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4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6 05:57:51

4

“철이 든 이후로 나는 줄곧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이 나를 처음으로 가져갈 사람이 되길 바라며 내 몸을 순결하게 지켰어요. 당신이 나를 봐주길 바라며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나를 꾸몄어요.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나와 잘 맞는 남자들의 청혼까지 거절했어요. 당신을 위해 그렇게 많은 희생을 했는데, 내게 돌아온 게 이거예요?” 그녀는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그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2년 동안 나는 당신의 냉대를 견디며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내 시간을 쏟았어요. 당신이 그대로 식게 내버려 두는 걸 알면서도 매일 음식을 만들었어요. 당신이 늦게 집에 와서 내가 깨어서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도 나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은 채 침대로 들어가도 나는 불평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내 생일을 축하해 주기는커녕 기억조차 못 했어요. 가족 식사 자리에서는 우리 부모님을 무시했어요. 그래도 나는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당신의 차가운 태도도 웃으며 받아들였어요. 그 모든 일을 겪고도 내가 바란 건 단 하나,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어요. 왜인지 알고 싶어요?”

헌터의 시선은 끝내 그녀를 피했다. 그의 얼굴은 시멘트로 만든 가면 같았다. 

“내가 당신을 아꼈기 때문이에요, 헌터. 당신이 내 노력에 아무런 보답도 하지 않았을 때조차 나는 조건 없이 당신을 아꼈어요.” 클레어는 몸을 떨었다. 

“우리 가족은 내가 다른 모든 남자들을 제쳐두고 당신을 선택한 걸 두고 나를 꾸짖고 있어요. 당신 부모님은 당신이 떠난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너무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예요.” 클레어는 짜증이 배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이 나를 비웃고 있어요, 헌터. 모두가 당신 때문에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어요.” 

그녀는 순식간에 지쳐 버렸다. 더는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통증이 너무 심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뭘 했기에 이런 일을 당해야 하죠?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당신은 나를 이렇게 벌한 거죠?” 

“클레어.” 그가 그녀의 등을 만졌다. 

그가 그녀를 쓰다듬기 전에 그녀는 그를 밀어냈다. 클레어는 그의 눈을 노려보았다. 그가 이유를 말할 때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래요, 헌터, 듣고 있어요. 오늘 나를 세상의 자비에 내던질 만큼 당신에게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가 있겠죠.”

“희망을 품지 말라고 내가 말했잖아, 클레어.” 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두 달 전, 그에게 결혼 생활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마지막 한 번의 기회.

그는 말했다. “좋아,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우리에게 한 번 기회를 줘 보지. 하지만 희망은 품지 마, 클레어.” 

그리고 그녀는 슬프지만 희망을 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요, 잘될 거라고 믿어요.”

그 말은 화살처럼 날아와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다. 클레어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둘 사이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기쁘다고 말했던 사람이 정말 이 남자였던가? 

“이렇게 될 일은 아니었어, 그게 아니었다면... 젠장, 더는 연기할 수가 없어.” 헌터가 으르렁거렸다. 

갑자기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난 애초부터 너와 이 결혼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어, 클레어. 난 널 내 아내로 받아들일 수 없었어. 우리 사이에는 언제나 자라가 있었어. 그녀는 늘 여기 있었지.”

그는 자신의 심장이 자리한 가슴을 가리켰다.

“난 그녀를 절대 놓을 수 없었어. 그녀는 언제나 내 생각 속에, 내 머릿속에, 그리고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었어. 그녀가 결혼해서 다른 사람의 사람이 되고 떠났어도 난 그녀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녀는 끊어낼 수 없을 만큼 나쁜 습관이었어.”

