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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가을연
사당 안은 차갑고 눅눅했다. 큰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신희애는 세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한밤중에는 고열까지 올랐다.

의식이 흐려진 신희애는 열세 살 때로 돌아간 듯했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예전에는 자신을 귀여워하던 어른들이 모두 신희애를 부담스러운 짐처럼 여기며 데려다가 기르길 꺼렸다.

그러면서도 부모가 남긴 재산에는 누구보다 욕심을 냈다.

그때 23살 하여빈이 나타났다.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빈소에서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신희애에게만은 다정하게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앞으로는 아무도 너 못 괴롭혀. 삼촌이 평생 지켜 줄게.”

“...”

“거짓말쟁이...”

눈을 감은 신희애의 눈꼬리에서 눈물 두 줄기가 흘렀다.

창백한 뺨은 열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잠꼬대가 가늘게 새어 나왔다.

“이제는... 나 안 지켜 주잖아...”

곁에서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내밀던 남자의 손이 멈췄다. 한참 뒤 낮은 한숨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신희애가 다시 눈을 뜬 건 이틀 뒤였다.

터진 상처는 다시 봉합되어 있었고 옷도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 몸도 말끔하게 닦여 있었다.

댓글창은 기다렸다는 듯 공을 자랑했다.

[우리 남주 하 대표가 이틀 동안은 꽤 잘했어. 제일 실력 좋은 의사를 불러 흉터를 최소화하는 봉합수술까지 해 줬고 계속 침대 옆을 지키면서 땀도 닦아주고 열도 내려 줬어.]

[우리 여주 희애의 상처 봤을 때 눈까지 빨개지더라... 희애야, 그래도 정말 용서 못 해?]

[너무 설레. 희애 깨어났다는 연락 듣자마자 하 대표가 수십억 원짜리 프로젝트 회의도 취소하고 집으로 달려왔대!]

아래층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자 신희애의 가슴이 저절로 움직였다. 생각할 틈도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계단으로 향했다.

허리를 손으로 받친 채 급히 내려가던 중 저택 현관문이 열렸다.

신희애는 습관처럼 웃으며 다가갔다.

“삼촌, 왔어요?”

하지만 마주친 하여빈의 눈은 사납게 가라앉아 있었다. 등줄기가 싸늘해지며 신희애의 걸음이 멎었다.

하여빈은 피할 틈조차 주지 않고 신희애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이를 악문 목소리가 쏟아졌다.

“내 이름을 팔아서 진해일보에 압력을 넣고 미연 씨를 잘리게 만든 게 너지? 그 일 때문에 멘탈이 무너진 미연 씨가 길을 건너다 사고까지 났는데, 아직도 나를 삼촌이라고 부를 면목이 있어?”

신희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제가 아니에요...”

하여빈은 신희애가 부인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

“아직도 발뺌해? 미연 씨 동료가 네가 편집국장한테 전화로 협박하는 걸 직접 들었어. 진해시에서 질투 때문에 미연 씨를 그렇게 미워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

“네가 아니라면 미연 씨가 어렵게 얻은 꿈 같은 직장을 스스로 신고해서 날렸다는 거야?”

쿵!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했다.

하여빈이 또 한 번 한미연의 말만 믿고 자신을 몰아붙인다는 사실에 눌러 왔던 분노와 억울함이 마침내 치밀어 올랐다.

신희애는 떨리는 턱을 치켜들고 하여빈을 똑바로 마주 봤다.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제가 정말 했다면, 한미연 씨가 뻔뻔하게 삼촌 옆에 붙은 첫날부터 다리 부러뜨려서 진해시 밖으로 내쫓았어요.”

“제가 안 했다고 했으면 안 한 거예요!”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피가 배어날 정도였다.

하여빈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신희애를 몇 초 바라봤다.

바로 그때 한미연이 보낸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약하고 힘없는 목소리가 흘렀다.

[하 대표님, 전 희애 씨... 탓하지 않아요. 불안해서 조금 심하게 화낸 것뿐이잖아요... 저도 잘못했어요.]

[희애 씨가 처음 따로 불러서 회사 그만두라고 했을 때 그냥 말 들었으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쓰진 않았을 텐데... 다리뼈 하나 부러진 것뿐이니까 큰일도 아니에요.]

목소리는 한없이 여리고 순진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하여빈의 화에 기름을 끼얹고 있었다.

하여빈의 표정이 예상대로 싸늘해졌다.

“너에게 몇 번이나 당하면서도 미연 씨는 널 감싸고 있어. 그런데 넌 반성도 사과도 할 줄 몰라. 정말 실망이다.”

“네 멋대로 미연 씨가 가장 좋아하던 일을 빼앗았으니, 너도 잃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야겠지.”

하여빈이 경호원에게 턱짓했다.

경호원은 의미를 알아듣고 바로 신희애의 방으로 향했다.

신희애의 가슴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경호원이 부모의 유품이 든 상자를 안고 나오는 모습을 보자 숨조차 멎었다.

신희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굳었다.

“태워.”

하여빈의 입에서 나온 짧은 한마디가 신희애의 마음을 산산이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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