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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허락받지 않은 터치

Author: ikkuyot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14:03:16

‘이게… 진짜 그건가…’ 혜정은 티슈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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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만 둘을 키우며 살아왔기에 혈기왕성한 사내아이들의 그것에 대해 그녀는 잘 알지 못했다. 아들을 둔 엄마들은 침대 맡에서 티슈를 주워 담기 바쁘다던, 예전 친구의 우스갯소리 같은 농담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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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가 사춘기는 아니지만, 남자는 남자. 그 나이면, 어쩌면 가장 활발한 시기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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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가 봐도 건강했다. 군살이 없고, 허리와 어깨선이 또렷한 단단한 체형. 거기에 깔끔한 인상, 여유 있게 웃는 얼굴. 분명 예전부터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았을 거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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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딸아이와 함께 찾아왔을 때, 혜정은 그가 ‘괜찮은 남자’라는 걸 직감으로 느꼈다. 자존감 있는 남자. 가정을 계산하지 않고 꾸릴 수 있는 좋은 남자. 무심하게 살가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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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에게 성욕이 없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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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은 한동안 잊고 살았던 남편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남편은 대화도, 전희도 없이 그냥 들어와 허둥지둥 밀어붙이던 남자였다. 결코 섹스를 잘하진 못했지만, 늘 욕망을 품고 있었고 그것을 그녀에게 부지런하게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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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이 그 행위가 주는 감각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남편은 이미 힘을 거의 잃어버린 뒤였다. 남편과 자신은 늘 엇갈리듯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떨어져서 사는 것이 서로 편했고, 그래서 사이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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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손에 쥔 이 굳어버린 티슈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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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은 그걸 버려야 할지, 덮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모른 척하면 그만이다. 이게 무엇인지… 그냥 몰랐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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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손에 쥔 티슈를 더 꼭 움켜쥐었다. 딱딱하게 굳은 그 질감에서 묘하게 바스락대는 마찰음이 어젯밤, 자신의 피부 위를 스치던 그 부드러운 감촉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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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피부가 살짝, 소름처럼 밀려올랐다.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자신을 보고 선 사위에 대한 상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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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어린이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집으로 향했다. 하윤이는 기저귀를 일찍 뗀 편이었다. 하지만 한창 놀다 보면 소변 신호를 놓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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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예비 속옷으로 갈아입혀주겠다고 했지만, 준호는 그 말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 약국, 어린이집—차로 한 바퀴를 돌아도 10분 거리. 그 짧은 거리조차 길게 느껴질 만큼, 준호는 바람을 가르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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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준호는 바삐 손잡이를 돌렸지만, 문득 며칠 전 장모님의 알몸 사건이 떠올랐다. 문 너머의 아무렇지 않음이 어쩐지 불안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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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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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심스레 문을 밀었다. 현관에는 장모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욕실 문도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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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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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이며 하윤이 방으로 향했다. 서랍을 열어 속옷과 바지를 챙겼을 때까지도 장모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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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하음…”

거실 쪽에서 들려오는 짧은 숨소리. 준호는 고개를 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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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햇살이 드리운 거실 한가운데서 깊은 숨을 토해내며 잠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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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녀는 늘 그렇듯 편한 차림이었다. 늘어진 티셔츠, 가볍게 접힌 하늘색 칠부 바지. 단지 지금은 그녀가 혼자였고, 그 공간에 준호도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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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께에 올려진 손은 숨 쉴 때마다 살짝 들썩였고, 티셔츠는 그녀의 굴곡을 어색할 정도로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살짝 눕혀진 목 아래, 옷감 사이로 드러나는 탄력 없는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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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티셔츠 아래, 단단히 억눌려 있지 않은 젖가슴은 도톰한 둔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옅게 올라온 젖꼭지까지.

​

‘아무도 없는 집에서 브라를 꼭 할 필요는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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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처음엔 시선을 거두려 했다. 하지만 이내 한 발짝, 조금 더 다가서게 된다. 그녀는 여전히 고요했다. 몸을 움직일 기미도 없고, 얼굴은 깊게 잠긴 사람의 숨결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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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이 거리, 이 각도,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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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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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손끝이 천천히 다가간다. 어깨와 가슴 사이, 티셔츠의 경계. 무심한 척, 주름을 펴주는 것처럼.

​

그러나 그 손끝이 살에 닿는 찰나, 그는 멈춰야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머릿속 어딘가가 하얘지는 느낌. 심장이 뛴다기보단 가슴 안이 진동하는 것 같은 고요한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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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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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이 티셔츠 천과 스치는 소리. 그는 이미 선을 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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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새벽까지 뜬눈으로 버티다 결국 약을 삼켰던 건 자포자기였을까, 아니면 체념이었을까. 혜정은 그 선택을 지금에서야 조금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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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집안은 다 정리했고, 청소기도 꼼꼼하게 다 돌렸고, 설거지도 말끔히 끝냈다. 이 정도면 조금은 쉬어도 되겠지.

