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Author: 강노을

제1화

Author: 강노을
강제헌과 결혼한 이후, 조이람은 한 번도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람은 제헌을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만큼.

그런데 제헌의 첫사랑이 돌아왔다.

그때, 이람은 병원에 있었다.

의사의 목소리는 무표정하고 차가웠다.

“이번 수술로 손상이 좀 커서 앞으로 임신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뭐라고...?’

이람의 머릿속이 ‘윙’ 하고 울렸다.

이 아이를 위해 그녀는 3년을 준비해왔고, 겨우 임신 2개월 차였다.

그러나.

오늘 오후, 잠깐 나간 길.

이람은 갑자기 튀어나온 차 한 대에 놀라 넘어진 게 문제였다.

의사가 다시 말을 걸었다.

“조이람 씨, 괜찮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람은 남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다. 눈을 꼭 감았다 다시 떴다.

그리고 왈칵 치솟는 눈물을 억지로 꾹 눌러 담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편에 서 있던 간호사들의 속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상황이 이렇게 나쁜데 남편은 왜 안 와?”

“아유, 말도 마. 아까 거의 쓰러지다시피 하면서 남편한테 전화하더라고. 울면서 제발 와달라고... 근데 결국 안 왔대.”

“헐...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게 너무 티 나네. 저러고도 이혼 안 하고 있다니 진짜 용하다.”

“...”

이람은 이미 병원 복도를 벗어났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실, 제헌은 병원에 오는 걸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전화를 받은 그 순간에도 이렇게 말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애 잃은 게 그렇게 큰일이야? 왜 그렇게 오버해? 지금 바쁘니까, 더는 귀찮게 하지 마.]

그 뒤로 이람은 몇 번 더 통화를 시도했지만, 제헌은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사실 이런 식의 냉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지난 3년 동안, 제헌은 이람에게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차갑고 무심하고, 남보다 못한 거리감.

솔직히, 이람은 제헌의 냉대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3년 전, 이람은 우연히 강수철 회장의 생명을 구했다.

강 회장은 이람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제헌과의 결혼을 밀어붙였다.

그 덕분에 이람은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수 있었지만, 애초에 제헌은 이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오늘 이렇게 간절히 연락한 것도... ‘혹시라도 아이를 위해서 마음이 조금은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내가 또 바보같이 헛된 기대를 품었네.’

이람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집으로 돌아가 쉬려고 폰을 꺼내 들었을 때, 알림 하나가 떴다.

고지후에서 온 메시지였다.

지후는 제헌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한 동생이었다.

그가 보낸 건 영상 하나였다.

이람은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눌렀다.

영상 시작, 프레임 가득 붉은 장미가 등장했다.

적어도 천 송이는 되어 보였다. 너무 많아서 화면에 다 담기지도 않았다.

카메라가 천천히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제헌이 나타났다.

이 남자의 옆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바로 하유리였다.

이람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더니, 손끝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리고 영상 속에서는 시끌벅적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유리 누나, 제헌이 형이 오늘 유리 누나 귀국하는 거 알고 며칠 전부터 환영회 준비했대요! 진짜 정성 100점 만점에 100점!”

“유리야, 이쯤 됐으면 포옹 한 번쯤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제헌이 형한테 고맙다고!”

“포옹은 무슨! 그냥 키스해! 옛날에 했던 거잖아? 그때 찍은 3분짜리 키스 영상, 나 아직도 안 지웠다!”

“...”

유리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여러분, 그만해요! 지금은... 내 입장이 좀 애매해서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헌이 먼저 유리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남자의 목소리도, 동작도, 말도 안 되게 다정하고 자연스러웠다.

그 장면에 주변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유리 누나, 그것 봐요! 제헌이 형 하나도 안 달라졌잖아요!”

“키스해! 키스해!”

“...”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영상이 뚝 끊겼고, 그저 알림창엔 메시지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형수님, 죄송해요. 잘못 보냈어요.]

영상은 곧 삭제되었고, 지후는 아무 설명 없이 사라졌다. 아마도 이람이 아직 보기 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채팅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그녀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그 사람이 말한 중요한 일이었구나.’

자그마치 3년이었다.

이람은 제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돌아온 건... 제헌이 끝끝내 잊지 못했던 첫사랑.

‘그 사람 마음은, 애초에 내 자리가 아니었어.’

