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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화

ผู้เขียน: 비유
그녀의 목소리에 강하랑은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몸을 일으킨 임서화는 싸늘해진 얼굴로 손짓을 하더니 이내 누군가가 서류를 들고 왔다.

“네가 이 집안을 떠나겠다고 이미 결정했으니, 그럼 이 가족관계단절서에 사인하고 가.”

말로만 연을 끊는다는 것보다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이 더욱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하랑을 이미 호적에서 파냈다고 하더라도 강하랑이 후회를 하는지 안 하는지, 호화로운 재벌가 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임서화는 자신과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강하랑을 강씨 가문에 남겨 재산을 축내게 할 생각은 없었다!

강하랑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족관계단절서에 사인을 했다.

총 두 번을 사인하고 강하랑은 그중 한 부를 챙기더니 이내 다시 정중하게 임서화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등을 돌려 나가버렸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서류상 남... 아니, 전 남편도 말이다.

“강하랑!”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떠나가는 강하랑에 연유성은 무의식적으로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았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강하랑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의 손을 쳐냈다. 그녀는 혐오 가득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연유성 씨,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거죠?”

연유성은 강하랑의 그런 눈빛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를 이런 태도로 대한 적이 없었다.

증오와 경멸, 그리고 원망...

순간 그는 그 자리에 온몸이 굳어져 버리게 되었고 자신이 그녀를 붙잡은 목적도 잊어버렸다.

싸해진 분위기를 틈타 임서화 뒤에 숨어있던 강세미가 갑자기 나와 끼어들었다.

“언니,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엄마도 방금은 너무 화가 나서 가족관계단절서를 쓰라고 한 거야. 얼른 엄마한테 사과드리면 계속 가문에 남을 수 있을 거야. 오늘 밤 일은 난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 언니도 알잖아, 내가 조울증 있다는 거... 게다가 가문에서 나가면 언니도 갈 데 없잖아.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그러니까 제발 내 탓 하지 말아줘. 앞으로 치료도 꼬박꼬박 받을게, 응? 아빠 엄마한테 아이가 우리 둘뿐인데 앞으로 서로 도와주면서 부모님께 효도하면서 살자...”

갑작스레 끼어든 강세미가 한 말에는 여러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이 강하랑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전부 자신의 조울증 탓으로 돌렸고, 자신의 결백을 밝힌 후에 강하랑을 가문에 남겨두겠다며 자신을 관대한 사람으로 보이게 꾸몄다.

두 번째는 강하랑을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패륜아라면서 갈 곳도 없는 고아 취급을 했고, 강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이미 길바닥에 죽었을 거라며 쉽게 연을 끊어버리는 무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구경하던 무리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연기력이 대단하네요. 강세미 씨는 연극 수업을 받지 않아도 바로 영화에 출연해도 되겠어요. 정말 재능이 어마어마하네요!”

제일 구석에 있던 여자가 꺼낸 말이었다. 만약 그녀가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그녀가 누군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손뼉을 치면서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미리 가족관계단절서를 준비해놓고 강하랑 씨가 사인을 하니까 지금은 또 자신은 죄 없다는 듯이 사람을 남기려고 하네요.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없지 않아요?”

그녀는 바로 작년에 네티즌에게 모든 악플을 받았었던 연예인 온마음이었다. 스캔들이 터진 후 원래 그녀가 맡았던 영화 여주인공 자리는 강세미로 교체되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작품을 받지 못한 채 계속 네티즌에게 악플만 받고 있었다.

가련하게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강세미의 모습은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온마음 씨, 작년 영화 여주인공 자리 빼앗긴 일로 저를 미워하고 있는 거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건 제 잘못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건 저희 집안일이에요. 끼어들지 말아요!”

온마음은 큰소리를 내어 웃어버렸다.

“그래요, 그쪽 집안일이죠. 그런데 세미 씨는 본인 집안일에도 사람들을 불러들여 구경시키게 했잖아요. 양아치에게 강하랑 씨를 유린하게 사주해 놓고는 혹여라도 그 모습을 다른 사람이 모르고 있을까 봐 말이죠. 본인이 꾸민 일이라는 게 밝혀지니까 이젠 또 조울증 탓을 하고 넘어가려고 했잖아요. 이래도 제가 끼어들고 헛소리한 것 같아요?”

“온마음 씨!”

강세미는 치밀어 오르는 화에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하랑이 끼어들었다.

강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미 네가 넓은 마음으로 날 남겨두려고 하니, 그러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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