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심지경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분노로 끓어오르던 피가 이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린 듯했다.멍해진 성수연은 전례 없는 공포가 심장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겪어봤기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성수연에게는 뱃속에 지켜야 할 아이가 있었다.그래서 피가 묻었지만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린 손으로 무의식중에 아랫배를 감쌌다.그런데 이 미세한 동작을 알아챈 심화영은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성수연은 긴 속눈썹을 살짝 떨며 심지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심지경은 시종일관 그녀를 보지 않았다.“어이, 그냥 일개 경호원인데 선택하기 그렇게 어려워?”고승민은 눈을 동그랗게 부릅떴다. 바늘 끝은 이미 심화영의 살갗에 박혔다. 심화영은 아파서 계속 비명을 지르며 공포감에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다.“이 한 방이면 심 대표가 그렇게 아끼는 동생이 평생 이 물건을 떠날 수 없게 될 거야.”“안 돼... 안 돼...”심지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당황한 심화영은 더 처참하게 울었다.“오빠! 살려줘... 나 너무 무서워!”“그래, 알았어.”잠시 고민하던 심지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을 내렸다.“내 여동생 돌려줘!”성수연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얼굴은 백지장이 된 채 자리에 멈춰 섰다.폐 속으로 들이쉬는 공기마저 오장육부를 찢는 듯 아팠다.이 순간 영혼마저 텅 빈 듯 몸과 영혼이 전부 흩어진 것 같았다.물론 심지경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이해해야 했다. 그녀는 결국 이 남자의 경호원일 뿐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분수를 모르고 작은 환상을 품고 있었다.심지경이 둘 다 데려가겠다고 말했다면... 적어도 단호하게 그녀를 버리고 심화영을 선택한 것보다는 나았을 텐데 말이다.“심, 심 대표님! 그게...”옆에 있는 경호원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을 더듬더니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성수연을 바라보았다.경호원 또한 심지경과 성수연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경호팀에서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화영아!”심지경은 심장이 칼로 찢기는 듯했다. 분노에 가득 찬 기세로 발로 문을 걷어차 열었다.어둑하고 어두운 방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엉망이 된 탁자와 바닥은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에 성수연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담배 냄새뿐만 아니라 다른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이내 유리 탁자 위의 흰 가루와 바닥에 사용된 주사기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모습을 본 순간 간담이 서늘해져 참지 못하고 구역질이 났다.눈앞의 화면에 심지경은 벼락을 맞은 듯 얼어붙었다.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가장 아끼는 여동생이 고승민에게 안겨 있었고 남자의 오른손에는 주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심화영의 가느다란 목에 주사기가 닿아 있었고 바늘 끝은 이미 그녀의 피부를 찔러 주위에 새빨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오빠! 살려줘...!”눈물범벅이 된 심화영은 옷차림이 단정치 못한 걸 보니 무슨 일을 당한 것 같았다.통제를 잃은 심지경은 목이 찢어질 듯 분노했다.“고승민! 감히 내 여동생을 건드려? 너 오늘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심 대표, 여동생... 참 향기롭네.”고승민은 심지경을 뚫어지게 보며 심화영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독하게 빨아들였다.성수연은 이내 고승민의 이상함을 눈치챘다.아마도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것 같았다. 현장을 보니 한 가지 종류만 복용한 것도 아니었다.이 남자는 지금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를 터,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상태였다.“네 그 더러운 입! 내 여동생에게서 떼!”심지경은 이마의 핏줄마저 툭 튀어나왔다. 소리 지르며 막 달려들려 할 때 성수연이 한 손으로 그를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대표님, 경거망동하면 안 됩니다! 고승민은 지금 약에 취해서 미치광이와 다름없어요. 무턱대고 가면 오히려 자극해서 바늘로 정말 아가씨 목을 찌를지 몰라요!”그 말에 심지경은 온몸에 살기가 퍼졌다.그 주삿바늘은 심화영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칼이나 다름없었다.동시에 룸 문