“결혼한 지난 2년 동안 난 자라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를 생각할 기회조차 없었어. 우린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다른 사람의 것이 될 수 없었어. 난 언젠가 그녀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그녀는 반드시 내게 돌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 그는 너무도 담담하게 말했고, 그 말은 클레어를 조금씩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헌터는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듣기 괴롭겠지만 난 그동안 너와 함께 연기를 하고 있었어. 널 사랑하는 척하는 연기.”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클레어는 그가 아무런 가책도 없이 말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나를 사랑하는 척했다고요?” 그녀는 끝없는 고통의 바다에 휩싸인 채 속삭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가 이혼하면 날 가만두지 않을 걸 알고 있었어. 너를 떠난 뒤엔 또 다른 아내를 찾아 같이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테고, 난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었지. 그래서 또다시 아내를 찾아다니는 그 지긋지긋한 짓을 피하려고 그냥 맞춰 준 거야.” 

“나쁜 거래도 아니었어. 넌 이해심 많은 아내였으니까. 그렇게 모질게 굴어도 다 받아줬잖아. 다른 여자였다면 날 견디지 못했을까 봐 걱정됐어. 내 행동을 조용히 참아 주지 않았겠지. 그리고 자라가 내게 돌아온다면 다른 여자는 내가 그녀와 함께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넌 그럴 거였지.” 헌터가 죄책감 하나 없이 말하는 동안 클레어는 흐느낌에 목이 메었다. 

“그래서 난 너와 계속 함께하기로 했고, 그 모든 사랑의 가면도 그렇게 시작된 거야.”

그녀의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클레어는 이 말을 듣기 전에 차라리 죽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네가 알게 될 줄은 몰랐지만...” 헌터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에게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선 그는 너무도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끝날 운명은 아니었어.”

“하지만 더 이상 너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난 네 삶에서 물러날게.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신속한 절차를 요청하겠어.” 그 말은 그녀를 절망에서 끌어냈다. 

분노가 그녀를 파고들었고, 그녀는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클레어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녀는 그를 세 번이나 때린 뒤 온 힘을 다해 밀쳐냈다.

“당신은 겨우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여자를 위해 나를 떠나려는 거예요?”

“그녀는 그냥 아무 여자가 아니야. 자라고, 난 그녀를 사랑해.”

“자라든 아니든, 당신은 다른 여자를 위해 우리 결혼을 망치려는 거잖아요.”

“같이 있어 봐야 아무 의미 없어. 우리 사이엔 사랑이 없으니까. 난 애초에 널 거의 원하지도 않았어.” 그가 차갑게 말했다.

클레어의 눈은 눈물로 타들어 갔다. “우린 2년이나 함께했어요, 헌터. 우리 사이는요? 나는요?” 

“난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분명히 밝혔어, 클레어.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내 마음과 영혼을 지배하는 다른 여자가 있는데 어떻게 사랑하겠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거액의 돈으로 보상해 줄게. 이 저택도 네가 가져.” 헌터는 마치 고객에게 최고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처럼 말했다. 

“내 회사 지분의 70퍼센트도 네가 가져서 최대 주주가 되어도 돼. 헤어지기 전에 원하는 게 더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 네 요구는 전부 들어줄게.”

비웃는 웃음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클레어는 눈물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헌터의 얼굴에는 아주 작은 후회의 기색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문득 자라를 떠올렸다. 그녀는 결혼했었잖아?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집착하지 않았던 걸까? 그녀는 아름다운 여자였는데.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않았던 걸까? 

“그녀의 남편은요? 그녀는 결혼한 사람이 아니었나요?” ”

그제야 그의 시선이 올라왔고, 그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자라는 이제 과부야.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었어. 오늘이 그의 장례식이었고, 그를 묻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 거야.”

“그래서 당신은 나를 떠나 그녀와 결혼해서 다시 유부녀로 만들겠다는 거예요?” 

“그녀의 시댁은 아주 통제적이야, 클레어. 그녀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어. 이제 자라는 고아야. 그러니까 그들과 함께 갇혀 있는 거지. 누군가 구해주지 않으면 그들이 그녀를 죽일 거야.” 

“아, 그래서 당신이 그녀를 구해주고 싶다는 거군요!” 클레어가 외쳤다. 

헌터의 눈빛은 단호하게 굳어졌다. 그 순간 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디까지든 갈 사람처럼 보였다. 

“오래전에 내 것이 되었어야 할 것을 되찾고 싶을 뿐이야.” 그가 선언했다. 

