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사회자의 말에 강태오가 웃었다. 한서리는 휴대폰 화면을 향해 가운데손가락을 세웠다.
“고맙다고 해야죠. 그 사람 덕분에 제 취향이 얼마나 확고한지 알았으니까.”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취향 좋아하시네. 사람 버리는 취미가 아주 명품이야, 명품.”
서리가 중얼거리는데 하얀 손이 마이크를 낚아챘다. 새 신부 백세나였다.
“오빠, 전처 얘기는 그만. 우리 좋은 날이잖아.”
그럴싸하게 말해 놓고 세나가 카메라를 향해 윙크했다.
“전 과거는 지웠거든요. 솔직히 오빠 예전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둘이 찍은 사진이 무슨 ‘숨은 신랑 찾기’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객들이 박장대소했다.
세나가 웃음을 참는 척 입술을 가렸다.
“죄송해요. 제가 원래 거짓말을 못 해서. 그래도 그분 덕분에 사랑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어요. 물론 저는 외모도 중요하지만요.”
“와, 겸손까지 완벽하십니다!”
사회자가 맞장구치자 서리는 화면을 두드렸다.
“저 진행자 월급은 얼마냐. 자존심까지 팔면 야근 수당 나와?”
“근데 지금은요?” 사회자가 물었다.
“제가 업혀 가야죠. 오빠가 절 얼마나 아끼는데요!”
태오가 세나의 허리를 감쌌다. 자막까지 떴다.
[드디어 제 짝을 찾은 재벌 부부♥]
서리는 눈을 비볐다.
“저 하트 누가 달았어? 하트가 무슨 죄야, 씨발.”
결혼식장 밖에서 겨우 돌아섰는데, 10분도 안 돼 짧게 편집된 영상이 퍼졌다. 휴대폰에는 알림이 미친 듯이 쌓였다.
[재벌 후계자의 솔직 발언 화제]
[미모의 새 신부, 전처 언급에 폭소]
댓글은 더 가관이었다.
‘전처는 집에서 이불킥 중일 듯ㅋㅋ’
‘저 정도면 이혼이 아니라 탈출 아님?’
‘신부 예쁘다. 역시 남자는 눈이 있어야 해.’
‘전처도 이 방송 볼까? 반응 보고 싶다.’
‘울고 있겠지. 아니면 먹고 있거나.’
“둘 다 틀렸어, 멍청이들아. 지금 너희 댓글 읽고 있거든.”
서리는 휴대폰을 뒤집었다가 2초 만에 다시 들었다. 남들이 자기를 씹는 걸 그만 보고 싶은데, 자기 얘기가 얼마나 돌아다니는지는 미치도록 궁금했다. 본인도 참 한심한 구경꾼이었다.
서리가 댓글창을 열었다.
‘강태오 눈깔은 장식이냐. 그리고 결혼식에서 전처 씹는 게 그렇게 재밌어?’
여기까지 입력한 뒤 손가락이 멈췄다. 전송 버튼은 바로 아래 있었다. 누르면 속은 시원할 터였다. 딱 3초쯤.
하지만 그 3초 뒤엔 어떻게 될까. 익명 계정의 주인이 자기라는 게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은 태오가 한 말보다 전처가 발악했다는 사실에 더 신날 것이다.
“아, 열받아. 악플도 마음대로 못 달아?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어디 갔냐고.”
서리는 작성하던 문장을 지웠다. 속에서 끓어오른 욕은 휴대폰 메모장에 따로 적었다. 누구한테 보내지도 못할 욕이 순식간에 3줄을 채웠다.
“아주 시집을 잘 갔어. 말빨은 개뿔, 남의 뚱뚱한 배나 붙들고 행복을 재네.”
화를 내느라 콧김이 나왔다. 마침 화면의 태오가 신부에게 입을 맞췄다. 서리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엎었다.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줄 알아? 증거 채집이다, 증거!”
다시 화면을 켜고 영상 전체를 저장했다. 잘라 낸 짧은 영상과 원본까지 각각 따로.
“내가 지금은 댓글 대신 영수증 모은다. 나중에 환불받을 때 보여 주게.”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었다. 불도 안 켠 원룸에서 서리는 신발을 벗다가 양말에 붙은 꽃잎 하나를 발견했다. 결혼식장 앞에서 밟고 온 모양이었다.
분홍색이었다. 하필 백세나 부케랑 같은 색.
