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망설이던 손끝이 결국 문고리를 감쌌다. 그는 조용히, 아주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장모님…?”
대답은 없었다. 대신 문 너머에서 들려온 건 잠꼬대 같기도 한 얇은 한숨뿐이었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술기운이 어딘가에서 작은 용기를 부풀리고 있는 듯했다.
“장모님, 괜찮으세요…?”
다시 한 번 묻는다. 하지만 수면제의 기운에 잠식된 방 안에서는 그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준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문을 열었다.
찰카닥—
작은 마찰음과 함께 어두운 방이 눈앞에 펼쳐졌다. 익숙한 구조. 아이의 놀이방으로 쓰려 했던 그 방. 책장 대신 들어온 수납장, 그리고 비워진 컴퓨터 책상의 자리를 채운 그녀의 침대.
창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밤공기가 살짝 들이쳤고, 그 틈으로 바람이 들락거렸다.
“아…”
준호는 문득 아내 다희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두통은 엄마한테서 물려받은 거야… 약 먹고 잘 때는 꼭 창문을 좀 열어줘.’
그 말이 지금 이 공간을 설명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불 아래서 몸이 뒤척였다.
“흐으음…”
혜정의 낮은 신음. 고통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쫓기듯 찡그려졌다가 다시 풀어지는 얼굴이었다. 몸은 잔잔히 움직였고, 그에 따라 허리춤에 걸린 이불이 들썩였다.
그녀의 잠옷은 배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
하얀 피부 위로, 밤공기에 곤두선 솜털이 어슴푸레 돋아 있었다.
준호는 한 걸음 다가섰다. 이불을 덮어줘야 했다. 셔츠를 내려줘야 했다. 그랬다. 분명 그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 앞에서 그는 멈췄다.
손이 닿기 직전, 머릿속을 스친 욕실 앞에 섰던 이 몸의 속살. 그리고 모니터 속에서 봤던 이 몸과 겹쳐지던 장면. 이불과 셔츠 아래 비치는 살결의 곡선, 육덕진 실루엣은 준호의 환상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
손끝이, 망설였다.
—
“뭔 생각을 그렇게 해.”
툭—
조제실에서 나온 지환이 팔뚝을 툭 치는 바람에 준호는 손에 들고 있던 비타민 드링크를 쏟을 뻔했다.
“아, 쏟을 뻔했잖아. 형.”
“그러니까,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고. 어젯밤엔 누구랑 그렇게 마신 거야? …설마, 장모님?”
지환의 눈빛은 늘 준호의 머릿속을 훑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어도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이었다. 그것은 이런 상황일 때 더 놀라운 촉을 발휘하는 것 같아서 준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호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드링크를 끝까지 털어 넣고는, 지환이 마시고 내려놓은 빈병을 탁 하고 낚아챘다.
“아직 장모님하고 새벽까지 술 마실 정도로 친하진 않아.”
지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뭐, 그러긴 하지. 사위랑 장모가 새벽까지 마시는 것도 이상하긴 해. 근데 너네 장모님, 너 되게 좋아하는 거 같던데?”
준호는 피식 웃었다. ‘그렇겠지… 요즘 누가 처갓집 빚 갚아주고 장모까지 모시고 살겠어.’
그리고는 되묻듯 말했다.
“형처럼만 안 하면 사랑받지. 근데, 우리 장모 이야기는 왜 자꾸 해? 관심 있어?”
질문 같았지만, 눈빛은 거의 경계였다. 지환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장모님 되게 젊어 보이시더라. 그 나이 안 같던데?”
그 말에, 준호의 손끝이 얼어붙었다. 눈 안으로 불쾌함이 번지며 목덜미가 따갑게 열을 올렸다.
“씨발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선 넘지 마, 형.”
준호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버리려던 빈병들을 지환에게 도로 들이밀었다.
—
지환을 처음 만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동문회라는 게 뭔지도 모른 채 누군가의 손에 끌려 처음 나간 그 자리.
“나는 2학년 김지환이다. 너희들보다 1년 선배야.”
지환은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더니 그 자리에서 소주 한 병을 그대로 들이켰다.
모두가 얼어붙은 그 시범 이후 신입생들은 하나둘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마시다 죄다 토해냈지만, 끝까지 버틴 건 준호뿐이었다.