​

혜정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눈꺼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내려앉았다. 살랑이는 가을 바람이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들었고, 몸 어딘가에는 아직 수면제의 잔여감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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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이 아니라 그런지 잠은 언제나처럼 깊지 않았다. 마치 꿈처럼—실핏줄처럼 얇고, 휘발성 있는 감각. 그래도 예전처럼 불쾌하거나 숨 막히는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익숙하고도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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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곳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문을 여는 소리? 발소리? 가볍게 스치는 공기? 의식이 살짝 흔들렸지만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그저 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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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피부 위로 닿는 듯한 손끝. 티셔츠 너머로 스며든 그 감촉이 서늘한 공기를 밀어냈다.

​

‘또… 이불을 덮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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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처럼. 다정하지만 어딘가 조심스러운 손길.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덮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감촉이었다. 티셔츠가 천천히 말려 올라가는 느낌에 온몸의 털이 조금씩 곤두섰다. 그 위로 닿는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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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다.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했다. 그 손길은 겨울 초입의 바람처럼 부드러웠고, 어딘가 애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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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등을 내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몸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손길이 사라질 즈음 의식도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

멀리서 문이 닫히는 듯한—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참의 정적이 이어진 후에야 혜정은 천천히 눈을 떴다. 세상은 여전히 고요했고, 창밖의 햇살은 조금 더 기울어 있었다.

​

“……꿈인가.”

​

그녀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티셔츠는 제자리에 있었고, 아무 흔적도 없었다. 모든 게 몽롱한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몸 어딘가엔 아직 그 따뜻한 감촉이 작은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

​

‘……잠결에 꿈을 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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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은 눈을 감은 채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숨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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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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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문을 닫자마자 쫓기듯 밖으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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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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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가빴다. 심장은 갈비뼈를 밀어낼 듯 뛰었고, 손바닥엔 아직 그 감촉의 여운이 지워지지 않은 듯 남아 있었다. 소파 위, 깊이 잠든 장모의 티셔츠 너머로 보인 곡선. 왜 그걸 다시 확인하려고 했을까. 왜 손을 올렸고, 왜 천을 들어올렸을까.

​

차 문을 닫는 순간 준호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때리며 숨을 삼켰다.

​

“이 미친놈아…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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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훔쳐보는 문제가 아니었다. 손을 뻗어 장모의 속살을 만졌다. 수면제 때문이니까 괜찮다, 그런 어줍잖은 변명은 아무 의미 없었다.

​

장모님이 그 상황에서 눈을 떴다면? 그 자리에서 뺨을 맞고 이 집에서 쫓겨났을 것이며, 아내에게 발각됐다면, 아니 신고를 당했다면?

​

뉴스에서 읽은 ‘장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로 구속된 사위’ 그 끔찍한 문장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

준호는 운전대 앞에 앉았지만 한참 시동을 걸 수 없었다. 땀이 식으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

“에라이… 미친놈아…”

​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넘은 선은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들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

준호는 손바닥을 슬쩍 바라본다. 거기엔 아무 흔적도 없었지만 피부 깊은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 감촉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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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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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위는 오늘 늦는다고 했다. 혜정은 그러라고, 편하게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사회생활하는 남자인데 밖에서 술도 못 마시고 늘 저녁밥상에나 홀짝이는 건 안됐지. 그런 마음이 들어 혜정은 준호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

​

[하윤이 내가 하원시킬게. 친구랑 편하게 좀 놀다와도 되. 애는 내가 재울테니까.]

​

신경 써서 보낸 메시지에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

[사위] 네, 감사합니다.

​

딱 한 줄. 하지만 이상하게 혜정은 그 수긍이 마음속에 길게 남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 이 집에서 이 가족 안에서 아직 쓸모가 있다는 감각. 나이가 들면서 꼭 붙들고 싶은 감정이기도 했다.

​

“하윤아, 오늘 어린이집에서는 무슨 일 없었어?”

​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혜정이 물었다. 아이의 눈동자가 낮의 일을 떠올리려는 듯 조금 굴러간다. 생각하는 척하던 눈빛은 정말 기억이 안 나는 눈빛으로 변해갔다.

​

“…음, 몰라.”

​

딸아이들과는 달랐다. 그 애들은 묻지 않아도 선생님의 귀걸이 색깔까지 떠들어댔었다. 남자아이는 물어도 결국 돌아오는 말이 ‘몰라요.’ 그리고 그 정도 대답조차도 돌려받기가 어려웠다.

​

혜정은 미소를 지으며 숟가락으로 밥풀을 눌렀다. 그때, 툭, 무심하게 떨어진 아이의 한마디.

​

“나 쉬했어. 바지에.”

“응?”

​

혜정은 고개를 돌렸다.

​

“…괜찮아, 그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 선생님이 하윤이 씻겨주셨어?”

​

하윤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

“아빠가 왔었어.”

​

그 순간 혜정의 손이 멈췄다. 숟가락 위의 밥풀이 잠깐 흔들렸다.

​

“…아빠가?”

​

하윤이는 대답 대신 다시 밥을 떠넣는다. 그 말 한마디에 혜정은 잠결에 느꼈던 그 감촉을 다시 떠올렸다. 피부 위를 살며시 스쳐가던 손끝, 티셔츠 너머로 전해졌던 기묘하게 부드러운 온기.

​

‘설마. 그게… 진짜였던 건가.’

​

그 순간 심장이 살짝 서늘해지며 무언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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