계속...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이혼을 후회하다   60

    Chapter 60자라의 시점 (Zara's POV)믿기지 않는 현실의 파도가 내 안에서 요동쳤다. 손에 쥐고 있는 명의 이전 서류를 구겨버리지 않으려 손가락을 경련하듯 떨었다. 현실 같지 않았다. 이럴 수는 없었다. 헌터가 나를 이런 식으로 쫓아낼 수는 없었다."헌... 헌터, 날 쫓아내려는 거예요?" 나는 목소리 톤을 한참 낮추며 상처받은 척 시늉을 했다."난 그저 내 가슴속에서 날마다 커져가는 감정을 외면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리고 그 감정은 당신을 향한 게 아니지." 헌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내 입술이 떨렸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충격이 너무 컸다. 그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내 이성은 거센 폭풍을 맞은 듯 흔들렸다.서류를 멍하니 바라보자, 불과 10분 전에 내가 엔조에게 자만심에 차서 뱉었던 말들이 환청처럼 귀에 울렸다.'난 여왕으로 태어났어. 헌터 맥인타이어가 이 나라의 왕이니까 날 여왕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내가 감수했던 모든 위험과 범죄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나 때문에 파산했던 남편의 살해부터 스스로 꾸며낸 강간 자작극까지. 나는 클레어의 삶을 망가뜨렸고 그녀의 유산 원인이 되었다.이 모든 짓을 겨우 아무것도 아닌 결말을 맞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순금과 비싼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을 내 머리 위에 쓰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다. 평생 쓰레기처럼 취급하던 아내에게 갑자기 새로운 감정이 생겼다며 헌터가 이렇게 느닷없이 나타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가 그녀와 사랑에 빠질 수는 없었다.내 안에서 광기가 치밀어 오르며 창자가 비틀리는 듯했다. 남편을 죽인 후 며칠 동안 내가 자아낸 모든 꿈들이 거친 회오리바람처럼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꿈들이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보였다.나는 눈을 감고 그 꿈들을 꽉 잡았다. 내 꿈이 어둠 속으로 흩어지게 둘 수는 없었다. 클레어가 내 왕관을 차지하게 둘 수는 없다. 헌터가 내 왕관을 그의 전처 머리 위에 씌우도록 방치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내 길을 가로막는 것을 치우기 위해

  • 이혼을 후회하다   59

    Chapter 59자라가 킥킥거리며 응수했다. "그리고 그 남자 성기 때문이기도 하지. 이만큼 길고 이만큼 두껍거든." 그녀는 손으로 헌터의 성기 크기와 두께를 가늠해 보였다."너 같은 놈 성기 10개를 합쳐 놓아도 그 사람 것처럼 두껍게는 못 만들어. 게다가 침대 위에서 끝내주거든.""나보다 더?" 엔조는 그녀를 돌아 눕혀 한쪽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자라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는 그의 다른 한 손을 끌어당겨 젖혀진 반대쪽 유두에 얹어주고 손가락 사이에 쥐여주었다."내 솔직함으로 너의 피나는 노력을 욕되게 하고 싶진 않은데!" 자라가 킥킥거리며 웃자, 엔조가 유두를 깨물어 가슴에 지릿한 고통이 몰려왔다.고통을 되갚아주려 그 남자의 성기를 손으로 꽉 쥐려던 순간, 엔조가 다시 그녀의 몸속을 가득 채우며 거세게 들이치기 시작했다."그렇게 잘한다면서 왜 나랑 이 침대에 누워있는 건데?"자라는 웃음을 지으며 그의 억센 어깨를 끌어안았다."그야 그 멍청이가 전처를 향한 숨겨진 사랑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으니까 그렇지. 나한테 손 하나 대지 않으려 하고, 그 여자가 떠난 후로는 시체처럼 걸어 다니고 있거든."그녀는 계속해서 그가 들이치는 쾌감을 느끼며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싸쥐었다. "내가 그날 밤 젖은 몸에 란제리만 입고 돌아왔을 때, 난 뜨거운 밤을 보낼 준비가 다 되어 있었어. 거부할 수 없는 성적 호르몬을 자극하는 약까지 음식에 탔단 말이지. 그런데 그 거대한 성기를 가진 왕이 나와 섹스하지 않으려고 서재에 들어가 문을 잠궈버리더라고.""그래서 그 남자가 전처에게 돌아갈까 봐 두려운 거겠지, 안 그래?" 자라의 입술이 가늘어졌다."하지만 넌 네 맘대로 박아줄 큰 놈을 갖고 있잖아. 그 남자 걱정 따위는 할 필요 없다고."자라의 눈동자가 흥미로움으로 커졌다. 그녀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엔조가 먼저 답했다."얼마 전에 시내에 있는 BDSM 클럽으로 널 따라간 적이 있거든. 제법 더러운 짓을 즐기는 어린 양이었더군, 응?"엔조는 음흉하게

