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첫 출근이라는 게 이렇게 살벌할 줄은 몰랐다.
바리는 사원증을 목에 건 채 덕순을 따라 관문통과심사팀 사무실로 들어섰다. 파티션 너머로 직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아니, 힐끔이 아니라 대놓고 쳐다보는 거였다. 심지어 몇몇은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기까지 했다.
"저, 저 사람이야? 팀장님 신부님?"
"어머 진짜 사람이네. 나는 또 소문인 줄 알았지."
"근데 되게 평범하게 생기셨는데? 팀장님 취향이 저런 스타일이었어?"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지는 가운데, 뒤늦게 도착한 무장승이 성큼성큼 앞장서 걸었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직원들이 후다닥 자기 자리로 돌아가 모니터를 쳐다보는 척했다.
"자리는 저기요."
무심하게 가리킨 자리엔 이미 명패까지 놓여 있었다. 바리 (임시직). 옆자리엔 서류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고, 모니터엔 이미 업무 매뉴얼이 띄워져 있었다.
'와, 준비성 봐. 진짜 결혼식보다 업무 준비를 더 열심히 했네.'
바리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무장승이 서류 한 뭉치를 툭 내려놨다.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두꺼운 뭉치였다.
"관문 통과 심사 절차서요. 오늘 안에 숙지하시오."
"오늘 안에요? 이거 몇 페이진데요?"
"삼백이십 페이지."
"...진심이세요?"
"내가 농담하는 걸로 보이오?"
바리는 무장승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진짜 저 얼굴은 농담이라는 걸 할 수 있는 근육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팀장님, 저 오늘부로 팀장님 부인이잖아요. 남편이 아내한테 삼백이십 페이지를 하루 만에 외우라니 이거 가정폭력 아니에요?"
순간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옆자리 직원 하나가 숨죽여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무장승의 눈썹이 아주 살짝, 정말 미세하게 움찔했다.
"...업무와 사생활은 구분하시오."
"구분하고 계시잖아요. 지금 저한테 삼백이십 페이지 던지시는 거 보면요. 이게 무슨 업무예요, 이건 그냥 훈련소잖아요."
"필요한 절차요."
"필요한 절차치고는 좀 과하지 않아요? 저 어제까지 살아있었거든요? 갑자기 이렇게 서류 폭탄 맞으니까 좀 당황스러운데."
무장승은 잠깐 말이 없었다. 바리가 던진 말에 뭔가 걸리는 게 있었는지, 그는 서류 뭉치를 다시 집어 들더니 그중 절반 정도를 빼서 자기 책상으로 가져갔다.
"...오늘은 절반만 하시오. 나머지는 내일."
"어? 봐주시는 거예요?"
"규정을 조정한 것뿐이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은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바리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남은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사내식당은 전쟁터였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는데 여기저기서 대놓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팀장님 사모님이시래."
"실화냐, 저 조각상이 결혼을 다 하고."
"근데 진짜 급하게 한 결혼 아니야? 오늘 처음 왔다며."
바리는 잠깐 고민했다. 이대로 조용히 구석 자리에 앉아서 눈치나 볼 것인가, 아니면 정면 돌파할 것인가. 원래 성격상 후자였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정면 돌파하기로 하고, 식판을 들고 가장 수군대던 테이블 옆에 떡하니 앉았다.
"네, 제가 팀장님 사모님 맞고요. 궁금하신 거 있으면 대놓고 물어보셔도 돼요. 뒤에서 말고. 저 귀 밝아서 다 들려요."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누군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 성격 시원시원하시네요! 저 인사팀 오 대리인데—"
"저는 재무팀 옆자리 최 주임이요!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팀장님 원래 저렇게 무뚝뚝하세요? 저희는 5년 동안 웃는 거 한 번도 못 봤거든요."
"저도 오늘 처음 봤을 때 완전 놀랐어요. 근데 은근 챙겨주시더라고요, 서류도 줄여주시고."
"헐, 진짜요? 팀장님이요? 그거 완전 특혜인데?"
바리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대화 물꼬가 트였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금방 마음을 열었고, 바리는 원래 이런 상황을 주도하는 데 능숙했다. 웃음소리가 테이블 여기저기서 터졌고, 처음의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저 멀리 구석 테이블에서 혼자 밥을 먹던 무장승이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는 걸, 바리는 알지 못했다. 그는 젓가락을 든 채로 한참을 그쪽만 쳐다보다가, 누군가 옆을 지나가는 기척에 화들짝 놀란 듯 시선을 거뒀다.
