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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1관문: 재무팀 오해영 대리의 첫인상 심사

Author: 라온하제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20 14:15:36

출근하자마자 무장승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오늘부터 관문 통과 절차 시작이오. 첫 번째는 재무팀 심사."

"재무팀이요? 저 돈 문제 있어요? 저 살아있을 때 카드값도 밀린 적 없는데."

"생전 지출 내역 심사요. 살아있을 때 쓴 돈의 용처가 관문 통과 자격 판단 기준 중 하나요. 지출 패턴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파악하는 거요."

"그거 좀 무섭네요. 제 지출 내역 다 까발려진다는 거잖아요."

"부끄러운 지출이 있소?"

"아니요, 근데 그냥... 사생활이잖아요, 그것도."

무장승은 대답 없이 서류를 정리했다. 바리는 어쩐지 찜찜한 기분으로 재무팀을 향해 걸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경을 치켜올리며 모니터에 코를 박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책상 위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하나같이 각이 딱딱 잡혀 있었다.

"바리 씨죠? 재무팀 오해영입니다. 여기 앉으세요."

오해영 대리는 딱 봐도 깐깐함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책상 위엔 각 잡힌 서류철, 색깔별로 분류된 포스트잇, 그리고 계산기 세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심지어 펜꽂이 안 펜들도 색깔 순서대로 정리돼 있었다.

"자, 생전 카드 내역 다 뽑아봤는데요. 여기 지출 항목마다 증빙 서류 필요해요. 영수증 없으면 관문 통과 불가입니다."

"네? 저 죽은 지 며칠 됐는데 영수증을 어떻게 챙겨요? 그리고 저 지갑도 없거든요, 지금."

"규정은 규정이에요.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자, 여기 3월 12일자 지출, 백이십만 원. 이거 뭐죠?"

바리는 내역을 들여다보다가 순간 목이 메었다. 그날은 아빠 응급 수술비를 급하게 마련하려고 적금을 깬 날이었다. 은행 창구 앞에서 손이 벌벌 떨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아빠 수술비예요."

"증빙은요?"

"병원 영수증이 있긴 한데, 지금 저한테 없잖아요. 죽었는데 영수증까지 챙기고 죽었어야 됐나요?"

오해영 대리는 잠깐 말없이 화면을 스크롤했다. 지출 내역이 쭉 이어졌다. 편의점 삼각김밥, 아르바이트 교통비, 그리고 반복되는 병원비 결제. 화려한 소비는 하나도 없었다. 옷 한 벌, 화장품 하나 산 기록조차 없었다. 스물여덟 살 여자애 지출 내역이라기엔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이거 다 병원비네요."

"네. 거의 다요."

"그럼 이 삼천 원짜리는요? 3월 20일자."

"그건... 아빠 좋아하는 붕어빵이요. 병문안 갈 때 사간 거예요."

오해영 대리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안경 너머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잠깐 손을 멈추고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바리 씨, 잠깐만요."

그녀는 서랍에서 다른 서류를 꺼내더니 뭔가를 확인하고는 도장을 꺼내 들었다.

"규정상 영수증 없으면 원칙적으로 불가긴 한데... 지출 패턴 보니까 명백히 부양 목적이시네요. 예외 조항 적용할게요.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데."

"정말요? 감사해요, 진짜."

"네. 대신 다음부턴 미리 챙겨두세요, 저승에서도."

오해영 대리가 픽 웃으며 농담을 던지자 바리도 따라 웃었다. 긴장이 확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근데 재무팀은 원래 이렇게 다 깐깐하게 보세요? 지출 내역까지?"

"저희 팀 원래 그래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지출 패턴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다 보여요. 자기 위해 쓴 사람, 남 위해 쓴 사람, 딱 갈리거든요. 바리 씨는 완전 후자시네요."

그 말에 바리는 왠지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 순간, 문밖에서 서류를 든 채 서성이던 무장승이 슬쩍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규정상 담당자는 개입할 수 없었지만, 그는 아까부터 복도에서 서성이며 몰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팀장님?"

지나가던 덕순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팀장님 지금 몰래 훔쳐보신 거예요? 관문 심사 규정 위반 아니에요? 담당자 개입 금지 조항, 팀장님이 만든 규정 아니에요?"

"...업무 확인 차 지나가던 것뿐이오."

"에이, 얼굴이 이미 다 티 나는데요, 뭘. 팀장님 지금 완전 걱정하는 얼굴이시거든요."

"내가 언제."

"거울 한번 보실래요?"

덕순이 낄낄대며 놀리자 무장승은 대답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뒷모습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다는 걸, 덕순은 놓치지 않았다.

한편 재무팀 안에서는 오해영 대리가 마지막 서류에 도장을 쾅 찍고 있었다.

"자, 1관문 통과입니다. 축하드려요."

도장이 종이에 닿는 순간, 바리의 손등이 갑자기 옅게 빛나기 시작했다. 은은한 금빛 문양이 피부 위로 떠올랐다가 서서히 스며들듯 사라졌다.

바리는 놀라서 손등을 문질렀다.

"이거 뭐예요? 방금 제 손에서 빛났는데?"

오해영 대리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안경 너머 눈이 조금 커졌다.

"어... 이 문양은..."

그녀는 말을 흐리며 바리의 손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뭔가 알아본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

"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다음 관문 준비나 하세요."

"아니 근데 방금 표정이 진짜 뭔가 알아보신 표정이었는데요? 그거 뭔데요?"

"...그건 제가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라서요. 죄송한데 다음 심사 대상자가 기다리고 있어서."

오해영 대리는 서둘러 서류를 정리하며 시선을 피했다. 바리는 찜찜한 얼굴로 재무팀을 나섰다. 방금 그 표정, 분명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 도대체 저 문양이 뭐길래 다들 이렇게 말을 아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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