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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계모 사표 쓰기
재벌 계모 사표 쓰기
Author: 백연

1 화

Author: 백연
제아시.

밤 8시, 강산 그룹의 재상장 기념 파티는 성황리에 진행 중이었다. 모두 술잔을 기울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주인공 강현재는 여러 해 전 가세가 기울었지만 자수성가하여 무너졌던 강산 그룹을 재상장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축하받아 마땅했다.

“강 대표님, 정말 젊은 나이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협력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업도 번창하시고 가정도 화목하시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제 아내가 그러는데, 현명한 아내가 있으면 만사가 형통한다고 하더군요. 강 대표님은 정말 좋은 아내를 두셨습니다.”

당연히 부러워할 만했다. 어린 나이에 새엄마가 되어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낸 허인하는 모든 남자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존재였다.

허인하의 이야기가 나오자 강현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누는 우아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의 아내, 허인하였다.

한 달 전부터 허인하는 이 축하 연회를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아이들을 챙기는 일만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과 안정적인 사업 기반, 이 모든 것은 허인하의 노고 덕분이었다.

강현재 또한 그 점을 인정했다.

이때 허인하가 두 아이를 데리고 강현재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감탄사를 쏟아냈다.

“강 대표님과 사모님, 그리고 두 아이까지, 정말 이상적인 가족이네요!”

“정말 복 받으셨습니다!”

허인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동안 여러분께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허인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회장 입구에서 누군가 놀란 듯 소리쳤다.

“도아영 씨? 도아영 씨 맞으시죠?”

경비원이 말했다.

“유 여사님, 저 여자가 아까부터 수상하게 주변을 맴돌고 있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꽤 큰 소리였기에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허인하는 ‘도아영'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채 반응하기도 전에 팔이 휑해졌다.

초조하면서도 기대에 찬 기색이 역력한 강현재가 성큼성큼 문을 향해 달려갔기 때문이다.

‘도아영? 이 세상에 도아영이란 이름이 얼마나 흔할까? 하필 이곳에 나타난 도아영은 또 누구일까?’

입구에서는 경비가 한 여성의 팔을 붙잡고 묻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초대장은 있으십니까?”

“그 손 놔!”

강현재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도 우르르 몰려들었다.

도아영이라는 이름은 그들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이는 강현재의 오랜 소꿉친구이자 한때 약혼까지 했던 사이였고 허인하가 친자식처럼 키운 두 아이의 친엄마였다.

“도아영? 정말 너 맞아?”

강현재는 그녀에게 달려가 팔을 붙잡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의 초조함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허인하의 눈에 들어왔고 그녀의 마음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현재야... 난... 너무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왔어.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도아영은 수수한 옷차림에 눈은 붉게 물든 채 허인하 옆의 두 아이를 애틋하게 바라봤다.

강현재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도아영은 예전에는 활달하고 명랑했으며 자신감 넘치고 화려한 사람으로 지금처럼 쭈뼛거리고 초라한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강현재는 그녀가 또다시 자취를 감출까 염려하며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야?”

주변은 갑자기 정적에 휩싸였다.

“강 대표가 붙잡고 있는 여자 누구야? 혹시 상간녀?”

“도아영이잖아. 옛날 도씨 가문의 외동딸. 그 시절 금융 위기로 강씨 가문과 도씨 가문이 함께 몰락했지. 어릴 때부터 정혼한 사이였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도아영이 쌍둥이를 낳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어. 결혼식도 못 올리고 말이야.”

“저 여자가 강 대표의 쌍둥이 아이들 친엄마라고? 그럼 사모님은?”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허인하에게로 쏠렸다.

허인하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남편이 자신의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다른 여자를 걱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아영의 눈에는 어쩔 줄 모르는 절망과 애원이 가득했다.

“나... 출산하고 나서 몸이 많이 아팠어. 그때 우리 모두 어려웠잖아. 그래서 더 이상 너에게 짐이 될 수 없었어. 말없이 떠난 건 내 잘못이지만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잖아. 이제 너도 성공했으니 부디 우리 아이들을 잘 부탁해.”

이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허인하가 아이들을 학대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었다.

강현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아영이 출산 후 병에 걸렸다고? 그렇다면 병 때문에 짐이 될까 봐 떠났다는 말인가?’

도아영은 손을 빼며 말했다.

“나 이제 가볼게. 현재야, 이 손 좀 놔줘.”

강현재는 단호하게 말했다.

“가지 마.”

사람들은 저마다 속셈을 감춘 채, 허인하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허인하로서는 이 상황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도아영은 아이들의 친모였고 그 사실은 누구도 지울 수 없는 엄연한 진실이었다.

그때, 쌍둥이 남매 중 누나인 강이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허인하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안고 있는 저 아줌마는 누구예요?”

동생 강이준 또한 순수한 눈망울로 물었다.

“아빠는 왜 다른 아줌마를 안고 있는 거예요?”

순간 연회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졌고 아이들의 해맑은 질문은 연회장 안 모든 사람들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

강현재는 순간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해야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정중히 초대하겠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강 대표님, 일 보세요.”

사람들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강현재는 도아영의 쏟아지는 눈물을 손수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 마. 아이들이 보고 싶으면 오늘 밤 여기서 자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

도아영은 깜짝 놀라 기쁜 표정으로 강현재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로... 괜찮을까?”

그러고는 곧바로 허인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모님, 죄송해요. 전 그저 아이들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허인하가 거절할 수는 없었다.

친엄마가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당연히 괜찮습니다.”

허인하는 시선을 내리깔며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강현재는 허인하가 허락하자 눈에 띄게 기뻐하며 집사에게 지시했다.

“객실을 다시 정돈해.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해야 해. 아영이는 결벽증이 있으니까.”

강현재가 자신의 결벽증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도아영은 감사와 기쁨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허인하는 그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영은 집 안으로 들어오자 아이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감격에 겨운 듯 아이들의 작은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그러나 강이연과 강이준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거부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도아영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현재야,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는 거야?”

강현재는 서둘러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연아, 이준아, 이분이 너희의 유일한 진짜 엄마란다. 어서 엄마라고 불러.”

허인하는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유일한 엄마? 그럼 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집안의 가정부들도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사모님이 친엄마는 아니어도 아이들이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키워온 사람인데 대표님의 발언은 너무나 매정했던 것이다.

“싫어요!”

동생 강이준은 발끈하며 외쳤다.

“저 사람은 우리 엄마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여기 있어요!”

그는 허인하의 팔을 꼭 잡고 허인하 뒤로 숨었다.

‘허인하가 어떻게 우리 친엄마가 아닐 수 있단 말이야? 분명 아빠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강현재는 아이들을 달래며 설명했다.

“허인하는 너희 친엄마가 아니야! 너희를 낳아 주신 분은 도아영이야. 세상에서 너희를 가장 사랑하는 분이고 그 어떤 누구도 친엄마만큼 소중할 순 없어. 그런데 너희들, 도대체 왜 이렇게 버릇이 없어?”

허인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눈빛으로 강현재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강현재의 말은 자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두 아이를 친자식처럼 여기며,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가지는 것조차 포기했었다.

그때 딸 강이연이 코웃음을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런 거 몰라요! 저를 제일 아껴 주시는 분은 엄마고 우리를 돌봐 주신 것도 엄마예요! 제게 그 엄마는 허인하뿐이지, 다른 여자는 절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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