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이혼해달라면서?
이혼해달라면서?
Author: 허수연

제1화

Author: 허수연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진도훈은 황급히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빠르게 주방에서 나와 문을 활짝 열면서 웃으며 말했다.

“해온아, 오늘은 웬일로 일찍 돌아왔...”

진도훈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그의 아름다운 아내 여해온이 아니라 여해온의 비서 방혜나였기 때문이다.

“방 비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진도훈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로 손을 뻗었다.

“진도훈 씨, 저는 오늘 여 대표님을 대신하여 진도훈 씨와 상의하러 온 겁니다.”

방혜나는 진도훈을 힐끗 보더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곧장 소파로 직진한 뒤 가방 안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고개를 숙여 서류를 본 진도훈은 순간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것은 이혼합의서였고 갑과 을은 진도훈과 여해온이었다.

“방 비서님, 이건 무슨 의미죠?”

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도훈 씨, 진도훈 씨도 성인이니 이게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서류에 사인하신 뒤 제게 진도훈 씨를 찾아가 의논하라고 하셨습니다. 합의서 내의 위자료 조항은 비워둔 상태이니 진도훈 씨께서는 원하시는 액수를 직접 적어 넣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인하여 이혼에 동의하시면 됩니다.”

방혜나는 덤덤하게 말하면서 펜 하나를 꺼내 진도훈의 앞에 놓았다.

진도훈은 합의서를 확인했다. 여해온의 글씨체인 것도 맞았고 위자료 조항이 비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진도훈은 씁쓸한 기분이 들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기에 2조 원이라고 적는다면 해온이가 동의할까요?”

“진도훈 씨, 이성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아셔야죠.”

방혜나는 진도훈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

“대표님은 진도훈 씨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정을 생각해서 이렇게 챙겨주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디 현실적인 숫자를 적어넣으셨으면 좋겠네요.”

진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온이에게 전해주세요. 전 위자료 필요 없다고요. 전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결혼한 지 3년, 진도훈은 그간 여해온과 화목하게 잘 지냈었다. 물론 지난 1년 동안은 레빈 그룹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일도 많아져 여해온이 집으로 돌아와 진도훈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긴 했다.

그럼에도 진도훈은 둘 사이에 반드시 이혼이라는 수단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큰 문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 일은 그와 여해온의 일인데 여해온 본인은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비서를 보내 그와 의논하게 했다. 그러니 더더욱 동의할 수 없었다.

‘위자료는 내가 원하는 만큼 적으라고...’

진도훈은 여해온에게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해온은 지난 2년간 교운시의 신예 여성 기업가로 떠오르며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진도훈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적지만 않는다면, 수억 이나 수십억 정도는 여해온이 기꺼이 지급할 것이다.

그러나 진도훈은 돈에 관심이 없었다.

만약 진도훈이 돈만 밝혔다면 지난 3년 동안 여해온의 내조하면서 집안 살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도훈은 다만 여해온을 사랑했을 뿐이다.

“진도훈 씨,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세요?”

방혜나는 진도훈이 꼼짝하지 않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화를 냈다.

“대표님께서는 교운시의 유명한 기업가이고, 레빈 그룹은 대표님께서 열심히 운영한 덕에 교운시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어요. 반대로 진도훈 씨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전업주부일 뿐이에요. 그 점 유의하시고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랄게요.”

“내가 해온이 남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진도훈은 미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방 비서님도 알겠지만 3년 전 해온이는 나와 알게 되었을 때 궁지에 몰려 있었어요. 그때 레빈 그룹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저는 해온이와 헤어지지 않고 힘든 시간을 함께하며 늘 해온이를 응원해 왔어요.”

방혜나는 잠깐 침묵한 뒤 말했다.

“진도훈 씨,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요. 현실을 직시하시길 바랄게요. 제가 지금 이곳까지 찾아와서 진도훈 씨와 차분히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진도훈 씨께서 예전에 저희 대표님을 많이 챙겨줬기 때문이에요. 사실 대표님 능력이면 이렇게 합의를 볼 필요도 없이 소송해서 진도훈 씨가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이혼당하게 할 수도 있어요.”

진도훈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휴대폰을 꺼내 여해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많이 바쁘시니까 전화하지 마세요.”

방혜나가 진도훈을 말리려고 했으나 이때 여해온이 전화를 받았다.

진도훈은 눈빛 하나로 방혜나를 물러서게 했다.

방혜나는 평소 늘 점잖던 진도훈의 처음 보는 매서운 눈빛에 겁을 먹어 심장이 쿵쾅댔다.