이람은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 욕심 많은 꿈에서... 이제 그만 깨야지.’

...

집으로 돌아온 이람은 조용히 여행용 가방을 꺼냈다.

생활도, 일도 모두 단순했던 삶이었다.

자신을 위해 뭔가를 산 적은 별로 없어서 꼭 필요한 옷가지와 서류 몇 장이 전부였다.

26인치 캐리어 하나로 충분했다.

그래서 30분도 안 되어 그녀의 짐 정리는 끝났다.

그다음은, 기다림.

이람은 제헌이 돌아오는 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

새벽 2시가 되어서야, 현관문이 열렸다.

제헌이 거실을 지나며 조이람과 눈이 마주쳤다.

익숙한 장면이었다.

술자리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이람은 말 없이 그를 기다렸다.

“수술했다면서. 왜 안 자고 있어?”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어떤 걱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당신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람은 입을 열자마자 시선을 고정했다.

제헌의 입술.

부드럽게 굽은 그 선이,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었다.

하지만 남자의 입꼬리는 갈라져 있었고, 셔츠 목덜미엔 붉은 립스틱 자국이 번져 있었다.

심지어 목덜미 아래로는, 더 선명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말로 키스까지 했구나.’

‘아니, 아마 그 이상도 했겠지.’

이람의 가슴이 세게 쑤셨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어언 3년.

제헌이 이람에게 손을 댄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강씨 가문 어른들의 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같이 한 침대에서 잤다.

그는 단 한 번도 먼저 이람에게 키스를 해준 적 없었고,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전희도 없이 시작됐다.

그 과정 내내 이람은 고통스럽기만 했으며, 끝나고 나면 그녀는 조용히 안아달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언제나 등을 돌려 욕실로 들어가는 차가운 남자의 뒷모습뿐이었다.

그랬던 제헌이 유리에게는 ...달랐다.

결국 제헌의 시선은 이람 옆에 놓인 캐리어를 발견했다.

그리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지후가 보낸 영상, 다 봤나 보네.”

“응. 다 봤어요.”

가까이 다가온 제헌에게서 술 냄새가 짙게 풍겼다.

게다가 그 사이사이, 불쾌할 정도로 짙은 향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우리 이혼...”

이람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제헌이 먼저 내뱉었다.

목소리는 담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미 다 알았으니까, 이혼하자. 처음부터 당신도 알았잖아. 유리가 해외에 나가 있지 않았으면, 나도 당신이랑 결혼할 일 없었다는 거.”

이 정도 말까지 나왔는데, 이람도 더 이상 남편을 붙잡을 이유는 없었다.

“좋아요.”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그냥 자고, 내일 서류 하는 게 어때?”

“괜찮아요. 이혼 서류는 이미 다 준비해서 사인해 뒀어요.”

이람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차분히 거실 테이블을 가리켰다.

“거기 있어요.”

...

신혼 첫날밤, 제헌은 이혼 서류를 이람에게 건넸다.

그리고 오늘, 이람은 드디어 그 서류에 사인했다.

이번엔 제헌이 놀랄 차례였다.

제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람이 진심인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당신... 술 마시고 올 거 알았어요. 해장국 끓여놨어요. 주방에 있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이람이 입을 열었다.

이것도 습관이었다.

제헌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람은 남편의 식습관과 생활을 꼼꼼히 챙겼다.

요리에 소질이라고는 없던 이람이 능숙한 요리 솜씨를 갖추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몇 시간씩 걸렸고, 이람의 손과 팔에는 칼에 베이고 불에 덴 자국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제헌은 까다로웠고,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맛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비록 표정은 분명히 만족하는 것 같았지만.

제헌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단 ‘맛있다’라는 한마디만 해도, 이람은 며칠이고 기뻐할 거란 걸.

그래서 그는 이람에게 작은 기쁨마저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나갈게요.”

3년의 부부 생활, 이별을 앞두고 이람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제헌은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오늘 밤은... 그냥 여기 있어.”

“아니요.”

이람은 조용히 캐리어를 끌고 돌아섰다.

말을 안 듣는 이람이, 제헌의 눈에 점점 불편해졌다.

얼굴에 서늘한 기색이 감돌았다.

문이 닫혔다.

그때 지후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집엔 잘 도착했죠? 형수님한테 물어봤어요? 영상 본 것 같아요?]

