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눈을 가늘게 뜬 서정혁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비꼬는 어조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강시원, 우리 5년간 그래도 부부였어, 굳이 나에게 허세 부리고 승부를 걸 필요 없어.”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 이혼 합의서를 힘주어 가리켰다.“여기 분명히 적혀 있잖아. 이혼 후 매달 양육비 6천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강시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들었다고, 나 귀머거리 아니야. 6천만, 내면 되잖아.”무심코 ‘들었다고’라는 말을 내뱉은 순간 가슴이 마치 핀셋으로 꽉 조인 듯 죄어왔다.서정혁의 잘생긴 얼굴이 서리가 내린 듯 싸늘해졌다.“서씨 가문의 모든 것,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어. 그리고 매달 6천만 원, 네 능력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차를 팔지 않고선 절대 마련하지 못할 거야. 어쨌든 결혼 후 네가 다녔던 직장도 다 내가 마련해 준 거니까. 내 곁을 떠나면 경시에서 네가 설 자리 절대 없어.”부부 관계가 완전히 끝난 지금, 강시원은 자만심 가득한 이 남자를 차갑게 바라보며 피식 비웃었다.“아침에 양치 안 했어? 입 냄새가 꽤 심하네. 독한 말을 내뱉으면 내가 꿈쩍이라도 할 줄 알았어?”남자는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끈 튀어나왔다.“지난 3년간 내가 서정 그룹 연구개발팀에서 일할 때 당신 내게 조언 한마디 해준 적 있어? 아니면 잘하라고 응원 한 마디는? 힘이 돼준 적도 없어. 모두 나 스스로 학력과 능력으로 서정 그룹에 들어간 거야.”서정혁은 눈이 살짝 휘둥그레졌다. 마음속에는 미세한 파동이 이는 듯했다.‘그랬었나...’당시 강시원이 서정 그룹에 다니고 싶다고 했을 때 서정혁은 처음엔 반대했다. 그냥 집에서 남편 모시고 아이 키우며 집 안 인테리어 같은 아내, 제대로 된 주부가 되길 바랐다.그저 강시원이 여동생인 임지민의 재능을 질투해서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자기 주목을 받으려고 한 거라고 생각했다. 여자들 사이의 질투심과 경쟁이라고만 여겼다.이후 강시원이 계속해서 애원하자 서정혁은 어쩔 수 없이 겨우 허락했다. 자신은 아무런
“도련님은 안에 계십니다.”“알겠어요.”강시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 작은 도련님 퇴원했어요. 지금 위층에 계세요.”이 집사가 친절하게 말했다.“작은 도련님 얼굴 보고 싶으면 제가 불러드릴까요...”“도훈이 금방 퇴원했으니 푹 쉬어야죠. 굳이 부를 필요 없어요.”강시원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오래 있지 않을 거예요. 서 대표님과 이야기하고 바로 나가겠습니다.”“알... 알겠습니다.”안타까운 듯 고개를 숙인 이 집사는 강시원이 서도훈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바로 알았다.‘사모님과 도련님이 이혼 중이긴 하지만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어?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돌아와도 아이를 만나려 하지 않으니 어머니로서 너무나도 차갑고 무정한 거 아닌가? 혹시 예전에 집에 있을 때 보여줬던 남편 뒷바라지를 잘하고 아이를 잘 가르치는 현모양처 같은 모습, 모두 콘셉트였던 걸까? 아니면 서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처럼 새로운 사람이 생겨서 지나간 사랑과 아이를 잊어버린 걸까?’강시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익숙한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공기 속에 은은하게 감도는 씁쓸한 담배 냄새가 강시원의 코끝에 스며들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든 순간 서정혁이 긴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서정혁은 봉황 같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얇은 입술 사이 담뱃불의 붉은 불빛이 깜빡였다.시선을 살짝 내린 강시원은 그가 물고 있는 담뱃불 불빛에 따라 눈을 깜빡였다.한때 그녀는 그 누구든 자기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샤워를 하고 입었던 옷까지 빨아야 했을 정도로 담배 냄새를 혐오했다.하지만 유일하게 서정혁에게만은 예외였었다.서정혁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에 대해서는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때는 그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우아하며 심지어 섹시하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이제는 그 뼛속까지 새긴