진도훈은 시선을 거두어들인 뒤 여해온에게 말했다.

“해온아, 방 비서님이 방금 우리 집에 찾아왔는데 이 일, 알고 있어?”

레빈 그룹 회장 사무실.

긴 머리에 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 여해온이 통유리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흰 손으로 휴대폰을 쥔 채 창밖의 우뚝 솟은 높은 빌딩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도훈 씨, 우리 이혼하자.”

여해온의 입에서 내뱉어진 이혼이라는 두 글자에 진도훈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왜? 이유라도 설명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여해온이 빨간 입술을 달싹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지난 1년 동안 집으로 돌아가서 도훈 씨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도훈 씨에게 점점 차가워졌던 것도 사실은 도훈 씨랑 나 사이에 이미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이라는 격차가 생겼기 때문이야. 도훈 씨는 먹고 자고 노는 것에만 신경 쓰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없잖아. 도훈 씨랑 난 말이 안 통해. 내 커리어는 지금 한창 잘 발전하고 있는데 도훈 씨 때문에 발목 잡히기 싫어.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랑 말이 잘 통하고, 또 나와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거야.”

여해온은 그렇게 말한 뒤 길게 숨을 내뱉었다.

예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이제야 다 털어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말투도 편해졌다.

“그러니까 이혼하자.”

진도훈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3년 전, 네가 차를 탄 채 벼랑 아래로 추락했을 때 널 구한 건 나야. 나랑 결혼할 때 네가 그랬잖아. 우리는 운명이라고, 평생 나만 사랑하면서 살겠다고... 그 말들 이젠 다 잊은 거야?”

여해온은 조금 미안했는지 눈을 감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우리 이혼하자. 위자료는 도훈 씨가 원하는 만큼 줄게. 도훈 씨가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도 평생 돈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을 줄 수도 있어. 지난날에 대한 내 보답이자 보상이라고 생각해.”

“너한테는 돈이 전부겠지만 나한테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진도훈은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나랑 이혼하려고 결정한 거, 이현오 그 사람이랑 관련 있어?”

여해온은 잠깐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응.”

“그래, 알겠어. 행복하길 바랄게.”

진도훈은 어두운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앞치마를 벗어서 바닥에 던졌다.

방혜나는 왠지 모르게 진도훈이 두려워졌다.

진도훈은 방혜나를 힐끗 보더니 그녀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방혜나는 겁을 먹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진도훈은 그저 이혼합의서에 빠르게 사인한 뒤 테이블 위에 펜을 내려놓았을 뿐이다.

방혜나가 말했다.

“진도훈 씨, 위자료 액수를 적지 않으셨어요.”

“필요 없어요.”

진도훈은 그렇게 대답한 뒤 몸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

잠시 뒤, 그는 옷을 갈아입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밖으로 나갔다.

“이건 이 집 키예요. 여기 놔둘 테니까 여해온한테 가져다줘요.”

진도훈은 신발장 위에 키를 내려놓고 신발을 갈아신은 뒤 가방 하나를 메고 떠났다.

방혜나는 창문 너머로 진도훈이 단지를 떠나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여해온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보고했다.

“대표님, 진도훈 씨께서 사인하셨습니다. 그리고 집 키를 두고 떠나셨습니다.”

진도훈이 사인했다는 말에 여해온은 길게 숨을 내쉰 뒤 물었다.

“위자료 액수는 어떻게 돼요?”

“쓰지 않으셨어요.”

방혜나가 대답했다.

“쓰지 않았다고요?”

여해온은 깜짝 놀랐다.

“네.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축하드려요, 대표님. 드디어 원하시던 바를 이루셨네요. 게다가 진도훈 씨께서 위자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돈도 아꼈네요.”

방혜나는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여해온은 전혀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

“그만 얘기하고 어서 돌아와요. 천우 그룹에서 우리를 협력업체 후보에 넣었다고 했어요. 오후에 나랑 같이 미팅 가요.”

“정말요? 너무 잘됐어요. 천우 그룹의 협력업체가 된다면 회사 규모를 한 층 더 키울 수 있겠네요!”

방혜나는 놀랍고 또 기뻤다. 그녀는 빠르게 전화를 끊은 뒤 레빈 그룹으로 향했다.

한편, 조금 전 3년 동안 머물렀던 집을 떠난 진도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은 뒤 자연스럽게 상위자의 말투로 말했다.

