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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

Author: 비유
그녀가 강경하게 사과를 원할 줄 몰랐던 임서화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내 다시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넌 꼭 네 동생한테서 사과를 받아내야겠니? 우리 가문이 아니었다면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 넌 어차피 몸도 건강한 상태잖아. 하지만 네 동생은 아픈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어떻게 그렇게 못될 수가 있어!”

강하랑은 차가운 표정으로 임서화를 보았다.

그녀는 사실 살짝 기대했었다.

여하간에 그녀는 거의 18년간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왔었고 그간의 정으로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감정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손톱만큼의 감정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인제 보니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

“그럼 정말로 제가 사고 났으면요? 정말로! 제가 누군가에게 유린을 당했으면요?”

임서화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멀쩡하잖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왜 고집을 부려! 언니가 동생한테 좀 양보해주고 봐주면 안 되니? 더군다나 세미는 아직 환자야. 아픈 사람이라고! 널 진심으로 해치려 한 것도 아는데 왜 이렇게 속 좁게 굴어?! 뭐든 속 좁게 굴어서 되겠니?!”

강하랑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굳어졌다.

“전 그저 사과 한마디만 원했을 뿐이에요.”

“그래! 그래!”

화가 극치에 다른 임서화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하랑을 노려보았다.

“내가 너를 잘못 키운 탓이지.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네가 그렇게 사과를 원한다면 양모로서 내가 사과하마, 됐니? 내가! 이 임서화가 딸을 잘못 키워서 너를 억울하게 만들었구나, 내가 사과하마! 하지만 강하랑, 세미가 아픈 것도 전부 네 탓이잖니, 아니야?”

그녀는 이내 다시 통곡하기 시작했고 강세미를 끌어안은 채,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네가 세미 자리를 차지해서! 우리 세미가 그동안 고생을 한 거잖아. 그래놓곤 넌 죄책감도 없니? 정말이지 그동안 내가 잘못 키운 게지. 당장 나가! 앞으로 다시는 강씨 가문에 얼씬도 하지 마! 난 너 같은 딸 키운 적 없다! 강씨 가문에는 더 이상 너 같은 딸은 없어!”

강하랑은 입술을 틀어 문 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고 강하랑이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게 되면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폐인 같은 그녀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을 거라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완강한 태도를 보였으니 강하랑이 임서화에 잘못을 빌 수는 없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강하랑의 반응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하랑이 입을 열려던 순간, 연유성이 앞으로 나서더니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아주머니, 세미의 병에 대해서는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랑이는 방금 유린당할 뻔했습니다. 편애하셔도 되는데 그래도 옳고 그름은 따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연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사돈 사이고 하랑이는 제 아내입니다. 아주머니께서 연을 끊으신다면 두 가문의 사이에도 금이 가게 될 겁니다.”

“연유성 씨.”

그의 뒤에 있던 강하랑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어젯밤 우리는 이미 이혼 합의서에 사인한 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저는 더 이상 당신의 아내가 아니라는 소리죠.”

방안의 모든 사람이 갑작스러운 연유성의 행동에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강하랑이 꺼낸 말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이미 이혼을 했다니!

바닥에 앉아 울고 있던 강세미도 강하랑의 말에 울음을 그치게 되었고 뜻밖의 소식에 기대하는 눈길로 연유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연유성은 등을 돌렸다. 그는 칠흑 같은 두 눈으로 이혼 소식을 밝힌 여자를 빤히 보았다.

강하랑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는 자신의 가방을 들었다.

“이미 이혼했으니 전 앞으로도 연씨 가문과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방금 사모님께서 하신 말도 기억하고 있죠. 전 앞으로 강씨 가문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된 겁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임서화를 향해 정중하게 큰절을 올렸다.

“아주머니 그동안 키워주셔서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비록 매번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그녀를 키운 건 사실이었다.

은혜와 원한을 그녀는 전부 기억해두기로 했다.

큰절을 올리는 그녀의 모습에 모든 사람이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증오했던 감정도 옅어지는 것 같았다.

강하랑은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큰절을 올리자마자 그녀는 떠나버릴 생각이었지만 임서화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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