단호 별장.새벽녘, 큰 침대 옆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카펫 위에 남녀의 옷가지가 수채화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얇은 담요가 성수연의 가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투명하고 하얀 고운 피부는 황홀한 분홍빛을 띠었으며 기름을 발라놓은 듯 섬세한 땀이 피부 위에 얇게 맺혀 있었다. 하얀 몸이 겉으로 드러나 아름답고 치명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욕실 물소리가 멎더니 심지경이 담배를 문 채 문을 열고 나왔다.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지만 튼튼한 복근이 그대로 드러났다.성수연은 천천히 몸을 돌려 옆으로 누웠다. 이 남자를 보기 싫은 모양이었다.희미한 조명 아래, 성수연의 차가운 등에 붉은 키스 마크가 가득했다. 오늘 밤, 미친 듯이 날뛴 심지경의 광기가 그대로 드러났다.검은 눈동자를 가늘게 뜬 심지경은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빤 후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이내 손을 뻗더니 다소 거칠게 성수연의 턱을 움켜쥐고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 자기 얼굴을 보게 했다. 그러고는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고 입안의 연기를 그녀 입에 전달했다.“웁... 헥헥헥...”고개를 홱 돌린 성수연은 기침하느라 얼굴이 붉어졌다.“성수, 너에 대한 내 느낌이 뭔지 알아?”심지경은 성수연의 얼굴을 꽉 쥐더니 조금씩 다가갔다.“가끔은 정말 너를 아끼고 예뻐해 주고 싶어. 네 몸이 정말 편하거든. 너보다 나를 더 편하게 해주는 여자는 없으니까.”성수연에게 대한 심지경의 태도는 여전히 방탕하고 거칠었다.하지만 성수연은 이미 무감각해졌다. 오늘 심지경의 행동은 성수연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감정조차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하지만 가끔은 진짜 널 목 졸라 죽일 만큼 물어뜯고 싶어.”눈동자에는 희미한 악의가 돋은 심지경은 한 글자 한 글자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 힘을 믿고 건방지게 굴고 내가 어머니로 모시는 사람한테 함부로 대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내가 조금만 잘해주면 네가 누군지 까먹는 거야?”성수연은 그 말을 듣고 씁쓸하게 웃었다.‘이 남자의 입장에서
“배 대표 같은 엘리트는 뒤를 따르는 여자가 강물처럼 많을 텐데 왜 결혼을 한 유부녀인 데다 아이까지 낳은 강시원 같은 여자에게 마음을 주겠어?”김설연은 속눈썹을 깜빡이며 성난 듯 지동훈의 각진 턱 선을 쳐다보았다.“나도 결혼해 보고 아이 낳은 여자야. 동훈아, 너 나에게 진심이야?”김설연이 갑자기 이런 위험한 질문을 던질 줄 몰랐던 지동훈은 잠시 멍해졌다.남자가 침묵하는 걸 보자 김설연은 순간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밀어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알았어, 너희 남자들 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동훈이 갑자기 김설연의 턱을 움켜쥐더니 고개를 숙이고는 거칠게 입을 맞췄다.김설연은 처음엔 놀랐지만 곧 남자의 능숙한 키스 기술에 완전히 빠져 목을 감싸고 열정적으로 깊은 키스로 응했다.입과 혀가 얽히는 틈 사이에 지동훈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모님,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제 마음을 의심하세요?”김설연은 눈빛이 흐릿해졌다.“믿어... 동훈아, 너 말고는 아무도 안 믿어...”잠시 후, 주차장 구석에 검은 고급 차가 위아래로 계속 흔들렸다....병원 복도에서 임지민은 의자에 앉아 울어서 부은 눈을 휴지로 닦았다.이때 익숙한 검은 구두가 그녀 시야에 나타났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정혁의 빛없는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다.