[미안해요, 형. 진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근데 뭐, 봤다 해도 괜찮잖아요? 어차피 형이랑 형수님은 맨날 싸우고 화해하고...]

제헌이 좀 이상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너희 형수, 나랑 이혼한대.”

[네? 이혼이요?]

지후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 영상 때문이에요? 설마요. 형수님이 형이랑 이혼할 리가 없죠. 진짜 이혼하면요, 나 진짜... 생방으로 똥 먹을게요!]

“내가 하자고 했어.”

제헌이 결국 진실을 밝혔다.

순간, 지후는 말이 없었다.

제헌이 먼저 이혼을 꺼냈다면, 아무 일도 아닌 셈이었다.

이람은 질긴 접착제처럼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도 형 이혼 얘기한 지 한 달도 안 됐잖아요. 또요? 와, 진짜 형수님 또 돌아오시겠네요.]

지후는 웃으며 말했다.

[전에 우리 반나절 안에 돌아온다고 내기했잖아요. 그때 내가 이겼어요. 이번엔 하루 걸게요. 또 이기면 이번에도 형이 밥 사는 거죠?]

제헌은 굳게 닫힌 현관문을 흘끗 보았다.

그때, 바깥에서 자동차 시동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이람은 꽤 단호했다.

하지만 제헌의 차가운 눈매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내일 아침이면 돌아올 거야. 굳이 밤을 새워 기다릴 필요 없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3)
goodnovel comment avatar
하루하나
쓰레기옆에는쓰레기만있어 니눈을 니가 찌른거지 꼭 쓰레긴지 아닌지 찔러봐야 깨닫냐 하나같이 가정교육들이 엉망이네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중국소설 다 똑같네. 본처 냉대 무시하고 첫사랑에 올인하고. 첫사랑이 무슨 금딱지인가? 하나같이 첫사랑이 돌아왔대. 첫사랑 안돌아오는 소설이 없네. 그후로 본처 더 냉대 무시하고.
goodnovel comment avatar
이선미
지후야 너 이람이 한테 이렇게 대해놓고 으이그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4화

    그때, 서주연은 바쁜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 어린 하준을 보러 왔다.어린 하준은 ‘엄마’라는 사람이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또래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하준이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엄마’라는 존재는, 온전히 의지해도 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기대도 컸고 동시에 긴장도 많이 했다.실제로 서주연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린 하준은 먼저 압도당했다.‘엄마’라는 사람은 지나치게 아름다웠고, 화려하기까지 했다.다른 아이들의 엄마들과는 전혀 달랐다. 더 예쁘고, 더 크고, 더 멀리 있는 것 같았다.하준은 겁이 나서 말을 잃었다.조심조심 서주연 앞에 다가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누구예요...?”그때 서주연은 무릎을 굽혀 하준과 눈높이를 맞췄다.잠시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었지만, 세 살짜리 하준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눈빛이었다.어린 하준은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그 순간, 서주연의 손이 하준의 볼을 세게 잡아당겼다.“이게 내 아들이야? 왜 이렇게 멍청해 보여? 엄마라는 말도 못 해?”놀람과 노골적인 불만이 섞인 목소리였다.그 한마디는 어린 하준을 바닥으로 푹 꺼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서주연은 그날 저녁에도 일정이 있다며 오래 머물지 않았다.모자는 그렇게,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첫 만남을 끝냈다.그 후로도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그리고 하준이 일곱 살이 되어 서주연을 따라 J시로 가게 되면서,그곳에서 하준은 차마 사람이라 부르기 힘든 이들을 여럿 보게 되었다.그쪽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제헌의 어린 시절 사소한 신경전들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J시에서의 성장 과정은, 하준의 세계를 빠르게 넓혀 주었다.그와 동시에 하준은 분명히 깨달았다.서주연은 아들을 돌볼 줄 모르는 여자였고, 어떻게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그래서 모자의 관계는 늘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다 하준은 성장했고, 혹은 서주연이 나이를 먹었고... 물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3화

