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지혜정님, 들어오세요.”
진료실 문이 반쯤 열리고 간호사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혜정은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구도심의 낡은 건물에 자리한 내과치고는 깔끔했다. 환기창 틈마다 햇살이 들어왔고, 직원들의 유니폼은 반듯했다. 말끝에 묻어나는 응대는 정돈된 친절이 배어 있었다. 사위의 후배라는 사람은 꽤나 괜찮은 사람임에 분명했다.
직원들에게 권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사람임이 분명할 것이라 혜정은 생각했다. 한 번 더 주변을 훑은 뒤, 그녀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진료실 문을 넘었다.
“어서오세요.”
낯선, 그러나 단정한 여성의 목소리. 혜정은 걸음을 멈췄다.
“…아…”
사위의 후배라고 들었을 땐 당연히 남자를 떠올렸다. 그런데 하얀 가운을 입고 앉은 이는 또렷한 눈매를 가진 젊은 여의사였다. 단정한 말투, 짧게 묶은 머리, 그리고 조용한 미소.
“안녕하세요. 준호 선배 장모님이시죠?”
‘오빠’라는 호칭이 나올까 긴장했던 마음이 ‘선배’라는 단어에 약간 풀렸다. 그래도 혜정은 마음 한켠이 찝찝했다. 같은 학교 선후배, 지방의 같은 건물에서 하는 약국과 병원이라니. 모든 게 너무 ‘우연치고는 심상찮은’ 느낌이었다.
“아… 네. 사위가… 칭찬 많이 하더군요…”
의사는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문진표를 들여다봤다. 그녀의 가운 위로 보이는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다.
[강현주]
‘현주… 현주라…’
그 이름이 어디서 들었던 이름일까. 같은 건물에 후배가 있다는 말은 왜 하지 않은 걸까. 의사가 무언가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혜정은 자신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어머님, 약을 드시면 낮에도 피곤하다고 하셨죠? 아마 이 약도 그럴 거예요. 용량을 줄여드릴까요? 아니면 복용 시간을 앞당겨 보실래요?”
의사는 예의바르게 선택지를 건넸다. 혜정은 몇 초간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일찍 먹어볼게요.”
기왕 수면제를 택한 이상, 오늘만큼은 꼭 잠들고 싶었다.
—
끼이이익— 유리문이 낮은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약국 안은 조용했다. 카운터 너머로 각자의 휴대폰을 보던 두 남자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아, 어머님! 오셨어요?”
준호가 먼저 환한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병원 다녀오셨어요? 이리 주세요.”
그는 카운터 플랩을 열고 나와 혜정에게 다가섰다. 손에서 처방전을 받아든 순간, 시선은 곧장 종이 위로 떨어졌다.
“불편하시면 약을 조금 줄이셔도 되는데… 나눠 드실거면 반 알로 쪼개드릴까요?”
“됐어. 괜찮아.”
혜정이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그냥 먹을게. 일찍 먹고 자보지, 뭐.”
그 말에 준호는 잠시 시선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까득— 냉장고에서 캔 드링크를 꺼낸 지환이 뚜껑을 따며 다가왔다.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묻어 있었다.
“어머님, 준호 결혼식 때 뵙고 이제야 뵙네요.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혜정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받는 의례적인 칭찬에, 숨기지 못할 기분 좋은 기색이 번졌다.
“아휴… 지환 씨도 여전하네요. 우리 사위, 잘 부탁해요.”
그녀의 상투적인 말에 지환도 웃음으로 받아쳤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가벼운 온기. 그러나 준호의 시선은 묘하게 굳어 있었다. 지환의 눈길이 혜정의 목선을 따라 내려가 허리 아래로, 치마 자락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준호는 아무 말 없이 조제실 쪽으로 지환의 어깨를 슬그머니 밀었다.
“형, 얼른 들어가서 약이나 만들어와.”
지환의 시선이 자신의 상상을 자꾸만 들춰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준호는 한자리에 그를 둘 수 없었다.
—
꿈도 없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 수면제는 제 역할을 했고 혜정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몸은 아직 오래도록 겪어온 불면의 습관을 잊지 못한 듯, 어딘가 어색한 틈을 느끼고 있었다.
쌀쌀한 밤공기가 가슴팍에 닿는 순간—피부가 먼저 움츠러들었다.
등줄기를 따라 스며드는 냉기가 잠결에도 ‘깨어남’을 예고하는 듯했지만,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불편함이 오래도록 그녀를 흔들었으나, 움직이지 않는 몸은 버둥거림조차 꿈속의 일처럼 느려졌다.