퇴근 시간이 되자 무장승이 무심하게 다가왔다.
"관사로 이동하오."
"관사요? 저 집 없어요?"
"임시직은 사택 배정이오. 규정이오."
"또 규정. 팀장님은 진짜 규정 없이는 말을 못 하시나 봐요."
무장승은 그 말에 잠깐 멈칫했다가, 아무 대꾸 없이 앞장서 걸었다. 바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따라나섰다. 어차피 죽어서 온 곳에 내 집이 있을 리 없었다.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낯선 통로를 몇 번이나 꺾어 도착한 사택 앞에서, 무장승이 문을 열며 툭 내뱉은 한마디에 바리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방은 하나뿐이오."
골목을 꺾어 들어서자, 수첩에 적힌 주소지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이층집 한 채였다. 담장은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었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창문 몇 개는 깨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여기가... 맞아요?"바리가 수첩과 집 앞 번지수를 번갈아 보며 확인했다."맞소. 번지수가 일치하오.""근데 이거 완전 폐가 같은데요. 사람이 산 흔적이 없어 보여요."국장이 조심스럽게 대문을 밀었다. 녹슨 경첩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들어가 보자고. 조심해서."세 사람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 앞에 섰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무장승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가구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급하게 떠난 것처럼, 식탁 위에는 먼지 쌓인 그릇 몇 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팀장님, 여기 진짜 누가 살았던 곳 같은데요.""...그런 것 같소."바리는 거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낡은 소파, 색이 바랜 벽지, 그리고 벽에 걸린 빛바랜 달력. 날짜를 보니 20년도 더 지난 것이었다. 소파 옆 선반에는 작은 장난감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먼지가 두껍게 쌓인 채로도 누군가 정성스레 정리해둔 흔적이 느껴졌다."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이 장난감들, 누가 일부러 안 치운 것 같지 않아요?""...그런 것 같소. 마치 언젠가 다시 쓰일 걸 기다리는 것처럼."바리는 장난감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색이 바랜 작은 딸랑이였다. 손에 쥐자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이 달력, 20몇 년 전 거예요. 그럼 설마 여기가—""...당신이 태어난 곳일 가능성이 있소."바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집 안 곳곳을 살피던 바리는, 작은 방 하나를 발견했다. 아기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이었다. 침대 위에는 색이 바랜 모빌이 걸려 있었다."...여기가 제 방이었나 봐요."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국장과 무장승도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바리는 벽에 붙어 있는 낡은
이승으로 나가는 문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명부 관리국 지하 1층, 비상계단 옆에 있는 낡은 철문 하나가 전부였다."이게 진짜 이승으로 가는 문이에요? 완전 그냥 청소도구함처럼 생겼는데.""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마시오. 규정상 모든 차원 이동 통로는 위장 처리되오."국장이 허가증을 문에 가져다 대자, 철문이 옅은 빛을 내며 스르륵 열렸다. 그 너머로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가자고. 시간 끌면 끌수록 위험하니까."세 사람은 문을 통과했다. 순간 바람이 훅 밀려들며, 바리는 저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으악, 이게 뭐야. 공기 왜 이렇게 매캐해요?""이승 공기요. 미세먼지, 자동차 매연 같은 게 섞인.""팀장님은 안 답답하세요?""...조금 그렇소. 500년 만이라 그런가."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낯선 변두리 공업단지였다. 녹슨 공장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저 멀리 고속도로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바리는 그 소음마저도 반가웠다. 저승에서는 들을 수 없던, 사람 사는 세상의 소리였다."팀장님, 저 진짜 이상한 게, 이런 공장 소음까지 그리웠나 봐요.""...이승은 당신이 살던 곳이니 그럴 만하오.""팀장님은 이승에 뭐 그리운 거 없으세요?"무장승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딱히 없소. 저승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기니까.""그래도 500년 전엔 이승에서 사셨을 거 아니에요. 그때 기억은요?""...거의 남아 있지 않소. 너무 오래전이라."국장이 지도를 펼쳐 방향을 확인했다."이쪽으로 쭉 가면 수첩에 적힌 주소가 나올 거야. 걸어서 한 시간 정도.""한 시간이요? 택시 같은 거 못 타요?""우리 지금 신분증도 없고 돈도 없어. 그리고 이승 교통수단에 함부로 타면 흔적이 남을 수도 있고."바리는 한숨을 내쉬며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걸음 못 가서 무장승이 이상하게 뻣뻣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팀장님, 왜 그렇게 걸으세요? 로봇처럼.""...이승 중력이 저승보다 미묘하
