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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수면제

ผู้เขียน: ikkuyot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9-04 14:00:46

“지혜정님, 들어오세요.”

​

진료실 문이 반쯤 열리고 간호사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혜정은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

구도심의 낡은 건물에 자리한 내과치고는 깔끔했다. 환기창 틈마다 햇살이 들어왔고, 직원들의 유니폼은 반듯했다. 말끝에 묻어나는 응대는 정돈된 친절이 배어 있었다. 사위의 후배라는 사람은 꽤나 괜찮은 사람임에 분명했다.

​

직원들에게 권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사람임이 분명할 것이라 혜정은 생각했다. 한 번 더 주변을 훑은 뒤, 그녀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진료실 문을 넘었다.

​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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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그러나 단정한 여성의 목소리. 혜정은 걸음을 멈췄다.

​

“…아…”

​

사위의 후배라고 들었을 땐 당연히 남자를 떠올렸다. 그런데 하얀 가운을 입고 앉은 이는 또렷한 눈매를 가진 젊은 여의사였다. 단정한 말투, 짧게 묶은 머리, 그리고 조용한 미소.

​

“안녕하세요. 준호 선배 장모님이시죠?”

‘오빠’라는 호칭이 나올까 긴장했던 마음이 ‘선배’라는 단어에 약간 풀렸다. 그래도 혜정은 마음 한켠이 찝찝했다. 같은 학교 선후배, 지방의 같은 건물에서 하는 약국과 병원이라니. 모든 게 너무 ‘우연치고는 심상찮은’ 느낌이었다.

“아… 네. 사위가… 칭찬 많이 하더군요…”

​

의사는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문진표를 들여다봤다. 그녀의 가운 위로 보이는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다.

​

[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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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 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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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이 어디서 들었던 이름일까. 같은 건물에 후배가 있다는 말은 왜 하지 않은 걸까. 의사가 무언가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혜정은 자신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

“어머님, 약을 드시면 낮에도 피곤하다고 하셨죠? 아마 이 약도 그럴 거예요. 용량을 줄여드릴까요? 아니면 복용 시간을 앞당겨 보실래요?”

​

의사는 예의바르게 선택지를 건넸다. 혜정은 몇 초간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

“…일찍 먹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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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수면제를 택한 이상, 오늘만큼은 꼭 잠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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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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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끼이이익— 유리문이 낮은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약국 안은 조용했다. 카운터 너머로 각자의 휴대폰을 보던 두 남자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

“아, 어머님! 오셨어요?”

​

준호가 먼저 환한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

“병원 다녀오셨어요? 이리 주세요.”

​

그는 카운터 플랩을 열고 나와 혜정에게 다가섰다. 손에서 처방전을 받아든 순간, 시선은 곧장 종이 위로 떨어졌다.

​

“불편하시면 약을 조금 줄이셔도 되는데… 나눠 드실거면 반 알로 쪼개드릴까요?”

“됐어. 괜찮아.”

​

혜정이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

“그냥 먹을게. 일찍 먹고 자보지, 뭐.”

​

그 말에 준호는 잠시 시선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

까득— 냉장고에서 캔 드링크를 꺼낸 지환이 뚜껑을 따며 다가왔다.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묻어 있었다.

​

“어머님, 준호 결혼식 때 뵙고 이제야 뵙네요.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

그 말에 혜정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받는 의례적인 칭찬에, 숨기지 못할 기분 좋은 기색이 번졌다.

​

“아휴… 지환 씨도 여전하네요. 우리 사위, 잘 부탁해요.”

​

그녀의 상투적인 말에 지환도 웃음으로 받아쳤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가벼운 온기. 그러나 준호의 시선은 묘하게 굳어 있었다. 지환의 눈길이 혜정의 목선을 따라 내려가 허리 아래로, 치마 자락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

준호는 아무 말 없이 조제실 쪽으로 지환의 어깨를 슬그머니 밀었다.

​

“형, 얼른 들어가서 약이나 만들어와.”

