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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가을연
신희애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깊이 눌러서야 표정을 지킬 수 있었다.

한 걸음 물러서 하여빈과 거리를 벌린 신희애가 공손하면서도 선을 긋는 목소리로 답했다.

“서프라이즈예요. 삼촌과 한미연 씨 결혼 축하 선물.”

‘그 선물은... 내가 삼촌 곁에서 영영 사라지는 거야.’

신희애가 일부러 멀어지는 걸 눈치챈 하여빈의 미간이 아주 살짝 좁아졌다.

잠시 뒤 낮고 쉰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가 스스로 정리했다니 다행이다. 난 너보다 열 살이나 많고, 호칭으로도 네 삼촌이야. 앞으로 나랑 결혼하겠다는 말 같은 건 하지 마. 아직 어리니까 또래들도 많이 만나 보고.”

그때 댓글이 다시 떠올랐다.

[희애야, 믿지 마! 네가 거리를 두니까 상처받아서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거야. 네가 18살에 고백한 뒤로 하여빈 대표는 이미 마음을 정했어.]

[10살 차이든 삼촌이라는 호칭이든 사실 하나도 신경 안 쓴다고. 다만 네가 아직 너무 어리고 세간의 시선에 다칠까 봐 지금은 사귀지 않는 것뿐이야!]

[맞아. 아까 급하게 널 찾으러 온 것도 깨진 펜던트를 복원 맡겼다고 말해 주려던 거야. 돈도 아끼지 않고 제일 실력 좋은 복원 장인으로 구했대.]

신희애는 눈을 내리깔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걱정 마요, 삼촌. 앞으로는 절대 그런 말 안 할게요.”

말을 마친 신희애는 침실 쪽으로 돌아섰다. 부모가 남긴 집도 있으니 이제 짐을 정리해서 나갈 때였다.

이렇게 단호하게 대답할 줄 몰랐던 하여빈은 멀어지는 신희애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 뒤늦게 따라갔다.

앞쪽 응접실을 지나던 중 하여빈이 다시 신희애를 불러 세웠다.

“절에 갔다가 네 생각이 나서 하나 받아 왔어.”

하여빈이 손을 내밀었다. 길고 반듯한 손가락 사이에는 작은 액막이 부적이 놓여 있었다.

신희애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아아아! 희애가 예전에 좋아하는 사람한테 절에서 받아 온 액막이 부적을 선물로 받아 보고 싶다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했었잖아. 하 대표가 그걸 기억하고 진짜 받아 왔어!]

[나 진짜 눈물난다. 희애가 총 맞고 의식 없을 때 하 대표가 법당에서 꼬박 하루를 무릎 꿇고 자기 공주님 무사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잖아... 꺅! 나 숨넘어가!]

신희애는 자신의 이름을 수놓은 부적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당겼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고마워요, 삼촌. 하지만 앞으로 이런 선물은 한미연 씨에게 주세요.”

하여빈이 굳었다.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

무언가 말하려던 때, 갑자기 터진 웃음소리가 끼어들었다.

“세상에,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저 정도 천 조각만 걸치고 사람들 앞에 나오겠다고?”

“돈 많은 남자 잡아 보겠다고 별짓을 다 하네. 희애 아가씨 발끝에도 못 미치면서!”

“...”

한미연은 중요한 부분만 겨우 가린 얇은 슬립 원피스를 입은 채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하얗게 질린 채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하여빈을 발견하자마자 살려 달라는 사람을 만난 듯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서럽게 울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희애 씨가 선물한 옷을 꼭 입어 줬으면 한다고 해서 갈아입었어요. 이런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하여빈은 말없이 재킷을 벗어 한미연의 어깨에 덮어줬다.

신희애를 다시 바라볼 때 그의 눈에 남아 있던 온기는 사라지고 실망만 남아 있었다.

“희애야, 입으로는 철들겠다고 해 놓고 뒤에서는 이런 저급한 짓을 해? 네 부모님이 널 이렇게 가르쳤어?”

가슴이 잔인하게 찢겨 나가는 듯 아팠다.

신희애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억지로 삼킨 뒤 하여빈을 똑바로 보며 차분히 말했다.

“나는 저런 옷을 선물한 적도 없고, 사람을 시켜 그런 말을 전한 적도 없어요.”

“제 성격 알잖아요. 안 갖겠다고 한 사람은 정말 안 가져요. 굳이 뒤에서 수를 써 가며 뺏을 이유가 없어요.”

그 말을 듣고 하여빈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러자 하여빈 품에 있던 한미연이 흐느끼며 선물 상자 하나를 꺼냈다. 미안하면서도 혼란스럽다는 말투였다.

“희애 씨, 미안해요. 제가 잘못 들었나 봐요... 아주머니가 선물 상자를 두 개 줬거든요. 혹시 이 안의 옷을 입으라는 뜻이었어요?”

한미연이 상자를 열다가 일부러인 듯 손을 놓쳤다.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성인용 장난감 하나와 쪽지가 굴러 나왔다. 쪽지에는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남의 남자 꼬시는 게 그렇게 좋으면 이거나 갖고 놀아. 내 남자한테 추근대지 말고!]

주변에서 다시 한미연을 향한 비웃음이 터졌다.

한미연은 짧게 비명을 지르더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여빈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신희애를 거칠게 돌아보는 목소리는 지금껏 들어 본 적 없을 만큼 차가웠다.

“미연 씨가 자기 평판까지 망쳐 가면서 널 모함할 이유가 있어? 희애야, 넌 언제부터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애가 된 거야? 아직 하씨 집안 식구인 이상 네 부모님 대신 내가 제대로 가르쳐야겠다.”

“사람 불러. 희애를 사당으로 데려가서 12시간 무릎 꿇게 해.”

하여빈은 한미연을 안아 들고 빠르게 밖으로 향했다. 신희애가 본능적으로 뒤따라가며 말했다.

“삼촌, 제 말 좀...”

하여빈이 신희애를 거칠게 밀쳤다.

“비켜!”

힘을 조절하지 않은 탓에 신희애는 낙엽처럼 튕겨 나가 정원 바위에 세게 부딪혔다. 아직 아물지 않은 허리 상처의 봉합이 터지며 하얀 원피스가 금세 피로 물들었다.

곁의 경호원이 질려 하여빈을 부르려 했다.

신희애가 통증을 참으며 막아섰다.

“됐어요. 사당으로 갈게요. 벌 받을 겁니다.”

10년 동안 삼촌이 길러준 은혜를 조금씩 갚아 나갈 생각이었다.

이제 하여빈과는 아무런 빚이나 미련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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