“아주 신발까지 따라왔네. 그 집 꽃도 집착이 심하다.”
서리는 꽃잎을 떼어 휴지통에 넣었다. 곧바로 다시 꺼냈다. 휴지통 바닥에 묻은 커피 찌꺼기가 꽃잎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잘 어울린다. 쓰레기통이 따로 없네. 둘이 아주 잘 만났어.”
책상 앞에 앉은 서리는 수첩을 펼쳤다. 거기엔 그동안 들은 말들이 빼곡했다.
‘살 좀 빼.’
‘그 몸으로 드레스가 맞겠어?’
‘네 남편 돈 많잖아. 관리 좀 받지.’
오늘 들은 말까지 보태려다가 펜을 멈췄다.
이걸 말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욕을 해 봐야 뭐가 남을까. 저 인간들은 내일이면 서리 이름도 까먹을 것이다. 자기 결혼식에서까지 서리를 팔아 웃음을 산 두 사람만 빼고.
서리는 목록에 적힌 오래된 이름을 손끝으로 짚었다. 식당 직원, 모르는 하객, 이름도 헷갈리는 동창. 내 얼굴을 잊어버릴 사람들한테까지 평생을 갖다 바칠 순 없었다.
그런데 강태오는? 그 인간은 한서리라는 이름을 지우면서도 결혼식 농담에는 기어이 꺼내 썼다. 아주 뼈까지 발라 먹는 재주가 있었다.
“전처 없으면 웃길 자신도 없냐? 그렇게 재밌으면 평생 소재 제공해 줄게.”
서리는 수첩의 복수 목록에서 이름들을 줄줄이 지웠다. 남긴 건 딱 둘.
강태오. 백세나.
“축하해, 이것들아. 내 인생 최초의 커플 공동 수상이다.”
상 이름도 붙였다.
[올해의 개진상 부부상]
그 순간 세나가 올린 새 사진 알림이 떴다. 결혼식장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뒤편 안내판에 피로연 장소가 보였다.
[2차 피로연 — 강태오 부부 신혼 저택]
작은 글씨로 적힌 주소까지 화면에 잡혀 있었다.
서리는 사진을 확대해 출력했다. 동그라미 하나가 주소를 집어삼켰다.
“기다려, 사모님.”
펜 끝이 종이를 뚫을 만큼 힘이 들어갔다.
“네 남편이 쓰레기면, 집부터 청소해야지.”
“도둑은 아니고요. 사모님이 기억력을 잃으신 것 같은데요?”윤시아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백세나는 대리석 위에 떨어진 열쇠를 발로 가렸다.“이거 내가 훔친 거 아니거든!”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모님 가방에 무단 침입했나 보네요. 열쇠를 경찰에 신고할까요?”“이 재수 없는 년이!”“사모님, 손님들 보세요. 오늘의 주인공이시잖아요.”그 말에 세나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하필 손님 하나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웃음을 참는 중이었다.“방금 찍었어요?”“아뇨, 사모님. 음식 사진…….”“열쇠는 반찬이야? 뭘 찍어!”강태오는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집어 들었다.“세나야, 그냥 사과해. 네가 잘못 봤잖아.”“내가 왜 청소부한테 사과해!”“방금 손님들 다 들었어. 네가 도둑이라고 했잖아.”태오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서리는 그 얼굴을 보고 속으로 욕했다.‘이 새끼는 마누라 망신도 팝콘 씹으면서 보네.’복자가 식기장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열쇠는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이제 식기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서리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사모님, 저는 일하겠습니다. 사과는 나중에 계좌이체로 받겠습니다.”“사과를 계좌로 받아?”“현금도 괜찮은데요.”“사모님, 사과 인증 사진이라도 찍어드릴까요?”