​

지환의 시선이 자신의 상상을 자꾸만 들춰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준호는 한자리에 그를 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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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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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꿈도 없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 수면제는 제 역할을 했고 혜정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몸은 아직 오래도록 겪어온 불면의 습관을 잊지 못한 듯, 어딘가 어색한 틈을 느끼고 있었다.

​

쌀쌀한 밤공기가 가슴팍에 닿는 순간—피부가 먼저 움츠러들었다.

​

등줄기를 따라 스며드는 냉기가 잠결에도 ‘깨어남’을 예고하는 듯했지만,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불편함이 오래도록 그녀를 흔들었으나, 움직이지 않는 몸은 버둥거림조차 꿈속의 일처럼 느려졌다.

​

‘조금만 더… 자고 싶어…’

​

그때였다. 아주 부드러운 감촉.

​

섬유의 결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 위를 덮어왔다. 거의 손끝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하게—잠결이었지만 분명히 그것은 사람의 손과 온기가 있었다.

​

따뜻한 기운이 배와 가슴을 지나 목선 위로 흘렀다. 차갑게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며, 그녀의 입술 사이로 미세한 숨이 흘러나왔다.

​

“흐음…”

​

눈은 감고 있었지만 몸은 알 수 있었다. 분명 어딘가 조심스럽고, 망설임이 담긴 손길이다.

​

누구인지, 현실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할 만큼 깊은 잠이 다시 그녀를 삼켰다. 그 온기는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그 감각은 어딘가, 내일도 기억되고 싶은 감각이었다.

​

​

​

​

​

—

​

​

​

​

​

—삐리리리

​

아침. 알람 소리가 생각보다 불쾌하지 않았다. 밤새 깊이 잠들었던 혜정은 혹시라도 알람을 듣지 못할까봐 서너 개를 겹쳐두었지만, 첫 번째 알람의 첫 음절만으로도 천천히 눈이 떠졌다.

​

얼마만이었을까. 이렇게 편안하게, 기분 좋게 눈을 뜬 아침은.

​

머릿속은 여전히 조금 흐릿했지만, 몸은 유난히 가벼웠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천천히 손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가슴께를 따라 손바닥으로 살며시 몸을 쓸었다.

​

그때 어렴풋이 떠오른 한순간.

​

어젯밤, 한 번 깼는지도 모를 그 찰나의 감각. 가슴 위로 조심스레 내려앉던 부드럽고 따뜻한 무언가. 그것이 단순히 이불이었을까. 뒤척임 만으로 스스로 만들어낸 온기였을까… 아니었다.

​

그 안에는 사람의 체온 같은 것, 그리고 지나간 망설임 같은 것이 살짝 섞여 있었다.

​

누군가가 덮어준 거라면… 그게 누구였을까.

​

그녀는 그대로 이불을 당겨 얼굴 아래까지 끌어올렸다. 조금 더 느껴보고 싶은, 조금 더 숨기고 싶은 감각이었다.

​

그러던 순간—

​

“나 다 잤어~~~~!!!!!!”

​

아이 방에서 들려온 외침. 혜정은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했다. 무심코 고개가 돌아간 쪽, 준호의 방문이 자신보다 한 박자 늦게 열렸다.

​

“하암… 어머님, 일어나셨어요?”

​

헝클어진 머리칼, 잠에 덜 깬 눈.

​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좀 더 자.”

​

습관처럼 흘러나온 말. 말끝이 흐를 무렵, 그녀의 시선은 문 안으로 사라지는 준호의 뒷모습에 잠시 머물렀다.

​

특별한 표정도, 말도 없었지만 그 짧은 시선 속에 뭔가 얇은 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말할 수 없고, 굳이 말할 이유도 없지만… 몸은 이미 그 감각을 되살려내는 듯했다.

​

​

​

​

​

—

​

​

​

​

​

점심 시간이 한풀 꺾인 뒤, 약국에도 잠깐 여유가 생겼다. 준호는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

메시지 알림이 와 있었다. [장모님]

​

[장모님] 급하게 나가더니, 아침도 안 먹고. 배 안 고파?

