브레터를 제대로 전달했다면, 지금쯤 난 이미 최씨 가문에 들어가서 사위가 되었을 텐데, 너도 알지? 최씨 가문의 사위라는 자리가 얼마나 귀한 자리인지.” 이현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데릴

Latest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6화 새 삶

    상혁은 말없이 부동건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지나간 모든 일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으로 한 파래임 한 파래임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마음을 다잡은 상혁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네, 알겠습니다.” 부남준 사건은 예정대로 재판이 열렸다. 부씨 가문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했지만, 형사 사건인 만큼 얽히고설킨 진실을 밝히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DL 그룹, 최상층 대표실.상혁은 혼자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거대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결국 이 순간이 오는구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원신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재판 끝났습니다.” 상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판결 나왔어?” “예상대로입니다. 다시는 못 일어날 겁니다.” 원신민의 말은 고요했던 상혁의 마음에 작은 돌을 던진 것처럼 퍼져나갔다. 두 사람의 목숨과 확실한 증거. 이미 알고 있던 결말이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니 상혁도 묘한 허탈함이 밀려왔다. “부 회장님도 알고 계시나?” “예,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기절하셨지만, 다행히 지금은 안정을 되찾으셨고요.” 원신민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송 여사는 재판하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판결 듣자마자 바로 떠났어요.”부동건에게 쫓겨난 후, 송혜선은 과거의 화려함을 모두 잃었다. 부동건은 그녀에게 줬던 모든 부동산을 회수했고, 카드 계좌까지 정지시켰다. 이제 송혜선에게는 남은 보석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 상혁은 가늘게 눈을 좁혔다. ‘재판에 온 건 놀랍지 않지만... 반응이 이 정도로 끝났다는 게 아무래도 수상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바로 상혁은 차갑게 말했다. “송혜선 감시 붙여. 또 무슨 일 일으키기 전에.” 원신민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어둡고 습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5화 가장 자랑스러운 일

    비틀거리던 부동건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려... 이 순간만은 피하지 말자.’ 그는 느릿한 걸음으로 상혁 쪽으로 다가갔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거리. 마침내 눈앞에 다다라 멈춰 섰을 때, 두 사람의 시선이 정확히 맞닿았다. 부동건은 말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막상 눈을 마주하니,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부동건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상혁아. 그동안, 너랑 너희 어머니한테 내가 너무 못했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 그날, 그 선택이 결국 우리 가족을 무너뜨린 거야.’ 사실, 부동건은 이혼하던 날부터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그 후로의 모든 시간은, 그저 체면과 자존심을 위한 연기였을 뿐이다. 지금 이 꼴이 된 건... 결국 하늘이 내린 벌이었다. ‘자업자득이야. 이 모든 건 내가 자초한 거니까.’ 상혁은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엔 적당한 거리감과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게 이제 와서 중요하진 않아요. 저도, 어머니도... 이미 오래전에 마음 정리했어요.” 그 말에 부동건은 눈을 감았다. 눈가에 뜨거운 기운이 차오르는 걸 애써 참았다. “그래. 마음 내려놨다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잠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부동건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한 서류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곧장 상혁에게 건넸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고, 더는 회사를 끌고 나갈 힘이 없다. DL그룹은 내가 처음부터 세운 회사다.”“내 모든 시간과 인생이 들어간 곳이지. 하지만 이제는 놓아야 할 때가 왔다.” 상혁은 망설이듯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런 상혁의 손에 부동건은 서류를 억지로 쥐여주며 아들의 손등을 두드렸다. “앞으로는... 네가 이끌어가야 한다.” 그 손길엔 조용한 무게와 책임, 그리고 사죄가 담겨 있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입꼬리를 살짝 움직이던 부동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4화 진작 알고 있었지?

    상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검진을 마친 뒤, 하연은 선명한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손끝으로 사진 속 동그란 그림을 가리켰다. “여기 봐봐요. 이게 우리 아기래요.” 목소리엔 설렘과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상혁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눈엔 이미 감동이 차올라 있었다. 상혁은 조심스레 하연의 아랫배에 손을 얹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난 정말 너무 행복해.” ‘네가 내 옆에 있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남자아기일까요, 여자아기일까요?”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사랑스러운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연은 고개를 살짝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엔 별빛이 머물러 있는 듯 반짝였다. “그래요...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그걸로 충분해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고, 서로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 순간, 상혁의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곤 순간 눈빛이 깊어졌다. 화면엔 낯익은 이름이 선명히 떠 있었다. [부동건.]‘이 타이밍에...?’ ‘설마 무슨 일 생긴 건가?’ 지난 연회 이후, 부동건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혜선과 조봉규. 그 두 사람 때문에 무너진 자존심. 그리고 결국, 부동건은 송혜선을 아이와 함께 본가에서 내쫓았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하연이 조용히 말했다. “받아봐요. 무슨 일일 수도 있으니까.” 상혁은 하연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고, 그녀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힌 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3화 배신당한 남자