서리의 농담에 손님 하나가 진짜 카메라를 들었다. 세나가 냉큼 얼굴을 가렸는데, 손가락 사이로 찌그러진 표정이 고스란히 보였다.“찍지 마! 그거 삭제해!”“아직 안 찍었습니다만…….”“그럼 찍을 생각도 하지 마!”손님들이 다시 웃었다.세나는 태오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오빠! 저년 입 좀 막아!”“당신이 미안하다고 하면 끝날 일을 왜 키워?”“알았어! 미안해! 됐냐?”서리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네.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지갑에 안 들어가겠지만, 잘 받았습니다.”세나의 얼굴이 홍시보다 빨개졌다.그날 밤, 파티가 끝나자 세나는 복자를 불러 직원 휴게실로 쳐들어왔다.“내일부터 이 집 직원은 나한테 먼
“청소부 주제에 내 파티에 숟가락 얹겠다고?”백세나가 식기 점검 신청서를 탁자에 내리쳤다.윤시아, 아니 한서리는 그 숟가락을 실제로 들고 있었다.“숟가락은 이미 얹혀 있는데요. 사모님, 이건 식기예요.”“나 놀려?”“그럼 숟가락한테 사과하라고 할까요?”“이 미친 청소부가!”서리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결혼기념 파티까지 한 달. 강태오와 백세나가 사랑을 과시하는 날, 자신은 그 사랑의 밑바닥부터 닦을 참이었다.“식기 상태만 확인하겠습니다. 은제품은 손님 오시기 전에 광을 내야 해서요.”“광? 네 얼굴에나 내!”“이미 났는데요. 거울 못 보셨어요?”세나의 웃음이 증발했다.“좋아. 식기는 닦아. 대신 서빙은 절대 금지야. 내 손님 앞에 그 낯짝 들이밀지 마!”오복자가 옆에서 업무표를 접었다.“식기 담당과 서빙 담당은 원래 다릅니다, 사모님.”“오 여사, 꼭 쟤 편을 들어야겠어?”“편이 아니라 업무를 설명드린 겁니다.”서리가 배시시 웃었다.“그럼 전 숟가락이랑만 친하게 지내겠습니다. 사모님 남편하고는 말도 안 섞을게요.”바로 그 말에 세나가 눈을 번뜩였다.“약속했다?”“네. 숟가락은 입이 없어서 바람도 못 피우거든요.”“아, 진짜 재수 없는 년!”세나가 떠난 뒤 복자가 서리에게 속삭였다.“시아 씨, 오래 살고 싶으면 말 좀 아껴요.”“그분이 먼저 제 수명 깎잖아요.”“그럼 말을 줄이고 일을 늘려요.”“벌써 여섯 번 닦은 현관도 또 닦을까요?”복자는 웃지 않으려 서류철로 입을 가렸다.서리는 은수저 하나를 들어 빛에 비춰 봤다. 움푹한 면에 비친 얼굴은 코가 푹 눌리고 입이 옆으로 벌어져 있었다.“와, 전남편이 좋아하던 얼굴이 여기 있네.”수저를 뒤집자 이번에는 턱이 길어졌다.“너도 고생 많다. 얼굴이 뒤집혀도 밥은 떠야 하니.”파티 당일, 저택은 아침부터 뒤집혔다. 꽃 장식, 케이크, 손님 선물, 연회장 식기까지. 직원들은 뛰어다녔고 세나는 의자에 앉아 소리만 질렀다.“은수저는 왜 이쪽이야! 사진 찍으면 내
“저 여자 누구야?”강태오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물었다. 백세나는 젖은 머리를 쥐어뜯다 말고 제 발 앞의 걸레통을 걷어찼다.“청소부! 당신은 그것만 보여?”“청소부가 왜 저렇게 예뻐?”“미쳤어? 마누라가 물에 빠졌는데 청소부 얼굴 감상이나 해?”“안 빠졌잖아. 구두만 빠졌지.”서리는 고개를 숙였다.웃지 마. 한서리, 제발 웃지 마.그런데 세나가 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남편 쪽으로 다가가는 꼴이 꼭 비 맞은 공작새였다.“대표님, 안녕하…….”입에서 튀어나오려던 말이 목에 걸렸다.태오는 집에 돌아올 때마다 인사부터 요구했다. 예전 서리는 현관에 서서 그의 넥타이를 받아 들며 '우리 자기 오셨어요?' 하고 웃었다. 그가 짜증을 내면 웃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자기야, 밥 먹었어?’반사적으로 손이 넥타이 쪽으로 향했다.서리는 그 손으로 걸레통 손잡이를 움켜쥐었다.