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사흘 동안, 사무실은 겉보기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돌아갔다. 다만 모두가 조금씩 날이 서 있었다."언니, 그거 알아요? 요즘 팀장님 완전 이상해요."점심시간, 덕순이 식판을 내려놓으며 소곤거렸다."뭐가 이상한데요?""언니가 화장실만 가도 따라 나오려고 하시잖아요. 어제는 탕비실 갈 때도 같이 가시던데."바리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그거 그냥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요즘 상황이 상황이잖아요.""그래도 그렇지, 화장실까지 따라가려던 건 좀 과했어요. 결국 복도에서 기다리긴 했지만.""팀장님도 나름 고민 많이 하셨을 걸요. 어디까지 따라와야 되나.""그뿐이 아니에요. 어제 회의실 갈 때도 멀찍이 따라오시고, 탕비실 정수기 쓸 때도 뒤에서 지켜보고 계시더라고요. 저 완전 감시당하는 기분이었다니까요.""감시가 아니라 보호죠, 그건. 근데 좀 과하긴 하네요. 제가 뭐 혼자서 못 다니는 애도 아니고.""그래도 언니, 솔직히 싫지 않잖아요? 그 눈빛 보면 완전 애틋한데."바리는 그 말에 괜히 얼굴이 화끈거려서 국물을 떠먹는 척했다.그때 무장승이 식판을 들고 다가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는지 귀 끝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있소.""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팀장님 요즘 되게 과잉보호 하신다는 얘기였어요.""과잉보호가 아니라 필요한 조치요.""화장실 앞까지 따라오시는 것도 필요한 조치예요?"무장승은 대답 대신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덕순이 그 모습을 보며 키득거렸다."에이,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손목에 추적기라도 다시는 건 어때요? 그럼 편하잖아요.""...그런 방법이 있었소?""팀장님! 농담인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 어떡해요!"바리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무장승은 아쉬운 기색을 애써 감추며 국을 떠먹었다."그래도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오. 관리국 물품 창고에 위치 추적용 사원증도 있다고 들었는데.""팀장님, 그건 진짜 범죄예요. 사생활 침해라고요.""...사생활보다 안전이
이튿날 아침, 국장실에 모인 세 사람은 수첩에 적힌 주소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이 주소, 이승 쪽 좌표인데."국장이 낡은 지도를 펼치며 중얼거렸다."이승이요? 그럼 저희가 직접 이승으로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그런 셈이지. 근데 이게 좀 묘해. 이승 좌표치고는 관리국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안 된 곳이야. 마치 일부러 지워진 것처럼."무장승이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봤다."관측자들의 은신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내 생각도 그래. 근데 이승으로 나가는 건 규정상 특별 허가가 필요한 일이라, 그것부터 처리해야 돼."바리가 조바심이 난 듯 물었다."허가 받는 데 얼마나 걸려요? 사흘 뒤가 약속 날짜잖아요.""서둘러보긴 할 건데..."그때 국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노크도 없이 들어온 사람은 낯선 여자였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눈빛이 유난히 날카로웠다."실례하겠습니다. 관문통과심사팀, 맞습니까?"세 사람 모두 순간 경계했다. 무장승이 바리 앞을 슬쩍 막아서며 물었다."누구시오."여자는 미소도 없이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받아 든 국장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명함에는 그 눈동자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이번엔 글자도 함께 적혀 있었다. 관측 본부 제3팀, 선희."선희... 씨요?""이름 정도는 밝히는 게 예의겠죠. 다만 그 이상은 묻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바리는 그 담담한 말투에서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다. 상대는 자신들을 전혀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듯했다."관측 본부에서 나왔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바리는 숨이 턱 막혔다. 드디어 상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무슨 일로 오셨소."무장승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여자는 바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그 관측자의 딸이군요."바리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숨기려 해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투였다."...맞는데요. 그게 왜요.""확인차 왔을 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해를 끼치러 온 게 아니니까.""그럼 왜 오신