‘조금만 더… 자고 싶어…’
그때였다. 아주 부드러운 감촉.
섬유의 결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 위를 덮어왔다. 거의 손끝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하게—잠결이었지만 분명히 그것은 사람의 손과 온기가 있었다.
따뜻한 기운이 배와 가슴을 지나 목선 위로 흘렀다. 차갑게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며, 그녀의 입술 사이로 미세한 숨이 흘러나왔다.
“흐음…”
눈은 감고 있었지만 몸은 알 수 있었다. 분명 어딘가 조심스럽고, 망설임이 담긴 손길이다.
누구인지, 현실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할 만큼 깊은 잠이 다시 그녀를 삼켰다. 그 온기는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그 감각은 어딘가, 내일도 기억되고 싶은 감각이었다.
—
—삐리리리
아침. 알람 소리가 생각보다 불쾌하지 않았다. 밤새 깊이 잠들었던 혜정은 혹시라도 알람을 듣지 못할까봐 서너 개를 겹쳐두었지만, 첫 번째 알람의 첫 음절만으로도 천천히 눈이 떠졌다.
얼마만이었을까. 이렇게 편안하게, 기분 좋게 눈을 뜬 아침은.
머릿속은 여전히 조금 흐릿했지만, 몸은 유난히 가벼웠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천천히 손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가슴께를 따라 손바닥으로 살며시 몸을 쓸었다.
그때 어렴풋이 떠오른 한순간.
어젯밤, 한 번 깼는지도 모를 그 찰나의 감각. 가슴 위로 조심스레 내려앉던 부드럽고 따뜻한 무언가. 그것이 단순히 이불이었을까. 뒤척임 만으로 스스로 만들어낸 온기였을까… 아니었다.
그 안에는 사람의 체온 같은 것, 그리고 지나간 망설임 같은 것이 살짝 섞여 있었다.
누군가가 덮어준 거라면… 그게 누구였을까.
그녀는 그대로 이불을 당겨 얼굴 아래까지 끌어올렸다. 조금 더 느껴보고 싶은, 조금 더 숨기고 싶은 감각이었다.
그러던 순간—
“나 다 잤어~~~~!!!!!!”
아이 방에서 들려온 외침. 혜정은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했다. 무심코 고개가 돌아간 쪽, 준호의 방문이 자신보다 한 박자 늦게 열렸다.
“하암… 어머님, 일어나셨어요?”
헝클어진 머리칼, 잠에 덜 깬 눈.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좀 더 자.”
습관처럼 흘러나온 말. 말끝이 흐를 무렵, 그녀의 시선은 문 안으로 사라지는 준호의 뒷모습에 잠시 머물렀다.
특별한 표정도, 말도 없었지만 그 짧은 시선 속에 뭔가 얇은 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말할 수 없고, 굳이 말할 이유도 없지만… 몸은 이미 그 감각을 되살려내는 듯했다.
—
점심 시간이 한풀 꺾인 뒤, 약국에도 잠깐 여유가 생겼다. 준호는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메시지 알림이 와 있었다. [장모님]
[장모님] 급하게 나가더니, 아침도 안 먹고. 배 안 고파?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숨이 새어 나왔다. 조금만 더 자겠다며 이불을 뒤집어쓴 뒤 그대로 아침까지 곯아떨어진 기억이 스쳤다. 그렇게 깊이 잘 줄은 몰랐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새벽에 술을 찾았던 건지, 다시 한숨이 터졌다. 준호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짧게 답을 보냈다.
[네, 괜찮아요]
속은 그리 괜찮지 않았지만.
“후…”
입을 가볍게 다물며 내쉰 숨에 소주향이 따라 붙는 것 같았다.
까드득.
옆에서 지환이 비타민 드링크를 열고는 준호의 손에 얹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것도 하나 더 까서 툭 털어넣으며
“크으~~” 하며 인상을 썼다.
그의 표정을 옆눈으로 흘끗 본 준호는 휴대폰의 문자를 바라보는 채로 지환에게 물었다.
“형두?”
“응, 나두.”
늘 하던 농담의 합에 준호가 피식거리며 한 모금 마시려던 찰나, 다시 진동이 울렸다.
띠링.
이번에도 [장모님]
[장모님] 근데… 나 어제도 잠꼬대 했어?
준호는 마시던 드링크를 입술 아래에서 멈췄다.
캔이 살짝 흔들렸다.
지환은 아무렇지 않게 조제실 안으로 들어갔고, 준호는 손에 든 병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어젯밤을 떠올렸다.