“안녕하십니까. 신입 직원 윤시아입니다.”태오가 걸음을 멈췄다.“윤시아?”“네. 윤리적으로 일하고 시원하게 청소하는 윤시아요.”복자가 얼굴을 감쌌다.“시아 씨, 이름에 설명 붙이지 말아요.”“죄송합니다. 면접 때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버릇됐나 봐요.”태오가 웃었다. 그 웃음까지 그대로였다. 비싼 시계를 찬 손으로 턱을 쓸어내리는 동작도.“청소하다 무슨 일이 있었죠?”세나가 냉큼 끼어들었다.“저년이 나한테 물을 뿌렸어!”“꽃병 물이 쏟아진 겁니다.”서리가 바로잡았다.“저년이라고 부르시면 꽃병도 기분 나쁘겠어요. 걘 잘못 없거든요.”“뭐? 너 지금 누구 편이야?”“꽃병 편이요. 오늘 제일 억울해 보이던데.”태오가 결국 소리 내 웃었다.“재밌네.”서리의 속이 뒤집혔다.그 말. 태오는 전에도 사람을 놀려 놓고 꼭 그렇게 말했다. 재미있다고. 자신이 울면 예능이라도 보는 얼굴로.“대표님께선 웃음이 참 저렴하시네요.”“네?”“아, 직원 복지가 좋다고요. 출근 첫날부터 웃으시니까.”태오는 시아를 한참 바라봤다.“몇 살이에요?”“청소 경력이 궁금하시면
“때려요. 대신 손바닥에 ‘갑질’이라고 써 붙이고 때리세요. 구경꾼들도 알아보게.”백세나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너 지금 나한테 맞고 싶어서 환장했어?”“아뇨. 사모님이 너무 열심히 들어서 응원해 드린 건데요.”윤시아, 아니 한서리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 손으로 몇 년 전에는 강태오 팔짱을 끼고 웃었겠지. 이제는 남의 뺨을 노리고 있었다.“입 찢어지기 전에 닥쳐!”“사모님, 손바닥 쓰실 거면 걸레라도 쥐세요. 현관이 또 더러워졌거든요.”세나의 손이 날아왔다. 서리는 고개를 피하며 손목을 막았다. 짝 소리 대신 구두 굽이 대리석을 긁었다.“놔! 내 손 놔, 이 미친년아!”“놓으면 때리시잖아요.”“그럼 맞아!”“아, 그건 채용 공고에 없었는데?”세나는 잡힌 손을 빼려다 다른 손으로 서리의 앞치마 끈을 움켜쥐었다.“청소부 주제에 어디서 대들어!”“앞치마 찢으면 변상하셔야 해요.”“얼마짜린데!”“가격보다 사모님 체면이 더 비싸겠죠. 아, 그건 이미 할인 중인가?”“이게 진짜!”세나가 끈을 확 당겼다. 서리는 버티려다 한 발 뒤로 밀렸고, 세나도 제 힘을 못 이겨 비틀거렸다. 둘이 나란히 우스꽝스럽게 허우적대는 동안 현관 옆 장식대가 흔들렸다.딸랑.꽃병에 매달린 장식 고리가 울렸다.서리의 고개가 돌아갔다.저 꽃병, 기억난다. 태오가 예전 집들이 때 손님들에게 자랑하던 수입품이었다. 가격을 듣고 서리가 사흘 동안 냉장고 문도 조심해서 닫았던 물건.“야, 꽃병!”“지금 누구한테 야래!”“꽃병한테요! 사모님보다 말이 통할 것 같아서!”백세나가 또 앞치마를 잡아챘다. 장식대가 쿵 울리더니 꽃병이 기울었다.“어머, 씨발!”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욕이 튀었다.서리는 세나의 손을 놓고 앞으로 뛰었다. 미끄럼 방지 신발 밑창이 바닥에 붙은 덕에 몸을 겨우 세웠다. 꽃병이 장식대 모서리를 넘어오기 직전, 두 팔로 받았다.그 안의 물이 촤악 쏟아졌다.하필 세나의 머리 위로.“꺄아악! 내 머리!”세나가 젖은 머리카락을
“조건은 하나야. 내 남편 눈에 띄면 그날로 잘라.”백세나의 채용 조건을 들은 한서리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전남편을 꼬시러 왔는데 전남편을 보지 말라니. 여기 무슨 숨바꼭질 대회라도 열었나?“그럼 청소는 눈 감고 할까요?”“말귀 못 알아들어? 내 남편 앞에 얼씬대지 말라고.”“아, 대표님이 집에서 길을 잃으시면 제가 벽 보고 피해 있으면 되겠네요.”“너 지금 나 놀려?”“아뇨. 근무 동선 확인하는 중인데요?”세나가 입술을 씰룩였다. 오복자 총괄관리인은 옆에서 서류를 슬쩍 끌어당겼다.“사모님, 직원 근무 배치는 제가 합니다.”