그는 왜 소주를 원샷해야 하는지, 왜 1년밖에 더 살지 않은 선배의 협박에 따라야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았다. 혀뿌리로 되돌아 나오려는 술을 끝까지 꾹꾹 눌러담았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흐릿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낯선 자취방에 들어갔고, 그의 등에 토해냈던 단편적인 기억만 희미하게 남았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자주 붙어 다녔다. 고민을 털어놓고 술을 마시고 크고 작은 일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일 년 뒤, 준호가 신입생들에게 시범을 보일 차례가 되었을 때 지환은 준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를 소개했다. 그리고는 단호한 눈빛으로 소주 한 병을 들이밀었다.
순간, 신입생들의 눈이 일제히 커졌다.
“워… 저 형 죽겠다.”
준호는 목이 바싹 타올랐다.
‘젠장, 이게 뭔 전통이야… 그때 나 죽을 뻔했는데…’
주위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이제 더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그는 결국 병을 입에 댔다.
— 꿀꺽.
첫 한 모금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준호의 눈이 번쩍 커졌다.
‘…이거, 물이잖아?!’
옆에서 지환이 살짝 윙크를 날렸다. 엄지를 세우며 ‘나만 믿어’라는 듯한 표정.
준호는 얼떨결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순식간에 빈 병이 그의 손에 덩그러니 남았다.
쓰러진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이 ㅅㅂ놈이 나한테만 소주를 먹인 거였어!?’
—
세월이 흘러, 각자의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 둘은 약국을 함께 열었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란 지환은 자신의 기행과 변덕을 ‘자기다움’이라 여겼고, 준호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집안일까지 떠안는 성실하지만 소극적인 남편이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결혼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환은 늘 순종적인 여성상을 입에 올렸다. 말없이 따라주고 불평 없는 아내를 이상적인 그림처럼 그리지만, 정작 본인은 밖에서 남성성을 과시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말 그대로 옛날 가장의 껍질을 벗지 못한 사람이었다.
결국 그의 결혼은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다.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늘 자신 있게 말하던 그의 생활도 함께 무너졌다.
그들의 약국은 그 둘을 닮았는지 크게 잘되지도, 망하지도 않았지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균형 위에 간신히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다희의 미국 발령이 결정되었을 때 준호는 망설였다. 지환을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이 어딘가 찝찝했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을 때 지환은 그 특유의 무심한 말투로 웃었다.
“괜찮아. 걱정 말고 가. 나도 가게 내놓고… 이참에 좀 쉬고 싶었어.”
1년이면 약국도 팔리겠지. 그리고 지환에게도 미래를 다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
아이의 재롱은 늘 무언가를 잊게 만든다.
혜정은 꺄르르 웃는 아이의 소리에 홀려 수면제를 먹을 타이밍을 놓쳤다는 걸 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가서야 알아챘다.
오늘따라
“할머니랑 잘래…” 하고 투정을 부리는 아이. 그 모습에 혜정은 조금 당황했다.
‘엄마의 품이 그리운 걸까. 엄마와 비슷한 살냄새 같은 걸 기억하는 걸까.’
사위가 아이를 참 잘 돌봐주고 있기에 눈에 띄는 결핍은 없어 보였지만, 아이의 마음속 허전함까지는 어른도 짚을 수 없다. 혜정은 어쩐지 미안한 마음에 괜찮다는 준호를 물리치고는 아무 말 없이 아이 옆에 누웠다.
한참 동안 책을 읽고 난 뒤, 작게 깔린 수면등의 불빛 아래로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졌다. 그 새근거림이 어쩐지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자장… 자장…’
그 생각이 곧장 선잠이 되어 아이뿐만 아니라 혜정도 끌고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드러운 무언가가 셔츠 안쪽, 배를 스윽 문질러왔다. 아마도 잠결에 뻗은 아이의 손일 테다.
하지만 그것이 살갗을 비비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순간, 혜정은 깜짝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 곁에 누웠다가 그대로 깜빡 잠들었던 것 같았다. 혜정은 하품을 삼키며 방을 나왔다.
‘이제는… 잠자기는 틀렸네.’
거실로 나오는 발끝이 조용했다. 안방 문은 닫혀 있었다. 사위는 이미 자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거실 벽에 걸린 시계는 밤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부드러운 가을 아침 햇살이 잠든 혜정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눈꺼풀 사이로 스며든 빛에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먹을까 말까...’
전날 밤, 수면제를 앞에 두고 망설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삼켜버린 결과였다.