“저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별일 아니면 방해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제 친한 친구가 갑자기 몸 상태가 악화했는데 제 친구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습니다. 오늘 기분이 언짢으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전화 너머 사람은 아주 비굴하게 굽신대며 설명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에 진도훈은 마음을 추스른 뒤 천천히 말했다.

“누구죠?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제 친구는 천우 그룹 회장 민서웅이고 지금 교운시에 있습니다.”

진도훈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이혼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치료해 줄 수는 있습니다만 제 규칙 아시죠?”

“그럼요!”

전화 너머 사람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천안 용왕은 진료비를 받지 않고 대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을 대가로 하죠. 민서웅은 교운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부유한 사람입니다. 민서웅의 목숨을 구해 은인이 된다면 앞으로 민서웅은 최선을 다해 선생님을 도와줄 겁니다. 만약 민서웅이 은혜도 모르고 멋대로 군다면 저 오은찬이 하루 안에 파산하게 만들겠습니다.”

“좋아요. 남강 상회 회장인 오은찬 씨가 약속해 주셨으니 구해주도록 하죠. 잠시 뒤 주소를 하나 보내줄 테니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 저를 데리러 오도록 하시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이혼해달라면서?   제30화

    “도훈 씨는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어. 나는 교운시의 전설이 될 여자야. 도훈 씨가 아무리 효도를 잘하고 살뜰히 나를 챙겨준다고 해도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할머니 생신이 지나면 바로 도훈 씨와 이혼해야겠어!”이현오 덕분에 민서웅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여해온은 또 한 번 저도 모르게 이현오와 진도훈을 비교했다.같은 시각, 민서웅은 정중한 태도로 진도훈에게 연락해서 지금 몸이 좋지 않으니 직접 집으로 찾아와 혹시 다른 병은 없는지 확인해 줄 수 있냐고 진도훈에게 부탁했다.진도훈은 알겠다고 한 뒤 곧장 택시를 타고 민씨 가문으로 향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민서웅은 자신의 아내 공채윤을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어제 나는 용 선생님 체면을 생각해 용 선생님과 아는 사이인 여해온 씨에게 프로젝트를 맡겼어. 그리고 수익 비율도 여해온 씨에게 유리하게 조정해 줬어. 하지만 그 일을 대놓고 용 선생님에게 얘기한다면 내가 생색을 내려고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 그래서 여해온 씨를 이곳으로 모신 뒤 여해온 씨와 대화를 나눌 때 용 선생님이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게 할 생각이야. 그러면 용 선생님도 자연스럽게 내 성의를 알아주시겠지.”“난 당신 같은 사람들이랑은 안 맞는 거 같아. 당신은 진짜 잔꾀가 너무 많아.”공채윤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어쩔 수 없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지금처럼 우리 회사를 크게 키우지 못했을 거야.”민서웅은 겉옷을 여미며 발코니로 걸어갔다. 발코니로 향하니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보였다.그곳은 민씨 가문의 개인 골프장이었는데 연간 관리비만 해도 수억 원이 들었다.그리고 민서웅의 딸 민아름이 그곳에서 한창 골프를 치고 있었다.민아름의 모습을 본 민서웅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공채윤에게 말했다.“어제 오 회장과 연락했었는데 용 선생님은 정말 엄청난 신분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어. 용 선생님에게 내가 많은 일들을 했다는 걸 보여줘야겠어. 가능하다면 평생

  • 이혼해달라면서?   제29화

    “그래? 알겠어. 모레 너희 할머니 생신에 나도 축하하러 가도 되지?”이현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혜영의 생신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했다.여해온은 웃으며 물었다.“오늘 할머니께 맞았는데 생신을 축하해드리고 싶다고? 화나지 않아?”이현오가 말했다.“너희 할머니는 손녀를 아끼는 마음에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거잖아. 이해해. 모레 선물을 준비해서 할머니께 정식으로 사과드릴게. 그리고 그 기회에 오해도 풀고 할머니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드려야지.”여해온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러면 모레 우리 할머니 생신 잔치에 오도록 해.”“그래. 약속할게!”이현오는 매우 기뻐했다. 여해온이 그를 서혜영의 생신 잔치에 초대해서 가족들을 만나게 하려고 하는 걸 보면 이미 그와 잘해보려고 마음먹은 듯했다.“그러면 모레 레스토랑은 내가 예약한 뒤에 연락할게. 걱정하지 마. 내가 진도훈 씨보다 훨씬 낫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테니까. 너희 가족들에게 누가 네게 제일 잘 어울리는 남자인지 보여줄 거야.”이현오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는 여해온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여해온은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마음만큼은 따뜻해졌다. 또 이현오는 늘 모든 것을 잘 준비해 두었기에 마음이 놓였다.그래서 이현오에게 할머니의 생신 잔치를 맡기면 안심되었다.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려는데 여해온의 휴대폰이 다시금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천우 그룹의 부대표 하유성이었다.“하유성 부대표님, 무슨 일이신가요?”전화를 받은 뒤 여해온은 웃으며 물었다.두 회사는 현재 초보적으로 협력하는 단계였기에 빈번한 소통과 조율이 꼭 필요한 시기였다. 그렇기에 여해온은 감히 하유성에게 소홀할 수 없었다.“여 대표님, 민 회장님이 이번 협력 건으로 여 대표님과 직접 얘기를 나눠보고 싶으시답니다.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는 민 회장님께서 먼저 제안하신 거라 여 대표님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네요.”하유성이 매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여해온은 하유성