눈빛이 확 어두워진 심지경은 몸을 번뜩 움직였다.성수연의 적절한 경고 덕분에 재빨리 피할 수 있었다.타격수는 헛방을 치고 말았다. 성수연이 이내 기회를 잡아 맹렬한 손놀림으로 그의 팔을 붙잡아 놈의 몸을 계단 난간에서 아래층으로 내동댕이쳤다.일 층 반 정도 되는 높이라 떨어져도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은 층고가 높아 반쯤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도련님의 지시다! 때려죽이지는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때려!”누군가 한바탕 고함을 지르자 이스테이트의 부하 직원들이 더욱 흉악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저마다 무기 하나씩 꺼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심현 그룹의 부하들과 엉키며 싸웠다.비록 그들 손에 총은 없었지만 그들 중 누군가가 칼을 들고 있었기에 상황은 여전히 매우 위험했다.나이트클럽 안에 분노의 욕설과 고함소리가 지붕을 날려버릴 듯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피가 벽에 튀는 장면은 범죄 사건 현장이 연상될 정도로 공포스러워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건달 조직에서 활동하는 자들은 쉽게 총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만약 총격전이 발생하면 경시에서 반드시 경찰의 엄중한 처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일이 더욱 번거롭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일반적으로 손으로 휘두를 수 있는 무기만 사용했다.이렇게 하면 죽을 때까지 때려도 기껏해야 집단 싸움일 뿐이었다.불구로 만들어도 돈을 배상하면 끝났고, 사람을 죽여도 대신 죄를 뒤집어쓸 부하 직원을 몇 년 감옥에 보내면 쉽게 해결되었다.귀신 같은 속셈을 갖고 있는 이스테이트 사람들이기 때문에 심지경에게 이렇게 함부로 손을 놀리는 것이었다.비록 심지경을 죽이지 못하지만 심지경의 팔과 다리를 잘라버려도 이스테이트 조직의 도련님 화를 대신 풀어준 셈이었다.하지만 심현 그룹의 부하들도 하나같이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그런데 상대방이 손에 칼을 쥐고 있는 탓에 심현 그룹 경호원들은 칼에 베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바닥에 피가 가득했다.성수연은 싸우는 내내 심지경을 보호했다. 이스테이트 쪽 건달
“만약 이 시점에 혹시라도 실수해 다른 사람들의 죄를 뒤집어쓴다면 앞으로 심현 그룹은 경시 비즈니스계에서 다시는 큰 성취를 이룰 수 없을 겁니다. 심현 그룹도 점차 정부에서 성장 못 하게 짓누를 거고요. 이렇게 큰 대가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심지경은 눈 밑이 새빨개졌다.“그럼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때가 되면 경호원들이 도착할 겁니다. 컬러 나이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가 제가 대표님과 함께 올라가서 그들과 이야기할게요. 가능한 한 평화적인 방식으로요. 이스테이트 쪽이 더 이상 아가씨를 곤란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성수연은 여전히 매우 냉정했다.“지금은 법치 사회입니다. 그 사람들이 비록 길거리에서 활동하지만 그저 큰소리만 칠 뿐, 진짜로 뭘 하려는 건 아닐 것입니다.”사실 오는 길 내내 성수연은 이번 일이 말할 수 없이 괴이하다고 느꼈다.이렇게 큰 나이트클럽에서 고승민이 어떻게 심화영이 심지경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아봤는지 의아했다. 이스테이트가 컬러 나이트에서 큰 기세를 부린 것만 봐도, 현재 정부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난리를 치며 요란하게 행동한 것은 뭔가 일부러 설치한 함정 같았다.하지만 이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심지경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성수, 미쳤어? 너 그 무리의 쓰레기들과 협상한다고? 꿈 깨. 단순한 생각 따위 집어치우라고!”성수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정말 이 주먹으로 심지경을 때려 기절시키고 싶을 뿐이었다.배 속의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감정이 불안정한 아비를 만났는지, 정말 한탄스러웠다.“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일이 뭔지 알아? 바로 짐승 앞에서 양반인 척 연기하는 거야, 네가 아무리 사람 말로 설득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면 네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심지경은 화가 너무 난 나머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성수연을 훑어보았다.“야, 너 오늘 좀 이상해.”성수연은 심장이 조여들었다.“왜요?”“평소에는 모두 내가 뭐라고 하든 그대로 했잖아