    “알겠어요.”이람은 하준이 그렇게 말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그 뒤로 하준의 추가적인 말이나 당부가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고 이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끊을까요?”그때, 하준이 불쑥 말을 이었다.[강제헌이 이람 씨를 왜 찾은 거예요?]이람은 순간 멈칫했다.예전 같았으면, 하준이 제헌을 경계하는 걸 단순히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앙금 때문이라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람은 하준의 질문에 담긴 의도를 다시 생각했다.‘서하준... 혹시 질투하는 건가?’그동안 이람은 하준과 지내면서 경계가 명확하다고 느꼈다. 제헌의 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었고, 굳이 하준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일부러 짐처럼 얹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하준은 분명히 한 발 더 깊이 들어왔다.이람은 그 ‘의미 있는 관심’을 느꼈다.그리고 그걸 애매하게 넘기면, 하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이람은 진심으로, 하준이 불편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강제헌이요? 강수철 회장님 생신 참석 관련해서 얘기하자고 했어요. 지난번처럼 난리 치지도 않았고요. 큰 문제는 없어서 굳이 하준 씨에게 말하지는 않았어요.”이람은 제헌이 재결합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은 말하지 않았다.사흘 뒤, 이람은 강수철 회장 앞에서 제헌의 부모와 여동생, 그리고 강씨 집안의 친지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두 사람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힐 생각이었다.차라리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게 가장 깔끔했다.제헌은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혼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다시 붙잡겠다고 나서는 건, 곧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제헌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이번에 제헌이 고개를 숙일 수 있었던 건... 이람 단 한 사람 앞이었기 때문이다.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제헌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2화

    이람은 화면 속에서 하준이 카메라를 옮기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어깨가 넓은 편이라 그런지, 카메라를 조금 멀리 당겼는데도 그의 어깨가 화면 안에 온전히 다 들어오지는 않았다.하지만 그 뒤쪽으로 보이는 좌석들 덕분에 이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하준은 지금 공항에 있었다.그제야 이람은 조금 전에 하준이 했던 말을 제대로 인식했다.심장이 순간적으로 크게 뛰었다.‘서하준의 어머니가... 드디어 오시는구나.’이람은 예전에 하준에게 서주연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 하준의 휴대폰에는 어머니 사진이 없었다.서주연은 한때 H시에 미리 와서 하준과 잠시 함께 지내며 모자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그러나 하준은 그 제안을 거의 생각할 틈도 없이 거절했다.여자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선을 그었고, 결국 서주연은 그때 오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강수철 회장의 생일을 앞둔 시점이 되자 비로소 H시로 오게 된 것이다.이람은 이 일련의 흐름을 보며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준과 서주연의 모자 관계는 아주 가깝다고 하긴 어려워 보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끊어진 사이도 아니었다.하준이 직접 공항에 나가 마중을 나왔다는 것만 봐도, 그는 어머니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다.적어도 기본적인 존중과 책임은 분명히 지키고 있었다.그래서 더 어려웠다.서주연 앞에서 ‘연인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 이람은 감이 잘 오지 않았다.“그럼... 제가 공항으로 갈까요?”말을 꺼내고 나서야, 이람은 자신이 조금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하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지금은 괜찮아요.][제가 먼저 어머니께 상황을 설명드릴게요. 어머니가 이람 씨를 직접 보고 싶어 하시면, 그때 이람 씨 일정도 보고 결정하면 되고요. 절대 무리하게 부탁하거나, 이람 씨에게 부담 주는 일은 없을 거예요.]하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마치 어떤 비교 대상이 떠오른 듯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저는 이람 씨를 제 여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있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1화

    이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제헌은 주먹을 꽉 쥔 채 이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냉소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내가 쓰레기라며. 그런데도 넌 나를 3년이나 사랑했잖아?”이람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다시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는 소리는 마치 뺨을 세게 후려치는 소리처럼, 제헌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어릴 때부터 제헌의 머릿속에는 늘 딱 한 가지만 있었다.어떻게 더 잘될 것인가, 어떻게 서하준보다 우위에 설 것인가?그 외의 것들은 담을 자리가 없었다.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이람에게 쏟았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태도라고?제헌은 이를 악물었다.‘조이람. 나... 너 줄 선물도 준비했어.’‘하유리한테 준 것보다 훨씬 신경 써서, 직접 경매까지 가서 산 거야. 집에 놔뒀어.’‘오늘 만나서, 네가 다시 같이 살겠다고 하면, 집에 돌아가서 너한테 주려고 했어.’‘그런데 이렇게 가버린다고? 나를 여기 혼자 버려 두고?’제헌의 얼굴은 분노로 새파랗게 굳었다.하지만 그는 이람에게 그 사실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도 설명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먼저 식사를 제안하고, 고개를 숙인 것만으로도 제헌에게는 이미 자존심이 크게 깎인 일이었다.거기에 그 선물까지 꺼내는 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는 일이었다.제헌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부르곤, 혼자 전통찻집으로 향했다.기분이 어지러울 때면, 제헌은 늘 혼자 조용히 있는 걸 택했다.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때마다 억울해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삼키며 버텼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이 장소를 아는 사람은 고지후뿐이었다.지후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제헌은 받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후가 직접 찾아왔다.지후는 맞은편에 앉아 제헌을 잠시 살폈다.“형, 좋은 소식 있다고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0화