  • 이혼해달라면서?   제28화

    진도훈과 여해온 두 사람은 서혜영을 집으로 데려다준 뒤 볼일이 있다면서 핑계를 대며 떠나려고 했다.서혜영은 걱정되는지 두 사람의 손을 잡고 꼭 화목하게 살아야 한다고, 부부 사이에 다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결국에는 화해해야 하고 이혼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레 자신의 생일이니 여해온에게 만약 생일날에 진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생일은 됐고 대신 관 하나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그 말에 여해온은 화를 낼 수도 없어 결국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했다.서혜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 옆으로 걸어간 여해온은 고개를 돌려 진도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진도훈이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여해온은 의아해하면서 말했다.“도훈 씨 일부러 할머니를 구청으로 데려간 거 아니야? 할머니의 손을 빌려 우리의 이혼을 막으려고 말이야.”“이현오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렇다 쳐도 너까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네.”마음이 차갑게 식은 진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냉소를 흘렸다.“할머니께서 거의 매일 구청 근처에 있는 시장에 장을 보러 간다는 거 알잖아. 할머니께서 장바구니 들고 있는 것도 봤을 거고. 그런데도 그런 오해를 하는 거야? 됐어. 나도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아. 이혼하자고 했던 것도 너고, 할머니 앞에서 이혼 안 한다고 한 것도 너야. 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했어. 네가 언제 내 의견 한 번 존중해준 적 있어?”진도훈의 눈동자에서 슬픔이라는 이름의 가시가 보였다. 그걸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아렸다.여해온은 슬픔에 젖은 진도훈의 눈빛을 보자 마음이 저려서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그래. 내가 오해한 걸로 칠게. 오늘 할머니께서 저렇게 말씀하셨으니까 할머니 생신 지나고 다시 이혼하자. 동의하지?”진도훈은 걸음을 옮겼다.“마음대로 해. 이혼하고 싶을 때 나 불러.”여해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뒷모습을 향해서 말했

  • 이혼해달라면서?   제27화

    이현오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머리를 부여잡고 설명했다.“할머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해온이는 진도훈 씨랑 이미 이혼했어요. 지금 해온이는 자유의 몸이에요. 저는 불륜이 아니에요!”“조용히 해. 누구 보고 할머니래? 그리고 똑똑히 들어. 우리 손녀랑 도훈이 이혼 안 했어. 앞으로도 이혼 안 할 거야. 감히 내 손녀를 또 귀찮게 한다면 진짜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서혜영은 이현오를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이현오는 여해온을 바라보았고 여해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가봐.”이현오는 답답한 심정에 한숨을 쉬면서 몸을 돌렸다.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도발하듯 진도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진도훈 씨, 집안 어른들이 당신 편을 들어줘도 소용없어요. 어차피 당신은 결국 해온이랑 이혼하게 될 테니까요. 당신은 해온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이 진짜 사나이라면 질척대지 말고 해온이를 위해서라도 빨리 이혼해요. 해온이가 행복해지는 걸 방해하지 말라고요.”진도훈은 여해온과 이현오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전 이현오가 그의 앞에서 여해온에게 고백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다.진도훈은 여해온의 마음을 붙잡기 귀찮았을 뿐이지, 아무에게나 괴롭힘당하는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그런데 이현오는 감히 주제 파악도 못 하고 먼저 그를 도발했다.‘간덩이가 부었네.’진도훈은 차갑게 웃더니 아주 섬뜩한 기세로 이현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뭐 하려는 거예요?”이현오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진도훈에게 경고했다.“난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어요. 어르신께서 때린 건 참을 수 있지만 당신이 감히 내게 손을 대려고 한다면 나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여해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도훈에게 말했다.“도훈 씨, 뭐 하려는 거야? 당장 이리 와!”그러나 진도훈은 못 들은 척하며 이현오의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뺨을 때렸다.짝!따귀 소리와 함께 이현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래도 봐줄 만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라서 손바닥