헝클어진 이불, 그 아래에서 잔잔히 오르내리던 숨결, 잠결의 얼굴, 뒤척이며 흘러나온 한숨.
장모님은 지금 그것을 묻고 있는 걸까.
준호는 메시지를 닫지 못한 채 그 문장만 조용히 바라봤다.
—
딱히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이 떠졌다.
캄캄한 방 안.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니 새벽 두 시였다.
준호는 다시 눈을 감으려 했지만 액정에서 쏟아진 푸른빛은 눈꺼풀 아래까지 박혀버린 뒤였다.
한참을 뒤척였다. 포털 메인에 걸린 뉴스, 의미 없는 커뮤니티 글, 익숙한 광고와 낯선 유머들. 손가락은 무심히 움직였지만 머리는 오히려 더 또렷해져만 갔다. 그는 한숨을 쉬며 텅 빈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예전 같으면, 다희가 옆에 있었다면, 얕은 숨소리를 깨울까봐 억지로라도 다시 눈을 감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게, 그나마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후…”
잠이 더 깊어지기 전에 뭐라도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도 깨어있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준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며칠 전 사두고 마시지 않은 소주 한 병이 떠올랐다.
주방으로 나가 병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 까드득.
작은 병뚜껑 소리에도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큰 잔에 얼음을 채우고 소주를 따랐다. 레몬즙 몇 방울.
‘따뜻한 우유는 얼어죽을…’
준호는 잔을 들어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닫고 유튜브를 켠 뒤, 말 없는 혼술이 시작됐다.
‘마누라 없는 것도… 뭐, 꼭 나쁜 건 아니네.’
잔이 바닥을 보일 즈음, 얼음도 거의 녹아 있었다. 한 잔 더 마실까 고민했지만 시간은 이미 3시를 넘어서 있었다.
‘그만 마셔야겠다…’
준호는 몸을 일으켜 잔을 조용히 들고 문을 열었다. 주방에 잔을 내려놓고 돌아오던 길, 작은 소리가 귀에 스며들었다.
“…흐읍…”
기척. 부스럭거림. 그리고 숨 같은 무언가.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멈췄다.
장모 혜정의 방. 그 소리는 그때, 그 새벽 문 틈 너머로 들려오던 그 소리와 비슷했다.
준호는 그 소리에 끌리듯 조용히 그 방 앞에 섰다.
입 안과 입 밖, 경계는 무너졌다. 서로의 숨과 열기가 뒤엉겼다. 거칠게 발기한 사위의 손은 가녀린 장모의 몸을 던지듯 소파에 돌려세웠다.“하읏!!!”짧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소파 등받이를 짚고 그 위에 무릎을 꿇은 혜정. 자세를 가다듬기도 전에, 그녀의 등 뒤에서 준호의 거친 숨이 내려앉았다.“하아…”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그녀. 입가엔 방금 전의 키스에서 풀려난 침방울이 가느다란 실처럼 늘어져 있었다. 떨리는 눈빛. 불안과 당혹, 기대감.그것은 오히려 그의 본능을 자극했다. 망설임이 사라지고, 이성의 얇은 껍질도 함께 벗겨졌다.“못 참겠어… 도저히…”말끝이 갈라지며 그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하얗게 드러난 엉덩이 사이, 그 사이를 가린 것은 손바닥만 한 검은 천 조각 하나뿐.두 다리 사이의 깊은 틈. 그곳에서 반짝이며 맺힌 습기 한 줄기가 그녀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준호는 말없이 손을 뻗었다. 양손으로 천을 단숨에 잡아당겼다.—지이익!“아흣!!!”
새근거리는 아이의 숨.두어 번 더 아이의 가슴을 토닥인 뒤에야 준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작게 숨을 고르고, 문고리를 잡았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 생각 하나로, 그는 문을 열고 조심스레 나왔다.캄캄한 거실.창밖의 불빛이 커튼 틈을 타 들어와 바닥에 희미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준호는 발끝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하윤이… 잠들었어?”적막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준호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리는 거실 쪽, 소파에서 나왔다.그곳엔 혜정이 앉아 있었다.조명도 켜지지 않은 어둠 속, 그녀의 눈빛만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실루엣이 뚜렷했다. 그녀는 늘 입던 잠옷이 아니었다.푸른빛을 반사하는 하얀 셔츠 한 장. 그것만 걸친 채였다.준호는 멈출 수 없이 다가섰다. 그녀의 어깨선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소매는 몇 번을 접은 듯 손끝만 겨우 드러나 있었고, 그제야 그는 알아챘다.그것은 자신의 셔츠였다.오늘 하루 종일 입었던, 자신의 냄새가 남아 있을 그 옷. 그녀의 허벅지 위로는 허연 살결이 천의 자락과 함께 숨을 쉬듯 들썩였다.