“아휴… 먹지 말 걸…”
몸을 뒤척이며 혜정은 이불 안에서 한숨을 흘렸다. 밤사이 깊이 잤다는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몸은 더 무거워진 것 같았다.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그 생각을 곱씹으며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거실로 나와보았지만, 손자와 사위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식탁엔 치워지지 않은 그릇이 두 개. 거실 바닥을 뒹구는 아이의 잠옷. 사위도 분명 내가 늦은 바람에 당황한 흔적이 역력했다.
창문 사이로 가을빛이 쏟아졌다. 혜정은 머리를 한 번 툭툭 긁었다.
‘얹혀사는 주제에… 에휴… 청소나 하자.’
그녀는 잠이 덜 깬 몸을 일으켜 천천히 청소기를 집어 들었다.
—
남자들의 방은 티가 난다. 특히, 아내가 없는 남자 혼자의 방은 더더욱 그렇다.
준호는 괜찮다고 했지만, 혜정의 손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기방은 알아서 치우겠다고 했지만,
“안 해도 되지만, 해주면 더 좋다”
는 눈빛이 남아 있었다. 적어도 혜정의 생각에는 그래 보였다.
그녀는 책상 위에 소복이 앉은 먼지를 닦고, 쓰레기처럼 흩어진 작은 조각들을 휴지통에 하나씩 넣었다. 그 방 한쪽 구석에 새로 놓인 작은 휴지통. 전에는 없던 것이었다.
‘그래… 그냥은 못 살지, 불편해서.’
피식 작게 웃으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묵직한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었다. 물기가 없는 티슈 정도야 그냥 집어들고 속만 빼서 버리면 될 것 같았다.
그 순간, 손끝에 닿은 무언가의 감촉.
티슈. 한두 장, 아니, 여러 뭉치.
평범한 걸레짓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냥 먼지 닦은 걸지도. 처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손끝에 딱딱하게 굳은 어떤 자국. 미지근하게 굳은 엷은 껍질. 마른 액체의 끈적임이 그대로 굳은, 익숙한 감촉.
그녀는 움켜쥔 손을 조금 늦게 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속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며칠 전에 자신을 놀라게 만들었던 그 남자의 흔적이 분명했다.
입 안과 입 밖, 경계는 무너졌다. 서로의 숨과 열기가 뒤엉겼다. 거칠게 발기한 사위의 손은 가녀린 장모의 몸을 던지듯 소파에 돌려세웠다.“하읏!!!”짧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소파 등받이를 짚고 그 위에 무릎을 꿇은 혜정. 자세를 가다듬기도 전에, 그녀의 등 뒤에서 준호의 거친 숨이 내려앉았다.“하아…”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그녀. 입가엔 방금 전의 키스에서 풀려난 침방울이 가느다란 실처럼 늘어져 있었다. 떨리는 눈빛. 불안과 당혹, 기대감.그것은 오히려 그의 본능을 자극했다. 망설임이 사라지고, 이성의 얇은 껍질도 함께 벗겨졌다.“못 참겠어… 도저히…”말끝이 갈라지며 그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하얗게 드러난 엉덩이 사이, 그 사이를 가린 것은 손바닥만 한 검은 천 조각 하나뿐.두 다리 사이의 깊은 틈. 그곳에서 반짝이며 맺힌 습기 한 줄기가 그녀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준호는 말없이 손을 뻗었다. 양손으로 천을 단숨에 잡아당겼다.—지이익!“아흣!!!”
새근거리는 아이의 숨.두어 번 더 아이의 가슴을 토닥인 뒤에야 준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작게 숨을 고르고, 문고리를 잡았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 생각 하나로, 그는 문을 열고 조심스레 나왔다.캄캄한 거실.창밖의 불빛이 커튼 틈을 타 들어와 바닥에 희미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준호는 발끝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하윤이… 잠들었어?”적막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준호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리는 거실 쪽, 소파에서 나왔다.그곳엔 혜정이 앉아 있었다.조명도 켜지지 않은 어둠 속, 그녀의 눈빛만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실루엣이 뚜렷했다. 그녀는 늘 입던 잠옷이 아니었다.푸른빛을 반사하는 하얀 셔츠 한 장. 그것만 걸친 채였다.준호는 멈출 수 없이 다가섰다. 그녀의 어깨선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소매는 몇 번을 접은 듯 손끝만 겨우 드러나 있었고, 그제야 그는 알아챘다.그것은 자신의 셔츠였다.오늘 하루 종일 입었던, 자신의 냄새가 남아 있을 그 옷. 그녀의 허벅지 위로는 허연 살결이 천의 자락과 함께 숨을 쉬듯 들썩였다.