    ‘오늘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자존심도 다 버리고 조이람한테 고개까지 숙였는데... 그게 안 통한다고?’제헌은 이람이 다시 내민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려다보며 눈빛을 잔뜩 가라앉혔다.제헌이 원하는 건 늘 같았다.말 잘 듣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며 자신에게 다 맞추던 이람.지금처럼 사사건건 맞서고, 제헌의 말을 거부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이람은 애초에 제헌이 좋아하던 모습이 아니었다.하지만 제헌은 안다. 이람은 아직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조금만 시간을 주면, 예전처럼 마음도 시선도 다 ‘강제헌에게만 향하던 해바라기 같은 여자’로 돌아올 거라고.제헌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야 명확히 알게 된 걸 다행이라 여겼다.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람의 태도에 이미 폭발했을지도 모른다.‘조금만 더 참으면 돼... 조이람이랑 다시 결혼만 하면...’‘그다음엔 적당히 흉내만 내도... 조이람은 나를 떠나지 못할 거야.’제헌은 반지를 다시 집어넣으며, 이람의 차가운 눈매를 바라봤다.“그래. 하루 줄게.”이람은 곁눈질로 핸드폰 화면에 뜬 알림을 보았다.하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하지만 지금은 확인하지 않았다.이람의 시선은 제헌에게 향해 있었다.예전의 이람에게는 제헌을 바라볼 때 항상 콩깍지가 씌워져 있었다.제헌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었다.그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행복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콩깍지가 벗겨진 자리에는 제헌의 오만함과 냉담함만이 선명하게 보였다.제헌은 고개를 숙여 재결합을 말하면서도, 진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그 말투는 부탁이 아니라, 마치 크게 인심쓰는 척에 가까웠다.게다가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다시 함께 살고 싶은 이유가 ‘사랑’도 ‘후회’도 아닌, 그저 이람이 자신을 잘 챙겨주던 그 편안함 때문이라고.보통 사람이라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 최소한 감정적인 미련 정도는 있지 않나?그래서 이람은 오히려 제헌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다른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면, 최소한의 연기라도 했을 것이다.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29화

    제헌의 머릿속에서는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그만 말해. 너 진짜 이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잖아, 여기서 멈춰.’‘그런데 이게 아니면 대체 뭐 때문인데?’과거의 제헌은 이람의 생각 같은 건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늘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했고, 지금처럼 고개를 숙이는 일은 제헌에게 있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이 정도면 이미 엄청 양보한 거잖아.’‘도대체 내가 어디까지 내려가야 해?’‘조이람을 사랑한다고 거짓말하라고?’‘말이 되냐, 그게.’제헌은 머릿속의 경고를 억지로 눌러버렸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앞으로는 너한테 좀 더 잘할게. 예전처럼은 안 할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이람은 그 말에 또 한 번 깊게 베였다.제헌에게 아직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그 말은 이람이 과거에 받았던 상처의 감각을 그대로 끄집어냈다.제헌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다.그리고 매번 이람에게 그 사실을 똑똑히 각인시켰다.이람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할게, 강제헌. 난 이제 더 이상 바보 같은 짓 안 해.”제헌은 이람이 거절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완전히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 난 더 이상 너랑 살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제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아.”이람의 미래에 제헌의 자리는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다시 돌아갈 수 있겠는가?제헌의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그럼 넌 뭘 원하는데?”이람이 입을 열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을 두 사람 모두 바라봤다.발신자 이름은 ‘서 대표님’이었다.제헌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는 팔을 뻗어 단번에 핸드폰을 낚아채 전화를 받았다.“서하준, 지금 내 아내는 나랑 같이 있으니까 꺼져.”그는 하준의 반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제헌은 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