    부동건은 갑작스레 거칠게 기침을 터뜨렸다. “컥”‘피 맛...?’ 목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피비린내를 억지로 삼켰다.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나고, 이성의 끈은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동건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과 조봉규를 향했다. ‘죽여버리고 싶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너희들... 너희들...” 부동건의 입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송혜선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끝나면 안 돼...’ 그녀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부동건의 팔을 붙잡았다. “회장님... 우리, 조 선생님이랑 그냥 산후 회복 얘기하던 중이었어요. 진짜예요, 저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부동건의 손이 송혜선의 뺨을 후려쳤다. 짝! 순간 정적. 강하게 내리친 손바닥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송혜선의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눈가가 덜덜 떨리며, 눈물도 같이 맺혔다. “이 천하의... 배은망덕 같은 것. 내가 너를 어떻게 믿었는데... 감히 날 기만해?” 뒤에 서 있던 하객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저 정도였어?” “저게 진짜였네... 소문이 아니고...” “...”송혜선은 뺨의 통증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붙잡았다. “회장님, 제발... 오해예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저는... 당신뿐이었어요.” 그러나 부동건은 그 손마저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힘껏 송혜선의 복부를 발로 찼다. 퍽!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송혜선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조봉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니야... 지금 나섰다간 나도 끝장이야.’ 한 걸음 다가가려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 회장님... 저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부동건은 그대로 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2화 최악의 스캔들 파티

    일 순간 충격의 정점이었다.부동건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저... 저런 미친...!” 그는 화면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거칠게 턱 끝까지 차올랐다. ‘송혜선... 네가 감히!’ 주변 하객들도 이미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야?” “부 회장님 딸이... 아니라고?” “와... 이건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미친 패륜이야, 상상도 못 했어.” 오늘의 연회는 더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이제 와선 최악의 스캔들 파티가 되어버렸다. ‘이 연회가... 전부 거짓된 일 때문에 생긴 일이란 말이야?’ ‘우리, 사기당한 거네. 다 같이.’ 그때 스크린이 멈췄고, 연회장 전체의 조명이 다시 환히 켜졌다. 하객들은 본능적으로 두리번거리며 부동건을 찾았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부동건은 아무런 대답 없이 어금니를 꽉 물고, 몸을 떨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하객들은 그 뒤를 따라붙었다. ‘뭔가 일어나겠군...’ ‘이번엔 진짜 끝장이다.’ ...같은 시각, 2층 방 안. 송혜선은 조봉규의 손등을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참아. 며칠만 지나면 내가 다시 올게.” 조봉규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허벅지를 장난스럽게 움켜쥐었다. “응. 기다릴게, 자기.”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문이 거칠게 흔들렸고,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송혜선! 당장 안 나와?!” 송혜선의 온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조봉규의 팔을 꽉 잡았다. ‘망했다.’ “어떡해, 부동건이 올라왔어.” 두 사람은 당황하며 방 안을 둘러봤지만,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엔 도망칠 곳조차 없었다. ‘안 돼... 이렇게 들키면, 끝장이야. 정말 끝이야.’ 송혜선은 급하게 숨을 고르며 애써 이성을 붙잡으려 했다. ‘진정해. 침착해야 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1화 이건 진짜 레전드다

    연회장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부동건은 손에 잔을 들고, 연신 들어오는 축하 인사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회장님, 따님이 너무 예뻐요.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이런 경사는 자주 있어야죠!” ‘그래, 이 정도면 완벽하지. 오늘은 그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어.’ 그렇게 술이 한 잔, 두 잔 더해지며 연회장의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레 모든 조명이 꺼졌다. 탁! “어, 뭐야?” “불 꺼졌어! 왜 이래?” “아야, 누가 내 발 밟았어!” “...”순식간에 어둠이 덮친 연회장.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와 웅성거림이 퍼졌다. 잔을 들고 있던 부동건은 순간 정지된 듯 멈췄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가서 확인해봐!” “네, 회장님!” 직원들이 급히 움직였고, 부동건은 진정시키려는 듯 손을 들고 말했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기 쪽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금방 복구됩니다.”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어둠 속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그 순간, 연회장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조용히 켜졌다. “위이잉...”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터진 화면의 빛에 모두가 눈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빛이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가 터트린 외마디 감탄에, 시선이 일제히 스크린으로 향했다. “어... 저거 뭐야? 헉, 저게... 말이 돼?” 그리고, 그 스크린 안에 있는 건... 분명 두 남녀의 은밀한 장면이었다. 화면 속, 분명히 누군가를 알아본 듯한 목소리가 터졌다. “저 여자... 그분 아니야?” “옆에 있는 남자는...?” “헐, 이건 진짜 레전드다.” “아, 눈 버렸어. 이게 뭐야, 이게...”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순식간에 연회장은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0화 우리 둘 다 끝장이야