  • 이혼을 후회하다   58

    Chapter 58헌터의 시점 (Hunter's POV)사흘 뒤,헌터는 열려 있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지만, 그의 눈은 화면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 정신은 올드 머피 저택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지나치던 클레어의 그 순간에 멈춰 있었다."내가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한 거지— 걱정이라도 해줄 줄 알았나?" 그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내가 한 짓을 생각하면 내 낭심을 차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신사적이었어.”그는 머릿속에서 그녀를 지울 수 없었다. 헌터는 업무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그날 밤의 그녀의 잔상과 서늘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그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실수를 갚으려 해도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미안해, 클레어. 내가 너무 멍청했어. 네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어."그는 눈가를 비비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차라리 다행이야. 자라가 우리 삶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난 너에 대한 내 사랑을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 그 사랑은 항상 우리 사이에 있었어. 넌 나를 네 남자로 다뤄왔는데 난 그걸 전혀 몰랐지. 알지도 못한 채 평생 너와 행복한 남편 놀이나 하며 살았을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된 게 차라리 잘된 일이지.” 그의 입꼬리가 작은 미소를 그려냈다.“어떤 사건들은 삶에서 중요한 교훈을 주기 위해 일어나는 법이니까. 난 교훈을 얻었어. 지독하게 아픈 방식으로 배웠지. 미안해, 맥인타이어 부인. 죽은 우리 아이를 다시 돌려줄 수는 없겠지. 그건 내 능력이 밖의 일이지만, 우리가 다시 화해하고 정착하면 십여 명은 더 낳아줄 수 있어. 절대 너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네가 날 죽어서도 보기 싫어한다 해도, 넌 늘 네 주변에서 날 보게 될 거야.”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클레어의 결혼반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가슴은 불안하게 쿵쾅거렸고 눈은 피로로 가려웠다. 그는 단

  • 이혼을 후회하다   57

    Chapter 57헌터의 시점 (Hunter's POV)그가 내 뺨을 만지려 다가왔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에게서 피가 너무 많이 흘러내려 그의 발밑에는 이미 붉은 피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흐트러짐 없이 당당하고 단단한 자세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널 사랑했던 내 자신이 지독하게 혐오스러워. 넌 내 인생 최고의 실수야. 널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그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시선을 내리까벼렸다. 그 모습에 내 가슴이 아려왔다. 저렇게 거대하고 막강한 남자가, 내 말 한마디에 어쩌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넌 나한테 할 만큼 고통을 줬어, 헌터. 다시는 내 앞에 얼굴 비밀 생각 마. 감히 또 내 눈앞에 나타나면 난 자살해 버릴 거니까."그의 고개가 팍 들려 졌고, 그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벌어졌다."너 그럴 수—""내가 할 수 있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죽은 내 아이를 걸고 맹세하는데, 난 정말 할 거야."그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너 절대로 그런 짓 못 해.""할 거야. 그리고 네가 내 아이를 죽인 책임이 있듯, 내 죽음에 대한 책임도 전부 네가 지게 될 거다."그가 무어라 반박하려 했지만 내가 먼저 말을 막아섰다. "가버려, 헌터. 그냥 당장 가라고.""가라고, 제발!"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쳤다.더 할 말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 지독한 통증이 온몸을 괴롭혔다. 나는 벽에 기대어 서럽게 오열했다. 벽에서 몸을 떼어내어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그러다 헌터와 다시 마주쳤다. 그는 멀리 가지 못했다. 벽에 기대어 선 채, 코트 아래쪽 갈비뼈 부근을 살피고 있었다.나는 기둥 뒤로 숨어 그가 입술을 뒤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고, 그 모습에 내 가슴속에서 일렁임이 일어났다. 이내 그가 낮은 신음과 함께 왼쪽 갈비뼈에 박혀