“오빠... 나...”임지민 앞을 가로막은 서정혁은 얇은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도훈이는 별일 없어. 너도 피곤하겠다. 수현이더러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게.”임지민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아니... 안 갈래. 도훈이 지금 이렇게 아픈데 곁에 챙겨줄 사람이 없으면 잠도 못 잘 거야...”“가. 내가 도훈이 곁에 있으니 괜찮을 거야. 그리고 오늘 일이 너무 많아서 혼자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정혁의 표정은 온기라곤 전혀 없었다.“오빠, 혹시 나한테 화난 거야...”“응.”가슴이 떨린 임지민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지민아, 너를 서정 그룹에 데려와 내 곁에서 일하게 한
검은 마이바흐가 문 빌리지에 도착했을 때 화려한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오늘 기훈 씨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어요. 제가 또 신세를 졌네요.”강시원이 씁쓸하게 웃으며 사과했다.“학부모회까지 망쳐버려서... 이 빚을 갚을 수가 있을지 모르겠네요.”배기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딱히 한 건 없으니 고마워할 필요도 없어요. 학부모회는 신경 쓰지 마세요. 다울이 녀석, 오늘 꽤 즐거워했으니 그걸로 됐어요.”즐겁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그네를 탔으니 자다가도 웃으며 잠에서 깰 정도일 텐데...“오늘 정말 신세를 많이 졌어요.”시간을 본 강시원은 마침 저녁 식사 시간대인 걸 발견했다.‘기훈 씨를 집에 초대해서 간단한 식사라도 대접할까?’하지만 냉장고에 국수 외에 아무것도 없어 배기훈 같은 재계 거물을 초대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그냥 다음 기회에 초대하자.’하지만 강시원이 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그녀 옆에 앉은 배기훈이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슬쩍슬쩍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마치 그녀의 초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물 한 잔 마시고 잠시 쉬다 가는 것만으로도 좋을 텐데.’“저... 먼저 올라갈게요.”강시원은 고개를 숙이고 어색하게 안전벨트를 풀었다.배기훈 눈동자에는 알아채기 힘든 실망이 스쳤지만 잘생긴 얼굴은 이내 다시 차분함을 되찾고 품위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운전 조심히 하세요.”강시원이 진지하게 당부하고 막 차 문을 열려는 순간 배기훈이 갑자기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시원 씨.”낮고 청량한 목소리가 어둡고 고요한 차 안에서 울려 퍼졌다. 순간 강시원은 온몸이 살짝 멈칫했다.배기훈이 몸을 기울이며 긴 팔을 뻗자 검은 셔츠의 정교한 커프스뿐만 아니라, 손목에 감긴 빨간 머리 끈도 살짝 드러나 희미하게 보였다.“서정혁 같은 극도로 자만심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평생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배기훈이
유재윤, 임지민은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가장 완벽한 구실을 꺼냈다.계속 반신반의했던 서정혁도 이 순간, 임지민의 말에 완전히 설득됐다.그러더니 잔뜩 깊어진 눈빛으로 배기훈을 주시했다.“배 대표님, 이제 일이 다 밝혀졌으니, 임지민 씨를 계속 괴롭힐 이유도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배기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눈빛은 어두운 얼음 안개가 감싼 것처럼 짙었다.서정혁은 앞으로 성큼 내디디며 한 걸음 앞으로 나간 뒤 임지민을 자기 뒤로 보호했다.“만약 이 소위 증거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고집부리시면 막지는 않겠습니다. 지민이도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고 우리 서정 그룹 법무팀 변호사팀도 끝까지 대응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임지민은 마침내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침묵하는 배기훈을 음흉하게 쳐다보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이 남자, 허세만 잘 부리네. 