    송혜선이 복도 입구에 막 다다랐을 때였다. 갑작스레 어디선가 튀어나온 그림자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꺄악!” 놀란 송혜선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나야! 나야, 혜선아.” 익숙한 목소리에 송혜선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남자의 손을 떼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인 거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어서 급히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송혜선은 그제야 숨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흘기듯 말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미쳤어,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쩌려고!!” 그 말엔 명백한 불만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조봉규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는데...’ 그 순간의 긴장,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조봉규의 시선이 송혜선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송혜선은 산후라 그런가, 몸매는 훨씬 더 부드럽고 풍성해져 있었다. ‘이러니까, 잊으려고 해도... 더 생각이 나잖아.’ 그는 순간 충동적으로 송혜선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당황한 송혜선이 눈을 부릅떴다.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러나 조봉규는 말없이 송혜선을 옆방으로 이끌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탁’ 하고 울렸다. 좁은 공간, 차오르는 침묵. 송혜선은 남자를 노려보며 벽에 등을 댔다. “정신 차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조봉규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홀에 있잖아. 아무도 몰라.” 남자의 말투엔 간절함과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리움, 억눌림, 그리고 못다 한 말들. 그는 조심스럽게 송혜선의 턱선을 손끝으로 만지며 말했다. “혜선아... 나, 정말 많이 참았어.” ‘이 사람 또 이러네...’ 송혜선의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9화 선물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정문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부동건이 고개를 돌리자, 최하연이 부상혁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잘생긴 남자와 우아한 여자의 조합.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딱 봐도 좋은 그림이야. 저 둘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끌어...’ “회장님, 부상혁 대표님은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최씨 가문의 따님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부동건의 표정이 확 풀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묘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부동건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좋아하는 걸, 우리 어른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 일일 뿐이지요.” “게다가 상대가 최씨 가문의 따님이라니, 정말 금상첨화가 아닙니까.” 부동건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역시 상혁이다. 내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상혁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당당히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한편, 송혜선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띄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져 갔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하연에게 향했다. 오늘의 하연은, 나무나 예쁘고... 아니, 그냥 눈이 부실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윤기 흐르는 머릿결, 화사하게 피어난 얼굴빛까지. 하연의 행복함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송혜선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정다영... 그년, 나를 속였어.’ 그동안 하연 쪽에서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소식은커녕, 정다영조차 자취를 감췄다. ‘다영이 걔가 하연이에게 약 먹이는 계획이 분명 실패한 거야. 그렇지 않고 선 지금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서 있을 수는 없어.’ 이대로 배가 불러오면, 섣불리 손도 쓸 수 없게 된다. ‘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8화 제 딸의 어머니

    이 질문에 송혜선은 눈을 반짝이며 부동건을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젠 나를 당당히 소개해 줄 때가 됐겠지.’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는 부동건의 정식 아내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 좀 해보세요?” 조금은 성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시선도 하나둘 송혜선과 부동건을 향했다. 모두 속으로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과연 예전 애인을 진짜로 정실로 앉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부동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백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이 사람은 제 딸의 어머니입니다.” 순간, 송혜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의... 어머니?’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이 살짝 흔들렸다. 금세 넘칠 듯한 와인, 애써 잡고 있는 감정.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툭 하고 솟구쳤다. 심지어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하얗게 질린 손등이 떨렸다. 오병지는 단번에 눈치챘고, 싱긋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고, 대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부 회장님, 여전히 복이 많으시네요.” 부동건은 공손하게 웃으며 송혜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엔 무언의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저와 이 사람의 결혼식엔 꼭 오셔서 축배 들어주세요.” 그 말에 송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식...?’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어서 고개를 들며 수줍게 웃었다. “회장님...” 부동건은 말없이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송혜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던 눈빛이, 지금은 선망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송혜선은 온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