이불을 조심스레 걷어 올리고 몸을 틀었다. 준호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밤새 그녀를 놓지 않았던 팔이며, 끝내 무너지는 숨결마다 그녀를 파고들던 입술. 그 얼굴이 너무도 편안해서, 혜정은 잠시 움직이지 않고 바라봤다.그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아니, 잠이 든 후에도 완전히 놓지 못했다. 불안에 매달리듯,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녀의 몸을 계속 더듬었다. 그 손길에는 탐욕보다 애착이, 욕망보다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사위라는 호칭을 지우고, 단지 남자이자 연인처럼 품에 매달려 있던 그의 체온은 여전히 시트 속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왔다.“흐음…”팔을 겨우 들어올려 그의 이마를 쓸어보았다. 미간에 드리운 잔근육과, 아직 남아 있는 미소의 흔적.‘어쩌니, 우리… 이제…’“나 다자써어!!!!!!!”두 벽 너머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터지듯 들렸다. 준호가 반사적으로 튀듯이 몸을 일으켰고, 혜정은 이불을 몸에 감싸 안았다. 침대에서 내려가는 그의 등 뒤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뒤따랐다.“옷!! 옷!! 입고 가야지!”—
“끄하아아아앙!!!”절정이 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 전체가 무언가에 꿰뚫린 채로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구치고, 한순간 모든 감각이 꺼져버리는, 전류 같은 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으흐으그… 으그으윽… 어그윽…”이해할 수 없는 소리.통제되지 않는 몸.그 사이로 흘러나온 애액은 걸쭉하게, 두 사람의 사이를 흰 실처럼 뒤덮었다. 준호는 그녀에게 자지를 꽂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풀썩.시트가 펄럭이며 바닥에 착 가라앉았다.“허으윽…!”그녀의 신음 위로, 준호는 몸 전체를 그녀 위에 겹쳤다.그리고 허리를 거칠게 박아댔다.—철썩 철썩 철썩 철썩준호는 허공에 든 장모의 다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온몸의 무게를 실어 혜정의 중심에 쏟아붓고 있었다.끝까지 빠졌다가, 다시 깊숙이.살이 마찰하며 내는 파열음. 걸쭉하게 섞인 체액이 내는 질척한 소리. 두 사람의 경계는 이미 녹아 있었다.
— 질퍽 질척젖어 있던 곳에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억눌렀던 욕망의 흔적처럼, 적나라하게 넓게 퍼졌다.서로의 땀과 숨결, 그리고 막 터져나온 액체가 뒤섞이며 다리 사이를 뜨겁게 적셨다.혜정은 엉덩이를 한번 더 깊게 밀어넣듯 앉히며, 다리에 맺힌 감촉을 느꼈다.“흐그으으응!!!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철벅. 철벅.“아흑…”“아윽…!”일정하게 울리는 살과 살의 부딪힘. 음탕한 물소리가 방 안을 메우는 가운데, 혜정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시선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준호의 얼굴. 그는 혜정에게서 시선을 한 번도 떼지 않았다.아래에서, 위를 덮고 있는 그녀를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이, 뜨겁고 날카로웠다.‘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기분은 좋은 걸까.&rsquo
준호는 두 손으로 혜정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손바닥 아래, 살결이 뜨겁고 젖어 있었다.그녀의 몸이 시트에 눌릴 때마다 살이 맞부딪혔다.—철썩 철썩허벅지가 부딪칠 때마다 그녀가 떨렸다. 안쪽에서 그를 더 깊이 끌어들이는 떨림. 준호는 무릎을 세운 채 상체를 숙였다. 몸 전체의 무게를 그녀의 허리 위로 실었다. 제압하듯, 그러나 터져 나오는 쾌락은 항복을 받아내는 것에 가까웠다.“허억… 허억…”숨이 맞물릴 때마다 땀이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이 그녀의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더 깊게, 더 확실하게.“아흑!!! 나몰라!! 아흐으응!!!!”그녀의 신음이 터질 때마다 준호의 귓가가 떨렸다. 그 소리가 고통인지 쾌락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다만 그 음색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한순간도 멈추지 못했다.몸속 어딘가에서부터 피가 몰려왔다. 허리 아래로 쏠리는 열기와 함께, 머리끝까지 번지는 압력이 폭발 직전까지 차올랐다.“으윽!! 쌀게요…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