​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숨이 새어 나왔다. 조금만 더 자겠다며 이불을 뒤집어쓴 뒤 그대로 아침까지 곯아떨어진 기억이 스쳤다. 그렇게 깊이 잘 줄은 몰랐다.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새벽에 술을 찾았던 건지, 다시 한숨이 터졌다. 준호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짧게 답을 보냈다.

​

[네, 괜찮아요]

​

속은 그리 괜찮지 않았지만.

​

“후…”

입을 가볍게 다물며 내쉰 숨에 소주향이 따라 붙는 것 같았다.

​

까드득.

​

옆에서 지환이 비타민 드링크를 열고는 준호의 손에 얹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것도 하나 더 까서 툭 털어넣으며

​

“크으~~” 하며 인상을 썼다.

​

그의 표정을 옆눈으로 흘끗 본 준호는 휴대폰의 문자를 바라보는 채로 지환에게 물었다.

​

“형두?”

“응, 나두.”

​

늘 하던 농담의 합에 준호가 피식거리며 한 모금 마시려던 찰나, 다시 진동이 울렸다.

​

띠링.

​

이번에도 [장모님]

​

[장모님] 근데… 나 어제도 잠꼬대 했어?

​

준호는 마시던 드링크를 입술 아래에서 멈췄다.

​

캔이 살짝 흔들렸다.

​

지환은 아무렇지 않게 조제실 안으로 들어갔고, 준호는 손에 든 병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

어젯밤을 떠올렸다.

​

헝클어진 이불, 그 아래에서 잔잔히 오르내리던 숨결, 잠결의 얼굴, 뒤척이며 흘러나온 한숨.

​

장모님은 지금 그것을 묻고 있는 걸까.

​

준호는 메시지를 닫지 못한 채 그 문장만 조용히 바라봤다.

​

​

​

​

​

—

​

​

​

​

​

딱히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이 떠졌다.

​

캄캄한 방 안.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니 새벽 두 시였다.

​

준호는 다시 눈을 감으려 했지만 액정에서 쏟아진 푸른빛은 눈꺼풀 아래까지 박혀버린 뒤였다.

​

한참을 뒤척였다. 포털 메인에 걸린 뉴스, 의미 없는 커뮤니티 글, 익숙한 광고와 낯선 유머들. 손가락은 무심히 움직였지만 머리는 오히려 더 또렷해져만 갔다. 그는 한숨을 쉬며 텅 빈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

예전 같으면, 다희가 옆에 있었다면, 얕은 숨소리를 깨울까봐 억지로라도 다시 눈을 감았을 것이다.

​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

아무도 없다는 게, 그나마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

“후…”

​

잠이 더 깊어지기 전에 뭐라도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도 깨어있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

준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며칠 전 사두고 마시지 않은 소주 한 병이 떠올랐다.

​

주방으로 나가 병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

— 까드득.

​

작은 병뚜껑 소리에도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큰 잔에 얼음을 채우고 소주를 따랐다. 레몬즙 몇 방울.

​

‘따뜻한 우유는 얼어죽을…’

​

준호는 잔을 들어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닫고 유튜브를 켠 뒤, 말 없는 혼술이 시작됐다.

​

‘마누라 없는 것도… 뭐, 꼭 나쁜 건 아니네.’

​

잔이 바닥을 보일 즈음, 얼음도 거의 녹아 있었다. 한 잔 더 마실까 고민했지만 시간은 이미 3시를 넘어서 있었다.

​

‘그만 마셔야겠다…’

​

준호는 몸을 일으켜 잔을 조용히 들고 문을 열었다. 주방에 잔을 내려놓고 돌아오던 길, 작은 소리가 귀에 스며들었다.

​

“…흐읍…”

​

기척. 부스럭거림. 그리고 숨 같은 무언가.

​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멈췄다.

​

장모 혜정의 방. 그 소리는 그때, 그 새벽 문 틈 너머로 들려오던 그 소리와 비슷했다.

​

준호는 그 소리에 끌리듯 조용히 그 방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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