  • 이혼을 후회하다   56

    Chapter 56무언가가 깨지고 파열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나는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헌터와 타일러는 서로의 목숨을 노리듯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헌터가 타일러를 벽으로 밀쳐치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에는 타일러가 헌터를 밀쳐내고 있었다.단 몇 초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두 사람 모두 온통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타일러가 헌터의 머리에 화병을 깨뜨리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퍼뜩 들었다. 충격으로 헌터가 몇 걸음 뒤로 휘청거렸다. 그는 중심을 잡으려 애쓰더니, 균형을 되찾자마자 미친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바닥에 떨어진 날카롭고 뾰족한 유리 조각을 낚아챘다."헌터, 안 돼!" 나는 그를 막아서며 온몸으로 그를 내던졌다.어지러움을 느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헌터의 피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의 이마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왼쪽 눈썹 끝이 찢어졌으며, 입술 오른쪽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그의 입술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괴물처럼 변해버린 그의 모습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밀려왔다."제발..."내가 왜 애원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가 행동을 멈추기를 바라서였을까? 아니면 그의 피가 그렇게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을 멈추기를 바라서였을까?헌터는 내 떨리는 몸짓을 본 듯, 유리 조각을 쥔 손에 세게 힘을 주어 손바닥을 깊게 찔렀다. 유리 조각을 내던지고 신음하기 전, 그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옆에 있던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타일러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던 무기를 그가 내려놓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분노가 진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 분노가 그의 안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폭발하기 전에 그를 여기서 끌고 나가야 했다. 나는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하지만 요란한 발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내 수고는 덜어졌다. 여러 사람의 발소리였고, 예상대로 제 오빠와 페넬로페, 그리고 타일러의 가족들이 달려왔

  • 이혼을 후회하다   55

    Chapter 55클레어의 시점 (Claire's POV)두 남자가 서로를 노려보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 머릿속은 지독한 두통으로 깨어질 듯 아파왔다. 꿈에서조차 이 두 사람이 이렇게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 따위는 결코 바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그들이 서 있었다. 나를 사이에 두고. 대체 무엇을 위해서? 서로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나는 기가 막혀 실소를 터뜨리며 눈을 감았다 떴다.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성인군자는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그들 모두 손에 피를 묻히고 사는 이들이었다.부자들이 더 큰 부를 쌓는 방식이 바로 그랬다. 피를 흘리는 것. 때로는 자신의 피를, 때로는 타인의 피를.비록 그들이 직접 범죄에 가담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었지만, 그들이 어둠의 세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애초에 하수인이나 세력 기반이 없는 남자라면 그렇게 지독한 적의를 품고 타인을 위협하지는 못할 테니까. 그리고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 그런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그렇기에 나 때문에 그들이 물리적인 주먹다짐까지 벌이게 되는 상황이 끔찍하도록 두려워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너 지금 남의 집 안방에 들어와서 설치고 있다는 거 알고는 있냐?" 타일러가 양손을 불끈 쥐며 지독하게 찌푸린 음성으로 조롱하듯 중얼거렸다.헌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비웃었다. 하지만 그의 침묵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위험함이 공기를 통해 그대로 전해져 왔다.헌터가 순간 이성을 잃고 타일러의 목이라도 꺾어 내 손에 쥐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가 할 수 있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타일러," 나는 헌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그를 막아서며 타일러를 향해 섰다.경련하듯 떨리는 내 손가락이 타일러의 손목을 잡았고, 나는 떨리는 미소로 그를 다독이려 애썼다."잠깐 밖에서 기다려 줄 수 있어? 제발."내 등 뒤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울려 퍼져 목덜미의 털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