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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3 15:59:18

도윤이 할머니 앞에 한쪽 무릎을 꿇는 순간, 식당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꽂혔다.

나는 눈으로 필사적인 변론을 시작했다.

부정해.

내가 미쳤다고 해.

피고인은 무죄니까 혼자 살아남아.

강도윤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도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강도윤.”

할머니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네가 우리 세아를 임신시켰니?”

보통 사람이라면 물이라도 찾았을 것이다. 최소한 ‘제가요?’라고 되묻기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윤은 법정에서 증인이 말을 바꿔도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가 대답했다.

“네.”

내 턱이 떨어졌다.

“뭐?”

도윤은 나를 보지도 않았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엄마가 숨을 들이켰다. 오빠는 입을 틀어막았다. 웃음을 참는지 비명을 참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도윤의 재킷 소매를 잡아당겼다.

“잠깐 나 좀 봐.”

“나중에.”

“너한테 나중이 있을 것 같아?”

할머니가 물었다.

“책임진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지?”

“세아와 결혼하겠습니다.”

나는 결국 식탁을 짚었다.

“강도윤!”

그제야 그가 나를 돌아봤다. 눈빛은 평소처럼 차분했다. 그 차분함이 더 미쳤다.

나는 웃는 척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너 미쳤어? 거짓말인 거 알잖아!”

도윤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가 내 귓가로 얼굴을 숙였다. 낮은 목소리가 귓불을 스쳤다.

“거짓말이면 진짜로 만들면 되지.”

나는 그대로 굳었다. 귓불부터 목까지 열이 확 올랐다. 스무 해 동안 무표정으로 살던 인간이 왜 하필 오늘 이런 대사를 치는 건데.

진짜로 뭘 만든다는 건데.

아이? 결혼? 아니면 지금 내 머릿속에서 폭발한 이 이상한 상상?

“너…….”

도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바로 세웠다.

“결혼 허락해 주십시오.”

나는 뜨거워진 귀를 손으로 감쌌다. 오빠가 수상하다는 듯 우리를 봤지만, 다행히 속삭임까지 들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할머니의 심문은 곧장 시작됐다.

“언제부터 만났어?”

“정식 교제는 석 달 됐습니다.”

석 달 전이면 나는 도윤에게 소개팅 상대가 디저트 사진을 쉰 장이나 찍는다고 흉을 봤다. 저 인간은 위증을 하면서도 호흡 한 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이를 가진 건 언제 알았고?”

“오늘 세아에게 들었습니다.”

그건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왜 결혼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았지?”

“제가 서두르면 세아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기다렸습니다.”

엄마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오빠는 감탄한 얼굴이었다. 즉석에서 짠 변론에 배심원 두 명이 넘어갔다.

할머니만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스무 해 동안 남매처럼 지냈다더니, 갑자기 연인이 됐다는 말을 믿으라고?”

도윤이 나를 돌아봤다.

“갑자기는 아닙니다.”

도윤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제가 오래 좋아했습니다.”

가슴이 덜컥했다.

연기를 돕기 위한 말일 것이다. 그래야 했다. 그런데 도윤은 농담을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저 인간이 거짓말할 때도 저런 눈을 했던가.

나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좋다.”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양가가 만나 날짜부터 잡지.”

“할머니, 잠깐만요. 결혼은 너무 빠르잖아요.”

“아이 배가 네 결심을 기다려 주니?”

“그래도 저희끼리 상의는 해야죠.”

“상의할 시간에 사고부터 쳤잖아.”

사고는 아이가 아니라 내 입이 쳤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엄마는 벌써 도윤 어머니에게 전화하겠다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나는 몸을 날려 막았다.

“이 시간에 무슨 전화예요!”

“애가 영업시간 끝났다고 없어져?”

오빠가 끼어들었다.

“차우진 쪽은요?”

할머니가 나를 바라봤다.

“내일 내가 취소한다. 대신 이 일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세아는 회사에서 빠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목덜미에 식은땀이 맺혔다.

“뭘 하시려고요?”

“네가 제일 싫어하는 방식으로 책임지게 하겠지.”

차우진과의 결혼. 선택지가 하나씩 잠겼다.

그때 도윤의 손이 식탁 아래에서 내 손등을 덮었다. 엄지로 접힌 내 손가락을 천천히 펴 줬다.

“걱정하지 마.”

그가 아주 작게 말했다.

“빈틈이 생기면 내가 막을게. 질문은 혼자 받지 말고.”

“변호사가 할 말이야?”

“오늘은 공범이니까.”

할머니가 비서에게 별채 열쇠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오늘부터 세아를 혼자 두지 않겠다. 몸 관리도 해야 하고, 둘이 정말 결혼할 사이인지도 확인해야겠어.”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무슨 뜻인데요?”

할머니가 열쇠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둘이 오늘부터 별채에서 같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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