퇴근 후, 바리와 무장승은 다시 지하 3층으로 향했다. 국장은 급한 회의가 있다며 먼저 가 있으라 했지만, 바리는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팀장님, 저 진짜 불안해요. 그 영감님한테 무슨 일 생긴 거면 어떡해요.""...가서 확인해보면 알 거요."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지하 3층 복도는 어제보다 더 어두웠다. 형광등 몇 개가 아예 꺼져 있었고, 공기마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팀장님, 분위기가 어제랑 완전 다른데요.""...조심히 걸으시오."두 사람은 복도를 따라 천천히 나아갔다. 발소리를 죽이려 애썼지만, 조용한 복도에서는 숨소리마저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바리는 무장승의 소매 끝을 저도 모르게 살짝 붙잡았다."팀장님, 저 좀 무서운데 손 좀 잡아주시면 안 돼요?""...그러시오."무장승이 손을 내밀자 바리는 그 손을 꽉 붙잡았다. 차가운 손끝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단단함이 묘하게 안심이 됐다. 창고 철문 앞에 도착했을 때, 바리는 숨을 멈췄다. 어제는 분명 잠겨 있었다던 문이, 지금은 살짝 열려 있었다."저거... 국장님이 열어둔 걸까요?""아니오. 국장님은 아직 여기 오지 않았소."무장승이 먼저 문을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갔다. 바리도 긴장한 채 그 뒤를 따랐다. 창고 안은 어제와 달리 난장판이었다. 서류함 몇 개가 쓰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서류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영감님!"바리가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무장승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이거 보시오."서류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 급하게 무언가를 지우려 한 흔적 같았다. 바리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노인이 항상 앉아 있던 낡은 의자가 옆으로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채였다."저거 보세요, 의자도 저렇게 쓰러져 있고...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거 맞죠?""...그런 것 같소."무장승은 쓰러진 의자를 조심스럽게 세워 살펴봤다. 다리가 부러진 단면이 날카로
"언니, 제가 가만히 생각해봤는데요."점심시간, 덕순이 식판을 들고 오더니 바리 옆자리에 비장한 얼굴로 앉았다."뭘요? 갑자기 왜 그렇게 심각해요?""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딱 하나 있어요.""방법이요? 관측자 조직 상대할 방법 말하는 거예요?""아니요, 그거 말고요. 언니랑 팀장님 사이요."바리는 순간 사레가 들려 콜록거렸다."갑자기 그게 왜 나와요?""아니 지금 세상이 흉흉한데, 이럴 때일수록 확실하게 사귀어야죠! 서류상 부부 말고 진짜로요!""덕순 씨,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니까요.""아니 그럴 상황이니까 그런 거예요! 위기 상황일수록 관계가 확실해야 서로 더 잘 지킬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언니, 제가 이래 봬도 연애 컨설팅 자격증 있어요.""그런 자격증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제가 만들었어요! 셀프 발급! 워드로 예쁘게 만들어서 코팅까지 했다니까요. 보실래요?"덕순이 정말로 지갑에서 코팅된 카드를 꺼내 흔들었다. '연애 컨설턴트 1급 - 발급기관: 나 자신'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이걸 진짜로 만드셨어요? 이 정성을 딴 데 좀 쓰지 그래요.""이게 딴 데죠! 언니 연애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요!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요."덕순이 식판을 옆으로 밀어놓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손글씨로 빼곡하게 뭔가가 적혀 있었는데, 제목이 '팀장님 마음 흔들기 작전 - 1단계'였다."이게 뭐예요?""작전서요! 제가 지난주부터 몰래 팀장님 관찰했는데요, 팀장님이 언니한테 유독 약해지는 포인트가 몇 개 있더라고요.""팀장님을 관찰했다고요? 그거 무슨 스토킹 아니에요?""애정 어린 관찰이죠! 자, 1번, 언니가 아무렇지 않게 웃을 때. 2번, 언니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3번, 언니가 자기 앞에서 다치거나 아플 때."바리는 그 목록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이거 완전 신파 드라마 클리셰 모음집인데요? 4번은 뭔데요, 이 뒤에 더 있는 거 같은데.""4번은 비밀이에요. 아직 실행 단계가 아니라서.""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