진짜 확실한 증거가 있었으면 왜 경찰에 직접 신고 안 했어? 왜 여기 와서 왈왈 떠드는데? 나를 속여서 직접 실토하게 만들려는 거였나 보네. 정말 우스워. 나, 임지민! 절대 그런 협박에 겁먹지 않아!’강시원은 더 이상 다퉈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배기훈에게 한 걸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기훈 씨, 여기에 아이들도 있으니 일단 집에 가서 얘기하시죠.”배다울이 어린 나이에 어른들 세계의 음험하고 기만적이며 간사한 마음을 접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착한 배다울은 평범한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으며 천진난만했기 때문이다.강시원은 배다울이 늘 이런 맑은 눈을 유지하기를 바랐다.배기훈이 강시원 앞에 서자 잘생기고 우직한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을 살짝 덮었다.고개를 숙인 배기훈은 약간의 우울함이 감돌면서도 아침 이슬처럼 맑은 그녀의 살구꽃 같은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요.”강시원이 배다울의 왼손을 잡고 있어 배기훈은 몸을 굽혀 아이의 오른손을 잡았다.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본 배다울은 기분 좋은 듯 몸을 웅크렸다가 두 발을 땅에서 떼
연안 빌리지로 돌아가는 길, 서정혁은 내내 먹구름을 이고 있었다. 호화로운 차 안은 얼음 창고처럼 싸늘했다.서도훈은 좌석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숨소리조차 죽였다.“정혁 오빠... 아직 언니한테 화났어?”임지민이 살살 떠보았다.“그런데 정말 뜻밖이네. 언니가 유재윤 변호사를 알 줄이야. 언니의 인맥은 오빠가 아는 것보다 훨씬 깊은 것 같아.”“서도훈.”서정혁은 아들의 하얀 얼굴을 똑바로 겨누었다. 목소리는 매섭고도 압박감이 들이쳤다.“바람났다는 그 막말, 누가 가르쳤어?”아버지의 새까맣게 굳은 낯빛에 질려 서도훈은 덜덜
“서도훈, 너는 아빠랑 잘 먹어. 엄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그러나 두 걸음 떼자마자, 서정혁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힘은 섬뜩할 만큼 세찼다.“강시원, 너 지금 나한테 삐진 거야?”강시원은 아파 어깨를 떨고 손을 뿌리치려 하며 낮게 깔린 목소리에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아이 앞이야. 서 대표, 자중해.”‘자중이라니?’서정혁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애매하게 얽혀 같은 식탁을 마주하고도, 감히 그에게 자중하라 했다.‘그 입으로 그 말을 어떻게 내뱉지?’“저 남자,
그 종이는 가볍게 허공을 돌아 남자의 번들거리는 구두 앞에 내려앉았다.거기에는 단단한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사직서]‘강시원!’사람들 사이로 냉기가 한 번에 빨려 들어갔다.‘공개석상에서 염라대왕과 맞짱을 뜬다고? 이 아가씨, 엄청 대담하네!’서정혁의 관자놀이가 불끈거렸다.“임지민 덕 좀 봤네. 나 같은 말단이 그룹의 큰어른들을 이렇게나 한꺼번에 뵐 줄이야. 서정에서 일한 게 아주 헛수고는 아니었어.”강시원의 눈매는 붉고도 차가워 눈부시게 빛났다. 남자의 드러난 놀람을 똑바로 보며 고운 미소를 그렸다.“그럼, 여기서
강시원의 입은 헝겊으로 막혀 있었고 목구멍에서는 울먹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속눈썹에는 아직도 굳은 핏덩이가 매달려 있었고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팠으며 시야는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하지만 절망적이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강인한 의지를 내보였다. 수정처럼 맑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몸부림치면서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살폈다.비록 불빛이 어두웠지만 희미하게나마 여기의 구조가 폐공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챘다.게다가 구석에 흩어진 부품들도 몇 개 보였다.강시원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천천히 그 부품들 옆으로 기어갔다.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