이불을 조심스레 걷어 올리고 몸을 틀었다. 준호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밤새 그녀를 놓지 않았던 팔이며, 끝내 무너지는 숨결마다 그녀를 파고들던 입술. 그 얼굴이 너무도 편안해서, 혜정은 잠시 움직이지 않고 바라봤다.그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아니, 잠이 든 후에도 완전히 놓지 못했다. 불안에 매달리듯,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녀의 몸을 계속 더듬었다. 그 손길에는 탐욕보다 애착이, 욕망보다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사위라는 호칭을 지우고, 단지 남자이자 연인처럼 품에 매달려 있던 그의 체온은 여전히 시트 속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왔다.“흐음…”팔을 겨우 들어올려 그의 이마를 쓸어보았다. 미간에 드리운 잔근육과, 아직 남아 있는 미소의 흔적.‘어쩌니, 우리… 이제…’“나 다자써어!!!!!!!”두 벽 너머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터지듯 들렸다. 준호가 반사적으로 튀듯이 몸을 일으켰고, 혜정은 이불을 몸에 감싸 안았다. 침대에서 내려가는 그의 등 뒤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뒤따랐다.“옷!! 옷!! 입고 가야지!”—
“끄하아아아앙!!!”절정이 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 전체가 무언가에 꿰뚫린 채로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구치고, 한순간 모든 감각이 꺼져버리는, 전류 같은 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으흐으그… 으그으윽… 어그윽…”이해할 수 없는 소리.통제되지 않는 몸.그 사이로 흘러나온 애액은 걸쭉하게, 두 사람의 사이를 흰 실처럼 뒤덮었다. 준호는 그녀에게 자지를 꽂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풀썩.시트가 펄럭이며 바닥에 착 가라앉았다.“허으윽…!”그녀의 신음 위로, 준호는 몸 전체를 그녀 위에 겹쳤다.그리고 허리를 거칠게 박아댔다.—철썩 철썩 철썩 철썩준호는 허공에 든 장모의 다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온몸의 무게를 실어 혜정의 중심에 쏟아붓고 있었다.끝까지 빠졌다가, 다시 깊숙이.살이 마찰하며 내는 파열음. 걸쭉하게 섞인 체액이 내는 질척한 소리. 두 사람의 경계는 이미 녹아 있었다.
— 질퍽 질척젖어 있던 곳에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억눌렀던 욕망의 흔적처럼, 적나라하게 넓게 퍼졌다.서로의 땀과 숨결, 그리고 막 터져나온 액체가 뒤섞이며 다리 사이를 뜨겁게 적셨다.혜정은 엉덩이를 한번 더 깊게 밀어넣듯 앉히며, 다리에 맺힌 감촉을 느꼈다.“흐그으으응!!!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철벅. 철벅.“아흑…”“아윽…!”일정하게 울리는 살과 살의 부딪힘. 음탕한 물소리가 방 안을 메우는 가운데, 혜정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시선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준호의 얼굴. 그는 혜정에게서 시선을 한 번도 떼지 않았다.아래에서, 위를 덮고 있는 그녀를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이, 뜨겁고 날카로웠다.‘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기분은 좋은 걸까.&rsquo
준호는 두 손으로 혜정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손바닥 아래, 살결이 뜨겁고 젖어 있었다.그녀의 몸이 시트에 눌릴 때마다 살이 맞부딪혔다.—철썩 철썩허벅지가 부딪칠 때마다 그녀가 떨렸다. 안쪽에서 그를 더 깊이 끌어들이는 떨림. 준호는 무릎을 세운 채 상체를 숙였다. 몸 전체의 무게를 그녀의 허리 위로 실었다. 제압하듯, 그러나 터져 나오는 쾌락은 항복을 받아내는 것에 가까웠다.“허억… 허억…”숨이 맞물릴 때마다 땀이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이 그녀의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더 깊게, 더 확실하게.“아흑!!! 나몰라!! 아흐으응!!!!”그녀의 신음이 터질 때마다 준호의 귓가가 떨렸다. 그 소리가 고통인지 쾌락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다만 그 음색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한순간도 멈추지 못했다.몸속 어딘가에서부터 피가 몰려왔다. 허리 아래로 쏠리는 열기와 함께, 머리끝까지 번지는 압력이 폭발 직전까지 차올랐다.“으윽!! 쌀게요…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