깔끔한 경호원 전용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성수연은 심지경이 드라이기로 직접 말려준 검은 머리를 위로 높이 묶었다.떠나기 전, 거울 앞에 잠시 서서 마지막으로 거울 속 담담한 표정의 자신을 살폈다.아이를 가져서인지, 눈썹과 눈 사이에 왠지 부드러움이 더해졌다.긴 속눈썹을 떨며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아랫배를 살짝 덮었다. 손바닥으로 배 속에 있는 작은 생명을 애써 느끼려 했다.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나 변하기 쉬운 것이었다.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 불과 며칠 만에 아이에 대한 태도가 무의식중에 바뀌었다.아이가 그녀의 배 속에 있을수록 자신이 이 아이를 그렇게 싫어하지도, 어머니가 되는 것을 그렇게 배척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성수연이 멍하니 있을 때 밖에서 김호진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수연 씨, 빨리 내려오세요. 심 대표님이 초조해하십니다.”“네, 바로 갈게요!”성수연은 숨을 깊게 들이쉰 뒤 고개를 숙여 조용히 중얼거렸다.“아가야, 엄마가 나가서 일해야 해, 그러니 얌전히 잘 있어.”...가는 길 내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심지경은 눈빛이 어두운 밤처럼 음산했다.그의 곁에 앉은 성수연은 휴대폰으로 심현 그룹 경호팀의 부하 직원들에게 대기할 위치를 알려줬다. 하나하나 모두 침착하고 냉정하며 조리 있고 질서 정연했다.비록 지금 매우 피곤한 데다 임신 때문에 마음이 매우 불안했지만 경호팀의 팀장이자 심지경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맡은 바 임무를 해야 했다.“대표님, 경호팀에서 배치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모두 배치했습니다. 십오 분 안에 컬러 나이트에 도착할 겁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성수연은 말투 또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담담했다.심지경의 눈 밑에 독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표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경호원들에게 말해. 총이 있는 사람은, 모두 총을 가져오라고.”“안 됩니다.”성수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즉시 반대했다.“경시는 지금 깡패든 건들이든 절대 용납하
“그냥 오늘 밤은 싫어요.”성수연은 배를 감싼 채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첫 임신이라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전에 드라마에서 사람이 임신했을 때 관계를 가지면 유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게다가 워낙 체질도 별로 좋지 않아서 관계를 극도로 거부했다.비록 이 아이를 꼭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은 생명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사라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심지경은 성수연이 오늘 밤 매우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그저 다른 일로 본인에게 불만이 있다고 생각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강시원 일로 아직도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거야?”천천히 고개를 든 성수연은 그윽한 눈빛으로 심지경을 바라봤다.“지난번에 영원 테크에 투자해 달라고 한 거, 내가 들어주지 않아서 그래? 그걸로 아직도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거야?”호흡이 한껏 가라앉은 심지경은 큰 손바닥으로 성수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그녀를 안아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튼튼한 두 팔로 화장대를 짚어 성수연을 자기 품 안에 가뒀다. 두 사람은 코끝이 닿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웠다.등이 거울에 닿은 성수연은 차가워 몸을 살짝 떨었다. 하지만 눈앞 남자의 눈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뜨거웠다.순간 얼굴이 붉어진 성수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복숭아꽃 같은 성수연의 얼굴은 정말 아름다웠다. 심지경은 성수연을 보면 볼수록 이 여자에게 더욱 빨려들 것 같았다. 성수연이 이렇게 수줍어하는 모습은 평소보다 더 유혹적이었다.“영원 테크에 다녀왔어, 그냥 너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심지경이 낮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자 성수연은 멍해졌다.“언제요?”“한참 됐어, 개인 명의로 투자하려고 했어. 회사 자금이 아니라.”심지경이 비웃듯 한숨을 쉬었다.“그런데 강시원한테 전혀 필요 없는 것 같더라고. 그날 내가 갔을 때 배기훈도 있었고 정혁이도 이미 와 있었어. 그런데 강시원이 배기훈만 올라오라고 하더라고. 투자자로 누구를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