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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저 코 안 골아요! 아마도

Penulis: 라온하제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0 14:15:23

"방이 하나뿐이라고요?"

바리는 문 앞에 선 채로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렇소."

무장승은 아무렇지 않게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바리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 뒤를 따라 들어섰다가, 거실 겸 방 하나로 이루어진 구조를 보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침대는 하나, 그 옆에 놓인 낡은 소파 하나. 그게 전부였다. 부엌이라고 해봐야 싱크대 하나에 냉장고 하나, 책상 하나가 벽에 붙어 있는 정도였다.

"저기요, 이거 완전 원룸이잖아요? 신혼집 컨셉으로다가?"

"관리국 사택은 전부 이 규격이오. 임시직 배정 사택은 특히 더."

"근데 팀장님은 여기서 원래 혼자 사셨던 거예요?"

"...그렇소. 500년째."

"500년을 이 좁은 방에서요? 안 답답하셨어요?"

무장승은 대답 없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침묵이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았지만, 바리는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캐물을 게 너무 많았다.

"저는 소파에서 자면 되죠?"

"아니오. 소파는 내가 쓰겠소."

무장승은 대답과 동시에 이미 서랍에서 이불을 꺼내고 있었다. 바리는 뭔가 말하려다 말고,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 남자, 이상하게 계속 자기가 손해 보는 쪽을 택했다. 아까 삼백이십 페이지 던질 때는 그렇게 매정하더니.

"팀장님, 진짜 괜찮으세요? 침대가 편할 텐데."

"괜찮소. 신경 쓰지 마시오."

"아니 근데 그러면 제가 마음이 불편하잖아요. 그냥 반씩 나눠 써요, 침대."

바리가 무심코 던진 말에 무장승의 손이 이불을 개다 말고 딱 멈췄다. 정적이 잠깐 흘렀다.

"...그건 안 되오."

"왜요?"

"규정 위반이오."

"침대 나눠 쓰는 게 무슨 규정 위반이에요, 그건 또 무슨 조항인데요?"

"...풍기 문란 조항."

바리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팀장님, 지금 저랑 저 서류상 부부거든요? 근데 풍기 문란이요? 그럼 애초에 결혼 자체가 풍기 문란 아니에요?"

무장승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듯 잠깐 굳어 있다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귀가 살짝 붉어져 있는 걸 바리는 놓치지 않았다.

"근데 팀장님, 이거 뭐예요?"

바닥에 그어진 파란색 테이프 선을 발견하고 바리가 물었다. 방 한가운데를 정확히 가로지르는 직선이었다. 자로 잰 듯 완벽하게 곧았다.

"경계선이오. 이 선을 넘으면 근태 감점 처리하겠소."

"...감점이요? 저 지금 집에서도 인사고과 당해요?"

"규정은 어디서든 적용되오."

바리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이 남자는 진짜 저승까지 와서도 규정집을 끼고 사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침대에 앉아 있던 바리가 슬쩍 발끝을 들어 선을 살짝 넘겼다.

"어? 저 지금 넘었나요? 넘었나 안 넘었나 애매한데."

"...넘었소."

"그럼 어떡해요, 감점? 벌금이라도 내야 돼요?"

바리가 눈을 반짝이며 놀리자, 무장승은 이불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잠깐 굳었다. 그러더니 낮게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주의만 주겠소. 이번엔."

'어? 방금 저 팀장님 당황한 거 맞지?'

바리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저 완벽주의 얼음 조각상도 놀리면 흔들리는구나 싶어서 은근히 재밌어졌다. 발끝을 다시 슬쩍 넘겼다가, 이번엔 아예 발 전체를 선 너머로 쭉 뻗었다.

"어, 또 넘었네요. 이번엔 완전히 넘었는데."

"바리 씨."

"네?"

"...주무시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오."

무장승은 서둘러 불을 끄고 소파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바리는 어둠 속에서 킥킥거리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오늘 하루, 죽어서 취업하고 결혼하고 첫 출근까지 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 밤이 지나갔다. 바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사나웠다.

트럭 헤드라이트가 눈앞으로 확 달려들었다. 몸이 붕 뜨는 감각, 그리고 아득해지는 시야. 귓가에는 아빠가 부르는 소리가 아득하게 울렸다. 바리는 잠결에도 숨을 몰아쉬며 이불을 움켜쥐었다.