“그럼 남편이 쓰는 곳만 빼! 아니, 이 여자는 지하로 내려보내!”“지하에 무슨 먼지가 그렇게 많습니까?”“내 기분이 더러우니까!”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아, 사모님 기분 청소가 주 업무였군요. 그건 별도 수당인데.”복자가 헛기침으로 웃음을 감췄다. 세나는 채용 서류에 사인을 휘갈기고 펜을 내던졌다.“내일부터 출근해. 얼굴은 최대한 가리고.”“마스크요?”“그보다 더 큰 거 없어?”“양동이 뒤집어쓸까요? 사모님 옆에 세트로 서 있으면 되겠네.”“뭐?”“분리수거용이요. 저 청소 담당이라.”다음 날 오전, 서리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입술에 바르려던 색조 화장품을 도로 넣고, 머리도 질끈 묶었다. 거울 속 미모는 달라진 채였지만 눈에 띄는 장식은 없었다.“예쁘다고 쫓겨나면 억울하잖아. 청소부 인생도 얼굴값 하네.”태오가 집에 있을 시간은 아니었다. 아직 그를 마주칠 때가 아니었다. 세나가 무슨 짓까지 하나 먼저 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었다.직원 출입구에서 복자가 그녀에게 작업복을 건넸다. 짙은 회색 상의와 편한 바지, 미끄럼 방지 신발이었다.“오늘부터 이름은 윤시아 씨. 직원들과 불필요하게 부딪히지 말아요.”“제가요? 저 생긴 것만큼 순해요.”“어제 5분 만에 사모님을 세 번 긁은 사람이?”“그건 무료 서비스였죠.”복자는 말없이 출근 기록판을 가리켰다. 서리는 서명하고 저택 도면을
“전남편 신혼집에 청소부로 취직하겠다고요? 제정신이세요?”한서리는 거울 앞에서 면접 질문을 던지곤 입술을 삐죽였다.“아뇨. 제정신이었으면 그놈이랑 결혼부터 안 했죠.”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름표를 확인했다.[윤시아]이름 세 글자에 1년 넘게 걸렸다. 운동하다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은 날, 수술 후 붓기 때문에 거울을 덮어 둔 날, 카드 명세서를 보고 한숨 쉰 날까지. 오늘만큼은 전부 값어치를 해야 했다.면접용 흰 셔츠를 입었더니 거울 속 여자가 생판 남처럼 보였다. 서리는 일부러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아이고, 대표님. 제가 감히…….”제 입에서 나온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야, 이 멍청아. 그렇게 굽신대서 또 버림받으려고?”이번엔 턱을 똑바로 들었다.“안녕하세요. 윤시아입니다. 일하러 왔습니다.”“좋아. 남편만 보면 자동으로 켜지는 바보 버튼부터 꺼.”휴대폰에 백세나의 사진이 떴다. ‘우리 집에는 못생긴 건 없다’던 바로 그 여자였다.“걱정 마, 사모님. 오늘부턴 예쁜 것도 하나 더 생기니까.”서리는 화면을 끄고 택시를 탔다.강태오의 저택은 담장부터 재수 없었다. 서리가 살던 때보다 정원이 넓어졌고, 분수에는 백조 두 마리가 세워져 있었다.“와, 새 마누라 취향 봐라. 돈 있으면 백조도 물에 빠뜨리네.”출입구 경비원이 방문 목적을 물었다.“가사도우미 면접이요.”“성함은?”“윤시아요.”“신분 확인하겠습니다.”서리는 준비한 서류를 내밀었다. 전남편과의 결혼생활을 떠올릴 만한 경력은 지원서에 넣지 않았다. 대신 실제로 확인 가능한 추천인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적었다. 괜한 거짓말 하나가 복수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엎을 수 있었다.“이쪽으로 가시죠.”현관에 들어서자 익숙한 향이 코를 찔렀다. 태오가 좋아하던 향이었다. 그녀가 쓰던 향수는 두통 난다며 버리게 하더니.“취향 한번 지독하게 안 변하네.”“뭐라고 하셨어요?”안내 직원이 돌아봤다.“향이 비싸 보인다고요. 두통까지 사은품으로 주는 줄은 몰랐네요.”집