  • 이혼해달라면서?   제26화

    “할머니, 이건 저희 젊은이들 일이니까 저희 선택을 존중해주세요. 제발 간섭하지 마세요!”여해온은 화가 단단히 난 상태라 서혜영에게 대들었다.“젊은이들 일? 나도 한때 젊은이였어. 내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 결혼이라는 건 인생의 중대사야. 이혼도 마찬가지고. 너희 둘은 연애하다가 결혼한 거잖아. 나는 도훈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옆에서 다 지켜봤어. 해온이 너는 만족할 줄 알아야 해. 도훈이가 얼마나 큰 복덩이인데. 이혼하면 도훈이만큼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후회하는 건 네가 될 거야!”서혜영은 비록 나이가 꽤 많지만 기세가 넘쳤기에 여해온을 한바탕 호되게 혼쭐냈다.여해온은 화를 내며 말했다.“그만하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니까 할머니는 간섭하지 마세요. 전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었어요!”“그래. 이젠 내 말도 안 듣는다 이거지? 아주 머리가 커졌네!”서혜영도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졌다. 그녀는 순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할머니!”여해온과 진도훈은 동시에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진도훈은 팔을 뻗어 서혜영을 안은 뒤 손으로 서혜영의 등을 몇 번 두드렸고 그 덕분에 서혜영은 겨우 숨을 돌리고 눈을 뜰 수 있었다.“할머니, 괜찮으세요?”여해온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신을 차린 서혜영은 화가 난 얼굴로 여해온에게 말했다.“아니, 안 괜찮아. 내가 아주 너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아. 내가 화병으로 죽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도훈이랑 이혼해! 당장!”“안 할게요. 할머니, 그러니까 화 푸세요.”여해온은 서혜영이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었다.“진짜?”서혜영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고 여해온은 진도훈을 힐끗 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 할게요.”“그래. 이혼 안 하면 여전히 내 착한 손녀지.”서혜영이 흐뭇하게 웃었다.그러나 진도훈은 여해온이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은

  • 이혼해달라면서?   제25화

    “이 노인네 죽고 싶어? 그렇게 길을 막 건너면 어떡해...”택시 기사는 단단히 화가 나서 차에서 내린 뒤 노인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도훈의 싸늘한 눈빛을 보고 겁을 먹어서 입을 다물었다.이때 진도훈이 택시 보닛에서 서서히 손을 뗐다.택시 기사는 보닛에 사람 손 모양으로 깊은 자국이 남아 있는 걸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빨리 달렸습니다.”택시 기사는 이내 그들에게 사과했다. 혹시라도 진도훈이 자신을 때릴까 봐 두려운 듯 말이다.“꺼져요!”진도훈은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노인은 진도훈을 발견한 뒤 급하게 그에게 다가가느라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걸었다. 그래도 다행히 진도훈이 보호해 준 탓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만약 노인이 횡단보도를 걸었고 택시 기사가 노인을 차로 쳤다면 진도훈은 절대 택시 기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택시 기사는 죄를 사면받은 사람처럼 곧바로 차를 타고 물러난 뒤 모퉁이를 돌아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할머니, 괜찮으세요?”진도훈은 몸을 돌려 노인을 부축하여 길가로 향했다. 그는 걱정스럽게 물으며 티 나지 않게 체내의 영력을 노인에게 전달하여 놀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도와주었다.“괜찮아, 괜찮아. 아까는 놀랐는데 도훈이 네가 옆에 있으니 괜찮아졌어.”노인은 웃으면서 진도훈의 손을 잡고 친근하게 물었다.“도훈아, 여긴 어쩐 일이야? 할머니 보러 온 거야?”그 노인은 다름 아닌 여해온의 할머니 서혜영이었다.여해온과 결혼한 뒤로 여씨 가문에서 진도훈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이 바로 서혜영이었다.서혜영은 진도훈을 자신의 친손자처럼 대했고, 안명화 등 사람들이 진도훈을 나무랄 때면 진도훈의 편을 들며 그렇게 까칠하게 굴지 말라고 혼냈었다.서혜영의 자애로운 미소를 보자 진도훈은 그녀에게 여해온과 이혼신고를 하러 왔다고 솔직히 말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지금 당장 그가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모레 여씨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