"...아빠, 아빠..."

작게 흘러나온 잠꼬대에, 소파에서 뒤척이던 무장승이 몸을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바리 쪽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다가갔다.

식은땀에 젖은 이마, 잔뜩 웅크린 어깨. 무장승은 흘러내린 이불을 조심스럽게 끌어 올려 덮어주었다. 손끝이 바리의 어깨에 살짝 스쳤다가 떨어졌다. 그는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바리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여전히 뒤척이는 모습에, 무장승의 눈빛이 낯설게 흔들렸다.

"...겁내지 마시오. 여긴 안전하오."

낮게 읊조린 그 말은, 바리에게 닿지 않고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무장승은 그 자리에 한참을 더 앉아 있다가, 결국 소파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 의자를 끌어와 밤을 새웠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바리는 이상한 걸 발견했다. 침대 옆 탁자 위에 구겨진 서류 뭉치와 다 식어버린 찻잔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밤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이거... 팀장님?"

돌아보니 무장승은 이미 슈트를 갖춰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눈 밑이 평소보다 살짝 어두워 보이는 것도 같았다.

"일어났으면 준비하시오. 출근이오."

"저기요, 이 찻잔 팀장님 거예요? 밤새 안 주무셨어요?"

"...쓸데없는 걸 신경 쓰는군."

무장승은 대답을 피하며 서둘러 몸을 돌렸다. 하지만 바리는 분명히 봤다. 그의 귀끝이, 아주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을.

'설마 나 악몽꾼 거 다 지켜본 거야?'

바리는 뭔가 마음이 이상하게 몽글몽글해지는 걸 느끼며, 서둘러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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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76화 국장님, 이제는 말씀하세요!

    "나 안 가. 못 가. 진짜 못 가."국장은 사무실 기둥 뒤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었다. 낚시 조끼를 입은 덩치 큰 몸이 기둥 폭보다 두 배는 넓어서 숨었다기보다 기둥에 매달린 모양새였다. 바리와 덕순이 한쪽 팔씩 잡았지만 국장은 발끝을 바닥에 붙이고 버텼다."국장님, 13관문이잖아요.""13관문이 하필 이거라는 게 문제야.""내용을 한 번 더 읽어 드릴까요?"덕순이 서류를 펼쳤다. 13관문의 제목은 '인연 성사 1건'. 내용은 서로 마음이 있으나 말하지 못하는 한 쌍을 이어 줄 것. 담당 심사위원란에는 정자체로 '은숙'이라고 적혀 있었다. 바리는 이 서류를 처음 받았을 때 한참 웃었다. 마지막 칸에는 그녀가 직접 쓴 메모가 붙어 있었다.대상자는 제가 지정합니다.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 낚시터에서 기다리겠습니다."이게 사실상 청첩장이잖아요.""청첩장이 아니라 경고장이야. 내가 이 나이에, 명부 관리국장이 낚시터에서 고백이라니.""국장님이 염라대왕 모델이시라고 들었는데요.""그러니까 더더욱! 위신이 있지!""위신이 있어서 오십 년 동안 말씀을 못 하셨다는 거예요?""오십 년이라니, 사십구 년이야.""정확하게 세고 계셨네요.""세고 싶어서 센 게 아니야. 매년 사탕 포장지에 줄을 하나씩 그었더니 어느새 사십구 줄이 됐어.""그 포장지 지금 어디 있어요?""...서랍에.""가져오세요. 증거물로 제출할 거예요.""증거는 무슨 증거야!"국장이 입을 다물었다. 귀 끝이 붉어졌다. 덕순이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바리는 한숨을 쉬고 기둥에서 국장을 떼어내는 일을 포기했다. 대신 방 한구석을 돌아봤다. 무장승이 서류 뭉치를 들고 서 있었다."팀장님도 한마디 해 주세요.""...작성해 왔소.""뭘요?""고백 대사 초안이오. 서른 장.""서른 장이요?""압축하여 한 줄로 만들었소."무장승이 맨 위 종이를 국장에게 내밀었다. 국장은 안경을 올리고 받아 읽었다. 거기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좋아하오."...""...""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75화 12관문: 사자팀장은 사자성어로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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